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19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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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넘는 따뜻한 기술, 브랜드가 되다
㈜네오펙트 라파엘

영화 〈파우더〉에서 백색증을 앓고 있는 주인공에게 과학교사가 말했다. “우리의 기술이 인간성을 뛰어넘었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널 보니 언젠가는 우리의 인간성이 기술을 뛰어넘을 것 같다.” 기술 발전이 탈인간화를 가져온다는 우려가 있지만, 그럼에도 기술은 우리가 조금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준다. 인간에 대한 통찰을 결합한 기술은 더욱 그렇다. 장애를 넘는 따뜻한 기술로 모든 인간의 행복을 이뤄내는 브랜드가 있다. 스마트 재활 솔루션 브랜드 ‘라파엘’이다.

스마트 글러브 착용모습

Brand Story
아버지와 큰아버지의 뇌졸중 그리고 재활
혁신은 기술이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사람과 세상을 보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몸이 불편한 사람들은 어떤 점이 힘들고, 어떤 물건이 필요할까? 무엇을 해서 그 사람들을 좀 더 좋은 상황으로 이끌어줄 수 있을까? 평소 이런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면 실낱같이 지나가는 기회도 허투루 보이지 않는다.
“미국에서 우연히 대학교 선배를 만났어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선배가 재활 치료와 관련된 스마트 의료기기 분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자세히 듣는 순간, 이거다 싶었어요. 상용화해보자며 제가 먼저 러브콜을 보냈어요.”
그길로 반호영 대표는 대학교 선배 최용근 CTO와 단둘이 ㈜네오펙트를 설립했다. 당시 반 대표는 이미 한 번의 창업 경험이 있었다.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 여봐란 듯이 스타트업을 시작했지만 실패했던 것. 그때 고생이 너무 심했던 터라 앞으로 절대 창업하지 않겠다고 다짐했건만, 2010년에 또다시 험난한 길에 발을 내디뎠다.
“아버지와 큰아버지가 뇌졸중으로 돌아가셨어요. 옷을 입고 밥을 먹는 등, 정상인에게는 지극히 쉬운 행동이 그분들에게는 엄청나게 어려운 활동이에요. 운동장애로 몸을 제대로 쓰지 못하게 되면서 일상이 깨지고 육체적·정신적으로 점점 망가지는 걸 바로 옆에서 지켜보며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신체장애가 행복한 삶을 살 권리를 빼앗아간 거잖아요. 두 분을 보면서 ‘재활’에 관심을 두게 됐습니다. 몸이 불편한 사람의 어려움을 가까이에서 경험해본 환자 가족으로서의 공감대였던 거죠. 이런 것을 비즈니스로 풀어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 다시 창업한걸 보면 무의식중에 내면화되어 있었던 것 같아요.”
반 대표의 말처럼 계획에 없던 비즈니스였기에 그 여정은 멀고도 힘들었다. 반 대표는 재활이 환자의 남은 삶의 질을 바꿀 수 있을 만큼 중요하다는 데 브랜드 포커스를 맞췄다. 그런 만큼 준비해야 할 것도, 실험해야 할 것도 상당했다. 4년 반에 걸친 연구개발 끝에 ‘라파엘(RAPAEL)’이라는 브랜드로 첫 재활 솔루션이 세상에 나왔다.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가 그 주인공이다. 뇌졸중과 같은 신경계 질환 환자의 재활 훈련 디바이스로 손과 손가락, 손목의 재활 훈련을 돕는 제품이다. 로봇 손처럼 생긴 글러브를 손에 착용하고 재활 솔루션에 연결해 다양한 훈련 콘텐츠에 따라 훈련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라파엘 스마트 글로브는 출시되자마자 브랜드의 힘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DSC인베스트먼트 등 4개 투자기관으로부터 투자유치를 이끌어내는가 하면, 2016년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정보통신박람회 ‘ITU 텔레콤 월드’에서 주제상을, ‘CES 2017’에서는 혁신상을 수상하며 국내외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투자자와 전문가의 시각이 긍정적이라고 해서 그 반응이 시장에서도 그대로 통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라파엘은 달랐다. 출시 후에 고객이 하나둘 늘어나며 서울대학교병원, 서울아산병원, 국립재활원 등 국내 50여 개 병원에서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해외시장에서도 반응이 좋아 전체 매출액의 절반가량을 해외에서 거둬들인다. 기술성과 성장성 그리고 시장성을 고루 갖춘 탄탄한 브랜드임을 입증한 셈이다. 기능으로 볼 때 세상에 없던 신박한 제품도 아닌데, 시장과 전문가 모두 라파엘에 이토록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마트 글러브뇌졸중 환자의 손 재활 훈련을 위한 스마트 글러브. 로봇 손같이 생긴 글러브를 손에 착용하고 재활 솔루션에 연결된 콘텐츠에 따라 재활 훈련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반호영 대표와 ITU 텔레콤 월드 주제상/CES 2017 혁신상 수상 트로피1_ ‘라파엘’을 신체장애를 넘어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는 재활 솔루션 브랜드로 키우고 싶다는 ㈜네오펙트 반호영 대표
2_ 라파엘은 ‘ITU 텔레콤 월드’에서 주제상을, ‘CES 2017’에서 혁신상을 수상하는 등 해외에서도 기술성과 성장성을 인정받았다.

