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19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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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은 기업인답게! 名에 부합한 實이 따라야 한다
㈜에스에이씨 한형기 대표

회사의 몸집은 작다. 전 직원이 90명도 안 되지만 그들이 만드는 제련현장의 설비는 ‘중소기업’이라는 네 글자를 뛰어넘는다. 합금철제조 플랜트 기술 분야에서 시장을 선도하는 ㈜에스에이씨가 그렇다. 40여 년간 배우고 쌓은 노하우를 풀어놓는 지금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는 한형기 대표는 오늘도 전공서적 원서를 읽어가면서 회사의 신기술 개발에 힘을 보태고 있다. 간절한 꿈이었던 교육자의 길 대신 CEO가 될 수밖에 없었던 그에게는 지난 21년간 지켜온 경영 철칙이 있었다.

한형기 대표

Management Point 1
공생을 위해 내 것을 버렸다
‘팔자소관(八字所關)’이라는 게 있다. 아무리 가고 싶은 길을 가고자 해도 운명은 그 길을 빗겨가게 한다. 한형기 대표는 하릴없이 CEO의 길을 걸어야만 했던 창업 당시 자신의 삶이 꼭 그랬다고 한다.
“지도교수님이 왜 배고픈 길을 가려고 하느냐고 말렸어요. 그런데도 강단에 서고 싶었어요. 40대 중반까지도 그 미련을 버리지 못했었죠. 후회는 하지 않아요. 우리 직원들과 함께 가는 길이 가치 있고 소중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으니까요.”
1998년 7월 ㈜에스에이씨의 전신인 ㈜삼천리공업로가 설립되면서 대표를 맡게 된 것은 자신도 예기치 못했던 일이다. 기계금속을 전공한 그는 그룹사에서 5년간 근무한 후, 관련분야 중견기업에서 15년간 엔지니어를 거쳐 사업본부장까지 올랐다. 합금철제조 플랜트 사업을 이끌면서 해외기술을 익혀 공업로 설비의 국산화를 앞당기고 있었다. IMF시절에 사업부는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해체되는 수순을 밟게 되고, 그가 그 정리를 담당했다. 다년간 키워온 기술력을 사장시키고 함께 일했던 직원들이 뿔뿔이 흩어져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웠지만, 한편으로는 직장생활 중에도 어렵게 석·박사과정을 공부한 만큼 이미 강사로 활동한 경력을 바탕으로 이직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기대도 있었다. 사람 일은 내일을 장담할 수 없다고 했던가?
“책임자로서 깔끔하게 정리를 하는 단계였어요. 다년간 기술제휴를 맡고 있던 독일 아이헤린(AICHELN)사에 감사의 뜻을 담은 마지막 메일을 보냈어요. 그런데 상대의 입장은 그게 아니었어요. 돈이 필요하면 자신들이 힘을 보탤 테니 파트너십을 유지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겁니다. 참 난감했어요.”
갈등이 생겼다. 사업을 하겠다고 마음만 바꾸면 여러 사람 먹고살게 할 수 있는데, 강단에 대한 욕심 하나로 모른 척하고 끝낼 수는 없었다. 결국 그는 자신의 욕심을 버리고 공생을 택했고, 창업을 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아이헤린사는 조건 없이 1차 지원금으로 5만 달러를 보내주면서 일단 2년간 사업을 이끌어보라고 권유했다. 그때 가서도 힘들면 자신들이 회사를 인수하겠다는 조건이었다.

합금철 생산 설비㈜에스에이씨는 합금철 생산에 필요한 전체 설비의 기본설계 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며, 최적의 디자인 능력과 설비제작 관련 기술이 우수하다.

