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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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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얼싸이언스

환경친화적 작물보호제와 비료, 유기농업자재를 개발해 제조 판매하는 한얼싸이언스는 지역을 대표하는 강소기업이다. 2003년 창업해 지난 2011년 본사를 태백으로 이전했다. 매년 매출과 고용 창출,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신제품 출시 등 상승 곡선을 그려온 이들의 성적표는 그야말로 표창감이다. 국내 시장점유율 상승과 더불어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확대보기심봉섭 대표

확대보기한반도의 약도에서 철암 고터실 산업단지 위치 변화와 성장을 위한 디딤돌
철암 고터실 산업단지 조성사업

사업비 294억 원을 투입해 태백시 철암동 고터실 일원에 21만5,000㎡ 규모의 산업단지를 2024년까지 조성할 예정이다. 단지 조성이 완료되면 인근의 철암농공단지, 동점산업단지와의 연계를 통한 산업단지 집적화를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투자기업에 대한 특별지원 및 중소기업 육성자금 등 풍부한 지원 혜택이 이뤄져 기업 유치에 견인차 역할을 할 전망이다.

태백은 가슴이 뻥 뚫리는 기회의 땅

한때 강아지도 1만 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녔다는 태백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탄광도시였다. 석탄산업이 최고 전성기를 누렸던 1980년대 중반에는 탄광에서 일하는 근로자 수만 2만여 명에 육박했고, 전체 인구는 12만 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 시행과 더불어 탄광이 하나둘 문을 닫으면서 매년 인구가 감소해 현재는 4만5,0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려면 신성장산업 육성과 기업 유치가 무엇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강원랜드, 한국광해관리공단과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이 협업해 2019년부터 실시 중인 ‘넥스트 유니콘 프로젝트’는 그런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유망 청년창업기업이 태백을 비롯한 강원도 폐광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기업당 최대 10억 원의 지원금과 함께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태백에서 기업 하기 좋은 점을 꼽자면 먼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민관이 협력해 물심양면으로 도와준다는 겁니다. 폐광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현재 여러 지원책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투자설비, 부지매입, 물류보조금, 각종 인증지원 등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지역 자원이 많은 만큼 앞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합니다. 이전할 도시를 찾고 있다면 꼭 둘러보시길 추천합니다. 고원의 도시답게 갑갑했던 가슴을 뻥 뚫어줄 겁니다.”
2011년 태백으로 본사를 옮기고 생산기지를 구축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한얼싸이언스 심봉섭 대표는 타 지역 이전이 당장은 큰 부담이 될지 몰라도 멀리 내다보면 결국 현명한 투자이자 강력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이들이 지난 10년 동안 보여준 성장세는 놀랍다. 3명으로 단출하게 시작한 회사는 어느새 150여 명이 근무하며, 연매출 500억 원을 바라보고 있다. 동종 업계 최고 수준의 R&D 투자로 등록완료 품목은 총 209건, 개발 중인 친환경 작물활성제(Bio-Stimulants)가 21개에 이른다. 제4공장 증축과 지난해 ‘K-예비유니콘 후보기업’으로 선정된 것까지 포함하면 실적은 더 화려하다. 최근에는 모로코와 파키스탄, 대만과 중국, 스리랑카와 필리핀, 베트남 등지로 수출이 이어지고 있다.

확대보기스마트공장 도입최근 4공장을 증설하고 스마트공장을 도입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확대보기상품 포장 공정원료 투입부터 상품 포장까지 전 공정에 걸쳐 자동생산이 가능한 생산 기반을 구축, 시장을 선도해나가고 있다.