Branding Essence
지루한 재활은 잊어라, 게임처럼 재밌는 재활
재활의 중요성은 환자도 잘 안다. 신체나 인지장애 정도가 비슷하더라도 어떤 시기에 어떤 재활 훈련을 했는지에 따라 활동 정도가 확연히 다르며, 뇌손상으로 기능이 떨어진 신체는 사용하지 않을수록 회복이 더디다. 게다가 재활 치료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여러 가지 합병증이 발병할 가능성도 크다. 그럼에도 많은 환자들은 재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그 이유에 대한 반 대표의 생각은 라파엘의 핵심 가치와 맞닿아 있다. 동시에 국내외 시장에서 라파엘에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재활 치료는 단순한 동작을 지속적으로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지루하다는 인상이 짙어요. 그러다 보니 쉽게 지쳐서 중도에 포기하는 일이 많죠. 또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공간이나 시간 제약이 많고, 비용도 만만치 않거든요. 그래서 ‘쉽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재활’을 브랜드 모토로 정했습니다. 게임을 하듯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재활 솔루션을 지향한 거죠. 예를 들면 오렌지 짜기, 야구공 잡기, 카드놀이, 낚시 등으로 이루어진 재활 훈련 콘텐츠를 통해 치료가 아니라 게임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 한 겁니다.”
킬링 포인트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사실 비즈니스는 ‘딱, 한 가지’라는 마법은 없다. 라파엘 역시 마찬가지다. ‘재미’가 핵심이지만 전부는 아니다. 또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 재활은 의료 활동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안전성과 유효성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훈련 콘텐츠가 무엇이 됐든 환자 상태에 따라 각각 달라야 하는 게 재활이다. 장애 정도에 따라 훈련 종류도 달라야 하며 훈련 강도, 훈련 시간 등이 모두 다르게 이뤄져야 안전하고 효과가 높다. 라파엘이 돋보이는 지점이 여기에 있다. 인공지능(AI) 기반의 재활 플랫폼으로 환자별 맞춤형 재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라파엘 재활 솔루션은 크게 재활 디바이스와 치료 콘텐츠, 스마트 기반의 맞춤형 플랫폼으로 구성돼 있다. 하드웨어라고 할 수 있는 재활 디바이스는 로보틱스 기술과 사물인터넷(IoT) 센서 기술을 접목해서 만든 기기로 손, 팔, 어깨, 상체 등 재활 부위에 따라 모양이 다르다. 여기에 각 부위 재활에 필요한 치료 콘텐츠를 넣는데, 디바이스에 따라 40~50가지 콘텐츠가 제공된다. 청소, 요리와 같은 일상생활 동작과 탁구, 낚시 등의 여가생활 동작을 스토리화한 게임 방식의 콘텐츠를 구성해 싫증내지 않고 오랫동안 훈련할 수 있게 했다. 라파엘의 브랜드 핵심은 이제부터다. 환자가 이 같은 치료 콘텐츠로 훈련을 하면 디바이스와 연동된 AI가 환자의 훈련 동작을 통해 움직임과 상태 등을 데이터화한 후 환자에게 알맞은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을 통해 이전의 훈련과 비교, 분석한 후에 적절한 난이도와 치료 콘텐츠 구성, 훈련 시간, 훈련 순서 등을 최적화해 맞춤형 솔루션을 만들기 때문이다. 정량적인 효과 측정이 어려운 기존의 재활 의료기기와는 달리 훈련을 할 때마다 이전 상태와 비교해 향상된 정도나 훈련이 필요한 부위 등의 성과와 경과 데이터도 제공해준다. 이는 AI가 기반이 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재활 훈련을 하는 데 동기부여가 된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라파엘은 뇌졸중 환자의 손 재활기기인 스마트 글러브를 비롯해 발달장애·소아마비 소아를 위한 스마트 키즈, 뇌졸중과 치매 환자에 필요한 운동·인지 재활기기 스마트 페그보드 등, 총 다섯 가지의 제품 라인업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다섯 가지 모두 AI 기술을 적용했어요. 개발 비용이나 연구 기간을 생각하면 절대 가능한 일이 아니죠. 하지만 재활 효과가 높고, 흥미를 잃지 않는 재활 콘텐츠를 위해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었어요. 예측대로 그 점이 브랜드의 상징이자 경쟁력이 되었고요.”
반 대표는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외관에도 라파엘만의 브랜드 가치를 담아냈다. 재활 의료기기에 있어 제품 디자인은 단순한 미적 요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장애를 지닌 환자가 치료를 목적으로 사용하는 기기인 만큼 안전하고 쉽고 편해야 하는데, 그 솔루션이 바로 디자인이라고 생각한 것. 세련되고 감각적이되 편의성을 우선한 디자인을 위해 자체적으로 디자인 전문인력을 구성해 개선에 개선을 거듭했다.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중 하나인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비롯해 다수의 디자인 관련 상을 수상한 것도 그 덕분이다.

