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2010.27
좋은 제품 최고 브랜드로 키우는 글로벌 유통가의 대부가 꿈이죠
㈜비투링크 곽용길 매니저

 

곽용길 매니저. 그는 얼굴도 말투도 이름도 천상 ‘한국 사람’이다. 하지만 알고 보면 그의 국적은 중국이고, 교포 4세다. 대학시절에 한국으로 여행을 왔다가 질서정연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문화에 반해 선조의 나라인 한국 땅에서 유통 전문가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한국에 와서 결혼도 하고, 잘나가는 스타트업에서 즐겁게 일하며 예쁜 딸도 태어났다. 그는 한국 생활의 모든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회사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뚜벅뚜벅
“기업과 직원은 가치관이나 추구하는 방향이 맞아야 한다고 봐요. 비투링크는 제가 추구하고자 했던 유통 방식을 전개하는 회사였어요.”
3년 전 인터넷 뉴스에서 ㈜비투링크(B2LiNK, 대표 이소형)에 관한 기사를 접한 곽용길 매니저는 이 회사가 바로 자신이 찾고자 했던 회사였기에, 곧장 인채채용 포털에 들어가 비투링크를 검색했다. 마침 비투링크는 중국시장 유통채널 담당자를 찾고 있었고, 그는 고민할 것도 없이 입사지원서를 냈다. 면접을 보던 날, 4명의 다른 지원자들을 보면서 자신감이 살짝 오그라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소형 대표와 맞닥뜨린 2차 면접에서 그는 솔직하고 당당하게 말했단다.
“단순히 많은 제품을 해외에 내다 파는 유통이 아니라, 품질 좋은 제품들을 다양한 유통채널에 연결시킴으로써 브랜드 가치를 키워주는 일을 하고 싶다는 저의 소신을 밝혔죠.”
급성장하는 스타트업답게 비투링크의 인재관은 남다르다. 경력이나 능력보다도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에 공감을 하고 그 길을 같이 걸어갈 수 있는, 가치관이 정확하고 인성이 바른 인재를 선호한다. 중국 교포 출신인 곽 매니저는 몇 년간 유통업계에서 프리랜서로 활동한 경험은 있지만 이렇다 할 직장 경력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명의 응시자 중 유일하게 합격했다. 유통에 대한 그의 신념과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이 같았던 것이다.
최근 미국 화장품 전문 유통업체 비씨씨코리아를 인수한 비투링크는 한국의 뷰티 브랜드가 세계시장에 유통될 수 있도록 돕는 회사로, 글로벌 K-뷰티 유통 서비스를 제공하는 3년차 스타트업이다. 2014년 7월에 창업한 이후 약 3년간 150여 개의 K-뷰티 브랜드와 직접 제휴를 맺고 중국, 동남아, 미국 시장 유통 및 글로벌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해외 유통채널과 한국 브랜드를 연결해주는 역할인 만큼, 이 회사의 화장품 브랜드 파트너들은 중소기업이 다수를 차지한다.
입사한 지 만 2년이 된 곽 매니저는 자신을 포함해 모두 6명으로 구성된 중국시장팀 소속이다. 국내의 고품질 제품과 신생 브랜드를 직접 발굴하고 중국시장의 새로운 유통채널을 찾아내서 파트너로 만든다. 자칭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이라서 업무 강도는 높은 편이란다. 하지만 입사 전부터 자신이 원했던 일이었기에, 일에 대한 만족도는 최고다. 지난 9월 16일부터 18일까지 사흘간 열린 ‘중국 정저우 뷰티 박람회’에 참가하고 돌아온 그는 말했다.
“중국시장은 변화 속도가 정말 빨라졌어요. 온라인에서 제품을 구매하면 가장 가까운 매장에서 제품을 받는 온라인-오프라인 결합 형태의 유통이 선보이고 있고, 아마존처럼 무인시스템의 오프라인 매장도 등장했습니다.”
경력은 짧아도 유통에 관한 그의 식견과 시선은 프로를 향하고 있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유통 전문가가 꿈
곽 매니저의 중국 이름은 궈룽지(郭龍吉)다. 증조부가 이북 땅에서 살다가 이주하여 뿌리를 내린 산둥성이 그의 고향이며, 대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성장기 내내 학교나 가정 모두 중국어와 한국어를 같이 사용하는 문화 속에서 살아온 교포 4세다. 대학 시절에 한국 여행을 했던 그는 질서정연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한국 문화에 감명을 받았고, 그때부터 한국에서 일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2012년도였어요.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바로 한국으로 왔어요. 경영학을 전공했고, 유통에 대한 관심이 많았습니다. 마침 그 무렵, 한국 화장품들이 중국시장에서 꽃피기 시작했어요. 꼭 화장품 유통을 배우려고 했던 것은 아니지만, 유통의 흐름과 전반적인 구조를 직접 배우기에는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중국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구사하는 만큼 독립적으로 유통 비즈니스를 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다만 보따리상 위주의 시장으로 상품이 팔리고 나면, 자신이 발굴한 제품이 어디서 어떻게 판매되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자신이 꿈꾸는 유통의 정석과는 다르다는 것을 실감했다. 적어도 유통 전문가라면 자신이 직접 발굴한 우수한 제품만큼은 그 브랜드의 가치를 높여주고, 또 오래가는 브랜드로 만들어야 한다는 유통 철학을 갖게 됐다. 그런 상황에서 비투링크를 만나게 된 것이다.
한국에 온 것에 대해 곽 매니저는 후회하지 않는다. 자신이 간절히 바랐던 유통분야에서 실전 경험을 쌓으며 전문가로 거듭날 수 있는 직장에서 체계적으로 유통 실무를 배우게 된 것은 분명한 행운이다. 무엇보다 그에게는 울타리가 생겼다.
“아내도 교포 3세로, 헤이룽성 출신입니다. 나름 명문대 출신으로 중국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은 인재였지만, 저와 마찬가지로 아내도 한국의 질서와 문화에 공감했기 때문에 함께왔어요. 2014년에 결혼했고, 작년에 딸도 태어났어요. 딸이 태어난 지 10개월 됐죠. 정말 많은 것을 우리에게 안겨준 고마운 선조의 땅입니다.”
세상살이의 행운과 행복이 노력 없이, 생각 없이 그냥 얻어지지는 않는다. 그는 노력도 기울이고 신념도 강한 젊은이다. 5년 전에 한국에 왔을 때, 그는 6개월간 한국에 대해 공부했다. 한국의 역사와 지리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었기에 사설학원을 찾아갔다. 거기서 그때까지 모르고 있던 한국 역사와 문화에 대해 깊이 있게 배우게 되었고, 억양이나 발음 면에서 부족했던 한국어 실력도 다지는 계기가 됐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때의 공부가 지금의 직장생활에도 여러모로 큰 도움이 되고 있단다.

