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19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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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끼 식사의 반란
㈜이그니스

“밥 대신 먹는 알약이 나온다면?”이라는 질문, 한 번쯤은 다 받아봤을 것이다. 대단히 환영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먹는 즐거움을 포기할 수 없어 정색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굳이 따지자면 먹는 즐거움을 택하는 쪽이지만 밥 먹을 시간조차 없을 정도로 바쁠 때나 단기 체중감량을 해야 할 때 등, 특정 목적을 위해서라면 주저 없이 알약을 택할 것이다. 알약까지는 아니지만 밥을 대신할 수 있는 식사대용 간편식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그니스는 간편식 시장의 성장세를 직감하고 과감히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그니스 직원들

마시는 식사의 가능성에 배팅하다
랩노쉬 푸드 바 올해 새롭게 론칭한 ㈜이그니스의 랩노쉬 푸드 바. 콤팩트한 바 하나면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 ㈜이그니스의 아이디어맨 박찬호 대표는 학생 시절부터 창업에 관심이 많았다. 괜찮은 아이템이다 싶으면 바로 실천에 옮겼다. 하지만 번번이 실패의 쓴맛을 보곤 했다. 이유가 뭘까 고민하던 중, ‘사회 경험이 부족해서 그런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 대표는 그 길로 취업전선에 뛰어들었고, 굴지의 무역회사인 포스코인터네셔널 신사업개발팀에 입사했다. 그곳에서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상품개발 제안서를 올렸다.
그러던 중, 미국의 소이렌트(Soylent)라는 미래형 대체식품을 알게 됐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현대사회의 소비 트렌드에 부합하는 ‘완전 영양식’을 표방하는 소이렌트에 완전히 꽂혔다. 아이디어를 구체화해서 즉시 회사에 제안을 했지만 그의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박 대표는 다니던 회사를 과감하게 그만두고 2014년 10월에 이그니스를 창업했다.
뜻을 함께한 윤세영 이사와 둘이 합쳐 8,000만 원의 자본금을 가지고 간편식 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일단 국내외 대체식품과 간편식을 공수해 어떤 성분이 들어가는지 살피고, 원료를 입수해 제품개발에 착수했다. 식품영양 분야에는 문외한이었기 때문에 그저 성실함을 무기로 끊임없이 개발과 시험을 반복해 창업 1년 만에 물만 부어 마시면 한 끼 식사가 해결되는 ‘랩노쉬(Labnosh)’란 제품을 개발해냈다. 당시 론칭한 제품은 랩노쉬 분말 제품 3종이었다.
창업 초기 자본금은 진작에 탕진했다. 제품은 개발했지만 디자인이나 마케팅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차에, 다행히 2015년 농식품모태펀드로 시드머니 6억 원을 투자받아 자금난을 해소할 수 있었다. 또 제품개발을 완료한 시기에 국내 최대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와디즈에서 1,000만 원을 목표액으로 펀딩을 시작해 약 29시간 만에 목표액을 달성했고, 한 달 만에 1억3,000만 원을 투자받았다. 당시 펀딩에 참여한 인원은 총 1,830명이었다. 제품을 받아본 체험자들이 와디즈 홈페이지와 SNS에 긍정적인 리뷰를 올렸고, 이들 중에서 약 20% 정도는 3주 사이에 재구매해 마케팅 효과도 톡톡히 봤다.
투자도 받고 SNS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매출도 크게 늘었다. 2015년 8,200만 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은 2016년 15억5,400만 원으로 급등했다. 매출이 1년 사이에 20배 가까이 급등한 데에는 2016년부터 H&B(Health&Beauty) 스토어 등 오프라인 매장에 입점하기 시작한 것이 한몫했다. 2017년부터 해외영업부를 만들어 해외 수출을 시작했고, 올해는 해외 마케팅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현재 중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5개국에 수출이 진행되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에 맞는 품질 개선으로 랩노쉬를 아시아 최고의 기능성 식품으로 만드는 것이 올해 목표다.

성장 비결 1_ 불굴의 무대뽀(?) 정신으로 탄생한 ‘랩노쉬’
박 대표는 경제학과 출신으로, 명색이 미래형 대체식품을 개발하겠다고 나섰으니 벼락치기로라도 식품에 대한 공부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식품화학과 유기화학, 식품영양학 등 관련 논문을 찾아보기도 했지만, 역시 벼락치기는 무리가 있었다. 몸으로 우선 부딪치는 수밖에 없었다. 일단 미국 기업의 제품을 아마존에서 구입해 성분을 분석한 박 대표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유사 성분과 비타민, 단백질, 철분, 아연, 식이섬유 등 몸에 필요한 영양소들을 가루로 만들어 먹어보기 시작했다. 영양적인 면에서나 포만감 면에서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는 제품이 나올 때까지 먹고 또 먹고, 탈도 날 만큼 나봤다. 그렇게 3개월여 만에 이론상으로 판매 가능한 제품을 완성했다.
“시제품 개발 후에, 윤 이사와 함께 한 달 동안 삼시세끼 우리가 만든 제품을 먹으면서 테스트를 해봤어요. 그러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영양검사를 해봤죠. 영양 면에서는 결핍이 없더라고요. 오히려 살이 빠지고 건강해졌어요.”
박 대표는 한 달 동안 불굴의 무대뽀 정신으로 테스트한 결과, 기능성 간편식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하루 세끼를 모두 기능성 식품만 먹다 보면 정신적으로 피폐해질 수 있으니 하루에 한두 끼 정도만 기능성 대체식품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일단 기능적으로 완전한 식품을 개발했지만, 판매는 또 다른 문제였다. 마침 식품의약품안전처 출신 직원이 합류하면서 인증은 물론 맛과 식감까지 업그레이드해 창업 1년 만에 미래형 식사 ‘랩노쉬’ 3종을 론칭하는 데 성공했다.

