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1910.22
2019년 한눈에 보는 중소기업 지원사업 안내도 월간 기업나라 퀴즈이벤트 - 퀴즈 풀고 커피 한 잔 받자!
여행자의 고단한 발을 위하여
㈜프럼이스

그저 튼튼한 스니커즈인가보다 했다. 이야기에 빠져들면서 묘하게 심박수가 올라가는 창업 스토리를 듣기 전까지는. 일단은 밑창과 뒤축이 일체형으로 된 신박한 모양에 시선이 머물게 된다. 뒤축을 단단하게 잡아주기 때문에 오래 걸어도 발이 편한 이 모양을 구현하기 위해 몇 번이나 금형과 디자인을 바꾼 디자이너의 고민과 노력은 탄탄하고 정갈한 신발의 모양새에서 그대로 느껴진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디자인이다. 70대의 한 구매자가 평생 신어본 신발 중 가장 편하다는 이야기를 직접 전화로 전해줬다며 뿌듯해하는 디자이너의 심정이 십분 이해된다. 그러다가 문득 양쪽 밑창에 새겨진 각기 다른 패턴에 시선이 머물면 그것의 기원을 묻지 않을 수가 없다. 각각 세계 지도와 심전도를 형상화한 디자인은 여행의 가슴 떨림과 새로운 디자인적 가치를 갈망하는 ㈜프럼이스(대표 이태형)의 모토와 정체성을 드러내는 문신과도 같다.

이태형 대표와 이승한 실장

세계 200여 개 도시를 여행한 디자이너는 밑창이 닳을 대로 닳은 여행자들의 낡은 신발에서 영감을 얻어 직접 신발을 만들기로 했다. 여행자를 위한 신발이니 전 세계 여행자들로부터 피드백을 얻어 제품을 완성했다. 숙소 앞에 벗어놓았던 신발에 눈독을 들이는 여행자에게 선뜻 샘플을 줬다는 훈훈한 이야기, 뉴질랜드 여행자로부터 밑창 지도에 뉴질랜드가 빠졌다는 말을 듣고 지도를 새로 그려 넣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 캄보디아 오지 마을을 방문해 매년 아이들의 인생 첫 사진을 찍어준다는 따뜻한 이야기, 그 아이들이 아디다스보다 프럼이스를 더 잘 안다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까지. 앞으로도 내내 여행을 하며 여행자가 필요로 하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두 디자이너의 이야기에 조금씩 홀리다 보면, 어느새 눈앞에 놓인 신발을 신고 홀연히 여행을 떠나고 싶어지는 것이다. 프럼이스의 신발 한 켤레를 산다면 그 안에 담긴 이야기와 설렘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이태형 대표, 이승한 실장이태형 대표 / 이승한 실장

여행자가 만든 여행자를 위한 신발

‘Designed by Backpackers’가 회사 모토다. 여행을 많이 다녔나보다.
이태형 대표 스무 살 때부터 취미로 여행을 다녔다. 지금까지 다닌 도시가 200개가 넘는다. 집안에서 막내인데, 곱게 자랐다는 얘기가 듣기 싫어 뭔가 모험적인 일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군대도 해병대를 지원했다. 물론 미지의 세계에 대한 갈망도 컸다.

여행이 창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이태형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중고등학교 때까지는 평범한 미대 입시준비생이었다.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디자이너로서의 감성이 생긴 것 같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로부터 다양한 영감을 받았다. 이후 여러 디자인 경진대회에서 상을 받았다. 그걸 바탕으로 대학 재학 중에 첫 창업을 했다. 벽면 코너에 걸 수 있는 ‘코너 클락’이라는 아이디어 시계인데, 철제였던 제품을 플라스틱 사출로 찍어 프럼이스의 이름으로 다시 론칭한다.

