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19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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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브랜드가 되다
㈜부즈 뿌까

‘원색으로 된 사람 캐릭터’는 망한다는 게 글로벌 캐릭터 시장의 오랜 불문율이다. ‘뿌까(PUCCA)’는 양쪽으로 동그랗게 말아 올린 검은 머리에 빨간색 옷을 입은 소녀 캐릭터다. 실패 요소를 모두 가졌다. 그럼에도 2000년 탄생 이후 지금까지 세계 150여 개 나라에 진출해 1,000여억 원의 로열티를 벌어들이고 있다. 캐릭터 시장의 성공 공식을 파괴하며 보란 듯이 견고한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 잡은 뿌까. 토종 캐릭터 뿌까의 글로벌 브랜드 성장사가 궁금하다.

뿌까

Brand Identity
동물 아닌 말괄량이 소녀 캐릭터 ‘뿌까’
이상석 부사장 ㈜부즈의 이상석 부사장은 캐릭터 개발 단계에서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둔 덕분에 뿌까는 지금까지 세계 150여 개 나라에서 총 1,000여억 원의 로열티를 벌어들였다고 말한다. 5월이면 한층 더 날개를 펴는 산업이 있다. 미키 마우스나 헬로키티, 뽀로로 등의 캐릭터 시장이다. 최근에는 캐릭터 소비자층이 전 세대로 확대되면서 특정 연령대나 시즌에 크게 영향을 받는 편은 아니지만, 5월이 성수기인 것만은 분명하다. 캐릭터는 용어적인 의미로는 사람의 성격을 일컫는 말이다. 여기서 파생해 산업계에서는 긍정적인 느낌을 갖도록 성격과 특징을 부여한 가공의 인물이나 동물 등의 시각적 상징물을 캐릭터라고 부른다. 캐릭터 산업은 시간이 지나도 세대를 관통하며 좀처럼 그 인기가 식지 않는다. 오히려 더 넓은 영역으로 확장되면서 문화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래서 국내외 가릴 것 없이 굴지의 기업들이 눈독을 들인다.
그런 의미에서 ‘뿌까(PUCCA)’의 가치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토종 캐릭터로서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캐릭터 브랜드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전체 매출액 중 90%가량을 해외에서 벌어들이니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고 할 수 있다. 실제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외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8년 대한민국 캐릭터 선호도 조사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글로벌 브랜드가 되는 것은 모든 기업의 궁극적인 목표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캐릭터’라는 산업은 그 길이 더욱 어렵다. 하나의 상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원 소스 멀티 유즈를 활용해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확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토종 캐릭터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기는커녕 세계시장에 발을 내딛는 것조차 여의치 않다. 캐릭터 산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퍼블리셔나 라이선싱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힘들어서다. 도대체 뿌까는 이토록 험난한 길을 어떻게 헤쳐왔을까? 그 출발은 20여 년 전 ㈜부즈의 김부경 대표에서 비롯됐다.
