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1910.22
2019년 한눈에 보는 중소기업 지원사업 안내도 월간 기업나라 퀴즈이벤트 - 퀴즈 풀고 커피 한 잔 받자!
일단 한번 날려보자
㈜만물공작소

㈜만물공작소(대표 정봉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성이의 스타트업이다. 드론 전문가 한 명 없이도 ‘무려’ 산업용 드론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그중에서도 국내에서는 거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유선드론(tethered drone)이 이들의 창업 아이템이다. ‘선으로부터의 자유’를 외치는 무선시대에 이들은 ‘충전으로부터의 자유’를 택했다. 산업용으로 쓰이는 드론의 한계점은 비행시간과 배터리 용량이다. 한 번 충전하면 30분도 채 날지 못하고, 다시 날리려면 한두 시간씩 충전해야 한다. 그 대안으로 만물공작소가 제안한 것이 올해 1월 시제품 개발을 완료한 유선전원공급장치다. 변변한 선행 모델도 없는 상황에서 유튜브 동영상과 인터넷 자료를 찾아 직접 몸으로 부딪히는 생고생을 거듭한 끝에 개발한 제품이다. 부품을 구입할 자금이 부족해 중간에 개발이 중단되기도 하고, 제작과정에서 다치기도 여러 차례. 위험천만한 감전사고의 순간도 넘겼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가 무작정 좋아서, 드론 날리는 게 폼나 보여서 창업한 것치고는 지나치게 본격적이다. 뭐든지 대충 뚝딱 만들어줄 것처럼 만물공작소라는 이름을 지어놓고 정작 안에서는 제대로 한판을 벌이고 있었다.

만물공작소 멤버들

그런데 진짜 한판은 이제부터라고 한다. 유선드론을 기반으로 드론 관제시스템까지 넘보고 있다. 그러니 앞으로의 고생길도 훤하다. 본인들 스스로도 ‘무모한 도전’ 이라고 할 만큼 매일매일이 실수투성이고, 순간순간이 새로운 위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겐 이 모든 일이 그저 신나고 즐거운 놀이처럼 보인다. 일에 대한 열정과 놀이의 능력을 하나로 만들기란 쉽지 않은데, 스스로를 ‘B급 도전자’라 칭하는 만물공작소의 멤버들에겐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처럼 보인다. 정작 본인들은 ‘제정신이 아니어서’ 그렇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업을 한다면 이들처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정봉현 대표, 박영원 CTO, 이병규 매니저정봉현 대표 / 박영원 CTO / 이병규 매니저

드론에 대한 새로운 접근

원래부터 드론에 관심이 많았나?
정봉현 대표 비행체가 내게 주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모습만 봐도 설렌다. 소설가 알랭 드 보통도 우울할 때면 히스로공항에 가서 비행기가 끊임없이 뜨고 내리는 것을 보며 마음을 달랜다고 하지 않았나. 좋아하는 분야에서 신나게 제품을 만들고, 그것을 사람들이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 좋을 것 같았다. 드론은 박영원 CTO가 취미로 하는 걸 지켜보면서 접하게 됐다. 일단, 드론 하면 뭔가 멋있지 않나?
박영원 CTO 정봉현 대표와는 동갑내기 친구다. 나는 삼성중공업에서 기술자로 일하고 있었고, 정 대표는 자영업을 운영하며 각자의 삶을 살고 있었다. 일에 지쳐 있을 때 라오스로 열흘간 함께 여행을 떠났다. 거기서 밤마다 우리의 꿈과 미래에 대해 얘기했다. 이왕 일을 할 거라면 재밌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고민했다. 결국 돌아오기 전날 밤에 함께 창업하기로 결정했고, 3개월 뒤인 2017년 12월에 모든 일을 정리하고 회사를 설립했다.

