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1910.22
2019년 한눈에 보는 중소기업 지원사업 안내도 월간 기업나라 퀴즈이벤트 - 퀴즈 풀고 커피 한 잔 받자!
실패! 감추지 않고 교훈으로 삼다
㈜대구정밀 허준행 대표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자동차·가전 산업용 스프링을 제조하는 ㈜대구정밀의 10년 전과 지금은 확연히 다르다. 100억 원 수준이던 매출은 360억 원으로 껑충 올랐고, 매출의 10%를 밑돌던 수출은 35%로 성장했다. 허준행 대표가 경영의 운전대를 잡고 난 이후 ‘실패도 자산이다’라는 남다른 경영 마인드와 성실성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개척에 몸을 던지면서 일어난 변화다.

허준행 대표

Management Point 1
실패, 성장 위한 디딤돌로 밟다
실패는 성공의 한 과정이라지만 굳이 드러낼 필요가 있을까? 그것도 실패 사례집까지 만들어서 이미 지나간 일을 되새김질할 것까지는 없지 않나? 개인이든 기업이든 십중팔구는 이런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대구정밀(대표 허준행)은 다르다. 다시 들춰내기 불편한 진실인 실패 사례를 한 권의 사례집으로 만들었다. 그때 그 사건을 거울삼아 어처구니없는 똑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에서다.
2006년 10월이었다. 추석을 앞둔 휴일, 국내 협력사를 통해 미국의 C사로 납품한 스프링 절손 소식이 날아왔다. C사의 생산라인이 멈춘 상황이니 급히 대체품을 공급하기 위해 정신없이 움직였다. 고객사로부터 접수된 도면의 규격은 제작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까다로웠다. C사와 협의하는 과정에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이때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고객사에 통보를 하는 게 순서였지만, 기술에 대한 과도한 자신감과 물량을 확보하려는 욕심이 앞섰다. 회사는 품질문제를 개선하는 차원에서 물성이 더 뛰어난 고가 재료를 사용하고 고객사로부터 4M 변경 승인도 받지 않은 채 제품을 생산해 납품했다. 결과는 칭찬이 아닌 클레임으로 이어졌다. 스프링 최종 사용자인 미국의 자동차회사가 필드 조립하는 과정에서 납품 물량 중 일부에 다시 절손 문제가 발생했다. 회사로서는 무려 1억5,000만 원에 달하는 손실비용을 상대에게 지불해야 했다. 장기간에 걸쳐 유지해온 협력관계와 신뢰도 잃게 됐다. 1988년 창업 이래 경영진은 물론이고 직원들까지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사건으로 남았다.
대구정밀의 스프링 제품 2005년부터 관리이사를 맡았던 허 대표는 몇 년 후 CEO가 되면서 실패 경험을 사례집으로 제작했다.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이는 회사가 성장하는 데 쓰지만 최고의 약이 되었고, 갓 들어온 신입사원일지라도 언제든지 이 사례집을 볼 수 있도록 지금까지 공개하고 있다.
“우리는 모든 부품 개발에서 양산까지 한 단계 한 단계 고객사와 철저히 원칙에 따라 협업을 추구합니다. 피드백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집니다. 파트너와의 소통이 잘 이루어지면 제품으로 인한 문제 발생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습니다. 서로에게 귀찮을 만큼 꼼꼼하게 질문하고 확인하는 게 우리가 추구하는 방식입니다.”
언젠가 허 대표는 일본의 거래처에게 “왜 우리 회사 제품을 선호하느냐?”고 물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자 상대는 “스프링 설계해석 능력이 매우 뛰어나서 조립할 때 효율 극대화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같이 고객사로터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은 과거의 실패를 거울삼아 제조에 앞서 철저하게 설계도면을 해석하는 노력을 기울이기 때문이라고 허 대표는 말한다.
