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19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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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성과 유연성에 휴머니즘 감성을 덧칠하다
㈜현대아이티 장제만 대표

아트경영은 미래 기업 경영 패러다임의 큰 변화 중 하나로 꼽힌다. 혁신활동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경영과학은 한계가 있으며, 제품의 기능적 가치를 뛰어넘어 감성적 가치와 심미적 가치의 중요성이 부각된다는 이론이다. 스마트보드(IFPD)와 디지털 사이니지를 제조해 70%를 해외에 수출하는 ㈜현대아이티 장제만 대표. 그는 목표를 정하고 직원들에게 강조하거나, 영업사원에게 양복을 입으라는 식의 잔소리는 하지 않는다. 일하는 방향이나 방식에서도 자율성과 유연성을 존중한다. 어느 아트경영 전문가처럼 ‘업무수행 방식을 예술 창작의 과정으로 바꾸라’고 강요하진 않지만, CEO로서 그의 사고와 리더십은 아트경영의 색깔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장제만 대표

Management Point 1
목표를 강요하지 않는 리더십으로 이끈다
장제만 대표는 한마디로 독특하다. 외적으로 느껴지는 이미지도 그렇고 경영철학이나 전략도 제조업계 여느 CEO들과는 많이 다르다. 양복에 넥타이를 맨 모습은 일 년에 한두 번 보기 어렵고, CEO의 집무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경영 관련 서적들이 없다. 그는 책보다는 현장 중심 경영에 집중한다. 임직원들에게 월별, 분기별 예상 매출 목표를 발표하게 하는 일도 없다. 조직 관리에 있어서는 이른바 ‘방목형 프리 스타일’로, 직원들이 스스로 알아서 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을 취한다. 그의 경영 리더십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자율성이다.
“목표량을 정하라고 하고, 그게 달성되지 않으면 쥐 잡듯 잡겠죠. 그렇게 되면 다음 매출 목표를 잡을 때 절대로 높게 잡지 않을 겁니다. 무언가 강요하거나 제가 먼저 무엇을 어떻게 하라고 종용하지 않습니다. 각자 책임감을 갖고 고민하고 스스로 결정하게 유도합니다.”
무슨 일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에 대해 직원들 스스로 알아서 하게끔 맡긴다는 것이다. 그것이 오히려 임직원들로 하여금 책임감과 애사심을 더 갖게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장 대표는 30대 시절부터 패션업계 임원과 CEO를 거친 후, 10여 년 전부터 전자업계에 임원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2013년부터 현대전자에서 분사해 독립 법인으로 출발한 ㈜현대아이티의 수장이 됐다. 그는 대표가 경영을 책임지는 것은 맞지만 일일이 잔소리 늘어놓는 것은 딱 질색이다. 중소기업은 대표 혼자서 일구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중심이 되어 자발적으로 ‘내 것’ 또는 ‘우리 것’이라는 마인드를 다질 때 성장한다고 말한다. 여기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시스템은 달라야 한다’는 그의 생각이 담겨 있다.
“대기업은 매뉴얼의 시스템화가 확실하죠. 직원은 그에 맞게 움직이기만 하면 됩니다. 중소기업은 직원들이 매뉴얼대로 움직이면 경영 효율성이 떨어집니다. 환경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1인 3역을 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직원들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하고, 그 과정에서 융통성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자율성의 영역은 일에서만이 아니다. 특성상 휴가를 동시에 갈 수밖에 없는 생산직을 제외한 다른 직종에 ‘여름휴가’라는 규정은 없다. 봄이든 가을이든 자신이 가고 싶을 때 눈치 보지 않고 떠날 수 있다. 이런 자율적인 분위기 때문일까? 제조현장치고는 평균 연령이 30대 중반으로 비교적 낮은 편이다. 20~30대 젊은 세대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자율적인 기업문화’인 만큼 그 결과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은 게 아닐까 싶다. 현대아이티의 전 직원은 50명으로, 지난해 매출 233억 원을 달성했다. 창업 원년인 2013년 매출액 41억 원에 비하면 6년 만에 이룬 보기 드문 고성장이다.