죽음의 계곡을 건너 천사를 만나다

고려대학교에서 원예학을 전공하고 작물보호제 생산 기업에서 14년간 직장생활을 한 심 대표는 2003년 창업을 결심했다. 당시만 해도 제품이나 기술력은 일본이나 유럽의 해외 기업이 주도했고, 국내 시장은 몇몇 메이저 기업에 의해 좌우됐다. 이런 현실을 안타깝게 여긴 심 대표는 동료 2명을 설득해 서울 외곽에 작은 사무실을 꾸렸다. 이들은 좀 더 안전하면서 저렴한 제품을 개발해 농가에 도움을 주는 토종 기업을 만들겠다고 마음먹었다.
“농업에는 원시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인류의 과학기술이 총망라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작물보호제는 여느 제조업과 달리 관련 분야가 넓고도 깊어요. 화학, 물리, 생물, 수학 같은 기초과학뿐만 아니라 나노, 바이오, 신소재 등 다양한 첨단기술이 융합됩니다. 사람과 식품, 자연에 모두 안전해야 하기에 업종 특성상 허가와 등록 등이 꽤 까다롭지요. 무엇보다 설비투자가 많이 들기 때문에 사업 초기에는 판권을 획득해 다른 공장에 가공을 맡겼습니다.”
판매에 주력하며 회사를 차츰 키워나간 덕에 2007년에는 경기도 성남의 아파트형 공장에 입주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예측하지 못한 난관에 봉착했다. 달러 강세로 인해 해외에서 들여오는 원료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OEM을 맡긴 공장마다 생산비용을 먼저 주지 않으면 제품을 만들어주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게다가 협력사 직원이 시험성적서를 제대로 만들지 않고 위조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개발한 신제품 10여 개가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말로만 듣던 데스밸리가 찾아왔다. 긴급자금을 융통해 어렵사리 위기를 극복하면서 심 대표는 가장 먼저 기업연구소와 자체 공장을 하루라도 빨리 갖춰야겠다고 다짐했다. 화학단지에 입주하면 가장 좋으나 여러모로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업종 특성상 입지조건이 까다로워 마땅한 부지를 쉽사리 찾을 수 없었다. 2년 넘게 전국 사방팔방으로 알아보던 차에 태백의 철암농공단지 분양 소식을 접했다. 마침 탄광산업의 쇠락에서 벗어나고자 기업 유치에 한창이던 때라 한얼싸이언스에게 입주 기회가 주어졌다.

확대보기심봉섭 대표2011년 태백으로 본사를 옮기고 생산기지를 구축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한얼싸이언스 심봉섭 대표

실무형 오너의 남다른 감각

“본사를 태백으로 이전하고, 제1공장을 신축하면서 그전과는 다른 목표가 생겼습니다. 2011년을 제2의 창업 원년으로 삼았습니다. 성남의 기술연구소에서는 우리 농가 환경에 꼭 필요한 신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밤낮으로 연구에 매달리고, 이를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태백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렸지요. 마케팅에서는 제품을 알리기 위해 많은 아이디어를 쏟아부었고, 전국 지점과 지사가 합심해 영업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멋진 구성원들이 최고의 경쟁력이자 자산이라고 말하는 심 대표. 실무형 오너인 그는 성남과 태백을 부지런히 오가며 역량을 집중시켰다. 그렇게 한얼싸이언스를 대표하는 히트작이 속속 탄생했다. 진딧물, 총채벌레, 멸구, 나방 등의 살충효과를 지닌 ‘아나콘다’는 단일 제품으로는 최고의 매출을 올리는 효자상품으로 손꼽힌다. 제주도 감귤재배 농가에서 많이 사용되는데, 해마다 20만 개가 판매될 정도. ‘아나콘다는 독이 없다’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어 쉽게 각인될 수 있게 한 것이 주효했다. 제품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자 동종 업계에서는 뱀 이름을 딴 유사상품을 앞다퉈 내놓는 웃지 못할 일까지 벌어졌다.
우리가 흔히 ‘농약’이라고 총칭하는 작물보호제는 용도에 따라 포장지와 병뚜껑에 사용할 수 있는 색상이 법으로 지정돼 있다. 고령자나 문맹자들도 손쉽게 정보를 취득할 수 있도록 살충제는 녹색, 살균제는 분홍색, 제초제는 노란색, 영양제는 흰색을 사용해야 한다. 오남용을 막고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한 나름의 방편인 것. 그렇기에 심 대표는 네이밍에 더욱 신경을 쓴다. ‘사람은 이름대로 살아간다’는 말이 있듯 제품도 마찬가지라 여기기 때문이다. 어렵고 낯선 화학용어 대신 한번 들으면 잊지 못할 제품명을 짓기 위해 그는 언제나 고심한다.
국내 최초로 고추탄저병 예방을 위해 입제 처리한 ‘멸균탄’은 그 이름처럼 높은 효과를 발휘하는 토양살균제이며, ‘캐치온’은 나방부터 진딧물까지 한번에 캐치하는 살충제이고, ‘푸리온’은 장마 전·후에 발생하는 각종 병해를 동시에 방제하는 살균제로 이름이 높다. 과수화상병 방제에 탁월한 ‘옥싸이클린’은 단일 매출 30억 원을 달성하며 업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확대보기물류 창고 내부 전경

