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19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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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직한 유산균, 브랜드가 되다
㈜쎌바이오텍 듀오락

“작은 것을 운영하는 사람이 크게 생각할 때 그 작은 것은 장차 새로운 큰 것이 된다”라고 세스 고딘은 말했다. 세계적인 경영 구루로 꼽히는 세스 고딘의 통찰을 브랜드 시장에 대입하면 나오는 답이 있다. 듀오락이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비즈니스인데, 듀오락의 출발선은 대기업도 주저하던 불확실한 시장이었다. 누구는 무모함이라고, 누구는 용기라고 말하지만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25년 후 듀오락은 국내에 유산균 시장을 창출한 리딩 브랜드가 되었으며, 유산균 대표 브랜드로 성장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유산균 종주국 덴마크로 역수출되는 브랜드가 되었다. 그 작은 것이 새로운 큰 것이 된 것이다.

㈜쎌바이오텍의 듀오락 골드

Brand Spirit
오래 걸려도, 어려워도 좋은 유산균
김우경 이사 국내 유산균 시장을 창출한 리딩 브랜드라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는 ㈜쎌바이오텍의 김우경 이사 홍삼, 비타민 그리고 유산균. 요즘 가장 잘나가는 대표적인 건강기능식품이다. 이 중 유산균은 국내에 시장이 형성된 지 10년이 채 안 된다. 이전까지는 식품 속에 포함된 첨가물로 받아들였지, 순수한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식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공급이 없으니 당연히 수요도 없었던 것이다. ㈜쎌바이오텍의 ‘듀오락’을 국내 유산균 브랜드의 고유명사로 꼽는 이유다. 불확실한 시장에 기꺼이 온몸을 던져 기어코 새로운 시장을 창조해냈기 때문이다.
시장을 들여다보면 ‘맞아, 그때를 기준으로 뭔가 달라졌어’라고 말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유산균 시장에서 그 분기점이 바로 듀오락이다. 듀오락을 보려면 정명준 대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 대표는 여러 의미에서 기존의 여느 바이오 업계 CEO와 다르다. 개발자라는 것도 대단하지만, 기술과 브랜드 간의 균형감각을 기가 막히게 잘 유지한다. 이 때문에 듀오락은 브랜드 스피릿(spirit)이 유독 돋보이는 브랜드로 컸다.
정 대표는 미생물학을 전공한 정통 연구개발자이자 바이오 벤처 1세대다. 그가 직장인에서 창업자로 변신하게 된 계기는 덴마크 유학과 관련이 있었다. 식품 관련 대기업 연구소에서 근무하던 중에 덴마크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 덴마크에서 유산균 발효와 관련한 박사학위를 받고 회사에 복귀해 신사업 아이템을 제안했다. 유학 중에 MSG 1㎏을 만들면 1달러지만, 유산균은 비슷한 양으로 500달러를 벌 수 있다는 걸 눈여겨봤다. 무엇보다 유산균 자체로서의 시장성과 효능을 확신했다. 그러나 그의 제안은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핑크빛 전망이어도 선뜻 결정하기 어려운 것이 신사업인데, 들어보지도 못한 유산균 시장이니 아무리 대기업이어도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때마침 연구소까지 해외로 이전하는 바람에 회사를 박차고 나와 창업을 시작했다. 그때가 1995년이다.
정 대표는 창업 후 2년여 동안 살아 있는 균을 채집하는 데에만 집중했다. 신생아 분변과 성인 분변, 한국 전통발효식품 등에서 균주를 추출해 장내 정착률과 유익균 증식률이 높은 생균을 개발하기 위해서였다.
“우리 몸에는 이로운 균을 포함해 해로운 균까지 수백 종의 균이 살고 있어요. 평소에는 이 두 가지가 균형 상태를 이루지만, 스트레스를 받거나 나쁜 식습관, 약물 복용 등으로 몸에 이상이 생기면 해로운 균이 증식합니다. 이때 유해균의 증식을 막아주고 유익한 균을 더욱 증식시켜 소화기능과 면역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균주를 통칭해서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라고 부르죠. 유산균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프로바이오틱스’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유산균을 의미하기도 하고요. 창업 초기는 좋은 유산균을 찾고, 이를 대량으로 발효화하는 데 모든 것을 쏟아부은 시기입니다.”
쎌바이오텍의 김우경 이사는 듀오락이 나오기까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말한다. 유산균이라는 제품의 특성이 갖는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는 데다, 국내에는 건강기능식품으로서의 유산균 시장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당시 한두 제품이 있기는 했지만, 원말(원재료 분말)을 수입해 배합하는 수준이거나 아예 완제품을 수입해 판매만 하는 정도였다. 균주 개발에서부터 분리, 배양, 발효, 혼합, 완제품 생산까지 원스톱으로 하는 곳은 쎌바이오텍이 처음이었다. 벤치마킹할 것도, 조언을 구할 곳도 없으니 무엇을 하든 시간과 공이 더 들어갔다. 게다가 끝없이 들어가는 개발 비용과 기술적 난이도로 마음이 조급해졌다. 하지만 절대 서두르지 않았다. 어렵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좋은 유산균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리딩 브랜드로서의 이 같은 책임감과 자존심은 제품력에 고스란히 담겼다. 철저한 준비와 집요한 R&D 덕분에 균주 개발에 성공한 것은 물론, 대량 발효화 기술과 대량생산 시스템까지 자체 기술로 구축했다. 현재 듀오락은 국내 유사 브랜드 중 프로바이오틱스 관련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한국특허정보원 기준으로 총 112건이며, 등록된 균주 수도 19개로 가장 많다. 특히 마늘 등의 향신료를 많이 섭취하는 한국인의 특성을 고려해 한국형 유산균도 10여 종을 개발했다. 이는 향신료 섭취가 많은 한국인의 장에 맞는 균주로, 실제 수입 유산균에 비해 장에서의 생존율이 두 배 이상 높다고 한다.

