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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 한바퀴
이즈음에 가죽지갑 하나쯤 갖고 싶어!
가죽공예

폭신한 털이나 가죽이 좋아지는 계절이다. 굳이 천연가죽이 아니라도 좋다. 요즘 인조가죽은 천연가죽 못지않은 촉감과 성능을 얻을 수도 있어 동물복지 차원에서 선호되고 있다. 비싼 가죽옷은 애초부터 생각지도 않았다. 그래도 내 지갑 하나쯤은 좋은 가죽 제품을 갖고 싶은 마음까지 감출 필요는 없지 않을까? 장인이 한 땀, 한 땀 정성을 들인 럭셔리 브랜드는 아닐지라도, 내 손으로 만든 지갑이라면 한번 욕심을 내볼 만하다. 따끈한 차 한 잔과 보드라운 가죽이 기다리고 있다는 가죽공방으로 워라밸 나들이를 떠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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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워라밸 레시피
종목 가죽공예(카드지갑 만들기)
날짜 2019년 11월 9일(토요일)
시간 오후 3:00~5:00
장소 스튜디오 밸(서울 서초구 동산로 8길 50 1층)
참가자 기자 포함 7명

Are you ready?
내 손으로 지갑 만들고 싶다면 가죽공예
지갑이 현대인들에게 필요할까? 휴대폰과 카드가 필수품이 된 시대, 지갑의 위상도 참 많이 쪼그라든 것 같다. 이런 현실을 인식하게 된 건 불과 몇 달 전이다. 밥값을 내겠다며 지갑을 꺼내 든 기자를 보며, 한 친구로부터 “어머, 그 지갑으로 돈 내는 네게 밥을 얻어먹기엔 좀 그런데…”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다. 그 순간 10년째 동거동락한 기자의 붉은색 장지갑이 눈에 들어왔다. 어느새 붉은색인지 검은색인지조차 알 수 없게 손때가 묻었다. 지갑에게 진정으로 미안하단 생각까지 들었다. 두둑이 넣어준다는 현금 대신 각종 할인카드와 쿠폰, 명함까지. 멋지게 신용카드로 채워야 할 공간에 어울리지 않는 내용물을 우겨 넣었다. 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언제 어디서 받았는지 알 수 없는 영수증이 현금 칸을 대체했다. 그야말로 지갑을 지갑답게 명예롭게 지켜주지 못했다. 그럼에도 기자와 붉은 장지갑의 인연은 역대급(?)이다. 붉은색 지갑은 돈을 많이 벌게 해준다는 점원의 말에 난생 처음 장지갑을 구매했는데, 돈을 많이 벌지는 못했지만 가장 오래 지갑을 바꾸진 않았다. 게다가 장지갑치고는 날렵해서 손이 작은 기자에겐 안성맞춤이었다. 무엇보다 지갑의 튀는 외모가 이런저런 사고를 막아줬다. 누가 봐도 화려한 붉은색과 큰 사이즈 덕분에 집에 지갑을 두고 나간 적은 있어도 밖에 두고 오는 일은 없었다. 그렇게 함께 쌓은 추억 때문일까? 지갑의 장렬한 전사보다 용도 변경을 고려해보자 싶었다. 그리고 우선 카드 지갑 하나쯤 내 손으로 만들어보자 싶었다.