㈜현대아이티의 스마트보드사람 중심의 쉽고 편리한 제품을 추구하는 ㈜현대아이티는 스마트보드에 사용자의 감성을 담을 수 있도록 제작하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생산현장 청년 직원들과 강화유리 이중접합 기술 제품1_ 고정관념을 탈피한 자율적인 경영 덕분에 현대아이티의 생산현장에는 20~30대 청년 직원들이 많다.
2_ 차별화된 강화유리 이중접합 기술로 인해 고품질로 인정받는 이 회사의 아웃도어 디지털 사이니지 제품들은 국내외 거리와 공항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Management Point 2
제품의 차별화, 사람 중심 기능에 집중한다
현대아이티의 주력제품은 전자칠판에 차별화된 새로운 기능을 부여한 ‘스마트보드(IFPD)’와 공간에 따라 다양한 기능과 크기를 자랑하는 ‘아웃도어 디지털 사이니지(Outdoor Digital Signage)’다. 유사제품을 제조, 판매하는 기업들은 여럿 있다. 그러나 이 회사는 두 가지 제품 모두 확실한 차별화를 기했고, 그로 인해 국내외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자긍심이 강하다. 국내는 물론이고 미국 조달시장까지 진출해 있는 데다 호주, 캐나다, 터키, 프랑스 등 세계 30여 개국으로 수출된 이력이 그 증거다. 프랑스 파리공항과 미국 애틀랜타 브래버스(Bravas) 야구장에 설치된 아웃도어 광고 디스플레이가 바로 자신들의 제품이니 자존감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일. 장 대표는 특히 중소기업의 비즈니스에서 꼭 필요한 것이 차별화이고, 자사 제품들은 휴머니즘과 직결된다고 말한다.
“요즘은 모든 제품군에서 기업들이 경쟁하듯 신제품을 선보입니다. 큰 틀에서 IT기술은 거의 동일한 수준이겠지만, 여기서 다시 우리만의 경쟁력을 만듭니다. 제품에 기능과 성능을 부여할 때 어떻게 하면 사용자가 더 쉽게 사용할 수 있을까에 주력하고, 또 사용자의 마음을 미리 읽어 그 감성을 제품에 담아내는 것입니다.”
일례로 스마트보드에는 글씨를 쓰고 지울 때, 원하는 색상을 선택할 때, 타사 제품에 비해 2단계 과정을 생략시킨 쉽고 빠른 선택기능을 구현시켰다. 또 서체 자체가 사용자의 감성을 그대로 담을 수 있게, 쓰는 대로 자연스럽게 표현되도록 했다. 심지어 펜에도 여성용은 향나무 소재를 사용하여 향기를 느끼게 하고, 남성용은 삼나무 소재로 만들었다.
광고용, 버스정보시스템용, 행사이벤트용 등 다양한 형태의 아웃도어 디지털 사이니지도 마찬가지다. 야외 환경에서 사용하는 데 따른 방진, 방수, 파손방지 등의 기능은 기본이고, 40℃가 넘는 열대지방의 야외 수영장에서도 축구 경기 관람을 가능하게 하는 기능에 감성을 더한 대형 아웃도어 제품을 선보인다.
장 대표는 이미 젊은 시절에 패션사업 분야에서 끼와 감성으로 리더십을 발휘했다. 그러니 IT제품에도 그의 타고난 감각이 녹아들 수밖에 없다.
“여성 의류를 보면, 디자인이나 품질에선 명품과 저가 브랜드가 큰 차이는 없어요. 하지만 명품은 착용감이 다르다고 하죠. 소비자는 자신의 몸에 확 와닿는 피팅감을 느낍니다. IT제품도 기술을 강조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소비자의 감성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봅니다.”
아트경영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CEO가 집무실에서 머리싸매고 신제품 고민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회사 밖으로 나가 거리를 배회하면서 전혀 다른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장 대표가 오랫동안 몸담았던 패션산업은 IT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분야이지만, 오히려 그 경험 때문에 그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다른 시각에서 IT제품을 보게 되고, 그것이 제품에 휴머니즘 콘셉트를 심게 해주었다.
장 대표의 휴머니즘 콘셉트는 제품만이 아니라 직원들의 외부 업무로까지 이어진다. 일례로 그가 구매부장에게 당부하는 말이 있단다. 더 작은 회사 직원과 미팅할 때는 꼭 밥을 사주고 오라고.