대구정밀이 생산하는 스프링 종류는 총 500여 종으로, 국내에서는 유일무이하게 스프링 선경 기준 최소 0.08㎜부터 20㎜ 이상까지 생산이 가능하다. 스프링 제조기술은 지름의 굵기에 따라 격차가 큰데, 대구정밀은 지난 31년간 다져온 복합적인 기술을 보유한 만큼 스프링이라면 어떤 것이든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Management Point 2
고지식하게 기본과 성실을 추구한다
대구정밀 직원들에게 허 대표는 어떤 CEO인가를 질문하면 답은 하나다. 기본과 성실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경영자. 실제로 이 회사의 생산라인에선 3정5S가 철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어느 혁신 스마트공장 못지않게 정리정돈이 완벽하다. 제조 현장으로서는 가장 기본이 돼야 하는 것이지만, 의외로 지키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현장 관리의 혁신이다. 허 대표에게는 그 어떤 것도 제자리를 이탈하는 것이 통하지 않는다. 고지식하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기본과 성실성을 직접 실천하며 강조하는 스타일의 CEO다.
“제가 어린 시절부터 왼손잡이입니다. 먹는 것, 글씨 쓰는 것 외에는 전부 왼손, 왼발을 사용합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고집이 센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무엇이든 하나에 집중하면 끝장을 봅니다. 다만, 기본에서 벗어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아요. 앞뒤가 막힌 사람으로 비춰질지 모르지만 잔꾀보다는 기본을 지키며 성실성을 밀고 나가면 반드시 뭔가가 이루어진다고 믿거든요.”
대학에서 재료공학을 전공한 후 D사의 연구소에 입사해 1980년대 초 당시로서는 미개척분야였던 심장판막과 치아 임플란트를 연구했다. KAIST 연구원들과 협력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전문분야 석박사로 연구에만 몰두하는 그들이 부러웠다. 이 때문에 결혼을 한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재료공학 공부를 위해 미국 유학을 감행했을 정도다. 그는 한번 집중하기 시작하면 멈추지 않는 기질이 강하다. 30대 후반에 귀국한 후 포항제철에서 생산한 스프링강 빌렛을 공급받아 압연 후 만들어진 환봉과 평강을 판매하는 B사의 구매담당자로 재직하며 경력을 쌓았다. 그 후 대구정밀로 이직했고, 경영자로 올라섰다.
그가 CEO가 될 무렵 대구정밀은 스프링 무역 글로벌 기업인 G사가 캐나다로부터 수입해 오던 자동차용 텐셔너 스프링(Tensioner Spring)을 국산화했다. 이에 따라 해외시장 개척이 요구되는 시기였다. 관리이사로 재직하면서 생산과 경영에서 내적인 실무 지식은 쌓았지만 글로벌 영업은 그에게도 낮선 일이었다. 게다가 직원 수 40명도 안 되는 제조사에 해외 마케팅과 외국어에 능통한 인재가 있을 리 만무했다.
“취임한 첫해부터 신시장 개척을 경영 방침의 키워드로 잡았습니다. 내수시장의 거래선을 유지하면서 안정적으로만 살려면 변화를 꾀하지 않아도 됐죠. 하지만 회사에 대한 큰 비전도 없이 살아가야 하는 직원들과 그 가족들에게 죄를 짓는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뭔가를 보여줘야만 했어요. 그래서 직접 해외시장 개척에 나섰고, 그야말로 미친 듯이 뛰어다녔습니다.”
미국 유학을 다녀온 덕에 영어로 대화는 가능했기에, 그는 고객이 부르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갔다. 약간의 가능성만 있어도 비행기를 탔다. 술 마시는 비즈니스는 절대로 하지 않는 그이지만, 얼굴을 마주 보고 대화하는 것이 바로 비즈니스를 성공으로 이끄는 지름길이라는 게 영업철칙이었다.
언젠가 비가 내리는 날 중국의 한 시골에 있는 회사 앞에서 그는 담당자가 나올 때까지 다섯 시간을 기다린 적이 있었다. 결국 끈기와 집념 덕에 담당자를 감동시키고 지금까지 거래처가 되어 납품을 하고 있다. 당시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게 어떻겠냐”며 발을 구르던 동행 직원이 “영업에서 테크닉보다는 기본을 중시하는 대표님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하더란다.

