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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뭐 입지? 큐레이션에 물어봐
큐레이션 비즈니스

 

과유불급(過猶不及)이 새로운 비즈니스를 낳았다. 정보 부족이 아닌 정보 ‘과잉’이 가져온 결과다. 쏟아지는 정보 가운데 필요한 정보만 취합, 추천해주는 큐레이션 비즈니스가 주목받고 있다. 큐레이션은 IT가 발전할수록, 정보가 많아질수록 더욱 빛을 발한다. 심리학자 배리 슈워츠가 말했다. “선택 대안이 많을수록 소비자들은 오히려 불만족스러워하고, 더 나아가 선택 자체를 포기한다”고. 모름지기 비즈니스는 사람들의 ‘불편’이 있는 곳에서 탄생하고 또 성장한다. 큐레이션의 성장이 기대되는 이유다.

쏟아지는 정보, 내가 선별해주마 ‘큐레이션’
봄이다. 직장인 K씨는 파릇한 봄기운을 만끽하기 위해 주말여행을 계획했다. 하지만 멋진 봄나들이 코스를 찾으려고 여기저기 알아보던 K씨는 이내 포기했다. 인터넷, 잡지, 신문, 친구와 동료의 추천 등 여러 가지 채널을 통해 얻은 정보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K씨는 정보를 접하면 접할수록 난감했다. 결정했다 싶으면 ‘거긴 다 좋은데 음식이 별로’라는 어느 블로그 때문에 포기하고, 이젠 정말 됐다 싶으면 ‘괜찮긴 한데 길이 좀 막힌다’는 여행 사이트 후기에 또 포기하다가, 급기야 ‘멋진데, 네 취향은 아니야’라는 동료의 말에서는 아예 두 손을 들었다. 정보가 많다보니 오히려 끊임없이 망설이면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 탓이다.
정보 과잉 시대를 감안할 때 K씨의 결정이 무리도 아니다. 인류 문명이 시작된 이후 2003년까지 생산된 누적 정보량은 5엑사바이트(EB)다. 그런데 요즘에는 이틀마다 5엑사바이트의 데이터가 새롭게 만들어진다고 하니 정보의 홍수라는 말이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다. 이렇듯 새로운 정보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면서 점점 더 선택이 어려워진 것이다. 선택의 폭이 많을수록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지 않은 것 중에 더 나은 것이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심리 때문에 오히려 선택을 못하거나 심지어 선택을 포기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한 실험에서도 증명됐다. 미국의 한 슈퍼마켓에서 실험을 했다. 진열대 한쪽에는 잼 6종을, 다른 쪽에는 24종을 진열해놓고 사람들이 어디서 더 많이 잼을 구입하는지 살펴봤다. 6종을 진열한 곳에서는 진열대를 찾은 사람의 30%가 구입했다. 반면 24종을 내놓은 진열대에서는 사람들이 오랜 시간 머물렀지만 구매율이 단 3%에 그쳤다. 선택의 폭이 많아지니까 오히려 더 고르지 못한 것이다. 이른바 ‘선택의 역설’이다. 경영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쉬나 아이엔가는 이 실험을 통해 선택의 폭이 넓을수록 더 혼란스러워하고 결정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것이 바로 큐레이션이 등장하게 된 배경이다. 큐레이션(curation)이란 이미 존재하는 방대한 정보와 콘텐츠를 목적에 따라 분류하고 유용한 정보를 골라내 가치를 부여한 후, 이를 필요한 사람에게 다시 제공하는 서비스다.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에서 작품을 선정, 관리하고 해석하여 전시기획을 하는 행위를 일컫는 미술계 용어 ‘큐레이션’에서 유래했다. 정보가 많아질수록 선별된 양질의 정보에 대한 수요가 커진다는 점을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다.
큐레이션을 경영 분야에 가장 먼저 도입한 것은 아마존이다. 1996년, 당시 인터넷서점 전문 회사였던 아마존은 많은 책들 중 고객들의 도서구입 목록과 열람 행태 자료를 근거로 고객 취향에 맞는 책의 유형을 판단해 이를 추천하는 북매치(Bookmatch) 기술을 적용했다. 고객들이 북매치를 통해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고민하지 않고도 책을 쉽게 선택·구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수없이 많은 책 중에서 무엇을 읽어야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고객들을 위해 마련한 큐레이션 서비스다. 지금도 아마존은 별도의 연구인력을 두고 고객들의 기호를 정확히 분석해 책을 제시할 수 있는 큐레이션 기술을 개발·연구하고 있다.