식사, 다이어트 간식 제품과 분말형 식사 제품1_ 한 끼 식사 제품과 다이어트 간식류 제품들
2_ 분말형 랩노쉬 제품과 올해 4월에 출시한 액상형 마시는 식사

성장 비결 2_ 오프라인 입점으로 시너지 UP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고 했던가. 랩노쉬를 성공적으로 론칭하고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제품이 판매되면서 온라인과 SNS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던 어느 날이었다. 국내 H&B 스토어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올리브영의 마케팅 매니저로부터 연락이 왔다.
“다이어트에 관심을 갖는 20~30대 젊은 여성에게 딱 맞는 제품으로 랩노쉬를 올리브영 매장에 입점시키고 싶다”는 것이었다. 올리브영은 가성비와 새로움을 겸비한 우수 중소기업의 제품을 발굴해 육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었으며, 마침 다이어트식과 간편식 제품을 찾고 있던 터라 랩노쉬가 그 레이더 망에 딱 걸린 것. 이그니스로서는 주저할 필요가 없었다. 판로 개척이 쉬운 일도 아닌데 이것이야말로 굴러들어온 떡이었다. 그렇게 2016년 11월부터 올리브영 전국 382여 개 매장에 순차적으로 랩노쉬 제품을 입점시켰다.
“올리브영에 입점한 이후 매출이 급격히 늘어난 효과도 있지만, 담당 매니저가 시음행사와 소비자선호도 조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주면서 자연스럽게 상품 개발로 이어졌습니다.”
올리브영에 입점한 이후 이그너스는 오프라인 매장을 더욱 확대해, 현재는 CU와 GS25 등 전국 편의점에도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또한 H&B 스토어 시장 진출 이후, 중국 상하이 식품박람회에서 10개의 ‘혁신제품 결승 출전기업’으로 선정되어 결승에 진출, ‘혁신상품 시상식’에서 최종 3대 기업으로 은상을 수상하며 해외 진출 판로도 개척했다.

성장 비결 3_ 브랜드 자부심
박찬호 대표 기능성 식품 시장의 마켓 리더가 되는 것이 목표인 이그니스 박찬호 대표 랩노쉬는 한 병에 한 끼의 필수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뿐만 아니라 23종의 비타민과 미네랄이 함유되어 있어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미래형 식사대용식이다. 2015년 출시 당시에만 해도 국내 최초의 제품이었고, 지금은 유사 제품이 40여 종이나 된다. 하지만 박 대표는 그만큼 시장이 커졌다는 얘기여서 싫지는 않다고 한다. 사실상 식품업계에서는 특허가 거의 없어 비슷한 상황이 발생해도 기업 차원에서 방어하기가 쉽지는 않다. 때문에 유사 제품이 우후죽순 생겨도 막을 방법이 없다.
유사 제품까지야 어쩔 수가 없지만, 아예 패키지까지 그대로 모방한 제품이 출시된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2017년 랩노쉬와 병 모양뿐 아니라 라벨까지 거의 똑같은 제품이 출시되자, 소비자 제보가 속출했다. 해당 회사에 내용증명을 보내봤지만 이렇다 할 답변도 없었다.
박 대표는 “답답해하던 차에, 우리 이야기를 들은 한 기자가 관련 기사로 작성해 보도하면서 큰 이슈가 됐었다”면서 “당시 특허청에서는 부정경쟁방지법을 들어 모방 제품을 만든 회사에게 관련 제품의 생산, 판매 중지를 시정 권고했고, 해당 제품을 판매하던 대형마트에서 판매를 중지하며 일단락됐다”고 회상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그 일이 있은 후 랩노쉬는 오히려 브랜드 인지도가 더 높아졌다. 지금은 ‘푸드 바’와 ‘마시는 식사’ 제품이 추가됐고, 랩노쉬에 스포츠기능성 카테고리를 추가해 BSS 제품도 출시했다. 또한 다이어트 간식류 브랜드 ‘그로서리 서울(GROCERY SEOUL)’과 건강기능식 브랜드 ‘오늘의 건강’을 론칭했다. 분말제품 3종으로 시작한 제품 수가 어느덧 70여 종으로 늘어났다.
GDP가 4만 달러 이상인 나라들을 보면 기능성 대체식품 수요가 높아지는 추세다. 우리나라 역시 선진국 시장으로 접어들면서 20~30대 여성을 중심으로 미래형 대체식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 이그니스의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는 외형적 성장뿐 아니라 내실을 다져 기능성 식품 시장의 마켓 리더가 되는 것이 목표라는 이그니스. 이 회사가 만들어나갈 미래형 대체식품 시대가 궁금해진다.

최 기자의 Key Point
五戰六起
이그니스를 설립하기 전, 박찬호 대표는 다섯 번의 창업과 실패를 거듭한 경험이 있다. 창업 아이템이 나빴던 건 아니지만, 돌이켜보면 전문지식과 경험 없이 경영을 너무 순진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고. 다섯 번의 실패 경험을 통해 여섯 번째 도전으로 만들어낸 브랜드가 ‘랩노쉬’다. 대기업에서 안정적인 회사 생활도 해봤지만, 다시 돌아가도 도전을 즐길 것이라는 박 대표는 어쩔 수 없는 CEO다.
냅노쉬 로고

최진희 전문기자 사진 손철희 객원사진기자

[2019-05-02]조회수 : 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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