Management Point 2
운칠기삼도 집념이 버무려질 때 완성된다
지금의 에스에이씨는 합금철제조용 전기로, 부대설비, 공업로 플랜트 분야에서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시장에서도 인정받으며 80% 이상의 매출을 수출에서 만들어내고 있다.
1990년대 후반만 해도 국내 공업로 설비는 자동차부품과 산업용에 집중해 있었고, 합금철 플랜트는 순전히 일본 기술에 의존했다. 이 분야에서는 이미 국내 기업들과의 수주 설비 경험이 있었던 만큼 창업 이후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2003년 D사로부터 기대하지 못했던 대형 수주가 들어온 것. 자그마치 1,200억 원이었다. 문제는 그때까지만 해도 경험이 전혀 없는 합금철제조 설비였다. 전기를 이용한 용해설비로, 기존 공업로가 1,200℃ 수준이었다면 합금철제조 설비는 1,600℃를 버텨내야 한다. 그때가 회사의 성장 발판을 마련하는 절호의 기회이긴 했지만 걱정도 컸다고 한다.
“D사와 조건부 계약을 했어요. 설비는 우리가 책임지지만, 가동 시에 발생하는 문제는 상대가 떠안기로 했죠. 개발에 착수해 설치를 완료하기까지 무려 4년이 걸렸어요. 테스트 기간도 4개월이나 소요됐으니까요. 일본 서적을 번역해가면서 기술개발에 집중했죠. 당시 직원들이 40명 남짓이었는데, 주말도 없이 일에만 올인했어요. 지금은 컴퓨터 3D로 설계를 하지만, 그때만 해도 현장에서의 수작업이 많았으니까요.”
결과는 성공이었다. 그는 설비 첫 가동 때 용탕이 나오는 것을 눈으로 지켜보면서 희열을 느꼈다고 했다. 지금도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단다. 합금철제조 플랜트 실적은 이후 매출 보증수표가 됐다. 업계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으니 포항제철도 고객사가 됐다. 2013년까지 15년 동안 성장가도를 달려온 원동력이었다.
이런 급성장 스토리만 들으면 사업은 운칠기삼(運七技三)인 게 맞다. 한 대표도 사업 운을 타고난 사람으로 보인다. 정말 그럴까? 하지만 기회가 주어져도 기술력이 부족하면 의미 없는 일. 기술력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합금철제조 플랜트 기술은 그가 다년간 쌓은 노하우, 그리고 하나만 파고드는 강한 집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합금철제조 설비합금철제조 설비는 전기를 이용한 용해설비로, 1,600℃의 고온을 버텨내야 한다.