좋아하는 것과 그것을 사업으로 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얘기일 텐데.
정봉현 그래서 산업용 드론으로 방향을 잡았다. 시장조사를 해보니 레저나 촬영시장에는 독보적인 메이저 회사가 있었지만, 산업용 드론 분야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회사가 없었다. 수준이 거기서 거기더라. 경험이 적은 후발주자도 충분히 도전해볼 만하다고 판단했다.
박영원 그중에서도 우리는 드론 기업들이 잘 접근하지 않는 유선드론(tethered drone)에서 틈새를 봤다. 산업용 드론은 현재 산불 감시, 고속도로 감시, 교량이나 건축물 검사 등에 주로 사용된다. 이 작업을 수행하려면 드론이 오래 떠 있어야 하는데, 무선드론의 경우 길어야 30분밖에 비행을 하지 못한다. 배터리를 갈거나 충전을 해야 하는 번거로운 작업이 필요하다.
정봉현 드론이 24시간 떠 있게 하려면 유선전원공급장치가 필요하다. 프랑스의 한 스타트업이 현재 이 분야에선 독보적이다. 우리가 회사를 설립할 당시 그들이 제품을 내놨는데, 2년도 채 안 되어 40개국에 진출하더라.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우리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병규 매니저 삼성과 애플이 휴대폰을 만들 때 어떤 기업들은 보조배터리를 만들어 시장에서 성공한다. 드론도 마찬가지다. 드론 제작업체는 많지만 드론에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장치를 만드는 기업은 드물다. 제품 콘셉트가 명확해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고 봤다. 그래서 안정된 직장과 고액 연봉을 포기하고 지난해 9월에 합류했다. 물론 개인적으로 터닝포인트가 필요한 때이기도 했고.

개발과정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박영원 올해 1월에 시제품이 나왔다. 좀 더 당길 수 있었는데, 자금이 떨어져서 아이디어에 대한 특허만 출원해놓고 개발을 중단해야 했다.
정봉현 3,000만 원 가지고 창업을 했는데, 이렇게 돈이 많이 들 줄은 정말 몰랐다. 사무실을 얻고 기자재를 구입하고 나니 정확히 한 달 20일 만에 자금이 바닥났다.
박영원 그래도 자금이 떨어질 때마다 어떻게든 돈을 잘 구해 오더라(웃음).
정봉현 열심히 지원기관을 찾아다녔다. 매출도 없고 실적도 없다 보니 쉽진 않았다. 심사만이라도 받게 해달라고 사정해보기도 했다. 다행히 작년에만 3억9,000만 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매출을 올리기 위해 중간에 농업용 드론 ‘레드불(Redbull)’을 먼저 개발했다. 그러다 작년 9월에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입교하면서 중단했던 유선전원공급장치 개발을 재개했다.
박영원 정 대표는 돈을 구하는 데 애를 먹었지만, 개발을 책임져야 하는 나로서는 자문을 구하거나 기술 정보를 얻을 곳이 없어 힘들었다. 이 부품 저 부품 일일이 달아보는 수밖에 없었다. 부품구입을 위해 결재를 올릴 때마다 이병규 매니저의 눈치를 본다.
이병규 사놓고 못 쓰는 부품이 공장 구석에 쌓여 있다. 꼭 필요한 부품인지 한 번 더 생각해보고, 이왕이면 가격비교를 해서 최저가로 구매하라고 최대한 눈치를 주고 있다(웃음).
박영원 전원공급장치만 20개 넘게 사서 달아봤다. 신중하게 샀어야 했는데, 그만큼 실패가 많았다는 얘기다. 나름 싼 걸 찾아서 올리는데 실패가 반복되니 신뢰가 떨어진 것 같다(웃음).

실패할 때마다 손 떨렸겠다.
박영원 가장 좋은 방법은 프랑스 회사의 제품을 사서 뜯어보는 건데, 수입가격이 6,000만 원이나 된다. 엄두가 안 났다. 그래서 열심히 인터넷 검색을 했다. 일일이 유튜브 동영상을 찾아 조그만 힌트라도 얻어서 관련 부품과 장비를 구입해 테스트를 반복했다. 그런데 그렇게 하다 보니 거짓말처럼 한 단계 한 단계 진행이 되더라. 재밌었다. 마치 퍼즐을 끼워 맞추는 느낌이랄까.

