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19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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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라이다를 향해 거침없이 정주행
㈜에스오에스랩

속도와 밀도는 공존하기 힘든 속성이다. 여기에 유연성까지 더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자율주행차 라이다(LiDAR) 연구개발 기업 ㈜에스오에스랩(대표 정지성)의 성과가 대단한 까닭은 그래서다. 창업 3년 만에 난다 긴다 하는 실리콘밸리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술력을 확보했다. 지난 ‘CES 2019’에서는 벨로다인, 쿼너지, 이노비즈테크놀로지와 함께 주목해야 할 4개의 라이다 기업에 선정됐다. 에스오에스랩을 제외하고는 모두 1,0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받은 공룡기업들이다. 이 회사가 자율주행차 라이다 개발에 나선 지 2년도 채 안 돼 이룬 성과여서 더욱 놀랍다.

장준환 CTO, 황성의 이사, 김동규 이사, 정지성 대표

속도와 밀도의 공존은 자신들이 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한 확신 없이는 실현할 수 없는 퍼포먼스다. 15년 이상 호흡을 맞춰온 4명의 창업 멤버들은 그동안 수도 없이 계획을 수정하고 속도를 조절하면서도 자신들이 선택한 방향을 의심해본 적이 없다. 이들이 개발하고 있는 라이다는 자율주행차를 비롯해 로봇과 자동화설비의 핵심부품이다. 특히 자율주행차에서 사람의 눈을 대신하는 라이다는 자율주행차 대중화의 열쇠를 쥔 기술이다. 아직 뚜렷한 업계 표준이 없는 상황에서 에스오에스랩은 기존 방식의 장점만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라이다 ‘SL-1’을 선보여 업계에 신선한 파장을 몰고 왔다. 물론 이 제품이 에스오에스랩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아니다. 상용제품으로서 SL-1의 가능성을 확인한 이들은 성능과 내구성, 효율과 가격을 모두 만족시킬 반도체 칩 형태의 고정형 라이다 개발이라는 야심 찬 도전에 나섰다. 짧은 기간에 이들이 이뤄낸 성과와 그 과정을 생각하면, 아직 누구도 차지하지 못한 자율주행차 라이다의 주인 자리를 우리 기업, 그것도 스타트업이 꿰차게 될지 모른다는 기대를 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정지성 대표, 장준환 CTO정지성 대표 / 장준환 CTO

김동규 이사, 황성의 이사김동규 이사 / 황성의 이사

라이다 업계를 뒤흔든 신인의 등장

창업 멤버 4명이 완전체로 참석해줘서 고맙다. 당초 김동규 이사와 황성의 이사는 인터뷰 불참 의사를 밝혔었는데 마음을 바꾼 이유라도 있나?
정지성 대표 차라리 수학 문제를 풀겠다고 할 사람들이다. 억지로 끌려와 있다(웃음). 나는 대표로서 언론매체와 인터뷰할 기회가 있지만, 창업 멤버 전원이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는 없었다. 험난한 창업의 길로 들어선 아들들 때문에 걱정이 많으신 부모님들께 우리가 모여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에 부탁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연구실에서 오랜 기간 한솥밥을 먹은 것으로 알고 있다. 연구에 머무르지 않고 창업을 결심한 배경이 궁금하다.
정지성 석사과정 때부터 창업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혼자서는 못하겠더라. 2011년부터 오랜 기간 함께해온 연구소 멤버들이 자의 반 타의 반 합류했다. 이들과 함께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장준환 CTO 4명 모두 같은 연구소에서 라이다를 연구해온 팀이고, 15년 이상의 연구 경력자들이다. 도로교통이나 항만 등의 측정에 사용되는 산업용 라이다를 주로 연구했다. 창업 당시에는 로봇청소기용 라이다를 개발하다가 2017년부터 자율주행차용 라이다로 방향을 잡았다.