두 사람 모두 디자이너다. 어떻게 만나게 됐나?
이승한 실장 대학 선후배 사이다. 학교 다닐 때 친했던 건 아닌데, 둘 다 창업에 뛰어들다 보니 계속 인연이 닿았다. 이태형 대표가 프럼이스를 창업할 당시 나도 커피 로봇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에서 디자인을 총괄했다.
이태형 2014년 개인사업자로 창업을 한 후, 한동안 혼자서 일했다. 사업을 하다 보면 힘들고 지칠 때가 있는데, 함께 나눌 사람이 있었으면 했다. 사업을 키우려면 믿을 만한 멤버가 필요하기도 했고.
이승한 프럼이스에는 2년 전에 합류했다. 이 대표의 열정이 참 보기 좋았다. 대화가 잘 통했고,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디자인 성향도 맞았다. 어쨌든 제품을 만들어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신뢰가 갔다. 기술집약적인 스타트업에서 디자이너로서의 역할에 한계를 느끼던 차였다. 다양한 디자인을 시도해보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다.

많은 여행 아이템 중에 왜 신발을 선택했는지 궁금하다.
이태형 어렸을 때부터 신발을 좋아했다. 중고로 신발을 사고팔기도 했고, 친구들과 바꿔 신기도 했다. 여행을 좋아하고 신발을 좋아하니, 여행자를 위한 신발을 만들자고 생각하게 됐다. 자연스럽게 좋아하는 항목들이 뭉쳐진 거다.

한눈에 봐도 스니커즈의 모양이 독특하다. 특히 뒤축과 밑창이 이어지는 부분이 그렇다.
이승한 신발 아웃솔과 힐컵(뒤축)이 일체형으로 되어 있다. 이런 디자인은 우리 제품이 유일하다. 상표나 로고가 없어도 한눈에 우리 신발인 걸 알 수 있다.
이태형 실제로 얼마 전 카페에서 우연히 우리 신발을 신고 있는 커플을 봤다. 너무 반가워서 밥이라도 사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원래 제품은 흰색인데, 오래 신었는지 자연스럽게 때가 탔더라. 내가 추구하는 것도 바로 그런 빈티지함이다. 그러면 안 되지만 신발만 나오게 도촬했다(웃음).
이승한 기능적으로는 아웃솔과 힐컵이 일체형으로 되어 있어 뒤축을 단단히 잡아주기 때문에 발의 피로를 훨씬 줄여준다. 그리고 신발의 뒤축 섬유가 무너지는 것도 방지한다.
이태형 방콕 카오산로드에서 장기 여행 중에 생각한 아이디어다. 낮에 숙소 앞에 앉아 있었는데, 여행자들이 벗어놓은 캔버스화 뒤축이 다 꺼져 있더라. 앞코는 고무가 단단하게 잡아주는데, 뒤축은 잡아주는 게 없었다. 그래서 일체형으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기존에 없던 모양이라 제작과정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이태형 기존의 아웃솔 금형보다 높이가 두 배다. 당연히 금형비용이 더 많이 든다. 금형 작업자들 나이가 상당한데, 금형이 크니까 잘 안 해주려고 한다. 신발 제조공장이 몰려 있는 부산 지역을 모조리 검색해서 지도에 찍어놓고 부산역부터 한 바퀴 돌았다. 선뜻 나서주는 제조사가 있었지만, 제조공정이 어려워서인지 전량 불량이 났다. 이 일로 3,000만 원 넘게 손해를 봤다. 제조공장만 다섯 번 옮겨 다니며 여러 차례 디자인을 수정하고 금형을 바꾼 후에야 완성할 수 있었다.

㈜프럼이스의 신발아웃솔과 뒤축이 일체화된 ㈜프럼이스의 신발은 발의 피로도를 훨씬 줄여준다. 미니멀한 디자인과 튼튼한 소재도 프럼이스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이다.

이쯤 되니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한 이유가 궁금하다.
이태형 우리나라 신발 제조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다만 나이키나 아디다스 같은 유명 브랜드가 없을 뿐이다. 인건비가 저렴한 동남아나 중국으로 생산시설이 옮겨가는 탓에 제조사가 어려운 것이지, 시장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실제로 보니 원단과 색감도 다른 스니커즈와는 다른 것 같다.
이승한 특별한 디자인을 추구하기보다는 소재에 집중했다. 일반 캔버스화에 비해 실이 굵고, 스톤워싱 가공을 해 색감도 좋다. 염색 상태가 좋은 원단을 찾느라 발품을 참 많이 팔았다. 이번에 출시하는 샌들에는 샤무드 원단을 썼다. 쇼파에 쓰이는 원단인데 튼튼하고 통기성이 좋다.
이태형 이 신발들을 우리의 힘으로만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행자들로부터 받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수정을 많이 거쳤다.

