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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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프레임
사무실 없이 창업하라

 

자리에 앉아 있는 시간과 생산성이 비례하는 시대는 끝났다. 때론 카페, 때론 기차역 대합실, 때론 캠핑카나 해안가 모래사장을 사무실 삼아 일하는 디지털노마드족이 창궐하고 소통과 협업이 가능한 모바일 환경이 확산되면서 물리적인 공간인 사무실에 대한 정의가 변하고 있다.
창의적이고 유연한 근무환경에 대한 시대적 요구, 불황이라는 생존 조건은 개방형·모바일 오피스를 잉태했고, ‘창업준비=사무실 임대’라는 고정관념도 가뿐히 날려버렸다.

그의 명함엔 사무실 주소가 없다
인간의 평균수명은 엿가락처럼 늘어났지만, 애석하게도 기업의 평균수명은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벤처 60개를 탄생시킨 벤처양성소 창업기획자 노먼 위너스키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16년 현재 미국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 기업의 평균수명은 14년이라고 밝혔다. 1920년대에 67년이었던 것에 비해 무려 53년이나 줄었으며, 2027년에는 현재 S&P 500 기업의 75%가 새로운 기업에 자리를 빼앗길 거라고 예측했다. 하루가 다르게 기업의 흥망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거품을 걷어내고 기민하게 창업해야 하는 이유다.
지난해 창업한 어느 스타트업 대표의 명함에는 사무실 전화번호와 주소가 없다. 핸드폰과 이메일 주소, 페북 계정이 전부다. 유망 스타트업으로 선발돼 스타트업 창업지원 공간인 ‘구글캠퍼스서울’에 입주했지만, 굳이 명함에 주소를 넣지 않았다. 카페에서 창업을 했고,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의 오픈 사무실에 노트북을 가지고 출근했을 만큼 애초부터 사무실에 대한 생각이 유연하다. 사무실 마련이 창업 준비목록 1호였던 과거와는 판이하게 달라진 풍경이다.
2010년 초반부터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기기를 통해 근무할 수 있는 ‘BYOD(Bring Your Own Device)’ 바람이 불었다. 인터넷에 연결된 기기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PC가 책상을 벗어나 무릎 위, 손바닥 안으로 들어오면서 생긴 변화였다. 이러한 변화는 사무실 밖의 원하는 시간과 장소를 택해 일할 수 있는 디지털노마드족을 탄생시켰고, 이들은 일부 특정 직업이나 프리랜서, 창업자 중심이었던 초기와는 달리 최근엔 회사에 소속된 사람들에게까지 점차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한 예로 미국 회계기업 딜로이트와 반도체회사 인텔은 직원의 약 80%가 정직원으로 사무실 밖에서 일하고 있다. 미국 근로자 중 3,000만 명 정도가 원격 근무를 하고 있으며, 2020년엔 63%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대 공유 사무실 서비스 기업인 위워크 제이컵의 조 밴타고 이사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선 2020년 직장인의 절반이 프리랜서나 창업자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올 만큼 구조조정과 이직, 은퇴가 활발하다”며 “한국도 장기적으로는 비슷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속적인 청년창업의 증가, 출생아 수가 가장 많았던 1971년생을 중심으로 2차 베이비붐 세대(1968~1974년생)가 고령층에 진입하는 2020~2030년대에는 40~50대 ‘베이비부머’ 창업인구나 프리랜서의 급격한 증가로 탈사무실 현상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노트북과 와이파이만 있으면 OK! ‘ 디지털노마드’와 ‘코워킹 스페이스’
디지털노마드는 최근 협업(coworking)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발전했다. IT 업종에서 프로그래머 여러 명이 한 공간에서 함께 일하면서 도입된 사무환경이 모든 업종으로 확산된 것이다.
국내에서는 디캠프, 마루180, 구글캠퍼스서울 같은 스타트업 창업지원기관의 오픈 사무실이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의 신호탄이었다. 1~2년 전부터는 스타트업이 몰려 있는 서울 강남구를 중심으로 민간 공유 사무실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공유 사무실은 건물 전체 또는 몇 개 층을 빌린 뒤 이를 여러 개로 나누어 소규모 기업이나 1인 창업자에게 재임대하는 사무실이다.
내력벽과 파티션 없이 하나의 공간으로 이뤄져 책상도 공유하는 코워킹 스페이스도 있다. 연간 단위로 사무실을 임대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월단위, 일단위로 사무공간을 제공한다.
공유경제 전문 사이트 데스크매그(Deskmag)에 따르면, 공유 사무실 이용자는 2011년 약 4만 3,000명에 불과했으나 2015년에는 51만여 명으로 급증했다. 20대, 30대 청년창업자뿐 아니라 은퇴창업자, 전문 프리랜서, 외국계 회사의 특정부서 등 이용자도 다양해졌다.
현재 위워크, 패스트파이브, 스페이스332, 잭팟(z.a.g pot) 등 10여 개 업체가 운영 중이며, 확장 경쟁도 치열하다. 이 중 가장 대표적인 기업은 공유 사무실 스타트업 위워크. 2010년 미국 뉴욕에서 처음 문을 연 위워크는 지난달 기준으로 전 세계 12개국 30여 개 도시, 100여 개 지점에서 1만여 개의 개인 및 기업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또 다른 공유(共有) 사무실 벤처기업 패스트파이브 역시 카페 같은 느낌으로 꾸며진 커피와 맥주가 제공되는 스낵바, 소파, 탁구대 등이 갖춰진 라운지와 1~20인이 사용 가능한 독립된 사무실, 회의실을 갖추고 창업자를 유혹하고 있다. 현대카드도 서초동에 공유 사무실 ‘스튜디오 블랙’의 문을 열었다. 중소기업청이 지정하고 민간기업이 관리하는 1인 창조기업 비즈니스센터도 창업공간 제공, 기업 운영을 위한 세무 및 마케팅 교육 등 창업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단순한 사무공간뿐 아니라 창업과 사업 운영에 필요한 정부개발 과제, 정부자금 지원, 세무, 사업보고서 작업 요령, 플랫폼 오픈 및 크라우드펀딩 관련 다양한 컨설팅과 파티, 세미나 등 기업간의 네트워킹 기회도 함께 제공한다.

 

‘공유’와 ‘소통’을 하고 싶다
최근 창업 사무공간의 키워드는 ‘공유’다. 사실 누구나 창업을 하면 본업보다 자질구레하고 까다로운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과 직면한다. 이 같은 시간적·물리적 낭비를 줄이는 방법이 바로 공유인 셈이다. 동업종 이업종 상관없이 같은 공간에서 일하며 아이디어, 파티, 세미나를 통해 지식과 업무 공유를 하는 네트워크성 협업 공간. 독립된 사무공간과 가구, 비품, 회의실, 전화, 우편 등 비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순한 ‘서비스드 오피스(serviced office)’ 개념에서 진일보한 것이다.
사생활 없이 늦게까지 일하는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외감을 해소할 수 있고,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사회적·정신적 지지대를 마련하거나 새로운 꿈을 키우는 경험도 공유의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비즈니스와 기업 간의 협업, 채용도 발생할 수 있다.
사무실의 경계가 사라지고 ‘확장과 연결’이라는 키워드와 만난 사무실의 진화가 창업 및 근무 환경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지켜볼 일이다.

최윤경 전문기자 사진제공 패스트파이브㈜

조회수 : 1,595기사작성일 : 2017-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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