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2008.09
디지털 경제의 그늘 ‘알고리즘 담합’

 

시장경제 저해하는 담합 행위
가끔 여러 제조사의 라면이나 아이스크림 가격이 동시에 오른 것을 발견할 때가 있다. 시장에서 기업은 가격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지만, 경쟁 제품이 있을 경우에는 이것이 쉽지 않다. 경쟁 제품의 가격이 그대로인 상태에서 내 제품만 가격을 올리게 되면 경쟁사가 가격을 인하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쟁사들과 함께 가격을 올릴 수 있다면 이런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런 행위를 ‘담합 행위’라 한다.
담합 행위란 특정한 시장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사업자가 서로 공모하여 가격 등을 사전에 결정해 그 분야의 실질적인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앞의 예에서라면 아이스크림 제조사들이 모두 짜고 한꺼번에 800원짜리 하드를 900원으로 올려 가격 인상에 대한 경쟁사의 견제를 없애버리는 것에 해당한다. 이렇게 사업자들이 함께 ‘짜고’ 마치 한 회사가 독점을 하는 것과 같은 행위를 하게 되면 소비자들이 손해를 입거나 경제 질서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때문에 많은 나라에서 이러한 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공정거래법」을 제정해 이를 금지한다. 특히 공동 행위를 실행하지 않았더라도, 합의한 사실만 인정돼도 위법 행위인 것으로 간주해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형사 고발 등과 같은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공정거래법」은 부당한 공동 행위 유형을 대략 8가지로 구분하여 제한한다. 가격제한, 판매제한, 생산 및 출고제한, 거래제한, 설비 신·증설 제한, 상품 종류 및 가격제한, 회사설립 제한, 사업활동 제한 등이다. 즉, 같은 업자들끼리 값을 짜고 올려받거나 공급 물량을 제한하고 다른 회사의 참여를 막는 모든 행위를 포함한다. 이 같은 행위들이 기업 간의 경쟁을 막아 실제로 경쟁이 벌어지는 때보다 가격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인상시켜 경쟁사업자에게 불이익을 주고, 소비자들에게도 부담을 전가하게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가격책정 알고리즘을 둘러싼 논란
그런데 최근에 사회 전 분야에서 디지털을 활용한 경제화 과정이 진행됨에 따라 디지털 알고리즘을 통해 이와 같은 ‘담합’ 행위가 구현되고 있다는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른바 ‘디지털 카르텔’ 혹은 ‘알고리즘 담합’ 문제다.
알고리즘이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절차나 방법 등을 일컫는 말이다. 약 8세기경 페르시아의 수학자 알 콰리즈마의 이름에서 유래한 용어로, 입력된 값을 일련의 계산 과정을 통해서 새로운 값으로 출력하는 논리구조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여러 인터넷 서비스들은 각 사이트 고유의 알고리즘에 기반해 제공된다. 검색 서비스, 추천 서비스, 평점 서비스 등과 같은 온라인 서비스들은 모두 인터넷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데이터들을 분석하고 정보를 재생산하는 각자의 알고리즘에 의해 구현된다는 것이다.
알고리즘은 원래 사람이 직접 하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복잡한 계산이나 데이터 처리를 자동적으로 수행해줘 시장의 역할을 보완한다고 여겨졌다. 이런 과정을 담당함으로써 거래 비용을 낮추고 공급자와 소비자의 정보 비대칭 문제를 완화시켜 투명하고 효율적인 시장을 만드는 데 기여한다고 본 것이다. 특히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여 소비자 후생을 증대시키는 결과를 낳는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프로그램의 알고리즘이 우리에게 편리함만 주는 것이 아니라 정보교환, 가격조정, 가격 모니터링 등 담합 과정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사람의 개입 없이 자동적으로 수행함으로써 담합도 더 손쉽게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게 되었다. 오히려 사람들이 하는 담합보다도 담합의 발생 가능성과 지속성을 더 높일 수 있어, 담합의 위험을 더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 디지털 카르텔 가려낸다
예를 들어, 2016년 3월 미국의 뉴욕 연방지법은 ‘우버’ 서비스의 가격결정 알고리즘이 묵시적인 담합을 조장했다는 사건에 대해 우버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우버는 승객과 운전기사들의 수요와 공급 상황에 따라 요금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알고리즘을 이용하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퇴근 시간에는 가격이 더 오르고, 사람들이 덜 이용하는 오전 시간에는 가격이 내려가는 것과 같은 형태다. 그런데 법원은 우버의 운전기사들이 경쟁을 통해서 요금을 산정하지 않고 우버의 가격결정 알고리즘을 동일하게 이용해 요금을 산정하는 것이 가격 담합을 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판단한 것이다.
유럽에서도 우버와 비슷한 판결이 있었다. 2016년 리투아니아의 최고 행정법원은 한 온라인 여행 예약 사이트가 여행사들과 담합 행위에 참여한 것으로 인정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사이트는 여러 여행사들을 모아놓은 일종의 플랫폼이었다. 그런데 이 플랫폼은 일정한 시점에 각 여행사에 가격 할인 제한에 대한 공지를 보낸 뒤, 예약 시스템의 최고 할인율을 3%로 일괄적으로 조정했다. 여행사들이 경쟁사들과 직접 의사교환을 한 것은 아니지만 제3자인 플랫폼의 조치에 동조함으로써 수평적 담합을 한 것과 유사한 결과를 초래했고, 플랫폼은 이 담합을 주도한 것과 같다고 본 것이다.
이밖에도 온라인 전자상거래 사이트의 가격 조정 알고리즘 등 디지털 서비스의 다양한 기능들이 담합의 의혹에 휩싸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같은 국제기구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이 분야에 대한 규제 잣대를 마련하기 위해 연구작업을 시작했다고 알려진다. 디지털 경제화가 가속되면서 시장의 경쟁 방식도 변모하고 있어 이를 통제하는 제도도 바뀌어야 함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2017-08-28]조회수 : 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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