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2008.09
수상(受賞)의 경제학

 

행동경제학자 탈러의 노벨상 수상
해마다 노벨상 수상 소식이 전해지면 올 한 해도 마무리해야 할 때가 다가왔음을 느끼게 된다. 노벨상은 통상 매년 10월 첫째 주와 둘째 주 사이에 발표된다. 후보자의 추천과 선정, 결정 등의 작업은 매년 초가을 무렵에 시작해 이듬해 10월 초까지 약 1년간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보자의 추천권은 역대 노벨상 수상자를 비롯해 6개 부문에서 약 1,000명씩 총 6,000여 명의 인사들에게 주어진다. 추천을 요청받은 사람은 후보자 추천을 서면으로 제출하는데, 자기 자신을 추천한 사람은 자동적으로 자격을 상실되게 되어 있다. 문득 예전 대학원을 다닐 때 은사님께 노벨경제학상 추천서가 우편으로 날아와, 교수님께서 정성스레 추천서를 작성하시던 장면이 떠올랐다.
경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노벨경제학상 소식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올해 수상자는 우리나라에도 『넛지』라는 책으로 유명한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였다. 행동경제학은 ‘사람들은 항상 이성적인 판단을 내린다’는 기존 경제학의 ‘합리적 인간’이란 전제를 뒤집는다. 오히려 경제 주체들이 제한적으로만 합리적이며, 때로는 주변 환경과 편견 등에 의해 감정적으로 선택하는 경향도 있음을 증명하는 분야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상위원회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학문으로서 논란이 많고 주변부에 머물렀던 행동경제학의 위상을 당당한 주류 경제학으로 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탈러의 경제학상 선정이유를 밝혔다.

수학계 노벨상 ‘필즈상’은 발전 가능성에 무게
이와 같은 표현이 가능한 까닭은 수십 년 전만 해도 행동경제학은 “이건 심리학이지 경제학이 아니다”라며 이단아 취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소개된 『생각에 관한 생각』의 저자 대니얼 카너먼이 2002년 행동경제학자로서 노벨경제학상을 받기도 했지만, 심리학자가 최초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고 불릴 정도였다.
때문에 리처드 탈러도 기존 학계와 정면으로 맞서기보다는 논문 작업과 대중적인 서적으로 일반인과 젊은 대학원생들 사이를 파고들었다. 덕분에 행동경제학은 다른 경제학 분야에 비해 꽤 대중적으로 친근하고 이해의 폭도 넓힌 분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런 변화에 대해 “완전무결한 물리학에 가깝던 경제학이 점점 생물학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평도 나온다.
이렇게 노벨상과 같이 과거의 업적과 공로에 대한 평가라는 의미로 주는 상도 있지만,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잠재력을 고취하는 의미에서 주는 상들도 있다. 이런 경우 상의 의미는 수상자의 역량을 치하하는 것보다는 더 많은 학문적 업적을 기대하는 것에 큰 비중을 두게 된다. 그런데 실제로 이런 상들의 효과가 우리의 기대와는 다른 경우가 더 많다는 분석들도 있다.
자주 언급되는 예가 수학계의 필즈상 수상자의 연구 성과에 대한 연구다. 필즈상은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상으로, 국제수학연맹이 4년마다 개최하는 세계 수학자대회에서 2~4명의 수학자에게 부여한다. 캐나다의 수학자 존 찰스 필즈의 유언에 따라 제정되어, 수학의 새로운 분야 개척에 공헌한 수학자들에게 수여되고 있다. 특히 필즈가 “향후 연구를 지속하도록 격려하고 다른 수학자들의 분발을 촉구하는 뜻에서 이상을 수여한다”라고 유언을 남겼기 때문에, 필즈상은 40세 이하의 젊은 수학자들에게만 부여된다. 스포츠로 치면 단 한 번의 기회밖에 없다는 ‘신인왕’과 유사한 셈이다.

수상 취지를 무색케 하는 실망스런 결과들
그런데 전미경제연구소(NBER)에서 필즈상 수상자들의 수상 전후 연구 성과를 분석한 연구에 의하면, 필즈상의 이런 취지는 다소 무색해진다. 필즈상 수상자들과 비슷한 연구 능력을 가진 수학자들의 연구 성과를 비교한 결과, 필즈상 수상자들은 필즈상 수상 직전까지는 비교그룹 학자들과 비슷하거나 더 높은 연구 성과를 보였다. 그런데 필즈상 수상 이후에는 연구 성과가 비교그룹에 비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자신들의 이전 성과보다도 연구 성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상 전까지 꾸준히 높여오던 연구 성과가 수상 시점을 고점으로 해서 하강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반면, 비교그룹 학자들의 평균 연구 성과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전미경제연구소는 필즈상 수상자들이 수상 이후 자신들의 전문분야가 아닌 새로운 분야에 빠진 탓이라고 해석했다.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이미 일가를 이룬 수상자들이 수상 이후 새로운 연구분야에 도전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필즈상 수상자들의 연구 성과를 다양한 학문과의 연계라는 차원에서 측정했을 때에는 비교그룹 학자들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순수하게 수학분야에서의 연구 성과로만 본다면 수상 이후 이들의 성과가 떨어진다는 것을 부정할 순 없다. 젊고 역량이 넘치는 학자들에게 수학분야에서 더 이룰 것은 없다는 신호를 주게 되면서 연구 성과 감소라는 부정적인 효과를 남겼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문학분야의 부커상 수상자들의 작품을 비교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부커상 수상자들과 후보자들의 작품을 10여 년이 흐른 뒤 질적으로 비교한 결과, 수상자들보다 후보자들의 평균 점수가 높았다. 작품 수로 양적 비교를 했을 때에도 후보자들의 평균 점수가 더 높았다.
물론 이와 같은 분석 방식에도 문제는 있다. 상은 당대에 선정했지만 평가는 오랜 기간이 지난 뒤에 이뤄졌으므로, 시대 변화에 따라 평가 기준이 변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경제학적인 의미에서 상이란 제도가 ‘인센티브’를 고취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라면, 이 제도가 잘못된 신호를 줘 ‘자원의 최적 배분’을 해친 것은 아닐지 생각해볼 만하다.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2017-11-01]조회수 : 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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