생산현장

Management Point 3
상황에 맞게 업무의 유연성을 부여한다
63세의 장 대표 패션은 청바지에 라운드 티를 입고 재킷을 걸친 정도다. 심플한 캐주얼 차림으로 방문고객을 만나고 임원들과 회의를 하며 직원들과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한다. 자유로운 패션 스타일만큼이나 직원들에게 자율성도 강하게 심어놓은 그가 매사에 실천으로 옮기는 CEO로서의 경영 노하우가 있다. 바로 유연성이다.
“흔히 기업에서는 부서별로 회식을 할 때 1인당 몇 만원이라는 기준을 정해놓죠. 우리 회사는 그런 거 일찌감치 없앴습니다. 편하게 먹고 즐기는 회식까지 규정을 정해서 움직이게 하고 싶진 않습니다.”
회식비 몇만 원의 차이 때문에 직원들의 휴식까지 경직된 문화로 만들고 싶지 않다는 그는 직원들의 출장비도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단적으로 해외출장을 갈 때 임원이나 대표는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하고 직원들은 이코노미 클래스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은 참으로 갑갑한 기업문화라는 것. 직급에 상관없이 그때그때 건강 상태나 여건에 따라서 움직여야 하므로 출장비를 일률적으로 정해놓는 것은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쪽이다.
CEO의 이런 유연성은 직원들의 비즈니스 활동에 활력소가 된다. 지난해 현대아이티는 새로운 해외 수출망을 뚫었다. 호주 멜버른 메트로와 승객정보 디스플레이 시스템(PIDS)의 장기 공급을 체결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대박을 낸 정도는 아니지만, 해외수출 담당 직원이 어렵게 도전해 성공시켰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이다. 해당 직원은 지난 2년 동안 바이어와 미팅을 하느라 수차례에 걸쳐 현지로 날아갔다. 고객의 요구사항을 지속적으로 들어주느라 계약은 더디게 이루어졌는데, 중소기업으로서는 이런 상황에서 장거리 출장을 몇 번씩 보내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평소 업무의 유연성을 강조해온 장 대표의 경영철학이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기회를 부여하고 성과를 만들 수 있도록 한 셈이다.
장 대표가 자주 말하는 융통성이 제대로 통한 대표적인 사례가 또 있다. 몇 년 전, 초도물량 200대를 수출한 고객으로부터 일부 제품에 대한 불만이 제기됐다. 고객은 불량제품에 대해서만 교체를 원했지만 장 대표는 신뢰가 중요하다고 여기고 통 큰 결정을 내렸다. 납품한 전체 물량을 리콜해 일일이 조사하고 테스트한 후 다시 내보냈다. 이 때문에 추가비용은 들어갔지만 고객 감동은 두 배로 이어져 지금은 단골이 됐다.

