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19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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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마음의 조화, 브랜드가 되다
㈜그랜드우성 그랜드

26년 전, 서울 황학동 한구석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한 상업용 냉장고 ‘그랜드’. 값비싼 대기업·수입 제품과 값싼 기타 제품 사이에서 ‘AS에 충실한 가성비 좋은 냉장고’라는 장점을 내세웠다. 냉장·냉동이라는 본연의 기능에 고객 중심의 서비스로 완성도를 끌어올린 덕분에 시장점유율 60%의 강력한 브랜드로 성장했으며, ‘상업용 냉장고=그랜드’라는 영예로운 등식까지 얻게 됐다. 누군가는 놓치고 누군가는 무시하기 십상인, 고객을 배려하는 마음을 기술 속에 잘 버무려 넣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랜드 냉장고

Brand Story
입소문이 만든 상업용 냉장고
좋은 브랜드가 뭘까? 많이 알려진 브랜드, 대기업이 만든 브랜드, 비싼 브랜드…. 사람마다 그 기준이 다를 수 있지만 누구도 토를 달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그랜드우성(대표 이수정)의 강성택 상무는 자사 브랜드인 ‘그랜드(GRAND)’의 가치를 명쾌하게 정리했다.
“요식업을 시작하려는 사람이 업소용 냉장고 중 어떤 것이 좋은지 물어봤을 때, 저희 제품을 사용하던 고객이나 주변의 요식업 경험자들이 ‘그랜드가 제일 좋지. 그랜드를 사면 후회 없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아요. 실제로 추천을 받고 구매하는 고객이 대부분이고요. 좋은 브랜드는 이런 게 아닐까요?”
제품을 직접 써보고 품질과 서비스에 감동한 고객이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해주는 브랜드야말로 좋은 브랜드이자 모든 브랜드의 궁극적인 지향점이다.
그랜드에 대한 입소문은 1993년 서울 황학동에서 시작됐다. 당시 황학동에는 그릇에서부터 의자와 테이블, 냉장고, 선반 등 업소용 주방용품을 제조·판매하는 크고 작은 가게들이 100여 곳 이상 모여 있었다. 제법 규모를 갖춘 곳도 있었지만 영세 상점이 대부분이었다. 비즈니스로서의 인프라를 갖추기는커녕 제품 퀄리티도, 판매도, 고객 응대도 형편없었다. 그나마 상업용 냉장고를 만드는 곳은 여건이 조금 나은 편이지만 열악하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랜드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어서 별 설비 없이 2~3명의 인력이 전부였다. 냉장고를 미리 만들어 쌓아놓고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한두 대씩 주문을 받으면 만들어 납품하고, 또 주문이 들어오면 그만큼 만드는 식이었다. 이렇게 한두 대씩 주문·판매하던 것이 10대, 50대, 100대로 늘어나면서 탄탄한 브랜드로 거듭 진화했다.
업종을 막론하고 경쟁자가 없는 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상업용 냉장고를 만드는 곳이 당시 황학동에만 수십 곳에 달했는데, 유독 그랜드에 주문이 밀려들어온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업종 특성상 공급처가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집중적으로 몇몇 곳에 밀집되어 있다 보니 고객들도 자연스레 그곳으로 몰려들었다. 그러다 보니 기존에 사용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입소문이야말로 구매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였던 것. 업소용 냉장고는 가정용 냉장고와 달리 사용하는 장소가 음식점이다 보니 돌발 변수가 많고, 환경 요인이 복잡해 사용 도중에 크고 작은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 다른 브랜드에 비해 이런 점을 상당부분 해소한 것이 바로 그랜드였다. 냉장, 냉동이라는 기본적인 기능이 뛰어난 것은 물론 유지보수까지 꼼꼼하게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사용해본 사람들이 입을 모아 칭찬하는 브랜드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국에는 시장의 승자가 된다. 그런데 그랜드의 성장 속도는 기대 이상으로 빨랐다. IMF라는 외부적인 시장 환경이 힘을 보탠 것이다. 일반적으로 상업용 냉장고는 음식점, 카페 등 외식업소에서 사용하는 외식업소용 냉장고부터 대형마트, 편의점 등의 리테일숍에서 사용하는 유통업체용 냉장고까지 모두 아우른다. 외환위기로 인해 명예퇴직자나 실직자들이 치킨집, 김밥집 등의 자영업으로 몰리면서 요식업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여기에 커피 전문점과 프랜차이즈 음식점까지 등장하면서 상업용 냉장고 시장이 급성장했다. 이 시기와 맞물려 그랜드는 업계 리딩 브랜드로 더욱 견고하게 자리 잡았다. 연 20만 대를 생산하는 브랜드가 되었으며, 시장점유율이 60%에 이른다. 강 상무는 운 좋게도 시장 흐름 덕을 봤지만, 준비가 없었다면 결코 이루지 못할 결과였다고 말한다.
“외식업소용 냉장고와 유통업체용 냉장고는 엔드유저가 달라요. 설계부터 엔지니어링, 생산설비, 생산라인, 운영 시스템, 마케팅, 관련 조직 규모 등 거의 모든 부분을 다르게 가져가야 하죠. 그래서 두 가지 제품군을 모두 개발·생산하는 곳은 극히 드물어요. 그랜드는 이 두 가지를 병행하기 위해 일찍부터 철저하게 준비했습니다. 연구개발부터 공장 구축까지 완벽한 시스템을 갖췄죠. 외식업소용 냉장고와 유통업체용 냉장고 간의 시너지가 성장 기폭제가 된 겁니다.”