홈페이지에 프럼이스 티셔츠를 입고 있는 외국인 사진이 한가득이어서 궁금했는데, 이제야 그 비밀이 풀린다.
이태형 티셔츠를 미끼로 피드백을 받은 거다(웃음). 티셔츠를 수백 장 찍었는데 다 나눠줬다. 샘플을 들고 여행 삼아 해외에 가서 사진을 찍고 있으면, 호기심 많은 외국인들은 십중팔구 궁금해하며 모여든다. 샘플을 신겨 보고 의견을 받으면 티셔츠를 줬다. 여행지에선 주로 도미토리나 게스트하우스에서 묵는데, 숙소에 신발을 벗어놓으면 여행객들이 어디서 샀냐고 물어본다. 그러면 가져갔던 샘플을 그냥 주기도 한다.
이승한 여행자들은 마음이 열려 있다. 그래서 거의 다 응해준다.
이태형 밑창 디자인도 그래서 바뀌었다. 여행 중 배에서 뉴질랜드에서 온 여성 여행객을 만난 적이 있다. 신발에 흥미가 있는 것 같아 보여줬더니 맘에 든다면서 밑창을 보더라. 그런데 한참 들여다보더니 지도에 뉴질랜드가 없다며 아쉬워하더라. 그래서 이번에 론칭하는 샌들 제품부터는 뉴질랜드 지도가 추가됐다.

이야기와 감성으로 소비자에게 말 걸기

작년에 온라인 주문생산 커머스 플랫폼에서 성공적으로 판매된 ‘시가가 스니커즈’의 이야기도 흥미롭더라.
이태형 우리 제품 중 유일하게 모양이 있다. 이 신발에는 여행의 추억이 담겨 있다. 모로코에 있는 시가가 사막을 여행하던 중 마른 땅에서 자란 신기한 풀잎을 봤다. 수십 마리의 낙타가 그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그 풀이 낙타에겐 생명줄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 자리에서 풀을 스케치했다. 그때의 기억을 스니커즈에 담아 세상에 내보내게 됐다.
이승한 프럼이스에 합류하고 첫 작품이다. 시각적인 표현을 신발로 구현하는 일이 쉽지 않더라. 디자이너로서 신었을 때의 모양과 기능을 모두 만족시켜야 했다. 그러는 과정에서 앞코의 모양도 여러 차례 바뀌었다.
이태형 전시회에 제품을 들고 나갔는데, 유명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 대표가 전시장에서 신발을 구입했다. 명함을 받았는데, 무작정 전화를 해서 우리 제품을 팔게 해달라고 했다. 꼭 성공하겠다는 말로 허락을 받았다.
이승한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처음엔 크게 기대를 안 했다. 1,500족 정도 만들어서 진행해보자고 시작했는데, 제품을 올린 첫날 다 팔렸다. 그렇게 일주일 만에 6,000족을 팔았다.
이태형 디자인은 디자이너의 개인적인 만족으로 끝나면 안 된다. 그것은 아트의 영역이다. 상품은 소비자가 선택하는 것이다. 나는 디자이너로서 선택을 받는 상품을 만들고 싶다. 그런 점에서 소비자들의 상품평 하나하나가 힘이 된다.

해외에서 만난 여행자들‘Designed by Backpackers’를 표방하는 프럼이스의 신발은 해외에서 만난 여행자들로부터 받은 피드백을 통해 완성됐다.

기억나는 상품평이 있다면?
이태형 여성 주부로 보이는 구매자의 글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시가가 사막의 풀에 대한 이야기에서 오랜만에 여행의 기억을 떠올렸다면서, 편한 신발을 신고 여행에 다시 도전하고 싶어졌다는 상품평이었다. 나이 일흔이 넘은 구매자로부터 받은 전화도 기억난다. 평생 신어본 신발 중 가장 편하다며, 한 켤레 더 주문했다.
이승한 인생 신발을 찾았다는 상품평이 많다. 걷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걷고 싶게 만드는 신발이라는 상품평을 보고 디자이너로서 보람을 느꼈다.