이야기를 들어보니 개발한 제품이 더욱 궁금하다.
박영원 우리는 더 콤팩트하고 효율 높은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국내에 제품이 없는 건 아니지만, 단순히 체공을 위해 억지로 만들어놓은 느낌이었다. 제품 자체도 커서 차에 싣고 다녀야 한다. 우리 제품은 시중에 나와 있는 것 중에서 가장 콤팩트하다고 자부한다.
정봉현 캐리어 형태로 만들어서 혼자서도 충분히 들고 다닐 수 있는 정도다.
박영원 조금이라도 무게와 부피를 더 줄이기 위해 똑같은 성능을 내는 제품 중에서 가장 가벼운 것을 사용했다. 유선전원공급장치는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지상전원공급장치와 공중 전원공급장치다. 이 두 장치가 전원 케이블로 연결되어 전력을 공급한다. 약 200m의 전선이 지상전원공급장치에 감겨 있기 때문에 연의 얼레와 같은 자동장력조절장치가 장력을 조절한다. 드론이 내려오면 전선이 다시 잘 감겨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다른 제품과 확실히 차별화된다. 특허도 갖고 있다.
정봉현 지상고도 200m까지 체공이 가능하기 때문에 산불 감시, 고속도로 감시, 건축 구조물 검사 등에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만큼 넓은 활동 반경을 가졌다.

농업용 드론도 궁금하다.
이병규 ‘레드불’의 가장 큰 장점은 사용 편의성이다. 드론이 자동으로 방재하고, 일을 마치면 비행을 시작했던 곳으로 돌아와 착륙하는 자동시스템을 갖췄다. 고령자는 물론이고 초보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정봉현 실제 드론을 사용하는 농민들이 필요로 하는 핵심 기능만 넣었다. 기존 제품 가격의 절반 정도다. 농기계로서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다.
박영원 개발보다 테스트가 더 힘들었다. 부품 선정을 잘못해서 추락도 참 많이 했다. 방재작업을 하다가 농약도 많이 먹었다. 부모님이 농사를 지어 어렸을 때부터 농사가 어려운 건 알고 있었지만, 이게 더 힘들더라(웃음). 그래도 제품 좋다는 칭찬을 들을 때마다 개발자로서 뿌듯하다.

만물공작소 개발제품 유선전원공급장치와 농업용 드론㈜만물공작소는 유선전원공급장치와 농업용 드론을 개발했다. 특히 드론의 장기체공을 가능케 하는 유선전원공급장치는 산불 감시, 고속도로 감시, 교량 및 건축 구조물 검사 등에 유용하게 활용될 전망이다

무모하지만 즐거운 도전, 신나는 변화

이제 슬슬 매출을 늘려야 할 시점인 것 같다.
정봉현 물론이다. 대표로서 매출로 회사가 돌아가게 만들고 싶다. 다행인 건, 제품이 나오자마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올해 1월에 시제품이 개발되자마자 ‘드론쇼 코리아 2019’에 나갔는데, 거기서 보고 미디어아트를 하는 대학 관계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연락이 온다.
이병규 고가의 제품인 데다 업력도 얼마 안 되는 스타트업이다 보니 소비자를 설득하기가 힘들다. 브랜드 인지도가 없으니 제품을 신뢰해주지 않는다. 글과 사진으로 보여주기보다는 영상을 촬영해 보여주거나 직접 시연을 해서 설득하려고 노력했다.
정봉현 그래서 우리는 처음부터 공공 서비스 분야로 영업의 초점을 맞췄다. 다행히 드론은 중소기업자 간 경쟁 제품이다. 그래서 작년 3월에 직접생산확인증명서를 받고 조달청 등록을 마쳤다. 덕분에 지난해 경상대학교와 강원도청, 제주도청 등에 농업용 드론을 교육용으로 개조해 납품할 수 있었다.