변화의 흐름에 앞서가는 유통업계 대부를 목표로
요즘 중국에 진출한 회사들 중엔 ‘사드(THAAD :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이슈로 인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곳이 적지 않다. 비투링크는 그 반대다.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배 이상 증가했다. 중국시장에서 유통채널이 늘어나고 매출도 증가했지만, 전체 매출 중에서 중국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낮아졌다. 대신 미국시장 매출은 늘어나는 추세다. 안정적인 성장의 발판을 갖춰가는 모양새다. 회사의 성장세를 바라보는 곽 매니저의 느낌은 어떨까?
“입사 당시 직원 수가 40명 정도였어요. 지금은 80명이 넘습니다. 상하이, 톈진에 2개의 중국법인이 있습니다. 매출도 쑥쑥 늘어나면서 회사가 크고 있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회사가 이렇게 되기까지 노력을 기울이고 성과를 낸 주역은 역시 전 구성원들이죠. 스타트업의 직원들은 각자 맡겨진 일에 대한 책임감이 강해야만 합니다. ‘일당백’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만큼 프로여야 하고, 멀티플레이어가 돼야 합니다. 그래서 저도 열심히 일합니다. 늘 바쁘게 일하지만, 회사가 성장하니까 즐겁고 힘이 나죠.”
곽 매니저는 비투링크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다양하고 지속적인 유통채널’을 꼽았다. 웨이샹 같은 점조직, 미디어 커머스 채널, 역직구 채널, 오프라인 채널을 모두 파트너로 보유하고 있어 브랜드에 따라 맞춤형 유통 전략을 짤 수 있다. 창업 이후 지난해까지는 ‘중국’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올해부터는 동남아, 미주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글로벌 시장으로 활동무대를 넓히고 있다.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자신의 인생관이라고 말하는 곽 매니저. 그는 회사에 몸담고 있는 한 자신의 가장 큰 목표를 “품질은 좋지만 이름은 없는, 국내 중소기업 브랜드를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 인지도만큼이나 유명한 글로벌 브랜드로 탄생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더 나아가서는 화장품만이 아니라 다양한 소비재 브랜드들을 글로벌 유통시장에서 성공시키는 유통업계 대부가 되는 거란다. 그래서인지 그가 진지하게 쏟아놓는 메시지가 남다르다.
“세상은 정말 빨리 변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그런 흐름을 빨리 받아들이면서 발전했다고 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오히려 중국이 변화 속도에서 한국을 앞지르는 것 같아요. 그것은 기업이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기득권에 연연한 정책적인 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유통업계 종사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는 글로벌 시장의 변화에 한국의 움직임이 좀 더 빨라졌으면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조기축구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축구경기만큼은 빼놓지 않고 시청한다는 그는 한국 대표팀이 9회 연속 월드컵에 진출하게 돼서 정말 다행이고 기분이 좋다고 한다. 또 자신은 젊은 세대이고 유통 전문가로 뛰는 만큼, 그간 국내에서 비춰진 중국교포(조선족)의 이미지를 앞으로는 밝고 능력 있는 멋진 모습으로 바꾸는 데 한몫하고 싶단다. 우리의 현실을 살짝 꼬집으면서도 발전을 위한 응원을 아끼지 않고, 또 국내에서 활동하는 중국 교포들의 이미지까지 챙기려는 그에게서 왠지 ‘피는 못 속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가 교포 4세라서일까?

박창수 전문기자 사진 김성헌 객원사진기자

[2017-09-29]조회수 : 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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