아직 시장이 열리지 않은 기술이다. 후발주자로서 자신감이 있었나?
정지성 고민이 많았다. 당시 자율주행차용 라이다에 투자가 몰리고 있었다. 앞으로 라이다의 미래는 자율주행차에 있다고 봤다. 결국 기술이 문제인데, 당시 나온 제품들을 봤을 때 우리가 가진 노하우라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는 판단이 섰다. 15년 이상 라이다 연구를 계속 해왔기 때문에 우리는 회로기술과 펌웨어 등에서 노하우를 갖고 있다.
장준환 그래서 우선 ‘CES 2018’에 데모 버전을 만들어서 나가보자고 결정했다. 올해 CES에서 선보인 자율주행차용 라이다 ‘SL-1’의 초기 버전쯤 되는 데모 제품을 급하게 만들어서 가지고 나갔는데, 예상보다 반응이 좋았다.
황성의 이사 실제로 전시회에 가서 경쟁사들의 제품을 보니 넘사벽은 아니었다. 해상도와 측정거리 면에서 우리가 훨씬 잘할 수 있겠더라. 짧은 준비기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 성능을 금방 따라잡았다. 이 멤버들이라면 충분히 해볼만 하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동안 어려운 시기도 있었지만, 우리가 정한 방향에 대해 의심해본 적은 없다.
정지성 작년 9월에 68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그 전까지 한동안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다. 황성의 이사가 개인대출을 5,000만 원이나 받아줄 정도였다.

돌려받았나?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황성의 다 돌려받았다(웃음). 고민을 1도 안 했다. 우리가 가고 있는 방향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연구를 하다 보니 미래가 보였고, 그 미래가 밝았다. 내 미래에 대한 투자여서 전혀 아깝지 않았다.

그 정도의 자신감을 가질 만한 기술이 대체 어떤 건지 궁금하다. 올해 CES에서 주목을 끈 ‘SL-1’을 소개해달라.
장준환 SL-1은 헤드 전체를 360° 돌려서 물체를 감지하는 모터 기반의 메커니컬 타입 라이다와 헤드 대신 작은 미러를 움직이는 MEMS 라이다의 장점만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스캔 방식의 제품이다. 시장이 자율주행차용 라이다에 요구하는 성능이 무얼까 고민한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모터 방식은 화각이 넓은 대신 내구성에 문제가 있다. 반면 MEMS 방식은 작게 만들 수 있지만 효율과 속도 면에서 아직 제품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성능과 가격, 그리고 내구성을 모두 만족시키면서도 개발기간을 고려해야 했다. 그래서 이미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기술들의 장점을 취합하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정지성 동일 채널을 기준으로 경쟁사 제품에 비해 측정속도가 16배 빠르다. 국내는 물론이고 미국에서 특허 등록이 완료됐다. 올해 CES에서 주목해야 할 라이다 4사 중 한 곳으로 꼽혔다. 성능이 뛰어나서라기보다 하이브리드라는 독특한 기술 콘셉트를 높이 사준 것 같다.
김동규 이사 SL-1 개발을 책임지고 있다 보니 성능 면에서 아쉬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CES에 갈 때마다 늘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다. 더 잘할 수 있는데 놓친 부분도 있더라. 개발자이다 보니 역시 경쟁사의 고성능 제품에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장준환 물론 우리 제품보다 훨씬 성능 좋은 제품도 있다. 그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그건 기업마다 접근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제품 크기가 커지거나 말거나 성능 위주로 고해상도와 장거리 측정에 초점을 맞춘 제품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시장이 원하는 제품, 양산 가능한 제품을 만드는 데 무게를 뒀다.
김동규 어찌 됐든 개발자로서 우리가 선택한 방법의 한계를 극복하고 싶다. 최근에 내부적으로 SL-1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하는 방향으로 계획이 수정됐다. 그동안 매출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양산화 작업에 주력했지만, 연구자로서는 성능 개선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 나로서는 반가운 결정이다.

