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19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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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밀키트의 고품격 진화
㈜비욘드푸드랩

음식이 가진 힘은 특별하다. 생존의 수단이라는 점 외에도, 부수적이지만 위대한 수많은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음식이다. 누군가의 허기진 마음을 채워주기도 하고, 사람과 사람을 잇는 소통의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한 나라의 역사와 특성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도 음식은 손색이 없다. 그래서 ‘음식’ 뒤에 ‘문화’라는 단어를 주저 없이 붙이곤 한다.

정자영 이사와 정선영 대표

푸드테크 스타트업 ㈜비욘드푸드랩(대표 정선영)은 문화로서의 음식 기능에 주목했다. 깐깐하고 정성스럽게 만들어 지난해 9월에 선보인 ‘우주쿡’은 한국의 로컬푸드를 이용해 간편하고 즐겁게 한식의 맛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든 K-푸드 밀키트(meal kit)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본국으로 돌아가서도 한식을 맛볼 수 있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해외로 출장이나 여행을 갈 때 인스턴트가 아닌 집밥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먹거리를 가져갈 수는 없을까, 요리에 서툰 유학생들이 해외에서도 좋은 품질의 재료로 한식을 먹게 할 수는 없을까를 고민한 결과물이다.
우주쿡은 간편식의 장점인 편리성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간편식이 희생할 수밖에 없는 맛과 정성을 모두 잡았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한식 본연의 건강한 집밥의 맛을 내겠다는 흔들림 없는 의지가 때로 버겁기도 했지만, 정선영 대표와 정자영 이사는 자매이자 파트너로서 타협 없이 제품을 완성해냈다. 이제 남은 것은 소비자들의 마음과 입맛을 사로잡는 일이다. 품질과 가격 사이에서 고민하며 소비자의 선택을 간청해본 창업자들이라면, 그것으로 통하는 입구가 난마처럼 얽힌 험로임을 알 것이다. 한식의 참맛을 알리겠다는 비욘드푸드랩의 도전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정자영 이사, 정선영 대표정자영 이사 / 정선영 대표

제대로 된 한식 밀키트에 대한 목마름

‘우주쿡’이라고 해서 우주식(食)의 첨단기술을 접목한 제품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
정선영 대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웃음). 한식 밀키트 ‘우주쿡’은 ‘Would U Cook(요리 할래?)’의 의미와 한자인 ‘宇(집 우), 宙(집 주)’를 활용해 집에서 만드는 요리, 즉 집밥이라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간편한 밀키트로 한식 본연의 맛을 구현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정 대표는 홈쇼핑 MD 출신인 걸로 알고 있다. 다양한 제품을 다루었을 텐데, 특별히 식품분야에 관심을 가진 이유가 궁금하다.
정 대표 가전이나 주방용품 등은 셀링 포인트를 찾아서 소비자들에게 보여주는 데 치중하는 품목이라면, 식품은 MD가 개입해서 벤더들과 함께 제품을 만들어나갈 여지가 많다. 그 과정이 재밌더라. 3년 전부터 그걸 직접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정자영 이사 정 대표는 직장생활을 할 때부터 ‘내 상품’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건축공학을 전공한 나는 20년 가까이 건축 관련 일을 했다. 일의 특성 때문인지 내 것에 대한 애착이 있지는 않은데, 정 대표는 늘 내 것에 대한 욕망을 갖고 있더라. 지금도 나는 직원으로서 동생을 돕는다는 마인드다. 다만 음식을 좋아할 뿐이다(웃음).
정 대표 말은 저렇게 해도 나보다 제품에 더 집착한다(웃음). 사실은 둘 다 먹는 것을 워낙 좋아한다. 한식 밀키트란 아이템은 2012년에 함께 다녀온 태국 여행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저 느긋하게 수영장에서 휴식을 취하고 돌아오자는 생각에서 갔는데, 반나절을 현지 마트의 식품 코너에서 보냈다. 거기서 태국 고급 레스토랑 ‘블루엘리펀트’의 밀키트를 발견했다. 언제 다시 오겠나 싶어서 냉큼 구입했다.
정 이사 문화적 충격이었다. 태국 현지의 고급 레스토랑에 가야 먹을 수 있는 비싼 음식을 한국에 돌아와서도 쉽게 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감동적이었다. 한국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향신료와 소스가 들어 있는 실온보관 밀키트였다. 실제로 집에 돌아와 조리해서 먹어보니 현지 레스토랑에서 먹는 맛과 유사했다.
정 대표 태국은 일본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식품이 발달해 있었다. 처음에는 그 제품을 한국에 수입해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결국은 직접 개발했다. 내 것에 대한 욕심과 밀키트가 합쳐진 것이 결국 ‘우주쿡’인 것 같다.
정 대표 2017년 5월에 회사를 그만뒀는데, 당시 미국에서는 블루에이프런이라는 회사를 통해 밀키트가 히트를 쳤다. 국내에서도 중소 브랜드가 계속 생겨나는 시점이었다. 하지만 이미 대기업이 가정간편식(HMR) 시장에 뛰어들고 있어 중소기업은 살아남기 힘들다고 봤다. 그래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한식 밀키트로 방향을 돌렸다. 수출을 하겠다는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창업을 한 건 아니다. 순수하게 외국인 관광객이 우리나라 음식을 경험하고 자기 나라로 돌아갔을 때 다시 한식의 맛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정 이사 한국에서 잡채를 맛있게 먹은 외국인이 당면을 들고 돌아간다고 해서 그 맛을 낼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유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영국에서 유학한 내 경험에 비춰봐도 현지 마트에서 한식 재료를 구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한식을 키트화해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2017년 7월에 서울먹거리창업센터 입주기업으로 선정돼 본격적으로 제품 개발에 들어갔다.