맞춤형 제품 라인업연령, 남녀, 기능별로 최적의 균주를 개발해 맞춤형 제품 라인업을 갖췄다.

듀오락 수출제품유산균 종주국인 덴마크를 비롯해 세계 40여 개국으로 수출되고 있는 듀오락

Brand Power
유산균 종주국에 깃발 꽂다
사실 ‘듀오락’은 쎌바이오텍이 유산균을 세상에 내놓고 10여 년이 흐른 뒤에 탄생시킨 브랜드다. 개발에 성공한 뒤 10년 동안은 자체 브랜드를 만들지 않았다. 국내에는 유산균 원말만 공급하고 해외의 경우 완제품으로 진출했지만, 전량 OEM과 ODM 수출만 했다. 그러다 2010년에 정식으로 ‘듀오락’이라는 자체 브랜드를 론칭했다. 국내외 시장에서 10년 정도 검증받은 후에 브랜드를 출시한 만큼 브랜드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이 컸다는 게 김 이사의 설명이다.
“브랜드를 만들면 부가가치가 높아지니 수익성 면에서 당연히 좋죠. 하지만 마케팅, 유통, 서비스, 물류 등에 대한 부담도 크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었어요. 무엇보다 책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고요. 어쩌면 기업명보다 더 오래, 더 널리 알려질 수도 있으니 겉과 속 모두 최대한 완벽에 가까워야 한다는 생각이었죠. 그러던 중 덴마크의 유명 유산균 업체에 OEM 수출을 하면서 브랜드 론칭을 실행에 옮기기로 결정했어요.”
수출 브랜드에 나라 한 곳이 뭐 그리 대단한 의미가 있냐고 하겠지만, 듀오락에 ‘덴마크’라면 말이 달라진다. 듀오락은 유산균 브랜드이며, 덴마크는 유산균 종주국이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해외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듀오락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덴마크를 공략했다. 자진해서 적진에 뛰어든 셈이다. 제품 인지도도 없고 유산균 무명국이라는 약점을 역이용한 대담한 전략이었다. 듀오락이 그린 빅피처는 대성공이었다. 듀오락의 제품력을 알아본 덴마크 유산균 브랜드와 OEM으로 공급 계약을 맺었는데, 이 브랜드가 덴마크 내 시장점유율 70%대를 차지하며 수년간 업계 1위를 차지했다. 이후 프랑스, 싱가포르 등 수출국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유산균 종주국으로 수출되는 브랜드라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이다. 유산균으로 대변되는 덴마크의 정체성이 듀오락에 만능 소스가 되어준 셈이다.
훌륭한 제품력과 계산된 타이밍에 맞춰 탄생한 듀오락은 승승장구했다. 2014년부터는 덴마크에도 OEM이 아닌 듀오락이라는 이름으로 진출, 지금까지도 현지 시장에서 선두권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수출국만 해도 40여 나라가 넘으며, 2018년 기준으로 전체 매출액의 40%를 해외시장에서 거둬들이고 있다. 국내시장 역시 론칭 이후 지금까지 시장점유율 1위를 고수하고 있다. 듀오락 이후 대형 제약사, 식품 대기업 등 다수의 기업들이 유사 브랜드를 출시하면서 경쟁이 뜨거워졌지만, 이를 개의치 않는다. 처음 유산균 시장을 만들었고, 유산균 종주국으로 역수출하는 브랜드라는 데 가치를 두기 때문이다. 김 이사는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기보다 이 같은 브랜드 파워를 훼손시키지 않고 오래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렵고,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후발 브랜드가 없을 때와 비교하면 효과 대비 투자비용이 증가했다는 단점이 있긴 해요. 하지만 후발 브랜드가 없다면 그만큼 그 시장의 성장가능성이 없다는 방증이니 리딩 브랜드에도 결코 좋은 게 아니에요. 그래서 리딩 브랜드로서의 가치를 지켜나가되, 후발 브랜드와 차별적 경쟁력을 만들어가는 데 공을 들이고 있어요. 기술, 품질관리, 제품 라인업 등을 끊임없이 혁신하는 거죠. 연령, 남녀, 기능별로 최적의 균주를 개발해 맞춤형 제품 라인업을 갖추는 식으로요.”