주로 온라인에서 판매되고 있는데, 오프라인 매장에 진출할 계획은 없나?
이태형 우선은 온라인에서 실적을 쌓는 데 주력할 생각이다. 시간은 걸리더라도 상품 후기가 워낙 좋아서 충분히 고객을 늘려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승한 온라인 외에 신사동 가로수길, 압구정 로데오 편집숍에서도 제품을 판매 중이다. 9월부터는 중국 쇼핑몰에도 입점한다.
이태형 그래서 얼마 전 중국 출장을 다녀왔다. 대구시의 지원을 받아 총 10개 회사가 상하이 유명 쇼핑몰의 한국 디자인관에 입점하는데, 운 좋게 거기에 포함됐다.

첫 해외진출인데, 기대가 많이 되겠다.
이태형 이번 프로젝트는 우리에게 상당히 중요하다. 매장에 직접 가서 담당자에게 가장 잘 팔린 신발을 보여달라고 했다. 그 제품을 보고 더 자신감이 생겼다. 가격은 우리 제품과 비슷했지만 마감이나 디자인, 패키지 등에서 우리가 충분히 압도할 수 있겠더라.
이승한 B2B 사업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중요하다. 중국 업자들이 쇼핑몰에 와서 한국 제품을 대량으로 사기도 한다더라. 지금처럼 소량 생산이 아니라 양산으로 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곧 신제품도 나오고 중국 진출도 준비해야 하니, 하반기에 바쁘겠다.
이태형 6월에 캔버스 샌들이 론칭된다. 이어서 계속 제품을 늘려나가고 싶다. 아동화도 해보고 싶다. 엄마와 아기가 커플로 신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줄곧 해왔다.
이승한 개인적으로는 ‘시가가 스니커즈’에 다양한 컬러를 적용해보고 싶다. 고객들의 요구가 많아서 두 가지 정도 적용해봤는데, 아직은 기대에 못 미친다. 신발 말고도 여행자의 편리를 위한 제품을 만들고 싶다. 극비여서 밝힐 순 없지만, 아이디어 제품을 준비 중이다.

㈜프럼이스의 신발들 창업하고 여행을 갈 시간이 없어 아쉽겠다.
이태형 그래서 해외 전시회에 참가하거나 출장을 갈 때 일부러 일정을 늘려서 다녀온다. 이번 중국 출장 때도 그랬다. 이런 말이 있더라. 진짜 회사는 사장이 없어도 돌아가야 하는 거라고. 내가 없어도 회사가 돌아갈 날이 분명히 올 거다. 그때가 되면 나는 여행을 다닐 거다. 놀겠다는 얘기는 아니고. 여행을 다니며 새로운 소재를 찾고 참신한 영감을 얻고 싶다. 그때가 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직원에게는 부담이 되는 말이겠다.
이승한 전혀 부담 안 된다. 나도 그날이 빨리 오길 기다린다. 이 대표와 같이 다닐 거니까(웃음). 나도 이 대표 못지않게 새로운 걸 보고 경험하는 걸 좋아한다.
이태형 여행에서 얻은 영감으로 만든 신발이니 여행으로 그것을 보답하고 싶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캄보디아의 바콩이라는 마을에 가서 아이들 사진을 찍어준다. 카메라를 접해보지 않은 아이들에겐 생애 첫 사진이다. 아이들이 아이다스는 몰라도 프럼이스는 안다.

믿을 수 없는 얘기지만 믿어보기로 하겠다(웃음).
이태형 믿어도 좋다(웃음). 우리 제품은 팔기 위해서만 만든 것이 아니다. 여행의 설렘과 감성을 나누고 싶다. 그런 점에서 소비자들이 우리 제품에 공감해주는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 여행을 통해 사람들과 만나고, 거기서 받은 영감을 제품에 반영하고 싶다. 그렇게 회사를 키워 대구를 대표하고 한국을 대표하는 신발 브랜드로 성장하고 싶다.

임숙경 전문기자 사진 김윤해 객원사진기자

[2019-07-01]조회수 :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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