빅데이터 기반으로 점점 더 진화
정보의 양이 많다는 것은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 다양하고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신뢰할 수 없는 잘못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기회도 그만큼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는 정보를 선점하는 것보다 많은 정보 가운데 무엇을 취하느냐가 경쟁력이다. 필요한 양질의 정보를 콕콕 골라 제시해주는 큐레이션 비즈니스가 주목받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소비자나 사용자 입장에서 더 쉽고 더 편하게 좋은 정보와 콘텐츠를 찾을 수 있으니 정보 과잉 시대에 최적화된 산업임에 틀림없다.
주목을 받는 만큼 큐레이션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다. 초기에는 주로 업계 전문가의 지식이나 직관, 웹 사이트에 입력된 기초 정보에 의존해 두루뭉술하게 콘텐츠와 정보를 추천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이제는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정보를 추천해주는 알고리즘을 활용해 보다 정확하고 빠르게 필요한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큐레이션에 접목한 덕분이다.
많은 정보들 중에서 특정한 사람에게 맞는 것을 골라 보여주기 위해서는 정보의 양은 물론이고 특정 개인의 행동과 특성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더구나 요즘엔 정보 생성 주기도 짧고, 정보 형태도 문자, 이미지, 동영상 등 다양하다. 이 모든 것을 과학적으로 정교하게 분석할수록 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데,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빅데이터다. 가령 KT의 IPTV 서비스인 올레TV의 경우, 고객의 평소 시청 행태를 면밀히 통합 분석해 개인별 취향에 맞는 VOD를 쉽고 편리하게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실시간 감성 큐레이션’ 서비스를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단순히 신작이나 순위작을 추천해주는 것이 아니라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의 성향이나 선호도 등을 파악해 고객이 좋아할 만한 작품을 소개하는 식이다.
큐레이션의 영역도 점점 확산되고 있다. 주로 온라인을 중심으로 펼쳐졌으나 이제는 오프라인에서도 개인의 데이터를 분석해 알맞은 정보를 찾아주는 큐레이션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롯데마트가 소비자 트렌드 변화를 관찰해 새로운 생활을 제안하고 이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큐레이션 기능의 매장을 오픈한 것이 좋은 예다.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쇼핑 공간에서 벗어나 큐레이션 기능을 접목한 제3세대 마트를 표방하고 나섰는데, 올해 안에 이 같은 매장을 30여 개 가량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콘텐츠, 커머스, 생활밀착형 큐레이션 앱까지 다양
큐레이션 비즈니스는 크게 콘텐츠와 커머스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콘텐츠 큐레이션은 주로 플랫폼 형태로 운영되며, 이용자 간의 공유가 가능해 소셜 큐레이션으로 부르기도 한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대부분 특정 주제와 관련된 정보와 콘텐츠를 주제에 맞게 분류하고 평가·필터링해 서비스를 받을 대상과 주제에 적합하게 정보를 제공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핀터레스트’를 꼽을 수 있다. 핀터레스트는 웹상의 많은 이미지 가운데 관심 있는 특정 이미지만을 따로 골라 자신만의 보드에 주제별로 스크랩하고 관리할 수 있는 웹 사이트다. 이를 활용하면 특정한 주제와 관련된 정보를 알고 싶을 때 관련 이미지와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카카오가 선보인 ‘1boon(일분)’도 유용한 정보와 최근의 이슈를 사용자 맞춤형으로 간결하게 제공하는 콘텐츠형 큐레이션 서비스다. 콘텐츠 소비 시간이 짧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모든 내용을 1분 분량으로 구성했고, 사용자 맞춤형 추천기능 등을 접목했다.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하는 큐레이션 커뮤니티 ‘빙글’, 사용자가 설정한 관심 주제에 대한 내용을 알고리즘을 통해 추천하는 ‘구글플레이 뉴스스탠드’,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사진, 움짤(움직이는 이미지), 음악 등의 콘텐츠만을 엄선해 제공하는 ‘피키캐스트’ 등도 인기를 모으고 있는 큐레이션이다.
소셜 큐레이션은 많은 사람들의 집단지성을 활용한 트렌드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도 주목하고 있다. 주요 소셜 큐레이션 정보만 꼼꼼하게 분석해도 신제품 개발이나 마케팅 전략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본이나 인력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도 눈여겨볼 만하다.
콘텐츠 큐레이션 중 최근에 가장 각광받고 있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큐레이션 앱이다. 음악, 영화, 책, 뉴스, 쇼핑 등 분야별로 다양하게 출시돼 있다.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데다 연령이나 취미, 성별 등으로 세분화된 정보가 맞춤형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사용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큐레이션 비즈니스의 꽃’으로 불릴 정도로 수요자도 많고 공급자도 많다.
음악 큐레이션 앱으로는 ‘비트’를 들 수 있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용자 취향을 반영한 음악을 추천해주며, 운전 중일 때, 운동할 때, 우울할 때처럼 상황별로 큐레이션한 음악을 들려줘 선곡 고민을 덜 수 있다. KT뮤직의 ‘지니’도 이용자의 음악듣기 패턴을 분석해 상황에 따라 알맞은 음악을 제공한다. 과거에 고객이 봤던 영화 데이터를 바탕으로 선호하는 장르나 배우, 날씨, 요일에 따라 콘텐츠를 추천하는 영화 큐레이션 앱도 인기다. 최근 국내시장에 진출한 ‘넷플릭스’와 국내 스타트기업 프로그램스가 선보인 ‘왓챠’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유통업계에서도 큐레이션이 앱이 화제다. G마켓은 25~39세가 선호하는 프리미엄 상품과 해외 상품을 큐레이션 해주는 큐레이션 종합 쇼핑몰 ‘G9’를 선보이는가 하면, 옥션은 출산·육아용품을 아이의 연령과 성별, 성장단계에 따라 추천해주는 ‘베이비플러스’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큐레이션 비즈니스 중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들이 관심 있어 하는 분야는 큐레이션 커머스다. 많은 정보 중 사용자에게 적합한 정보를 찾아 제공해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해당 상품을 사이트에 공유하고 이를 판매하는 형태다. 현재 국내 큐레이션 커머스 시장은 600억 원 규모로, 약 100여 개의 기업이 있다. 일정 금액을 내면 매월 다른 화장품을 선별해 정기적으로 배달해주는 ‘미미박스’나 ‘글로시박스’ 등의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도 넓게는 큐레이션 커머스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빵, 반찬, 샐러드, 도시락 등 신선식품을 추천·배달해주는 ‘배민프레시’, 전문 큐레이터가 특정 주제에 맞게 구성한 패션, 액세서리, 신발 등을 판매하는 패션 큐레이션 커머스 ‘바이박스’ 등이 좋은 예다.

