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2008.09
임금 상승 정체와 긱(gig) 이코노미

경기 회복됐다는데 체감은 ‘글쎄’
최근 세계 경제가 선진국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2016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경기 회복세가 꾸준히 이어져, 선진국들의 경우 2017년에 이미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세계 경제를 이끌고 있는 미국과 유럽의 회복세가 크다. 미국의 경우 가계소비와 기업투자 회복세가 유지되면서 양호한 성장 흐름을 이어가 2017년에는 2.2% 성장했고, 유럽 역시 2017년에 2.1% 성장했다. 이에 따라 IMF와 OECD 등에서는 2018년 세계 경제가 3.7%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 위기 이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최근 2~3년과 비교하면 꽤 높은 수치다.
그런데 경제는 회복되고 있다는데 그 체감은 높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우리나라 역시 2017년 경제성장률이 3%대를 회복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회복의 온기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 이러한 데에는 많은 원인이 있지만, 경기 회복 속에서도 임금이 크게 오르지 않고 있는 것이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경기가 회복된다는 것은 기업 투자 등이 개선되면서 고용이 늘고 임금도 상승하면서 점진적으로 물가도 함께 오르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실업률, 고용률 등과 같은 고용지표와 물가지표 등을 함께 살펴보면서 경기 회복 여부를 판단한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현재와 같은 양적 완화 정책을 정상화하거나 금리를 다시 올리기 위해 경제 상황을 살펴볼 때에도 이 두 지표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스턴트 고용 시대의 그늘
그런데 최근 세계 경제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 가운데 하나는 실업률이 떨어지는 등 고용지표는 개선되는데, 물가가 따라 올라가는 것이 다소 미진하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고용지표가 좋아지면 물가도 바로 따라 올랐는데, 과거에 비해 이 속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게 된 원인 역시 복합적이다. 먼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노동생산성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기업의 임금 상승 여력이 제약되었기 때문이란 분석이 있다. 예전보다 기업의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또 앞으로 물가가 얼마나 오를 것인가 하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좋아야 고용도 늘고 물가도 따라 오르는데, 저물가가 지속되면서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떨어졌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그 가운데 최근 ‘비자발적 시간제 노동자의 증가’가 임금 상승 둔화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비자발적 시간제 노동자’란 정규 노동자만큼 일할 의지는 있으나 주당 30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이다. 즉, 구직활동을 꾸준히 하면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들이 이런 부류에 속한다. 그런데 이들은 ‘취업자’로 간주돼 실업률 추계에서 빠진다. 이와 같은 불완전 취업자들이 늘어난 탓에 실업률이 현실보다 낮게 집계돼, 정확한 고용 상태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와 같은 비자발적 시간제 노동자들의 임금은 정규직 노동자들보다 낮기 마련이다. 임금이 낮은 시간제 노동자가 늘면서 임금 상승이 둔화되고, 임금이 오르지 않으니 물가 회복도 더뎌지고 있다는 것이다. IMF의 연구에 따르면, 실제로 금융위기 이후 실업률이 크게 떨어진 국가들일수록 비자발적 시간제 노동자들의 비율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비자발적 시간제 노동자들의 비율이 늘어날수록 그 국가의 임금 상승률도 떨어졌다.
이처럼 시간제 노동자들이 늘어난 것은 기업이 고용을 보다 유연하게 가져가기를 원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향후 경기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니 정규직 채용보다는 시간제로 필요 인력을 그때그때 공급받고자 한 것이다.

자아실현? 고용불안? 긱 이코노미의 딜레마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업의 의도 때문만이 아니라 ‘긱 이코노미’ 현상에 따른 고용 관계의 변화 때문이기도 하다는 분석이 있다. 긱 이코노미란 그때그때 발생하는 필요에 따라 임시직을 섭외해 일을 맡기는 경제 형태를 말한다. 1920년대 미국 재즈 공연장 주변에서 필요할 때마다 연주자를 섭외해 단기 공연을 진행하던 ‘긱(gig)’에서 유래한 용어다. 전통적인 노동 계약과는 달리 단기 계약, 자유 계약 형태이고, 한 명의 노동자가 동시에 다발적으로 여러 계약을 맺는 것도 가능하다.
더구나 최근 디지털 플랫폼이 발달하면서 긱 이코노미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 단기적으로 차량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버’, 자기 집을 그때그때 내놓고 세를 받는 ‘에어비앤비’ 등이 모두 긱 이코노미 현상으로 언급된다.
이를 제공하는 노동자들의 측면에서 보면 일하는 시간을 스스로 정할 수 있고,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주로 육아와 일, 학업과 일을 병행하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형태였는데, 이와 같은 노동 형태가 점점 더 늘어나 일자리와 일이 분리되는 추세가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면 자유롭고 유연해 보이지만, 소득이 일정하지 않아 경제적으로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는 문제가 있다. 원활하게 일을 구할 수 없을 경우 개인적인 재정 위기에 빠질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긱 이코노미가 확산되는 것이 노동자들의 ‘자발적’ 선택이라기보다는 ‘비자발적’ 차선책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때문에 IMF에서는 “긱 이코노미가 풀타임 노동자를 중심으로 설계된 현재의 사회보장체제와 맞지 않는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퇴직금도 연금도, 건강보험도 없는 자율 노동 계약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사회안전망도 다시 설계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2017-12-01]조회수 : 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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