김 대표는 학창시절부터 캐릭터 그리는 일에 빠져 있었다. 좋아하는 것도 하고, 미키 마우스와 같은 스테디셀러 캐릭터도 만들고 싶어 부즈를 창업했다. 창업 후 1여 년 동안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글로벌 캐릭터 시장조사에 집중했다. 캐릭터 이미지에 대한 분석은 물론이고 라이선싱 방법, 상품화 전략, 콘텐츠 개발, 세계시장 진출 방법까지 샅샅이 조사했다. 수없이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얼마 못 가서 사라지는 게 당시 국내 캐릭터 시장이다 보니, 이들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에서다. 시장조사 후 30여 개의 비슷한 캐릭터를 만들어 마켓 테스트를 거친 끝에 나온 게 뿌까다. 그게 2000년 1월이니, 올해로 뿌까의 나이는 열아홉 살이다.
철저한 준비 덕분에 뿌까는 출시 첫해부터 대박을 터뜨렸다. 론칭 이벤트로 뿌까를 주인공으로 한 플래시 e카드를 만들어 인터넷에 배포했는데, 젊은 여성층으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이 같은 성과는 또 다른 열매로 이어졌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플래시 소프트웨어를 출시하면서 그 활용방법을 알려주는 가이드 샘플 캐릭터로 뿌까를 사용한 것. 이렇게 뿌까는 데뷔 첫해부터 ‘대한민국 캐릭터 대상’을 수상하며 승승장구했다. 이후에도 ‘세계일류상품 인증’, ‘대한민국 문화콘텐츠 수출 유공부문 대통령 표창’ 등을 받으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부즈의 이상석 부사장은 뿌까가 처음부터 주목받을 수 있었던 이유로, 차별화된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중요했다고 말한다. ‘동물을 형상화한 귀엽고 앙증맞은 모습’이라는 글로벌 캐릭터의 공통적인 성공 공식을 파괴한 것이 뿌까의 계산된 전략이었다. 뿌까는 딱 봐도 예쁘기보다는 개구진 모습이 가득한 말괄량이 소녀 캐릭터다. 캐릭터 출시 전, 시장조사를 통해 국내외의 성공한 캐릭터들은 대부분 쥐나 토끼, 곰, 오리 등의 동물을 귀엽게 이미지화했으며, 어린이들을 타깃으로 했다는 점을 눈여겨봤다. 같은 전략으로는 승산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 공식을 벗어나면 세상에 없었던 새로운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기에 여기에 승부를 걸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10~20대를 겨냥한 ‘동물이 아닌 사람, 소녀지만 공주 이미지가 없는’ 캐릭터, 즉 뿌까다. 이 부사장은 여기에 스토리를 가미해 ‘사랑을 전하는 메신저’라는 명확한 아이덴티티를 갖도록 한 것도 남다른 전략이라고 소개한다.
“뿌까를 현실과 가상을 아우르는 하나의 생명체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거룡반점이라는 중국집의 말괄량이 외동딸로 포지셔닝을 했고요. 조금은 못생기고, 때로는 말썽을 부리지만 사랑스러운 소녀 이야기를 담았죠.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캐릭터라는 점에서 소비자들이 신선함을 느꼈던 것 같아요. 단지 예쁘고 재미있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거든요. 미키 마우스처럼 쉰 살, 백 살, 아니 그 이상 장수하는 캐릭터 브랜드로 키우기 위한 포석이에요.”