유선전원공급장치 판매도 시작해야 할 텐데.
정봉현 그런 면에서 올해는 정말 중요한 해다. 작년에는 사업을 배우고 제품을 개발하는 단계였다면, 이제 진짜 우리 실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우리가 개발한 제품의 실증 데이터를 쌓으려고 한다. 그럼으로써 우리 제품이 활용 가치가 있고,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 보이고 싶다.
박영원 기술적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싶다. 유선전원공급장치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당분간 주력할 계획이다. 지금도 최소의 개량만 거치면 무선드론에도 유선전원공급장치를 사용할 수 있지만, 올해 하반기에는 유선에 최적화된 산업용 드론을 직접 개발하고 싶다.
정봉현 궁극적으로는 유선드론을 기반으로 스마트 관제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장기 체공이 가능해진 드론에 카메라와 통신 모듈을 달아서 관제센터에서 카메라를 조종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받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5G 서비스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 부분도 주시해야 하지 않을까?
박영원 LTE의 경우 드론에서 영상을 받기까지 1초 정도 시간이 지연된다. 실제 현장과 그만큼의 간격이 생긴다는 뜻이다. 5G가 도입되면 지연 시간이 0.1초 정도로 짧아진다. 거의 실시간이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 관제가 실현되는 거다.

올해가 중요한 해인 만큼 각자 품은 목표가 있을 것 같다.
정봉현 아직까지 우리 회사 이름을 제대로 부르는 사람을 못 봤다. 만능상이라고도 하고, 만능제작소라고도 한다. 가구 만드는 데냐고 묻는 전화도 왔다. 그분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못 준 탓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는 어떡해서든 만물공작소의 이름을 알리고 싶다. 그러려면 직원들이 개발에 집중할 수 있게 열심히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5월 말부터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리는 ‘컴퓨텍스 2019’에 참가해 영어로 피칭할 기회가 생겼다. 영어실력이 부족해 모조리 외워서 해야 한다. 내겐 도전이다. 그래도 다녀오면 뭔가 달라져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박영원 유선드론 시스템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힘든 일이 많다. 손을 베이고, 감전도 당했다. 어렸을 때 220V에 감전돼 죽을 뻔한 적이 있어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내겐 이 일 자체가 도전이다. 감당하기 벅차서 지치고 힘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재밌다. 회사에 다닐 때는 누구보다 야근을 싫어하는 나였지만, 지금은 가장 늦게 회사 문을 나간다. 물론 집이 바로 회사 위층이라 그런 것도 있지만(웃음).

만물공작소 멤버들올해 자신들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만물공작소의 멤버들. 유선전원공급장치의 본격적인 판매와 함께 드론 관제시스템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살아 있어서 다행이다(웃음). 고액 연봉 포기자인 이병규 매니저의 얘기도 궁금하다.
이병규 나로서는 인생을 걸고 선택한 거다. 지금으로선 만족한다. 즐거운 마음으로 다니고 있다. 스타트업에선 직원 개개인이 브랜드가 되어야 하더라. 자기가 알아서 일을 찾아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실제로 나도 지식재산과 기획 등 회사 전반의 관리를 맡고 있는데, 처음 해보는 업무다. 책과 자료를 찾아가며 하나씩 배워 나만의 놀이터를 만들고 싶다. 올해는 매출을 늘리는 게 목표다. 나는 보너스에 목말라 있다.
정봉현 올해 매출 30억 원을 올리면 보너스를 1,000% 주기로 했다(웃음). 좋은 신호들이 있어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창업 초기에 생각했던 것보다 잘 풀렸다. 2명이서 시작했는데 직원도 8명이다. 생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오는 성취감과 희열이 있다. 우리의 역량에 따라 살벌한 평가를 받기 때문에 거기에서 느끼는 건전한 승부욕과 자극이 삶을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앞으로의 일이 막막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기대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절대로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빨리 사업을 안정궤도로 올려서 원래 창업의 취지대로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여유를 갖고 즐기며 일하고 싶다. 물론 산업용 드론, 그중에서도 우리만의 특화된 분야에서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독보적으로 인정받는 회사를 만드는 게 목표다.

임숙경 전문기자 사진 김윤해 객원사진기자

[2019-05-02]조회수 :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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