 

IT 발전할수록 큐레이션 시장 더욱 확대될 것
이처럼 큐레이션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IT 환경과 스마트폰 사용이 지속되는 한 큐레이션 비즈니스 역시 성장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정보가 많아질수록 선별된 정보에 대한 갈증이 커지며,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큐레이션이 필수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큐레이션이 모든 산업 분야의 기반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고 핑크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존에 있는 정보를 활용하는 것이니 만큼 저작권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히 뉴스 큐레이션 플랫폼이나 큐레이션 커머스를 사업화하는 경우에는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또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한순간에 무너지는 비즈니스라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이용자 목적에 맞게 서비스 하는 것이 큐레이션의 핵심 포인트이기 때문에 빅데이터 등 정확한 데이터를 토대로 신뢰성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시장에 안착할 수 있다. 기존에 있던 정보를 목적에 맞게 다시 꾸며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큐레이션 비즈니스의 생존전략이라는 의미다. 하늘 아래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다고 했다. 문제는 어떻게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느냐에 달렸다.

TIP

이럴 땐 이런 큐레이션 앱

나한테 딱 맞는 맥주를 골라준다 ‘오마이비어’
내가 마셔본 맥주 데이터를 토대로 내 입맛에 최적화된 맥주를 순위별로 큐레이션 해준다. 맥주 브랜드 찾기, 맛있게 맥주 마시는 방법, 맥주에 어울리는 안주까지 알려준다.

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될 땐 ‘북맥’
관심 분야를 선택하면 나와 같은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좋아하고 많이 읽은 책을 골라준다. 북맥SNS,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SNS 관계를 바탕으로 정보를 큐레이션 해준다. 해당 책과 관련된 웹문서, 동영상, 모임 정보도 추천해준다.

오늘 뭐 입지? 고민 고민하지 마 ‘쑈픽’
매일 뭘 입어야 할지 망설이는 이용자들에게 좋아하는 취향이나 날씨, 상황에 맞는 패션 스타일을 추천해주는 큐레이션 서비스다. 최신 코디, 유명인이 입은 옷, 실제 구매할 수 있는 쇼핑 정보까지 소개한다.

여행 일정과 최저가 항공권을 골라준다 ‘트리폴리’
가고 싶은 여행 장소만 선택하면 출발날짜, 귀국날짜에 맞춰 다국 간의 여행 경로와 일정을 큐레이션 해준다. 최저가 항공권 추천은 물론 예매까지 할 수 있다.

김미경 전문기자​

조회수 : 2,253기사작성일 : 2016-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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