뿌까 컵, 여행 캐리어, 휴대전화 케이스 제품부즈는 휴대전화 케이스, 여행 캐리어, 컵 등의 생활용품에서부터 패션, 팬시, 뷰티, 게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뿌까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Brand Manual
뿌까의 기본 축은 글로벌 마켓
뿌까 애니메이션 포스터 CJ ENM에서 3D 버전으로 제작·투자·배급한 애니메이션 〈뿌까〉 기업 입장에서 봤을 때, 캐릭터 브랜드의 최대 장점은 ‘늙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대의 흐름이나 기술 등과 무관하게 그 모습 그대로 수십 년까지 안정적으로 인기를 대물림할 수 있다. 물론 소소한 변화가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일반 상품처럼 많은 자본을 투입하거나 신제품 라인을 계속 개발하지 않아도 된다. 처음에 기본 틀만 잘 갖춰놓으면 아무리 세월이 흐르더라도 브랜드가 시장에서 사라지는 날까지 비즈니스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
뿌까는 이 같은 캐릭터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했다. 뿌까를 하나의 브랜드로, 또 글로벌 브랜드로 성공시키기 위해 기획 단계에서부터 철저하게 계산된 브랜드 매뉴얼 안에서 움직였다는 점이다. 매뉴얼의 중심은 글로벌이다. 캐릭터 산업은 국내보다는 세계시장이 잘 발전돼 있어 해외를 공략하지 않고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결과론적인 해석이지만, 이 부사장은 글로벌 전략이 없었다면 뿌까의 성공도 없었을 거라고 단언한다.
“철저하게 글로벌 전략에 맞춰 태어나고, 키워졌다고 할 수 있어요. 외모에서부터 이름, 디자인, 가정배경 등 모든 것을 해외시장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이니까요. 오리엔탈 이미지가 동서양을 아우를 수 있다고 생각해 동양적인 얼굴을 만들었습니다. 한국이나 중국, 일본을 포함한 보편적인 오리엔탈 이미지를 대변하는 생김새로 만든 거죠. 핑크색이나 하늘색 중심이던 기존 캐릭터와는 달리 검은색과 빨간색으로 디자인한 것도 같은 이유고요. ‘뿌까’라는 이름도 특별한 의미를 담은 게 아니라 동서양 어디에서도 발음하기 쉽도록 만든 거예요.”
대체적으로 시장은 준비된 전략을 배신하지 않는다. 글로벌 맞춤형으로 태어난 뿌까 역시 예상대로 해외시장에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2004년부터 유럽, 브라질, 북미 등과 상품화 에이전트 계약을 속속 맺었다. 상품화 에이전트 계약이란 대형 사업자에게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을 제조, 판매, 마케팅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상품 매출에 비례해 로열티를 받는 마스터 라이선싱 계약을 의미한다. 일일이 해외시장을 관리할 수 없기 때문에 많이 활용하는 선진국형 캐릭터 산업 시스템이다. 뿌까가 그려진 가방, 의류, 문구, 생활용품 등이 현지에서 잘 먹힐 것이라고 판단한 해외사업자들이 앞다퉈 계약 요청을 해오면서, 출시 10년도 안 돼 세계 100여 개 나라에 2,000여 가지 품목을 선보였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뿌까 캐릭터 전용 매장이 파리에만 10곳 이상 있을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메이저 해외 에이전트가 좋은 조건을 내걸며 계약 제안을 먼저 한다는 것, 뿌까가 그만큼 사업성이 큰 캐릭터 브랜드가 되었다는 의미다. 놀랍게도 뿌까의 성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여기에 방점을 찍은 것이 있으니, 바로 월트디즈니와의 만남이다. 월트디즈니가 뿌까를 주인공으로 한 TV용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만들어 2008년부터 2년간 60여 개 나라에 동시 방송했다. 이 애니메이션은 지금도 방송 중인 나라가 있을 만큼 스테디셀러가 되었다. 국내에서는 월트디즈니가 투자, 배급한 첫 사례여서 의미가 남다르다. 더구나 캐릭터 산업은 애니메이션이 중요한 마케팅 역할을 하기 때문에 세계시장에 뿌까를 알리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웠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유럽, 중남미 등 150여 개 나라에 뿌까의 상품과 애니메이션이 진출해 있는 것도 이 시기에 축적된 인지도 덕분이다.