Do you wanna learn?
베지터블과 크롬 가죽의 장단점

확대보기색 고르기 가죽과 어울리는 색을 고르는 것도 예쁜 가죽소품을 만드는 하나의 포인트다. 바람의 결이 달라지는 초겨울에 들어서니 포근한 가죽이 그리워졌다. 그러자 내 손으로 카드지갑을 만드는 건 꽤 괜찮은 주말 보내기 방법이 될 것 같았다. 기자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은 가죽공예 원데이클래스 ‘스튜디오 밸’ 공방을 찾아간 뒤였다. 11월의 늦은 토요일 오후. 기자처럼 카드지갑을 만들기 위해 찾아온 애인 커플, 친구끼리 핸드폰 주머니를 만들기 위해 찾아온 여성 커플, 취미활동을 종종 함께 한다는 남매까지 하나같이 직장인들이었다.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고 보니, 테이블 위에는 미리 준비된 가죽과 이날 필요한 도구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그렇게 미리 전화로 색과 모양을 선택해둔 가죽원단을 보자 한 가지 궁금증이 일었다. 가죽이라면 천연, 인조밖에 모르는 기자 입장에서 “가죽공예에 적당한 가죽이 있을까?”란 의문이 일었다. 이날 수업을 맡아준 권윤경 강사의 설명을 참고해 답을 정리하면 이렇다. 우선, 가죽은 천연가죽과 인조가죽으로 구분된다. 천연가죽은 소, 말, 돼지, 양, 캥거루, 악어, 뱀 따위의 가죽이 널리 이용된다. 그러나 같은 천연가죽일지라도 가공법이나 생활소품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다. 원시시대부터 인간은 가죽을 이용해왔지만 옷이나 소품 외에 천막, 그릇, 무기를 만드는 데도 가죽은 두루 사용됐다. 문제는 가죽을 그대로 두면 곧 썩어버리고, 말리면 부서지기 쉽다는 점이다. 이런 불편을 없애기 위해 가죽가공법이 생겨났고, 처음엔 식물에서 나오는 즙을 이용한 가죽가공이 날로 발전해 오늘날 가죽가공은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나뉜다. 타닌(Tannin)이란 식물성분으로 처리하는 베지터블(Vegitable) 계열의 가죽과 화학성분으로 처리하는 크롬(Chrome) 계열의 가죽이다. 이 중 베지터블 가죽은 크롬보다 염색이 오래 걸리고 스크래치나 물, 습기 등에 약하다. 하지만 가죽 본연의 모습이 잘 드러나고 색상이 자연스럽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가죽의 색으로 에이징(aging)되면서 더 멋스러워진다고. 그럼에도 베지터블 가죽은 견고성이 좋지 않아 공산품을 생산하는 대량생산 기업에서는 크롬 가죽이 선호된다. 크롬 가죽은 내구성이 좋으며 색상이 일정하고, 동일한 품질을 맞추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또 다양하게 안료를 입히거나 표면을 처리할 수 있어 색 선택의 폭이 넓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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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과 도구, 첫 입문자도 알고 구매하자
결론은, 이날 기자가 만들 카드지갑의 원단은 베지터블 가죽이 준비되었다는 이야기다. 색깔은 기존 장지갑처럼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 이번에도 화려한 레드를 선택했다. 준비된 원단을 만져보니 감촉이 포근하고 부드러웠다.
그렇다면 이런 가죽이 좋은 가죽일까? 가죽원단이 궁금해서 검색해본 ‘좋은 가죽’의 기준은 실제로 이렇다. 표면은 부드럽고, 상처가 적으며, 촉촉하고, 모공은 작고 밀도가 높으면서 가벼워야 한다. 또 탄력이 높으면서 구부려서 펴는 복원성이 좋아야 한다. 베지터블 가죽은 이탈리아산의 다코타, 뷰레로, 영국의 브라이들이 유명하고, 크롬 가죽은 오데사, 와프로룩스, 패링거슈렁큰, 노블레사 등이 유명하다.
그렇다면 가죽공예를 위해 필요한 도구는 무엇일까? 우선 도안을 위해 A2 사이즈의 두꺼운 모눈종이, 쇠자, 재단판(PVC 재질)이 필요하다. 다음은 구두칼, 커터칼, 라운드커터(조각칼 가능) 같은 칼과 망치(우레탄), 실과 바늘, 마감재, 접착제도 필요하다. 사포, 비즈왁스, 슬리커, 송곳, 엣지비벨러도 입문자들에게 필요한 도구다. 온라인사이트에서 이 같은 도구를 구할 수 있으니 참고하면 된다. 가죽원단은 신설동 가죽골목, 성수동 수제화거리, 남대문시장에서 고를 수 있으므로 이 역시 알아두면 좋다.
자, 이제 만들어보자. 짧은 시간에 진행하는 원데이클래스인 만큼, 이날 수업은 재단과 커팅이 이미 끝난 상태에서 시작했다. 재료는 카드가 들어갈 직사각형 모양의 패턴과 고정시켜줄 고무줄, 작은 스냅핑 가죽이 준비됐다. 재료가 단순한 만큼 만드는 과정도 비교적 단순했다. 다만, 이날의 최대 난코스는 손바느질. 처음 배워본 새들 스티치(Saddle stitch)가 만만치 않았다. 권 강사의 설명을 열심히 새겨들었다. 새들 스티치는 유럽 전통의 가죽공예 손바느질 기법으로, 견고함과 안정성을 위해 마구용품의 가죽 안장(Saddle) 등에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바느질법 이름도 새들 스티치가 되었다고. 이 바느질법은 두 개의 바늘을 사용하는 게 특징으로, 한 구멍 사이로 바늘 두 개를 교차시켜 스티치를 해야 하기 때문에 말 그대로 한 땀 한 땀 장인(?)의 정성이 들어간다. 때문에 럭셔리 브랜드에서도 견고함이 들어가야 하는 작업에 한정적으로 이 새들 스티치를 사용하고 있다고. 실제로 미싱 바느질로는 새들 스티치와 같은 사선 모양이 만들어질 수 없어 새들 스티치는 견고한 손바느질을 상징하기도 한다.
떨리는 손을 다잡고 그렇게 한 땀씩 새들 스티치를 진행했다. 그랬더니 어쩐 일인지 손재주엔 젬병인 기자에게 칭찬이 돌아왔다. 물론 강사님의 격려겠지만, 어째든 칭찬을 받으니 기자도 춤추게(?), 아니 조신하게 바느질하게 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정작 완성된 지갑의 앞면, 뒷면을 보니 새들 스티치 모양이 일정하지는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새들 스티치는 가죽을 뚫는 도구인 그리프의 모양, 실의 두께, 가죽 두께, 무엇보다 실력에 따라 모양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새들 스티치는 매듭이 밖으로 드러나지도 않고, 앞면과 뒷면 모두 사선으로 나서 예쁘다. 특히 바느질 모양이 튼튼하게 잘 나와 가죽공예에 안성맞춤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확대보기스튜디오 밸 원데이 클래스 수강생들주말 오후에 가죽소품을 만들기 위해 ‘스튜디오 밸’ 원데이 클래스에 모인 수강생들