Management Point 4
기존 기술 잘 버무리는 융복합에 주목하다
현대아이티의 역사는 짧지만 강하다. 제품의 국내외 인지도나 빠른 성장세는 이 회사를 다시 보게 한다.
“이제는 월말이 다가와도 월급 줄 돈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초창기 2~3년은 월급날이 돌아오면 겁부터 났지만, 이제는 그만큼 경영이 안정적입니다. 물론 샴페인을 터뜨릴 때는 아니지만, 글로벌 기업 홈페이지에 우리의 제품 영상이 있다는 것은 곧 우리를 인정했다는 의미이고, 비전이 있다는 의미 아닐까요?”
스타일은 자유로워 보이지만 여유 있는 인상에 말을 아끼는 장 대표에게서 CEO로서의 남다른 내공이 느껴진다. 올해 역시 전년대비 20% 이상의 매출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는 그는 단기 목표로 3년 후 코스닥에 상장할 계획이란다. 글로벌 시장에서 아웃도어 제품으로 성장세가 두드러진 디지털 사이니지가 향후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본다. 그 이유로 장 대표는 기술의 융복합을 거론한다.
“기술개발도 중요하지만, 중소기업에게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기존 기술의 융복합입니다. 신기술 하나가 미래를 책임져주진 못합니다. 그만큼 변화의 속도도 빠르고, 중국 제조사의 추격이 빠르거든요. 중소기업이 살아남으려면 기술을 잘 버무려서 자사만의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미 스마트보드에서도 기술 융복합으로 경쟁사들과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여왔지만, 시장 규모가 더 큰 디지털 사이니지에서도 차별화를 일궈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온도인 -50℃에서부터 50℃까지 작동이 가능하도록 에어쿨링 기술과 히팅 기술을 접목시켰다. 또 경쟁사들이 구현하기 힘든 강화유리 이중접합 기술을 입혔다. 온도 적응과 파손 방지에 있어서 뛰어난 품질력을 내세우는 근거다. 모니터는 아웃소싱하지만 나머지 공정은 자체 제조 시스템을 고집해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앞으로 기술 융복합으로 차별화를 내세운 고부가가치 제품에 주력하겠다고 큰소리를 칠 수 있는 담보이기도 하다.
임원으로서 또 CEO로서 걸어온 시간이 30여 년에 달하는 장 대표에게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젊은 후배들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주문했더니,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말한다.
“기업의 힘은 CEO의 배짱이 7할입니다. 소위 ‘뻥’(?)을 치는 과장된 액션을 하라는 게 아니라 결정력이 남달라야 한다는 얘기죠. 여기에 잠 잘 자고 건강하면 성공으로 가는 길이 열릴 겁니다.”
고상한 언어 포장보다는 돌직구로 말하는 개성파 CEO. 장 대표의 남다른 경영전략은 신선하다 못해 파격적이다. 휴게실에서 만난 한 직원이 이런 말을 했다. “자율성과 유연성을 강조하는 대표님의 의도를 빨리 읽지 못해 때로는 힘도 들고 고민도 하지만, 성과를 내놓고 보면 역시 대표님의 리더십 전략이 맞았다는 걸 실감합니다”라고.

단점도 장점으로 바꾸는
장제만 대표의 경영 테크닉


장제만 대표 프리 스타일을 추구한다
보여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복장도 경영도 대기업처럼 다 짜여진 시스템은 거부한다. 이 때문에 직원들도 놀라고 거래처 관계자들도 의아해할 때가 있지만, CEO로서는 얻는 게 더 많다. 사고가 유연하기 때문에 차별화된 아이디어와 전략을 필칠 수 있다.

자율성이 넘쳐난다
직원들에게 지시하기보다는 스스로 알아서 하도록 책임감과 자율성을 부여한다. 이런 방식은 길들여지기 전까지는 오히려 스트레스가 된다는 직원들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직원들이 자기 몸에 맞는 옷을 입고 일하듯이 잘 적응하면서 생산성 향상을 가져온다.

임직원들과 자유롭게 소통한다
임직원들과 밤 11시에도 스스럼없이 문자를 주고받고 전화도 한다. 모르는 사람은 늦게까지 직원을 부려먹는 줄 안다. 그건 아니다. 시간, 공간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소통한다. 그게 우리 회사의 힘이기도 하다.

박창수 전문기자 사진 박명래 객원사진기자

[2019-09-02]조회수 :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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