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2008.09
경상수지 흑자의 빛과 그늘

 

국가경제의 가계부, 경상수지
매달 한국은행에서는 우리나라 국제수지를 발표한다. 국제수지는 한 나라가 일정 기간 동안 상품과 자본을 외국과 거래하면서 오고 간 돈, 즉 달러의 흐름을 집계한 표로, 가계부와 비교해보면 이해하기가 쉽다. 가계를 운영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누군가 일을 해서 월급을 받아 오면 그 돈으로 식품을 사고, 공과료를 내고, 옷을 사 입는다. 월급보다 지출 항목이 많으면 적자가 되고, 월급보다 쓴 돈이 적으면 흑자가 된다.
국제수지도 경상수지 흑자 혹은 적자라는 표현을 통해 현재 그 국가가 얼마나 많은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지난달의 경우, 4월 경상수지 흑자가 40억 달러로 62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국가 경제의 상황을 보여주는 경상수지는 적자와 흑자의 개념이 가계부와는 조금 다를 수 있다.
국제수지는 크게 경상수지와 자본수지로 나뉜다. 경상수지는 재화와 서비스의 수출입에 의해 집계되는 상품수지 및 서비스수지와 한국인이 외국에서 돈을 벌거나 외국인이 한국에서 돈을 버는 것을 집계한 소득수지, 그리고 국제구호 활동, 원조금 등을 통해 집계되는 이전수지로 구성된다. 자본수지는 정부와 민간이 해외로부터 차입을 하거나 해외에 돈을 빌려주었을 때 나타나는 외화의 흐름을 계산한다.

서비스수지 적자에도 62개월 연속 흑자 기록
경상수지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가장 비중이 큰 상품수지는 재화의 수출과 수입을 통해 집계된다. 수출과 수입으로 집계되기 때문에 ‘무역수지’와 같은 개념인 것처럼 보이나, 약간의 차이가 있다. 무역수지는 수출품이 선적된 배가 통관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작성돼 거의 실시간 집계가 가능하다. 산업부에서 매월 수출액을 발표할 때 무역수지가 함께 공표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상품수지는 소유권이 이전되는 시점 기준으로 작성되기 때문에 집계 시점이 조금 늦춰진다.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대표적인 수출품이 선박이다. 선박을 만들어 해외에 수출하면 인도(통관)하는 날 기준으로 무역수지가 집계된다. 하지만 상품수지는 수출된 나라로 선박의 소유권이 이전되는 시점에야 집계된다. 따라서 산업부에서 발표하는 무역수지와 한국은행에서 발표하는 상품수지는 같은 달에도 조금 차이를 보이게 된다.
서비스수지는 가공서비스, 여행, 운송, 건설, 지식재산권 사용료와 기타사업 서비스 등으로 구성된다. 기타사업 서비스는 연구개발 서비스, 경영컨설팅 서비스나 건축·엔지니어링 서비스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분야다. 기본적으로 외국에서 우리나라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외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면 적자가 된다. 소득수지는 급료나 임금, 배당과 이자소득으로 구성된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상품 수출 강국이어서 상품수지는 흑자를, 서비스수지와 소득수지는 적자상태를 유지해 전체 경상수지 총합은 흑자를 유지하곤 했다. 특히 경상수지에서 상품수지가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높아 경상수지가 흑자라는 의미를 대부분 수출 호조에 따른 상품수지 흑자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4월의 경우 62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긴 했으나, 흑자폭은 지난 1년래 가장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흑자폭이 줄어든 것은 사드 배치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들이 줄어들어 여행수지 적자폭이 늘었고, 우리나라 기업들의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배당금 지급이 늘어 소득수지 적자가 커졌기 때문이다.

숨겨진 불황형 흑자일 수도
이런 내용으로만 보면, 그래도 경상수지 흑자가 적자보다는 좋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상수지는 총소득에서 소비와 투자 등 총지출을 뺀 개념이기 때문에 총소득 증가 대신 소비와 투자가 줄어 흑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는 게 문제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오랫동안 경상수지 흑자가 유지된 이유가 바로 이 점 때문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흑자’로만 볼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생산은 많이 하는데 소비가 뒤따르지 못하면 디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실업 증가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같은 논리로 경상수지 적자가 좋은 신호일 때도 있다. 나라 안에 돈이 부족하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나 투자가 왕성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한 나라의 국내 저축이 기업의 투자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경상수지가 적자가 될 수도 있다. 또는 국내에서 수출을 늘리기 위해 해외 중간재나 설비재를 수입하기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수입량이 늘어 경상수지 적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두 경우 모두 현재의 적자가 미래의 흑자를 준비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좋은 전조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이와 같은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된다면 다른 문제가 될 수 있다. 한 나라가 경상수지 적자를 감당하려면 국외 자금조달 비용을 충당할 만큼 생산이 크게 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이 나라의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 금융위기를 겪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단지 현재 경상수지가 적자인가, 흑자인가, 혹은 그 폭이 큰가, 작은가만을 따지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그보다는 현재 경상수지 적자와 흑자의 원인, 지속기간 등을 따져보고 또 다른 문제가 은폐된 것은 아닌지를 밝히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오랜 경상수지 흑자 지속이 투자 부진이나 내수 위축의 한 단면을 나타내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2017-06-28]조회수 : 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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