Let's enjoy!
새들 스티치 익히기가 가죽공예의 핵심
얼핏 보면 새들 스티치와 미싱 스티치의 차이를 모르고 넘길 수 있지만, 기자가 직접 배워보니 두 바느질에는 확실한 차이가 있다. 드라마에 나와 명언이 된 ‘장인의 한 땀 한 땀 정성이 들어간 명품’은 실제로 새들 스티치를 뜻한다고 해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싱 스티치는 땀수가 일정하게 나와 정교하고 빠른데, 바느질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와 달리 새들 스티치는 수고가 많이 들어가지만 바느질을 끝내고 보면 견고하고 튼튼하기까지 하다. 이날 카드지갑을 만들기 위해 기자가 한 새들 스티치는 총 16땀. 약 3~4㎝에 불과해 몇 분이면 끝날 것 같지만, 이 과정에 30분 이상 소요될 만큼 제법 까다로운 작업이었다. 양손을 모두 사용해 두 개의 바늘로 앞면은 사선으로, 뒷면은 일자로 실이 지나가게 바느질하고 당기는 작업을 반복하는 작업이 쉽지만은 않았다는 얘기다.
카드지갑 만들기는 이처럼 새들 스티치가 핵심인데, 권 강사는 다른 가죽공예에서도 마찬가지란다. 그렇게 가장 어려운 단계인 새들 스티치를 마치고 나자, 나머지는 아주 쉬웠다. 고무줄을 꿰고 기자의 이니셜을 각인해 완성했다. 그렇게 1시간 남짓 만에 완성된 카드지갑을 쥐니, 어쨌든 기자의 한 땀 한 땀에 정성이 들어갔다는 점만으로도 뿌듯했다. 또 바느질을 하는 동안 오직 바느질에만 집중하면서 묘하게 마음이 잠잠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권 강사도 가죽공예의 장점이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권 강사가 귀띔한 가죽공예의 매력은 이렇다. 첫 번째, 누구나 취미생활은 있어야 하는데 가죽공예는 아름다움까지 추구할 수 있어 좋다. 두 번째, 가죽공예는 정신을 집중해 바느질 작업에 몰두할 수 있게 해준다. 세 번째, 정성을 다해 만든 결과물을 누군가에게 선물할 수 있다. 모두 맞는 말이다. 기자가 한 가지 더 보태자면, 가죽공예는 손재주가 좋은 사람보다 성격이 꼼꼼한 사람에게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성격이 급하면 새들 스티치의 느림을 견디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의 인내력과 꼼꼼함을 시험하는 방법으로 가죽공예를 한 번쯤 고려해보는 것도 괜찮겠다. “나라는 사람이 ‘욱’ 하는 사람인지, ‘꾹’ 참는 사람인지 가죽공예로 테스트해보기! 꽤 흥미로운 감별법 아닐까?

 만드는 과정 
확대보기바느질 할 부분 본드 칠
1. 카드지갑 만들기는 본격적으로 바느질을 할 부분에 본드 칠을 하면서 시작된다.
확대보기망치로 살살 두드려 주머니 모양 잡기
2. 본드 칠을 한 후 망치로 살살 두드려서 주머니 모양을 잡는다.
확대보기바늘질할 땀에 맞춰 송곳으로 구멍 내주기
3. 바느질을 할 땀에 맞춰 송곳으로 새들 스티치 모양이 잘 나오도록 구멍을 내준다.
확대보기새들스티치
4. 새들 스티치는 두 개의 바늘을 사용하는 게 특징으로, 한 구멍 사이로 바늘 두 개를 교차시켜 진행한다.
확대보기매듭내기
5. 매듭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게 매듭을 낸다.
확대보기이니셜 새기기
6. 마지막으로 이니셜을 새기면 나만의 가죽지갑 만들기가 완성된다.

박은주 전문기자 사진 박명래 객원사진기자

조회수 : 9,578기사작성일 : 2019-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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