다양한 외식업소용 냉장고그랜드는 기능, 내부 구조, 크기별로 일반 모델부터 커스터마이징 모델까지 다양한 외식업소용 냉장고를 출시하고 있다.

상업용 냉장고와 냉장 쇼케이스1_ 그랜드는 소규모 외식업소에서부터 스타벅스 전국 지점, 교촌치킨 전국 매장 등에 설치되면서 상업용 냉장고 시장점유율 60%를 자랑하는 리딩 브랜드로 성장했다.
2_ 식품산업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냉장 쇼케이스도 선보이고 있다.

Branding Essence
고객에게 맞추겠습니다
상업용 냉장고 시장은 중소기업에 깊은 고민을 안겨주는 업종이다. 시장 규모로만 보면 대기업이 뛰어들기에는 작다. 그렇다고 중소기업에 적합한 것도 아니다. 구매층이 워낙 다양하다 보니 가정용 냉장고보다 훨씬 많은 품목을 갖춰야 하고, 신제품도 끊임없이 개발해야 하며, 대규모 생산설비도 뒷받침돼야 하므로 섣불리 뛰어들기도 힘들다. ‘그랜드’라는 브랜드 가치가 바로 여기에 있다. 중소기업 브랜드로서 걷기 어려운 길을 선택해 26년 동안 숱한 장애물을 헤치며 걸었기에 그 의미가 남다르다.
“브랜드가 어느 정도 알려지고, 자리를 잡으니 유혹이 많더라고요. 대기업에서 OEM 납품을 요청하는가 하면, 전략적 투자 제안도 종종 들어왔죠. 쉽게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브랜드를 만든 이상 끝까지 지켜내야 한다는 게 경영진의 원칙이었습니다. 사실 중소기업이 자체 브랜드를 만들고 유지·관리하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그랜드처럼 개발, 생산, 유통, 마케팅 등 어느 한 부분도 아웃소싱을 하지 않는 경우는 더 어렵죠. 무엇보다 타깃이 개별 소비자부터 기업까지 워낙 광범위하기 때문에 그 니즈를 충족시키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결국 그게 그랜드의 차별화된 경쟁력이 됐지만요.”
강 상무는 그랜드의 브랜드 핵심은 고객별 맞춤형 냉장고에 있다고 말한다. 음식점마다 주방 크기가 다르고, 편의점이나 카페, 베이커리숍 등 업종에 따라 보관하는 음식도 다르다. 내용물에 따라 최적화해야 할 온도도 다르고, 매장에 어울리는 색상도 제각각이다. 당연히 냉장고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상업용 냉장고는 대부분 공급자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불편해도, 매장에 맞는 크기가 아니어도 규격화된 냉장고를 구매하는 게 관례였다.
그랜드는 이 점을 놓치지 않았다. 백인백색 고객의 의견이 반영된 맞춤형 냉장고를 제공했다. 지금도 전체 판매량 중 많은 부분이 커스터마이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크기, 색상, 내부구조 등 주문 사양에 맞춘 냉장고를 생산하려면 인적·물적 투자비용이 만만치 않았지만 과감하게 추진했다. 