한식 밀키트 우주쿡좋은 식재료만 엄선해서 만든 한식 밀키트 ‘우주쿡’. 비빔막국수, 황태해장국, 불고기 양념키트, 잡채 양념키트 4종류로 출시됐다.

좋은 재료와 맛의 비밀을 찾는 여정

재료들만 봐도 제품 개발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보인다. 밀키트에 소포장된 참기름의 제조사인 ㈜쿠엔즈버킷은 2017년 《기업나라》에 주목할 만한 푸드테크 기업으로 소개된 적이 있어 더 반갑다. 재료들을 수급하기가 쉽진 않았을 것 같다.
정 대표 MD 시절과 달라진 점이다. 당시에는 제조사가 재료를 수급해왔지만, 그게 온전히 우리의 몫이 됐다. 이름도 없는 회사에 누가 덜컥 재료를 주겠나?
정 이사 좋은 재료를 찾기 위해 정말 많은 회사들을 찾아다녔다. 작은 회사랑은 거래를 안 한다며 거절도 참 많이 당했다.
정 대표 쿠엔즈버킷의 박정용 대표와는 회사를 그만두기 전에 만난 적이 있다. 정말 아무것도 없을 때였는데, 우리 철학에 공감해주면서 어떤 일이든 돕고 싶다고 했다. 결국 좋은 제품을 밀키트에 넣을 수 있었다. 박 대표처럼 우리의 뜻과 가치를 이해해주는 분들이 있었기에 우주쿡이 나올 수 있었다. 거짓 없이 진심을 이야기하면 공감해주더라.
정 이사 참나무 원목 재배 건표고버섯, 강원도 용대리 황태, 함초 먹은 천일염, 향이 일품인 건조 대파, 국내산 메밀국수 등이 모두 그렇게 만들어진 재료들이다.

황태해장국의 진한 국물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비빔막국수의 소스는 맛이 일품이다. 인스턴트 음식과는 차원이 다르던데.
정 이사 그 맛을 내느라 정말 죽을 고생을 했다(웃음). 원하는 맛을 내기 위해 두 번이나 제조사를 교체했다. 첫 기업의 경우 우리와 가는 방향은 비슷했지만 노하우가 부족했고, 두 번째 기업은 최종 단계까지 갔다가 결국 재료를 선택하는 기준이 우리와 달라 포기했다. 결국 서울먹거리창업센터에서 소개해준 제조사를 만나 겨우 완성해낼 수 있었다.
정 대표 제조사들은 좀 더 대중적인 맛을 원했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자극적인 인스턴트의 맛을 지양하고 집밥에 가까운 맛을 내기 위해 재료들을 엄선할 수밖에 없었다. 2017년 12월에 이미 소스 빼고는 다 개발이 된 상태였는데, 작년 9월에서야 우주쿡이 출시됐다. 소스 때문에 최소 6개월은 제품 출시가 늦어졌다.
정 이사 맛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실온에서 오래 보관하는 것도 관건이었다. 수출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통관에서 걸리지 않는 재료를 사용하는 것도 중요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조사의 노하우가 필요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외국인의 입맛을 고려한 흔적도 보인다. 특히 레시피는 깨알같이 자세하다. 나 같은 ‘요알못’도 충분히 따라 할 수 있더라.
정 이사 외국인 입맛을 고려해 매운 맛을 낮췄다. 비빔막국수가 대표적인 예다. 실제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시식회를 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특히 소스에 대한 칭찬을 많이 들었다.
정 대표 레시피 카드가 우리 제품의 가장 큰 차별점이다. 이 부분을 놓고 이사님과 많이 티격태격했다.
정 이사 정 대표는 패키지에 자리가 없으니 최대한 간단하게 표현하자는 쪽이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한식을 전혀 모르는 외국인이 따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봤다. 실제로 외국에서 밀키트를 사와서 조리를 해봤는데, 해석은 되지만 따라 하긴 힘들더라. 물음표가 생기는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우리는 최대한 사용자 입장에서 다른 자료를 찾아보지 않고도 조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정 대표 한국어 외에 영어, 중국어, 일어로 레시피 카드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재료에 관한 이야기도 담았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했는데, 따라 하기 어렵다는 피드백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우주쿡의 레시피 카드레시피 카드는 우주쿡의 가장 큰 차별점이다. 외국인이나 요리 초보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꼼꼼하고 자세하게 안내되어 있다.