스마트 보드와 스마트 페그보드라파엘은 AI 기반의 환자별 맞춤형 재활 솔루션 브랜드로 현재 다섯 가지 재활 디바이스를 출시하고 있다. 사진은 뇌졸중 환자의 상지 재활기기 스마트 보드(왼쪽)와 뇌졸중과 치매 환자에 필요한 운동·인지 재활기기 스마트 페그보드(오른쪽)

Branding Tools
타깃은 고객이 아니라 브랜드 메이커
라파엘의 브랜드 타깃은 병원과 개별 소비자 두 곳이다. 국내시장에서는 법규상 인증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아 개별 소비자용은 아직까지 판매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국내 매출은 100% 병원에서 발생한다. 이에 비해 해외시장은 병원보다 개별 소비자 판매 비중이 더 높다. 현재 20여 개 나라로 수출되고 있는데, 특히 미국 시장에서 고속질주하고 있다. 미국은 홈 재활시장이 일찍부터 발달돼 있어 2017년 진출 이후 개별 소비자 판매 실적이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개인 환자를 대상으로 렌털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스탠포드대학병원과 코넬대학병원 등 병원 수요층까지 확보함으로써 향후 전망이 더욱 밝다.
사실 IT 기술 기반의 의료기기 브랜드는 여간해서는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힘들다. 제품을 개발해도 상용화하는 것이 어려워 책상 서랍 속의 기술로 남거나, 마케팅이나 유통이 어려워 잠깐 얼굴만 비췄다가 사라지는 브랜드가 많다. 그런데 라파엘은 상용화와 시장 안착을 모두 해냈으며, 해외시장으로까지 보폭을 넓혔다. 반 대표는 그 비결로 국내 재활의학과 의사와의 네트워크와 실패 사례 벤치마킹을 꼽았다.
“국내에서는 재활 치료가 병원에서 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재활의학과 의사가 전문가이자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최전선 채널이죠. 시제품을 들고 병원을 찾아가니 ‘이런 거 안 팔린다’며 상용화를 말리는 의사에서부터 부족한 점을 일일이 지적하며 쓴소리를 하는 의사까지 다양했어요. 이 모든 소리를 귀담아 듣고 개선한 끝에 나온 게 라파엘이에요. 해외시장 진출 역시 국내 의사들의 공이 컸죠. 한국 의료기술 수준이 글로벌 시장에 널리 알려져 있는 데다, 까다로운 국내 의사들의 니즈에 부응하는 제품을 만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해외시장에서도 통하게 됐거든요. 실패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도 큰 힘이 됐어요. 해외의 비슷한 브랜드를 보며 왜 실패했는지 알게 됐고, 이렇게 만들면 안 되겠다는 공부를 하게 됐거든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재활 솔루션, 환자별 맞춤형 재활 솔루션, 작고 가벼우며 휴대하기 간편한 재활 솔루션.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소비자를 단순히 고객으로만 본 게 아니라 브랜드를 함께 만들어가는 채널로 유용하게 활용한 덕분이다.