Branding Tools
캐릭터를 넘어 문화로 재생산되는 콘텐츠

캐릭터는 콘텐츠가 생명이다. 패션, 도서, 팬시, 게임, 애니메이션, 영화 등의 콘텐츠가 다양해야 수익성이 높아지고 캐릭터의 수명도 길어진다. 그렇다고 무조건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잘 관리하는 것까지가 콘텐츠 영역이다. 콘텐츠가 좋으면 굳이 애쓰지 않아도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브랜딩된다. 글로벌 캐릭터 브랜드들이 콘텐츠에 대한 고민을 놓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뿌까는 이를 지키기 위한 툴로 ‘선택과 집중’을 선택했다. 잘할 수 있는 것에 몰입하되, 우선순위에 뒤처지거나 인풋(input) 대비 아웃풋(output)이 낮은 부분은 과감하게 포기했다. 예컨대 캐릭터 개발, 캐릭터를 활용한 콘텐츠 개발, 스팟 영상 등 콘텐츠에 필요한 기본 소스는 직접 만드는 대신, 상품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것은 라이선싱 시스템을 통해 외부 에이전트에게 사업권을 주는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현재 부즈는 직원 수가 25명인데, 이들 중 디자이너가 80% 이상을 차지한다. 이 부사장은 매출액 대비 직원 수가 적고, 디자인분야 인력 구성비가 높은 것은 모두 이 같은 라이선싱 중심의 비즈니스를 펼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2,500여 가지가 넘는 상품을 모두 제조하고, 150여 개 나라에 이를 공급·판매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요. 설사 할 수 있다 하더라도 여기에 투입하는 인적·물적 자원을 생각하면 비효율적인 일이고요. 그래서 사업자에게 에이전트 권한을 주는 방식을 택했어요. 대신 상품에 대한 아트워크 컨펌은 반드시 저희가 하는 방식으로 스타일 가이드 역할을 철저하게 하고 있죠. 이 부분을 소홀히 하면 캐릭터가 변형될 우려가 있거든요. 그렇게 되면 한순간에 브랜드가 무너져요. 해외 에이전트를 선택할 때에도 규모나 로열티 배분율보다는 역량과 현지 시장을 잘 아느냐를 우선시해요. 캐릭터 산업의 성패는 파트너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물론 파트너는 일방적인 힘의 논리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캐릭터는 총괄 능력이 있는 에이전트를, 에이전트는 가능성이 있는 캐릭터와 파트너 관계를 맺으려 하기 때문에 어느 한쪽에서 원한다고 비즈니스 관계가 성사되지는 않는다. 뿌까가 캐릭터 가치와 파워를 키우는 데 공을 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역량 있는 에이전트에 합리적인 대우를 요구하고, 브랜드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지의 여부를 당당하게 제안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CJ ENM이라는 대형 파트너를 만난 것도 이 덕분이다. CJ ENM은 2018년 새 시즌 애니메이션 〈뿌까〉를 3D 버전으로 제작해 만화 전문 케이블 TV 투니버스에서 방송했다. 월트디즈니 이후 10년 만에 선보인 뿌까의 두 번째 시즌 애니메이션이다. 뿌까는 애니메이션 외에도 CJ ENM과 공동으로 영화, 뮤지컬, 게임, 패션, 레저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개발해 국내외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티몬, 롯데백화점 등 국내 온·오프라인 마켓에도 상품매장을 오픈하는 등 국내시장에서도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토종 캐릭터로 출발해 전 세계로, 하나의 캐릭터로 출발해 하나의 문화로 이어지는 콘텐츠를 끊임없이 재생산하는 뿌까. 그녀의 장수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그녀는 글로벌 브랜드를 꿈꾸는 모든 중소기업 브랜드의 희망이니까.

뿌까 피규어 스타벅스 & 뿌까
브랜드 평행이론


콘텐츠
‘커피가 아니라 경험을 파는 곳’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분위기, 여유로움, 음악, 인테리어, IT 환경 등 커피 외에 다양한 콘텐츠를 고유의 이미지로 잘 녹여낸 것이 스타벅스의 핵심이다. 뿌까는 캐릭터를 넘어 의류, 가방, 게임, 애니메이션 등으로 끊임없이 다양하게 변신하고 있다.

현지화
스타벅스는 세계 어느 매장에서도 비슷한 맛과 분위기,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기본 원칙이다. 하지만 이 안에서 최대한 현지에 맞게 차별화 전략을 구사했다. 한글 간판, 한옥 인테리어를 연출한 한국 매장 등이 그 예다. 뿌까 역시 기본적인 캐릭터 가이드라인 안에서 상품, 에이전트, 라이선싱 방식 등을 철저하게 현지맞춤형으로 펼친 덕분에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다.

김미경 전문기자 사진 김성헌 객원사진기자

[2019-05-02]조회수 : 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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