어렵다고 혁신을 포기한다면 곧 사라질 브랜드가 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고객을 배려하는 그랜드의 철학은 AS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상업용 냉장고는 제품 특성상 지속적으로 보수·관리가 따라줘야 하는데, 기존의 브랜드는 그때그때 주먹구구식으로 대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랜드는 달랐다. 브랜드 전략의 중심을 AS에 둘 만큼 공을 들였다. 단순히 제품 판매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AS 전담 인력이 직접 가서 설치부터 시운전, 오퍼레이팅까지 완벽하게 서비스했다. 또 중소기업 브랜드로는 드물게 천안과 부산에 콜센터를 마련해 AS 담당 직원이 언제든 신속하게 대응했으며, 지역적인 한계가 있는 곳에는 계약 형태의 AS 시스템을 운영해 어떤 고객이라도 원할 때 편리하게 보수·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그랜드만의 브랜드 경쟁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동종 업계에서는 유일하게 전시장을 갖췄다. 개별 고객이나 대리점들이 언제든 650㎡ 규모의 전시장에 방문해 150여 개의 제품을 직접 둘러보면서 요모조모 체크할 수 있게 했으며, 신제품 발표회나 대리점 대상의 제품설명회 등을 할 때에도 유용하게 활용했다. 전시장이 뭐 그리 대단한 것이냐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지만, 상업용 냉장고 시장을 알고 나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상업용 냉장고는 유통채널이 대부분 대리점이나 딜러 형태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오프라인에서 제품을 보는 데 한계가 있다. 대리점 등에서 몇몇 개의 대표 모델만 실물로 볼 수 있기에 카탈로그나 인터넷으로만 확인하고 구매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오랫동안 이런 형태로 시장이 형성돼왔기에 공급자와 고객 모두 으레 그러려니 했지만, 그랜드는 과감하게 틀을 깼다. 가능하면 제품을 구석구석 직접 살펴보고 구매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투자했다.
실물을 안 보고도 구매가 잘 이루어지는데 굳이 돈을 들여 전시장을 마련했으니 주변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그랜드가 업계 선두 브랜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이 때문이다. 누가 뭐라 하든 초지일관 고객에 대한 사려 깊은 배려를 브랜드 곳곳에 정착시켰다.

강성택 상무와 자동화설비 시스템 전경1 _ ㈜그랜드우성의 강성택 상무는 냉장·냉동 기능이 뛰어난 것은 물론 유지보수까지 꼼꼼하게 뒷받침된다는 게 브랜드 경쟁력이라고 말한다.
2 _ 안정적인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자동화설비를 갖춘 대규모의 일괄생산 시스템을 구축했다.

