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2008.09
유가 상승 득일까? 실일까?

OPEC 감산 합의로 유가 상승세
최근 유가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2017년 상반기까지는 유가가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으나 하반기부터 유가 상승세가 지속돼 10월 말경에는 배럴당 60달러대로 올랐다. 아마도 2018년에는 2017년 보다는 평균적으로 고유가가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와 같이 유가가 올라간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먼저 산유국들의 모임인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기간 연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도 한 가지 이유다.
OPEC에서는 정례회의를 통해 감산 여부 등을 결정한다. 그런데 보통 감산을 합의하고도 합의한 나라들이 제대로 이행하지 않거나, 수요가 미진할 때가 많아 감산에 대한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최근에는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면서 원유 수요가 늘고 있고 OPEC 회원국들의 감산 이행률도 높아 감산 기간이 더 늘어날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2016년 5월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온 미국의 원유 시추 수가 2017년 8월 말 이후 감소세로 전환한 것도 중요하다. 최근 유가가 안정세를 유지한 데에는 미국의 셰일 원유 생산 증가 등으로 인한 공급과잉이 큰 몫을 했었다. 그런데 미국발 공급과잉 우려가 완화되면서 유가가 오름세로 돌아서기 시작한 것이다.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많은 진단이 나오고 있지만 우리 경제가 해외 경기에 크게 의존하는 탓에 그 영향을 단순하게 전망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석유화학·운송·반도체는 ‘흐림’
우선 고유가가 지속되면 소비와 투자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란 진단을 많이 해왔다.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 기업의 원가부담을 상승시켜 생산과 투자의 위축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생산 원가가 오르면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이 오르고 물가도 따라 오르게 된다. 이로 인해 소비가 위축되면서 기업의 매출도 하락할 수 있어 투자 감소 압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생산 원가에서 원유의 비중이 높은 석유제품이나 화학, 운송에서는 생산비용 상승 압력이 다른 산업에 비해 높아질 수 있다. 반도체나 전자, 자동차 등도 국제 유가 상승이 원가 상승 압력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산업에서 유가 상승분을 판매가격에 전가할 경우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기업의 수익성도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 보통 ‘고유가’에 대한 파급 진단이곤 했다.
하지만 고유가의 영향이 이와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기도 한다. 일단 유가가 왜 오르는가에 대해서부터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유가는 원유 수요와 공급의 관계에 따라 결정된다. 원유에 대한 공급보다 수요가 늘면 유가가 오르고, 또 수요보다 공급이 늘면 유가가 떨어진다.

조선·정유·건설은 ‘맑음’
그런데 최근 유가 상승에는 감산이라는 공급 요건도 있지만,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면서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이 크다. 즉, 최근과 같이 유가가 오르는 것은 경기가 회복된다는 신호이기 때문에 경기 호황으로 발생하는 이점도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수출 경기에 많이 의존하는 우리나라에선 고유가로 인한 수혜 요건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으로 조선산업의 경우, 유가가 상승하면 해양 플랜트와 LNG추진선 등에 대한 발주가 늘어나 선박 수주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해상 시추시장은 유가에 크게 좌우된다. 심해 광구의 배럴당 생산단가는 약 45~70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유가가 이보다 낮으면 굳이 시추에 나서지 않지만, 유가가 60달러 정도 이상으로 넘어가게 되면 생산 개시 광구가 늘어나게 된다. 따라서 유가가 최근과 같이 60달러대를 유지한다면 심해용 드릴십, 해양 플랜트 등의 수주가 늘어나 조선 수출액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유가가 올라가면 상대적으로 LNG에 대한 수요도 올라가게 된다. 보통 배럴당 60~65달러의 유가가 유지될 경우, LNG가 연료로서의 경제성을 확보한다고 평가된다. 이보다 유가가 낮으면 LNG의 인기가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유가가 60달러대에서 안정화되면 LNG벙커링선 투자 등이 늘어나므로, 이 또한 우리 조선산업에 수혜로 돌아올 수 있다.
해외건설 역시 유가에 영향을 받는 분야다. 유가가 올라가면 중동 산유국의 재정 수입이 늘어나 건설 발주가 확대된다. 최근 유가 하락으로 산유국들의 재정 수입이 악화되면서 건설 발주가 줄어들고, 우리나라 해외 건설업에 매우 큰 악영향을 끼친 바 있다. 2015년에 유가 하락으로 중동지역 발주액이 5년래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으며, 이로 인해 우리나라 건설사들의 수주액이 크게 줄기도 했다.
석유화학의 경우 유가 상승이 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수익성이 하락하지만, 정제 마진을 유지할 수 있는 정유산업은 이와 조금 다르다. 정유산업에서는 원유 매입 시점으로부터 석유제품의 생산·판매 시점까지 몇 달이 소요된다. 따라서 유가가 상승하게 되면 미리 싸게 사놓은 원유의 재고 평가 이익이 발생하고, 제품을 판매할 때에는 가격까지 올릴 수 있어 매출액이 증가한다. 무엇보다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때라 판매량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고유가가 되면 우리 경제에 악영향이 크다고 단선적으로 판단할 수만은 없다. 앞에서 언급한 조선산업, 해외건설업, 정유산업 등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기업들의 매출과 이익이 올라갈 때 고용이 얼마나 늘었는지, 주변 협력업체로 수혜가 얼마나 돌아갔는지를 이야기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그래서 정부와 정책의 역할이 중요하다.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2018-01-09]조회수 : 540
  • 목록으로
  • 프린트

유용한 정보가 되었습니까? [평균0점/0명 ]

500자 제한 의견달기
이름 비밀번호
내용
인증
* 불건전한 내용이나 기사와 관련없는 의견은 관리자 임의로 삭제 될수 있습니다.
우)52851 경상남도 진주시 동진로430 (충무공동) | 잡지구독문의 T.055-751-9128 F.055-751-9129
Copyright ⓒ KOSM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