Management Point 3
전천후 맨을 양성한다
에스에이씨는 합금철 생산에 필요한 전체 설비의 기본설계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핵심설비인 전기로에서의 노(爐)체설비와 전극설비 그리고 원료투입설비에서 안전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최적의 디자인 능력과 설비제작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매출이 저절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설계와 수주가 큰 몫을 차지하는 플랜트 사업에서 무엇보다도 기술력을 실행으로 옮길 인재가 핵심이다.
“우리 회사 인재상은 ‘멀티플레이어’입니다. 플랜트 사업은 기술력이 바탕이 된 설계능력이 핵심이지만, 사업수주와 이를 현장에 구축하는 설비능력도 중요한 만큼 엔지니어가 핵심 인력입니다. 사업의 특성상 전문능력을 보유한 엔지니어들이 직접 기술영업을 해야 합니다. 사내에도 인도와 일본 전문인력들이 근무 중이니, 그들과의 소통도 가능해야 하죠. 그러니 2~3가지 외국어 구사 능력은 필수입니다. 거기에 회계 능력과 비즈니스 에티켓도 갖춰야 합니다.”
실제로 이 회사 직원 중 90%가 엔지니어로서 능력을 고루 갖춘 고급인력들이다. 전공인력을 채용하지만, 그들이 곧장 해외로 나가 현지기업 담당자들과 미팅을 하고 수주로 이끌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비즈니스에 필요한 다양한 스킬이 몸에 배어 있는 인재로 거듭나야 하는 것. 이를 위해 회사는 매주 1회 전 직원을 대상으로 시험을 치른다. 한 대표가 직접 주간회의를 진행하던 예전에는 클래식 음악을 듣거나 명화를 스크린에 띄워놓고 작품에 대한 토론을 하고, 중국 고사성어에 얽힌 이야기도 공유했다. 학교도 아닌 직장에서, 그것도 매주 실력 테스트를 했으니, 이것 때문에 퇴사를 하는 직원도 가끔 있었다.
인재를 키우기 위한 회사의 노력은 기술력으로 확인된다. 지난해 기업부설연구소가 발행한 615쪽에 달하는 전문서적이 그 물증이다. 《SiIicothermic process에 의한 MC-, LC-, LCLP-FeMn 합금철 제조기술》은 비매품으로, 자료용이자 교육용으로 제작됐다. 단순히 책 한 권에 머물기보다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이 회사의 기술력과 인재 파워가 녹아 있다.
한 대표의 책상 위에는 365일 온갖 책들이 쌓여 있다. 전공서적보다도 미술, 음악, 철학 분야의 서적이 자주 바뀌어 올라온다. 대학교수를 갈망했던 리더였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알고 보면 인재를 키워낸 불씨는 바로 그의 책상에서부터 시작되었던 것이다. 에스에이씨는 요즘 수소저장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합금철제조 기술이 지난 20여 년의 성장 비타민이었다면, 미래에는 바로 이 기술이 듬직한 성장을 담보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Management Point 4
의식주를 같이해야 진짜 가족이다
합금철제조 플랜트 사업 합금철제조 플랜트 사업은 수주부터 설계, 설비, 시운전 능력까지 갖춰야 하는 사업으로, 웬만한 중소기업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분야다. 한 대표의 인재 육성 마인드는 매우 확고하다. 그러기에 직원의 존재감에 대해서도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모든 기업들이 직원은 가족이라고 말해요. 말로만 그렇게 떠들면 뭐 해요? 직원을 진짜 가족으로 생각한다면 의식주가 같아야 한다고 봅니다. 사장은 고급주택에 살고 백화점 옷을 입는데, 직원은 그게 아닌 경우가 너무 많잖아요.”
에스에이씨는 2011년 9월에 지금의 아산 신사옥으로 이전했다. 아산방조제에서 훤히 보일 정도로 널찍한 약 2만㎡(6,000평) 부지에 지은 사무동과 공장동 그리고 정원은 누가 봐도 눈을 쉽게 떼기 어렵다. 휴양소 같은 조경도 조경이지만, 특히 사무동 4층 건물은 외형부터 예술적인 심미안이 돋보인다. 내부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다. 직원 수 90명이 안 되는 회사인데도 체력단련실, 골프연습실, 도서실, 도예 및 서예 공방, 노래방, 칵테일바, 식당 등 콘도 이상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식당의 메뉴는 외부 손님들에게도 자신 있게 내놓을 정도이니 두말하면 잔소리다. 어떤 케이터링 기업의 메뉴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오죽하면 중소기업인들이 이 회사를 방문할 때마다 “에스에이씨 때문에 우리 회사가 초라해 보인다”는 말이 나올 정도일까? 이는 건축설계 용역 시 3개 회사에 각각 실비를 지급하고 경쟁을 붙인 결과 탄생한 작품(?)이다.
직원을 가족으로 대우하는 이 회사 복리후생의 최상급은 바로 의료와 의류 복지다. 사내에 진료실을 별도로 갖추고 있고, 3개월에 한 번씩 아산병원 의료팀들이 방문해 전 직원의 건강을 체크해준다. 또 유니폼은 기본이고, 직원들이 사내외에서 레포츠 활동을 할 때 입는 브랜드 스포츠웨어를 지급한다. 기혼자는 부부에게 동일하게 혜택을 부여한다. 2013년까지만 해도 매년 백화점을 지정해주고 그곳에서 가격에 상관없이 원하는 정장을 구입하도록 지원하기도 했다. 직원은 가족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실천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한 대표는 자신의 경영철학에 대해 공자의 ‘정명(正名)사상’과 같다고 말한다. 공자가 강조한 군군(君君), 신신(臣臣), 부부(父父), 자자(子子)처럼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비는 아비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고. ‘명(名)’에는 그에 어울리는 ‘실(實)’이 따라주어야 하므로, 기업가로서 기업가답게 임해왔다는 입장이다.

복리후생 시설과 본사 사옥직원 수는 90명이 안 되지만, 본사 사옥은 예술적으로 지어진 외관은 물론이고 대기업도 부러워할 만한 복리후생 시설을 갖추고 있다.