대구정밀의 스프링 제품들창립 31주년을 맞이한 ㈜대구정밀은 국내에서는 유일무이하게 스프링 선경 기준 최소 0.08㎜부터 20㎜ 이상까지 생산이 가능한 자동차·가전 산업용 스프링 제조 전문기업이다.

Management Point 3
노사가 함께 성장한다
기업의 성장은 인재 확보가 그 기반이다. 직원 수 100여 명의 대구정밀에서 영업팀은 10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중 5명은 해외영업을 전담한다. 미국, 캐나다, 일본, 중국, 터키, 독일 등의 거래처를 관리하고 신규 거래처를 발굴하는 해외영업팀의 이원길 팀장은 25년 장기근속자다. 이 팀장은 입사 이후 10년 넘게 국내영업 담당으로 일했기에 외국어 소통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지금은 수시로 해외 출장도 다니면서 능력을 발휘하는 이 회사의 큰 기둥 중 한 사람이다. 허 대표가 추구하는 인재 전략이 제대로 맞아떨어진 결과다.
“사실 중소기업은 모든 여건이 아쉽고 부족합니다. 예전의 대구정밀도 이러한 현실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인적 자원, 재정적인 측면 등에서 참으로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특히 인적 자원의 경우 회사가 필요하다고 해서 비싼 임금을 주고 우수한 인재를 마구 영입할 수도 없는 입장이고, 현실적으로 그런 인력들이 잘 오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설령 뛰어난 인재가 오더라도 기존 직원들과의 밸런스가 무너지면 그 갈등으로 인한 조직의 피해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죠. 그래서 저는 기존 직원들의 실력 향상을 우선에 두었어요. 회사를 안정적으로 키우면서 직원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바람직한 길이라고 믿었어요.”
요즘은 영업이나 기술직원 신규 채용 시 영어 능통자를 우대하지만, CEO 취임 이후 해외시장 개척 초기에는 기존 인력들의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는 데 주력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관련 부서 직원들의 외국어 실력이 향상되어 바이어들과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루어지면서 당사자들의 자존감도 높아졌다. 지금은 거의 매일같이 개발, 생산, 품질, 영업 등 모든 분야에 걸쳐 해외 바이어들과 전화로 의견을 주고받는다. 거래처들로부터 담당자들의 대응능력이 빠르고 뛰어나다는 칭찬을 자주 듣는단다. 그러니 이를 지켜보는 CEO로서는 기분이 흐뭇한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인재 육성 전략이 제대로 통했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물론 그동안 개인 업무능력 향상을 재촉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잔소리가 직원들을 피곤하게 만든 것이 사실이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직원들도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대견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엿보았단다.
10년 전만 해도 대구정밀의 매출은 100억 원을 갓 넘어서는 정도였지만, 지난해 매출은 360억 원을 달성했다. 수출도 예전에는 한두 국가에만 집중돼 매출의 10%에도 못 미쳤는데, 이제는 35% 이상을 차지한다. 그렇다고 회사만 성장한 것은 아니다. 지난 15년간 회사는 매년 경상이익의 30% 이상을 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해왔다. 외형과 내실 모든 면에서 함께 성장했다. 노사가 인정하는 이 같은 오늘의 결과에 대해 허 대표는 “지금까지 직원들 스스로 자신의 능력과 가치를 높이고자 무던히 노력을 기울여왔으니 당연한 결과가 아니겠냐”고 말한다.