한식의 참맛, 창업의 참맛

추가 재료 없이 바로 조리가 가능한 비빔막국수나 황태해장국과 달리 불고기 양념키트와 잡채키트는 고개가 갸웃하더라. 주재료인 고기를 사야 한다는 데서 저항감이 있을 것 같다.
정 대표 그 부분에서 고민이 많다. 육류가 주식인 외국인 입장에서는 고기를 사는 것에 대한 부담이 없다. 외국인들에게는 저스트 애드(just add)의 개념으로도 충분하다. 고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고기로 한식의 맛을 내는 것이 중요하니까. 그런데 국내 소비자들은 다르다. 일단 맛을 보면 건강한 집밥의 맛이라는 데에는 공감하는데, 가격에 대한 장벽을 느끼는 것 같다.
정 이사 그래서 부재료를 더 넣은 신규 아이템 개발을 고민했다. 사실 작년 말에 2차 제품의 소스까지 개발을 해두었는데, 1차 제품의 판매 실적을 끌어 올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해서 스톱한 상태다.

국내 소비자를 타깃으로 할 것이냐 외국인 소비자를 타깃으로 할 것이냐의 고민으로 들린다.
정 대표 사실이다. 국내의 경우 프리미엄 마켓을 타깃으로 생각했다. 아직 확실한 수출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국내 시장을 포기할 수는 없기 때문에 고민이 많다. 작년에 제품 패키지가 덜 완성된 상태에서 전시회에 제품을 들고 나갔는데, 해외 바이어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좋았다. 실온보관 제품이기 때문에 냉동냉장 식품에 비해서는 유통 편의성이 높다는 점도 좋게 평가해줬다.
정 이사 역시 외국 바이어 입장에서도 가격이 높은 게 사실이다. 기념품으로 사가는 해외 여행객들이야 상관없지만, 수출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그들은 국산 참기름인지 여부가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국산 재료의 맛을 내면서도 단가를 낮출 수 있는 재료를 찾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정 대표 수출을 하려면 식당에서 먹었던 음식값의 절반 이하가 되어야 한다. 해당 국가에 맞춰 제품을 최적화할 생각이다. 결국 그러면서도 맛을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2년간 제품을 개발하면서 쌓은 노하우가 있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올해는 본격적으로 판매에 나서야 할 시점인 것 같다.
정 대표 벌써 4개월이 지났다는 것이 놀랍다. 판매와 관련해서는 아직 고민이 많다. 결국 가격이 문제다. 홈쇼핑 담당자와도 비빔막국수 판매를 놓고 미팅을 했는데, 결국엔 단가가 맞지 않아 보류된 상태다.
정 이사 1개 품목에 집중하는 전략도 필요해 보인다. 작년에 4개 품목을 묶어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했는데, 제품을 부각시키기엔 역시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다. 제품을 아우르는 전체 스토리는 전할 수 있었지만 제품 자체에 집중하진 못했던 것 같다. 앞으로 다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하게 된다면 1개 품목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정 대표 현재 우체국쇼핑, 쿠팡 등에서 제품을 판매 중이며, 대형 홈쇼핑 등 종합몰 입점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는 면세점과 오프라인 매장에 입점해 매출을 올리고 싶다.

정선영 대표와 정자영 이사우주쿡 알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정선영 대표(왼쪽)와 정자영 이사(오른쪽). 해외 수출을 위해 원가를 낮춘 제품 개발도 고민하고 있다.

자매가 함께 사업을 하는 것은 어떤가? 장단점이 있을 것 같다.
정 이사 워낙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해왔기 때문에 많이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 같다. 내가 할 수 없는 일도 많더라. 내겐 창업 후 모든 것이 도전이고 공부다.
정 대표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얘기를 자주 하는데, 실제로 내게는 큰 도움이 된다. 꼼꼼한 것처럼 보이지만 나는 상당히 허술한 사람이다. 이사님이 옆에서 뒤에서 그 틈을 잘 메워준다.
정 이사 자매이기 때문에 더 잘 맞고 안 맞는지는 모르겠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정 대표 밑의 막내 여동생과는 사업을 안 하는 것처럼. 그 동생과는 가족으로만 있어야 한다(웃음). 둘은 성향이 너무 다르다. 말만 하면 티격태격한다. 사업은 결국 합의점을 찾아나가는 과정인데, 의견일치를 보기 힘들 거다.
정 대표 거기에는 동감한다(웃음). 창업을 하고 벌써 2년이 흘렀다. 생각했던 것에 비해 시간과 돈이 2~3배 더 들었다. 창업을 결코 만만하게 볼 게 아니더라. 하지만 2년이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아도 현실화되지 않으면 결국 사장되는 거다. 시행착오를 겪긴 했지만, 어쨌든 우리 힘으로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만들어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었다. 그런 도전정신이야말로 창업의 진정한 가치가 아닐까?

임숙경 전문기자 사진 김윤해 객원사진기자

[2019-06-04]조회수 : 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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