Branding Essence
브랜딩 핵심은 월드클래스 기술 ‘듀얼 코팅’
듀얼 코팅 기술 듀오락은 유산균이 장에 효과적으로 정착·증식할 수 있도록 단백질과 다당류로 두 번 싸주는 ‘듀얼 코팅’ 기술로 세계 특허를 획득했다. 듀오락이 잘되는 이유는 심플하고 확실한 브랜딩 원칙이다. 아무리 철옹성이어도 후발 브랜드에 공격당할 수밖에 없는 게 리딩 브랜드의 숙명이다. 듀오락은 확고한 브랜딩 원칙으로 이 틈새를 단단하게 방어했다. 브랜딩 핵심은 ‘듀얼 코팅’이다. 유산균이 장까지 살아서 잘 도달할 수 있도록 단백질로 한번 코팅하고, 장내 정착 과정과 제조·유통 과정에서 안전하게 유지되도록 다당류로 또 한번 코팅하는 기술을 적용한 것. 유산균의 생존율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듀오락만의 세계적인 기술이다. 유럽, 미국, 중국, 일본 등의 세계 특허를 받은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한마디로 월드클래스 원천기술이다. 김 이사는 ‘듀오락(DUOLAC)’이라는 브랜드명도 듀얼 코팅에서 따온 것이라며, 그만큼 중요한 기술이라고 소개한다.
“유산균은 장에서 잘 커서 유익한 역할을 해주는 게 본연의 의무예요. 그런데 위즙 등으로 인해 장에 도달하기 전에 이미 위에서 죽는 경우가 많아요. 장 도달률이 떨어지니 당연히 유산균 효과도 줄겠죠.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개발한 것이 듀얼 코팅이에요. 위와 장의 산도(pH) 차이를 활용해 우리가 섭취한 유산균이 장에 잘 정착한 후 증식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죠. 실제 임상실험에서 코팅을 하지 않은 제품에 비해 장내 생존율이 100배 이상 높은 걸로 나타났어요. 상온보관이 가능하고, 다른 제품에 비해 유통기간이 긴 것도 이 덕분이죠. 유산균의 유통기간은 제품력과 관련이 깊거든요. 생균이기 때문에 기술력이 부족하거나 품질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보관방법과 유통기간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으니까요.”
브랜딩의 핵심 요소인 듀얼 코팅은 경쟁사뿐만 아니라 소비자 확보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김 이사가 듀오락의 성장 비결로 구전 마케팅과 충성 고객을 꼽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제품 자체가 생소하고 효용성 등이 전문적이어서 소비자 접점 마케팅이 어려웠는데, 소비자들의 입소문이 해결사 역할을 한 것이다. 이 덕분에 듀얼 코팅을 기반으로 한 제품력이 꾸준하게 소비자 후기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견고한 브랜드 이미지가 구축되었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졌음에도 충성 고객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듀오락의 브랜딩은 유통 부분에서도 빛을 발했다. 자체 브랜드를 가진 중소기업의 공통된 고민이 인지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듀오락은 이마저도 창의적인 전략으로 브랜딩했다. 일반 소매점이 아닌 약국을 공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탄탄한 유통 채널도 확보한 것. 연구 기반의 제품이기 때문에 이를 소비자에게 잘 설명해주고 가이드해주는 중간자로 약사라는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는데, 이 전략이 제대로 먹혔다. 론칭 후 지속적으로 약국 판매 비중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지금도 전체 유통 채널 중 판매량이 가장 많은 곳은 약국으로, 약 60%를 차지한다. 일반적으로 탁월한 제품력의 R&D형 브랜드들이 놓치기 쉬운 유통과 소비자까지도 듀오락은 촘촘하게 챙겼다. 이러한 기술과 능력이야말로 듀오락의 힘이다.

레고 & 듀오락
브랜드 평행이론


한 우물
레고가 지금과 같은 플라스틱 블록을 개발·생산한 것은 1947년. 올해로 72년째 한 우물을 파고 있다. 기술로 보나 규모로 보나 역량이 차고 넘쳤지만, 다른 곳에 곁눈을 주지 않았다. ‘전문성’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다. 이것이 수십 년째 글로벌 토이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동력이 되었다. 듀오락 역시 미생물 전문 브랜드로서의 가치를 이어가기 위해 25년째 유산균 분야에만 온전히 집중하고 있다.

창의성
현란한 기능이 담긴 것도 아니고, 첨단기술이 접목된 것도 아닌 단순한 플라스틱 블록이 이토록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레고만의 창의성 때문이다. 아이들의 단순한 놀이인 블록 쌓기가 아니라 조립할 때마다 새로운 아이템과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재미를 안겨준 것이다. 듀오락의 성공은 듀얼 코팅 기술이라는 듀오락만의 창의적인 연구가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다.

김미경 전문기자 사진 김성헌 객원사진기자

[2019-06-04]조회수 : 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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