생산라인 현장대구정밀의 생산라인 현장은 3정5S가 철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기본을 중시하는 허 대표의 꼼꼼하고 섬세한 경영 기질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Management Point 4
소통이 만사형통의 지름길이다
허 대표는 매일 아침 7시면 회사에 출근해 일과를 시작한다. 부지런한 CEO다. 그렇다고 이 부서 저 부서 돌아다니면서 ‘감 놔라 배 놔라’ 하며 간섭하지 않는다. 각 부서 팀장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모든 책임도 팀장의 몫으로 맡긴다. 조직은 조직원인 사람이 운영하고 활동하는 무대이기 때문에 그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그는 조직 못지않게 소통을 강조하는 CEO다.
“한 달에 한 번, 전 직원이 모이는 월례회의 때 제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소통입니다. 조직관리는 팀장중심제를 추구하지만, 부서나 직급에 상관없이 소통이 잘 이루어져야 행복한 직장이 되거든요. 그래서 직원들에게 퇴근 후 동료들과 저녁을 먹거나 가볍게 술 한 잔 하는 것을 즐기라고 권유하죠. 가끔씩은 나도 좀 끼워달라고 말할 때가 있어요. 저도 직원들과 잘 통해야 하니까요.”
허 대표는 그간 기술력 축적은 물론이고, 팀장제와 소통에 의한 긍정적인 파급효과가 회사의 매출 신장과 수출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자랑한다. 자동차산업과 관련된 제조사들 중 상당수의 매출이 하락하고 있지만, 대구정밀은 3년 전부터 수출 호조에 힘입어 매년 15% 이상 매출이 급신장하고 있다고. 또 앞으로도 계속 매출이 신장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쪽이다.
“전기자동차가 도래하는 시기에 맞춰 자동차 트렁크 자동개폐장치용 테일게이트 스프링을 개발했습니다. 현대기아자동차에 국내 최초로 공급하고 있는 중이죠. 또 올해 말에 특수도장 라인이 설치되면 스프링 생산을 위한 완벽한 라인이 구축되므로, 품질과 가격에서의 경쟁력을 내세워 세계 시장 공략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입니다.”
스프링 동작에 대한 이해와 해석은 물론이고 스프링 제조에 관에서는 타사가 감히 넘볼 수 없는 특별한 기술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음을 자부심으로 여긴다는 허 대표. 그는 지난해 무역의 날 5백만불 수출의탑 수상에 이어 올해는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선정된 만큼, 그에 걸맞는 대구정밀의 새 면모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는
허준행 대표의 경영테크닉


허준행 대표정리정돈에 집착한다
소위 ‘너무 깔끔을 떤다’는 말이 나올 만큼 정리정돈을 중요시 여긴다. 성격이 급해서 가끔씩은 대놓고 화를 낼 때도 있지만, 이 때문에 생산현장 직원들의 3정5S가 확실해져 안전사고에 대비할 수 있었고, 생산성도 향상됐다.

지나치게 세심하다
매사에 너무 꼼꼼한 것 아니냐는 인상이 강하다. 실제로 하나에 관심을 두면 집중하고 몰두한다. 그래서 ‘천생 연구맨’이라는 닉네임도 붙었지만, 오히려 이러한 기질이 스프링의 전문화된 기술지식을 축적하고 높은 생산성과 정밀성을 가진 설비를 미리 구축하는 원동력이 됐다. 또 거래처들에 대해 세밀하게 상황 분석을 하는 버릇이 생겨 비즈니스를 전개할 때 장점이 되기도 한다.

비즈니스맨 냄새가 나지 않는다
프로 비즈니스맨들에게서 흔히 엿보이는 강하고 빠르고 세련된 이미지와는 정반대다. 부드럽고 그저 사람 좋아 보이는 스타일이다. 외적으로 풍기는 이러한 이미지 덕분에 사람들이 부담 없이 다가서며 신뢰감을 먼저 갖게 된다.

박창수 전문기자 사진 박명래 객원사진기자

[2019-07-01]조회수 : 239
  • 목록으로
  • 프린트

유용한 정보가 되었습니까? [평균0점/0명 ]

500자 제한 의견달기
이름 비밀번호
내용
인증
* 불건전한 내용이나 기사와 관련없는 의견은 관리자 임의로 삭제 될수 있습니다.
우)52851 경상남도 진주시 동진로430 (충무공동) | 잡지구독문의 T.055-751-9128 F.055-751-9129
Copyright ⓒ KOSM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