확대보기궤도운반 시스템업계 최초로 궤도운반 시스템을 도입했다. 모노레일 원리를 이용해 계절과 상관없이 안전하게 제품 수송이 이뤄진다.

우리가 가장 빛나는 순간

한얼싸이언스는 수입의 7%를 연구·개발에 재투자한다는 원칙을 고수하며 과감한 설비투자와 R&D를 지속적으로 단행해왔다. 동종 업계 평균이 3%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얼마나 높은 수치인지 가늠해볼 수 있다. 2014년부터 매년 5종 이상의 신제품을 꾸준히 개발하는 한편 액상수화제, 입상수화제, 수화제 등 사용자가 쓰기 편리한 제형으로 다양하게 가공해 제품을 출시했다. 2016년에는 국내 최고 수준의 액상수화제 설비를 증축했고, 농약허용물질 목록관리제도(PLS)가 전면 시행되기 전인 2019년에 이미 잔류 GLP 시험기관 인증을 받았다. GLP는 개발에 필수인 안전성 평가과정에서 실시하는 각종 독성시험의 신뢰성을 보증하기 위한 것으로 연구인력, 실험시설 장비, 시험방법 등 관련 사항을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규정이다. 한얼싸이언스는 현재 성남에 잔류 GLP센터를 운영 중이며, 안성에 위치한 생물연구소를 통해 개발·생산 중인 모든 제품의 약효 및 약해, 역학조사까지 진행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지난해 태백연구동을 신축해 제제연구소까지 갖췄다.
통 큰 투자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기존에 건립한 기숙사를 1인 1실 호텔식으로 바꾸기 위해 전체 리모델링이 한창이다. 문화공간이 부족한 지역 특성을 고려해 각종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있으며, 임직원 자녀의 학자금을 대학교까지 지원하는 등 기업 성장과 더불어 직원 복지도 살뜰히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말보다 행동으로 실천하며 긍정의 리더십으로 조직을 이끌어온 심 대표. 그는 내년 IPO(기업공개)를 목표로 외형과 내실을 건실하게 다져나갈 계획이다.
“세계 50억 인류에게 안전하고 풍성한 ‘먹거리, 볼거리, 놀거리, 쉴거리’, 즉 네거리의 행복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시장 니즈가 고품질·친환경으로 가고 있는 만큼 얼마 전에 증설한 제4공장은 업계 최초로 스마트공장을 도입했습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수출 확대에 힘쓰고 있는데, 선제적 투자 덕분에 파트너사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자연과 환경, 농업을 아우르는 친환경 기업으로 성장하며 지역과 상생하겠습니다.”

확대보기연구개발 직원지속적인 R&D와 시설 투자를 통해 세계 시장이 요구하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

이계선 | 사진 박명래

조회수 : 413기사작성일 : 2021-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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