인지도 향상 면에서도 호재가 이어졌다. 지난해 여름, 문재인 대통령이 의료기기 분야 규제혁신 및 산업육성 방안 발표 당시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를 착용해 ‘문재인 글러브’로 유명세를 탔다. 또 지난해 말에 코스닥 상장까지 마친 데 이어, 얼마 전에는 기관투자자들로부터 140억 원의 투자를 받으며 브랜드 성장에 날개를 달았다. 브랜드에 대한 반 대표의 올곧은 의지까지 더해지기에 성장 날개는 더욱 튼튼해질 것이다.
“브랜드는 제품이 아니라 고객과의 약속을 만드는 것이에요. OEM이나 ODM이 쉬운 길이 될 수도 있지만, 그 길은 우리의 약속을 우리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대신 해주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언제든 그 약속이 변질될 수 있어요. 힘든 여정이지만 브랜드를 만들고, 또 그 브랜드를 키워나가는 이유입니다.”

루미네이드 & 라파엘
브랜드 평행이론


따뜻한 통찰
루미네이드(luminAID)는 2010년 아이티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디자인을 공부하던 대학생이 난민을 돕기 위해 개발한 휴대용 랜턴 브랜드다. 태양광 충전식으로 재난·재해 등 극한 상황에서 빛을 발한다. 시장 이론으로 볼 때 성공 브랜드는 아니지만, 도움이 필요한 세계 각 지역으로 기부하면서도 아웃도어 제품과 신재생 제품으로서의 시장 입지도 잘 지켜나가고 있다. 인간과 사회를 향한 따뜻한 시선이 없었다면 개발할 수도, 지속할 수도 없었던 브랜드다. 라파엘 역시 장애를 지닌 사람들의 어려움을 눈여겨봤기에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스타트업다움
루미네이드는 아이템 개발에서부터 비용, 비즈니스 모델까지 모든 부분을 스타트업스럽게 창의적으로 해결했다. 초기 생산 비용은 크라우드 펀딩으로 충당하고, 제품 한 개를 구매할 때마다 한 개는 어려운 곳에 기부하는 형태를 유지하면서 이를 적절한 선에서 비즈니스로 활용했다. 라파엘도 정부의 R&D 지원시책과 국내외 VC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가 하면, ‘재활’이라는 선의의 비즈니스 철학을 지킨 덕분에 20여 나라로 진출하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김미경 전문기자 사진 김성헌 객원사진기자

[2019-09-02]조회수 :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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