함께라면 두려울 게 없다

의견을 모으고 결정하는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없진 않을 것 같다.
장준환 서로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갈등을 피할 수 없지만, 그동안 합의점을 잘 도출해왔다. 서로 간에 신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각자 자기 자리에서 맡은 바 역할을 너무 잘 해줬다. 내가 이들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못할 것 같다. 그런 신뢰가 쌓여 큰 갈등 없이 지금까지 왔다.
정지성 맞다. 각자 역할을 너무 잘 해준다. 대표로서 밖으로 돌다 보니, 이제 나보고 연구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웃음). 무엇보다 마음에 있는 생각을 솔직하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창업 초기에 이미 멤버들끼리 선후배라는 틀을 깼다. 경력이나 나이에 상관없이 공정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다. 특히나 막내인 황성의 이사가 적절한 타이밍에 문제를 짚고 넘어가자고 먼저 손을 내밀어준다. 늘 고맙게 생각한다.
황성의 막내라고 느낄 때가 별로 없다. 사실 이제는 이 분들이 선배인지도 잘 모르겠다(웃음).
정지성 그런데도 실수를 종종 한다. 빨리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간혹 장준환 CTO하고만 의논하고 결정해버리는 경우가 있다. 이 자리를 빌려 사과하고 싶다.
황성의 넷이 얘기했어도 비슷한 결정이 났을 거다(웃음).

하이브리드형 라이다 SL-1‘CES 2019’에서 주목을 받은 하이브리드형 라이다 ‘SL-1’. 올 하반기에 성능을 더 끌어올린 후 내년부터 본격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성향이 어떻게 다른가?
정지성 나는 10군데 기업을 만나고 오면 그들 모두가 우리 제품을 사준다는 가정 아래 매출 계획을 세운다. 반면, 장준환 CTO와 황성의 이사는 계약서가 없으면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간주한다. 나에겐 10인데, 이들에겐 제로다. 아끼똥(아끼다 똥 된다)이라는 말도 있는데, 확실한 게 없으면 시작을 안 하는 스타일들이다(웃음).
장준환 결국 의견을 조율하다 보면 두드리면서 가게 된다.

그렇다면 중간 성향의 김동규 이사가 의견을 중재하는 건가?
정지성 김동규 이사는 회사가 망해도 한 귀퉁이에서 연구를 할 사람이다(일동 웃음).
김동규 인정한다(웃음). 회사에서 크게 목소리를 내는 스타일은 아니다. 큰 일이 아니면 의견을 잘 안 내고 순응한다. 하고 싶은 연구를 하는 게 좋은 거지, 별 거 없다.
정지성 성격이 서로 다르지만, 소통하는 과정에서 크게 부딪히는 일 없이 의사결정을 해왔다. 다시 말하지만 서로를 신뢰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올 하반기 사업전략에 대해서는 합의가 끝난 건가?
장준환 마침 오늘 오전에 하반기 전략과 관련해 미팅을 했다. 우선 3사분기에 SL-1 샘플을 30~50대 정도 만들어 자율주행차 연구기관에 판매하거나 대여해 시장의 최종 반응을 보려고 한다. 내외부 피드백을 종합해 성능 개선을 하고, 내년에 최종 스펙을 확정해 양산할 계획이다. 반도체 공장에서 AGV에 장착되어 테스트를 받고 있는 로봇용 라이다 ‘GL-3’은 이미 가능성 확인을 끝냈다. 균일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마무리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4사분기에는 실제 양산 제품이 나온다. 해외를 포함해서 30군데 샘플을 뿌려놓은 보안용 라이다 ‘TL-3’ 모델은 영업팀에서 반응이 좋다는 피드백이 왔다. 양산을 할지 추가 샘플을 제작할지 이달 안에 결정할 계획이다.
황성의 라이다는 지금까지 사용된 곳보다 앞으로 사용될 곳이 더 많다. 라이다가 쓰일 수 있는 곳을 찾고 있다. 그런 곳에 우리 제품이 매력적으로 쓰일 수 있게 하고 싶다. 가령 자동문에 라이다가 장착되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기능을 할 수 있다. 문은 우리 삶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기존에는 기껏해야 초음파센서 정도가 달려 있지만, 라이다를 달면 더 스마트해진다. 사람인지 동물인지를 가려낸다. 있다 없다가 아니라, 어떤 물체인지까지 가려내는 것이다.