Brand Power
일괄생산 시스템과 폭넓은 제품 라인업
상업용 냉장고는 첨단기술로 승부하는 시장이 아니다. 기술이 필요 없다는 게 아니라, 반드시 깔고 가야 하는 기본기이지 경쟁력이 될 수 없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 기술을 균일하고 조화롭게 적용해 얼마나 안정적인 품질을 유지하는가다. 또 고객마다 다른 까다로운 사양의 다양한 제품을 납기에 맞춰 공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강 상무는 이를 위해 자동화설비를 갖춘 대규모의 일괄생산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이것이 그랜드만의 강력한 브랜드 파워라고 강조한다.
“생산부분은 전체 혹은 일부를 아웃소싱하는 브랜드가 많지만, 그랜드는 아무리 주문량이 많아도 철저하게 내부에서 모두 소화합니다. 생산시스템이 제품의 품질을 좌우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천안에 99,000㎡, 부산에 9,000㎡규모의 공장을 마련해 일괄생산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유통업체용 냉장고, 외식업소용 냉장고, 쇼케이스 등 사양과 용도별로 자동화 생산라인을 구축한 덕분에 품질이 균일하게 유지됩니다. 성수기와 비수기별로 수요량 차이가 크게 나지만, 안정적으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죠.”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갖췄다는 점도 그랜드만의 브랜드 파워다. 브랜드는 개별 제품과는 다르다. 소비자 머릿속에 고유의 특정 이미지가 하나씩 축적될 때 비로소 하나의 브랜드로 탄생하는데, 그랜드는 이런 특성도 착실하게 쌓아갔다. 선택지가 넓은 브랜드라는 소비자들의 이미지도 그중 하나다. 간접냉각 방식의 냉장고, 직접냉각 방식의 냉장고, 슬러시 냉장고, 수직 오픈 냉장 쇼케이스, 슬라이딩 도어 정육 쇼케이스, 오픈 다단 쇼케이스 등 제품 라인업이 큰 카테고리로만 나눠도 수십 가지가 넘는다. 상업용 냉장고 시장이 식품 특성에 맞춰 점점 더 세분화되고 있다는 점을 브랜드 전략으로 녹여내 그랜드만의 힘으로 만든 셈이다.
유통 채널 또한 차별화했다. 대리점이나 취급점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것을 직접판매 시스템까지 구축해 이원화했다. 시장 흐름을 선점하고 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기존 상업 냉장고 시장의 유통구조를 감안할 때 이례적인 일이었다. 식품·외식산업과 유통산업이 대기업 운영과 대형 프랜차이즈 형태로 변하기 때문에 대리점으로 커버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판단해 본사 차원에서 체계적인 유통조직을 구성한 것이다. 1,000여 곳에 달하는 기존의 대리점과 취급점 또한 변함없이 협력관계를 탄탄하게 유지해나갔다. 수없이 많은 소규모 외식업소와 스타벅스 전국 지점, 교촌치킨 전국 매장 등의 유통업체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그랜드가 우뚝 서게 된 배경이다.
상업용 냉장고는 대기업 브랜드에서부터 저가의 비브랜드까지 손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 많다. 여기서 선두권의 시장점유율을 거뒀다는 것만으로도 그랜드는 성공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랜드는 이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을 해냈다. R&D, 설계, 생산, 물류, 마케팅, 유통 그리고 AS까지 전 과정을 혼자 이끌어가며 브랜드로서의 파워를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중소기업 브랜드의 궁극적인 모습이 아닐까?

지포 & 그랜드 브랜드 평행이론

안정적인 대량생산 시스템
지포는 2012년 기준 누적 생산량 5억 개를 돌파한 글로벌 라이터 브랜드다. 창업 9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라이터의 상징적인 브랜드로 불리는 데에는 대량생산 시스템의 힘이 컸다. 균일한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예나 지금이나 미국의 브래드포드 딱 한 곳에만 공장을 두고 전 세계로 나가는 물량을 생산한다. 그랜드 역시 대량생산 설비를 통해 언제, 어떤 제품을 아무리 많이 생산하더라도 안정적인 품질을 확보한다.

기회와 준비
지포 라이터는 2차 세계대전 당시에 미군 지급품으로 선정된 덕분에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그랜드도 IMF 때 늘어난 소상공인과 함께 컸다고 할 수 있다. 외부 시장 환경이 좋은 기회로 작용했지만, 기회를 잡기 위한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는 게 브랜드 성공 요인이다. 지포는 튼튼하고 단순한 구조의 라이터를 향해, 그랜드는 AS까지 완벽한 가성비 좋은 상업용 냉장고를 향해 착실하게 걷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미경 전문기자 사진 김성헌 객원사진기자

[2019-07-31]조회수 :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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