Management Point 5
기업은 기업답게 마땅한 의무이행이 필수다
에스에이씨에는 중소기업에서 보기 드문 재단법인이 있다. 2010년 5월에 설립한 ‘SAC꿈과희망’이다. 자칫 탈세나 비자금 축적의 편법으로 악용될 수도 있는 만큼 색안경을 끼고 볼 수도 있는 게 기업의 재단법인이다. 그래서 재단법인은 설립 절차가 까다롭고 허가도 쉽지 않다.
‘SAC꿈과희망’이 생겨난 데에는 나름의 사연이 있다. 에스에이씨는 2010년 3월 모범납세자상을 수상했고, 이것이 재단법인 설립의 계기로 이어졌다. 당시 10여 년간 낸 세금 중에서 7억 원을 환급받았다. 회사의 재무 사정이 어렵지 않던 시기였던 만큼 이 돈을 의미 있게 쓰기로 하고, 회사 소재지인 충남지역 초중고 학생들의 학비 지원을 위한 재단을 설립하게 된 것.
“해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20여 명의 학생들을 교육청과 학교로부터 추천받아요. 단, 학생들에게 학비를 현금으로 지원하지 않습니다. 현실적으로 유용하게 사용되도록 하기 위해서 재단 실무자들이 학생들과 상담을 한 후, 배우고자 하는 교육의 학원비를 대신 내주거나 학용품을 구입해줍니다. 쌀이나 연탄을 지원하기도 하고, 이때는 직원들이 배달 봉사에 직접 참여해요.”
3년 전 어린이날에는 대상 어린이들을 초대해 백화점에 가서 옷도 사주고, 워터파크에도 다녀왔다. 그때 동행을 했던 한 대표는 문구점에 가서 학생들에게 필요한 용품을 직접 선택하라고 했는데, 아이들이 문구점에 가는 것이 평소 일상화된 일이 아니어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선뜻 잡지 못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기업은 기업답게 더불어 사는 사회적 환원을 실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 아니겠냐고 한 대표는 덧붙였다.
올해 67세인 한 대표는 4년째 충남북부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으며, 최근에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혁신성장포럼 회장으로도 활동을 시작했다. 에스에이씨는 4~5년간 외부 요인으로 인해 침체되었던 매출이 중국법인을 비롯해 말레이시아, 인도, 러시아 등의 플랜트 수출 확대로 회복세로 접어들면서 제2의 성장기를 맞이하고 있다. 게다가 한 대표의 장남이 2세경영자 수업을 받으며 내부 조직을 이끌고 있다. 그러니 지난 40여 년간 엔지니어로서, 중소기업 경영자로서 얻은 자신의 경험을 이제는 후배 기업인들에게 풀어놓으며 중소기업 발전에 일익을 기하는 것이 보람된 일이라고 믿고 있단다.
서예가 취미인 그는 요즘 가능한 한 저녁모임을 줄이고 일찍 귀가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붓글씨를 쓰면서 마음을 가다듬고 노년의 인생길을 탐색하는 시간이 편안하기 때문이다. 정도 경영의 길을 고집해온 그의 아름다운 뒷모습이 그려지는 시점이다.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는
한형기 대표의 테크닉


한형기 대표
차라리 내가 힘들고 만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하다 보니 때로는 나도 모르게 나 자신을 아프고 힘들게 했다. 하지만 나로 인해 상대가 잘되었다면 그 행복 바이러스가 내게로 돌아왔을 거다.

학습지상주의자다
대충 하는 것은 안 된다. 무엇이든 공부하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습관에 길들여져 있다. 다른 분야라면 좀 따분한 CEO일 수도 있지만, 합금철기술 개발과 플랜트 사업에서는 좋은 성과를 도출하는 엔지니어였다.

다재다능하지 않다
한 가지를 선택하면 그것에 집중하며 파고든다. 이런 성격이 다른 사업 분야에 욕심을 내지 않고 한 분야만 오랫동안 이끌어온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박창수 전문기자 사진 박명래 객원사진기자

[2019-05-02]조회수 : 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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