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2008.09
우리 기업의 투자, 왜 고용효과 떨어질까

 

투자율은 OECD 상위권
현재 우리 경제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 가운데 하나가 기업의 성장과 투자가 고용 등으로 연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업이 투자를 하면이 과정에서 일자리가 창출되고 임금이 지급되면서 기업의 성과가 국민경제로 파급되는 것을 기대하게 된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파급효과가 떨어지면서 기업은 성장해도 국민들의 일자리와 소득은 늘어나지 않고 있다.
이렇게 투자의 국민경제 파급효과가 떨어진 데에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첫째는 실제로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고, 또 하나는 고용과 연계가 되지 않는 투자가 이뤄졌을 가능성이다.
첫째 가능성을 먼저 검토해보면, 언론 등에서 많이 지적하는 것과는 달리 기업들의 투자활동이 크게 위축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과거 1980~1990년대 고도성장기와 같은 대규모의 투자활동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OECD 등 주요국과 비교할 때 우리 기업들의 투자활동 수준은 낮은 수준이 아니다. 우리나라 총 투자율, 즉 GDP에서 총고정자본의 형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1년 32.9%, 2012년 30.8%, 2013년 29%, 2014년 29.3%, 2015년 28.5%로 대략 30% 내외 수준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 수준은 OECD 국가들 가운데에서는 최고 수준이어서 투자 규모로 볼 때는 결코 낮다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총투자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비율도 68.2%로 OECD 회원국 가운데 상위권이어서,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아 국민경제 기여도가 떨어진다고 주장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투자의 양 자체는 많다는 이야기다.

자동화설비 위주 투자가 고용절벽 초래
그렇다면 투자의 질, 즉 투자가 고용과 연계되는 측면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산업구조에 대해 따져보는 게 필요하다. 우리나라 기업의 투자는 수출산업과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내수 기업보다는 수출 기업들의 투자가 훨씬 많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대표 수출산업은 반도체, 휴대폰, 디스플레이 등 전자산업, 선박, 자동차, 석유화학 및 석유제품, 철강 등이다. 이러한 산업들은 대표적으로 노동자 투입보다는 설비 투입이 중요한 장치산업 성격이 강한 분야다.
보통 특정 산업에서 장치산업 성격이 강한지의 여부는 1인당 자본장 비율로 비교하곤 한다. 1인당 자본장 비율은 기업의 유형자산을 종사자 수로 나눈 수치로, 노동자 1명당 얼마나 많은 설비를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수치가 높으면 장치산업 성격이 강한 것이고, 이 수치가 낮으면 노동투입 성격이 강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 수출산업들은 타 산업들과 비교할 때 1인당 자본장 비율이 매우 높다. 즉, 사람보다는 설비 투입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온 산업들이라는 이야기다. 특히 수출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은 생산자동화 산업용 로봇들을 매우 많이 도입해 생산성을 높여왔다. 생산성을 높여 수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으나, 고용을 유발시키는 데에는 한계를 보였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상황을 잘 보여주는 재미있는 지표가 있다. 세계로봇연맹(IFR)에서 내놓은 ‘제조업 노동자 1만 명당 로봇 수’라는 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노동자 1만 명당 로봇 531대가 도입돼 싱가포르(398), 일본(305), 독일(301) 등을 제치고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15년 보스턴 컨설팅 그룹도 한국이 현재 로봇 채택에서 세계 최선두 그룹이며, 2025년에는 제조업 노동력의 40%를 로봇으로 대체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기도 전인데, 이미 우리의 로봇 설비 수준은 세계 최고라는 이야기다.
이와 같은 자동화 설비 중심의 투자활동이 주로 이뤄졌기 때문에 투자를 통한 고용 유발이 높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투자를 하면 할수록 고용은 떨어지는 형태를 통해 생산성을 높여온 것이었기 때문이다.

 

부가가치 높은 투자로 중심축 옮겨야
하지만 이와 같은 자동화 설비 중심 투자가 생산성을 높이는 것도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 자동화 수준이 낮은 상태에서는 조금만 설비투자를 해도 생산성이 크게 오르지만, 이미 자동화 수준이 높은 상태에서는 설비투자를 통한 생산성 향상의 여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투자 방향이 기존과는 달라져야 고용도 늘고 국민경제 파급력도 높아질 수 있다. 기존과 같은 설비투자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단순한 자동화에서 벗어나 새로운 부가가치를 높이는 형태로 투자의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어려운 과제이지만,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로 투자의 중심축을 옮기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보통 생산가치 사슬에서 제조의 앞단계인 R&D나 디자인, 그리고 제조의 뒷단계인 마케팅, 서비스 영역이 부가가치가 높다. 제조분야는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가장 낮은 단계다. 과거 우리나라 기업들은 부가가치가 낮은 제조 단계에 설비투자를 늘려 생산성을 높여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부가가치가 높은 단계에서 투자를 늘려 생산성을 높이는 형태를 추구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기존에는 없던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고용효과를 높이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단지 사람을 기계로 바꾸는 투자로는 더 이상 나아질 부분이 많지 않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2017-05-30]조회수 : 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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