그런 용도라면 얼굴인식 기술이 있지 않나?
황성의 얼굴인식 센서를 다는 순간 개인정보보호 문제로 연결된다. 라이다라면 그런 문제를 피해 적당한 성능으로 다양한 위험요소를 차단할 수 있다. 얼굴인식 센서는 여자 화장실에 들어갈 수 없지만, 라이다라면 들어갈 수 있다. 이외에도 라이다의 응용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장준환 라이다를 쓰고 싶어도 못 쓰는 곳이 많다. 결국은 가격이 문제다. 10년 전만 해도 라이다 한 대 가격이 2,000만 원이었다. 지금은 100만 원대까지 떨어졌지만, 더 떨어져야 한다. 결국 시장이 가격을 떨어뜨려줄 것이다.
정지성 우리는 20만 원 이하로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다. 자동차 회사들이 라이다에 할당한 예산이 딱 그 정도다. 그 정도라면 라이다 없이 자율주행차를 만들겠다고 호언한 테슬라도 안 쓸 이유가 없다. 그런 점에서 모터를 돌려서는 답이 안 나온다. 그래서 당장 시장에 내놓을 하이브리드 모델인 SL-1과는 별개로 자율주행차용 라이다가 궁극적으로 가야 할 방향인 고정형(solid state)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다. 스캐너 없이 반도체 칩 형태로 찍어내기 때문에 내구성도 당연히 좋고 크기도 줄일 수 있다. 헤드라이트에 넣을 수 있을 정도로 작게 만들 것이다.

그러려면 돈이 엄청 필요하겠다.
정지성 작년에 받은 투자액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할 거다. 후속 투자를 받아야 한다. 이 사람들이 돈을 너무 많이 쓴다(일동 웃음). 고정형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설계기술이 필요하고, 공정기술을 가진 협력회사도 찾아야 한다. 단기적으로 매출을 내는 데 집중할 것이냐, 아니면 멀리 보고 연구개발에 투자할 것이냐의 갈림길에서 고민이 많다. 3개월, 6개월 단위로 계속 방향을 조정하면서 가고 있지만, 전략이 바뀔 때마다 구성원들이 힘들어하기 때문에 대표로서 그것을 최소화하고 싶다.

황성의 이사, 정지성 대표, 김동규 이사, 장준환 CTO자율주행차 라이다 톱3 기업을 목표로 달려가고 있는 ㈜에스오에스랩의 창업 멤버들. 왼쪽부터 황성의 이사, 정지성 대표, 김동규 이사, 장준환 CTO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이유가 궁금하다.
황성의 연구를 통해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고, 그것이 실제 제품이 되어 나오는 걸 보면 신이 난다. 결과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밤낮 없이 일을 해야 해서 힘들지만 이 재미를 못 끊겠더라. 마약 같다. 안 좋은 줄 알면서 자꾸 하게 된다(일동 웃음). 새로운 산업을 여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그 주인공이 우리라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망상에 빠져서 살고 있다.
김동규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 자체가 참 좋다. 뭔가 개선할 점들이 눈앞에 놓여 있다는 게 신이 난다. 개인생활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다는 게 아쉬운 부분이긴 하다.
황성의 김동규 이사의 9개월 된 아들이 아빠만 보면 낯설어서 운다고 한다(웃음).
장준환 개인생활을 희생해야 한다는 점은 아쉽지만, 회사의 비전을 함께 공유하고 같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40명의 공동체를 얻은 것은 그것을 상쇄할 만큼 뿌듯한 일이다. 모두 자기 일처럼 잘 해줘서 너무 고맙다(일동 박수).
정지성 창업을 하고 매순간 이럴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시작을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일부러 회사를 키운 게 아닌데, 예상보다 회사 규모가 너무 빨리 커졌다. 우리는 그저 자율주행차용 라이다를 만들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데 그걸 하려면 돈이 필요했고, 사람이 필요했다. 회사가 커나가는 과정에서 평생 못 겪을 버라이어티한 일을 경험했지만, 다시 돌아가도 창업을 할 것 같다.

임숙경 전문기자 사진 김윤해 객원사진기자

[2019-08-01]조회수 : 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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