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1912.11
2019년 한눈에 보는 중소기업 지원사업 안내도
누군가는 내야 하는 점심값, 카드 수수료

신용카드 결제

대형 가맹점 카드 수수료 인상 갈등 폭발
“공짜 점심은 없다(There is no free lunch)”라는 말이 있다. 1840년대 미국의 술집과 레스토랑에서 손님을 끌기 위해 술 마시는 사람에게 공짜 점심을 제공한 데서 유래한 말이다. 하지만 술집이 제공하는 공짜 점심은 짠 스낵류였기 때문에 다들 목이 말라 스낵보다 훨씬 더 비싼 술을 주문해야 했다. 공짜라면 귀가 솔깃해지지만, 결국은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치러야만 한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보통 현재 얻는 이득이 있다면 언젠가는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의미로 쓰이곤 한다. 한편으로는 어떤 경제 행위에서 영원히 이득만 얻을 수 있는 주체는 없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어떤 거래에서 누군가 더 많은 대가를 치렀다면, 어느 시점에서 과거에 이득을 보았던 다른 누군가가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논란이 많은 카드 수수료 개편안도 이런 시각에서 바라봄직하다.
최근 자동차 회사와 카드사들이 카드 수수료를 놓고 치열하게 대립했다. 자동차 회사에서 파는 차를 소비자가 신용카드로 구입할때 카드사가 가맹점 수수료로 몇 %를 떼는 게 맞느냐를 놓고 카드사들과 자동차 회사가 맞선 것이다. 자동차 회사의 카드 수수료는 현재 1.8% 수준이다. 통신사는 1.8~1.9%, 유통사는 1.9~2.0% 수준인데, 이번에 카드사들이 연매출 500억 원이 넘는 대형 가맹점들의 수수료를 일제히 올리기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협상 여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대략 자동차의 경우 1.9%, 통신사는 2.0~2.1%, 유통사는 2.1~2.2% 수준이 될 것으로 제시되었다.
이번의 대형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 인상은 지난해 11월 정부에서 발표한 카드 수수료율 개편 방안을 반영한 결과다. 2012년 이후 카드 수수료율 적격비용 재산정은 3년 주기로 이뤄졌는데, 지난 11월 정부의 개편안이 나오면서 올해부터 새 수수료율 적용을 위한 협의를 시작했다.

쌓여있는 신용카드

줄어든 수수료 어디서 메우나
일반적으로 신용카드사의 수수료율은 가맹점의 연매출액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이제까지 가맹점의 연매출이 5억~10억 원이면 약 2.05%, 10억~30억 원이면 2.21%, 30억~100억 원이면 2.20%, 100억~500억 원이면 2.17% 정도로 적용되었다. 그런데 소규모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매출의 2% 내외를 수수료로 내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불만이 제기되었다.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영세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높다는 주장까지 컸던 터라, 정부는 적정 수수료율 개편에 나섰다. 이에 따라 연매출 5억~10억 원이면 1.4%, 10억~30억 원이면 1.6%, 30억~100억 원이면 1.9% 등으로 카드 수수료율을 낮추는 개편안이 나왔다. 정부는 수수료율 개편으로 신용카드 가맹점 전체 269만 곳 가운데 93%인 250만 곳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추정했다.
문제는 중소 가맹점 수수료율이 떨어지는 만큼 누군가는 줄어든 수수료 몫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 개편안은 중소 가맹점 수수료율을 인하하는 대신 연매출 500억 원이 넘는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은 인상하는 형태를 제시했다. 카드사들의 마케팅 비용 지출 혜택을 대형 가맹점들이 가장 많이 가져가는 만큼, 관련 비용을 수혜자들이 더 부담하는 것이 옳다는 취지에서다. 그런데 자동차 회사, 유통사, 통신사와 같은 대형 가맹점은 이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특히 카드사에 대한 협상력이 높은 자동차 회사 같은 곳에선 카드사 가맹 계약 해지도 불사하겠다며, 카드사들의 영업 이익률이 자동차 회사보다 더 높다고 반박했다. 대형 가맹점이라 해도 유통사와 자동차 회사는 입장이 조금 다르다. 이용자들의 반복 구매율이 높은 대형마트 같은 곳에선 특정 카드 결제가 안 되면 불편함이 매우 크다. 이용자들은 대형마트에 거세게 항의할 수 있고, 심지어 다른 대형마트로 이용처를 옮길 수도 있다. 카드사와의 협상력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유통사가 결코 유리하지 않은 입장인 셈이다.
하지만 반복 구매율이 높지 않은 자동차의 경우엔 다르다. 자동차대리점에서 특정 카드만 받는다고 하면 고객은 조금 힘들더라도 그 카드를 새로 발급받으면 그만이다. 자동차 구입 때 받을 수 있는 1% 안팎의 캐시백 금액을 생각하면 그 정도의 수고를 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회사가 카드사보다 다소 유리해 이번 협상도 쉽게 해결이 나지 않을 듯 보인다.

카드명세서

돌고 돌아 소비자 부담이 되지 않으려면
이번 협상을 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한 까닭은, 이 협상이 단순히 기업들의 힘겨루기로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협상 여부에 따라 카드사들은 소비자들의 신용카드 혜택을 더 줄일 수도, 늘릴 수도 있다. 중소 가맹점 수수료 인하의 부담을 대형 가맹점이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떠넘길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카드 수수료 개편에 있어 핵심은 이제까지의 수수료 체제가 적정했는지 여부를 살피는 것이다. 그동안 신용카드사들이 쓰는 비용 가운데 가장 큰 몫은 마케팅 비용이었다. 이 마케팅 비용의 혜택을 누가 가장 많이 받았는가를 합리적으로 따지는 것이 필요하다. 카드사 마케팅의 혜택이 큰 쪽과 적은 쪽이 있다면, 혜택을 더 받은 쪽이 수수료 부담을 더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카드사들이 지금 받고 있는 수수료 총액 수준이 과연 적절한가도 함께 따져보면 더 좋다.
이 과정은 누군가 이제까지 공짜 점심을 먹지는 않았는지 살펴보고, 그랬다면 이제 점심값을 낼 차례가 되지는 않았는지, 점심값 수준은 과연 적절한지 서로 생각해보자는 이야기와도 같다. 물론 누군가 처음 지갑을 열게 되기까지 무수한 논의와 계산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논의 없이 누군가 계속 점심값을 물어야 한다면 이 또한 부당하다. 수수료율 협상이 잘 마무리되길 빈다.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2019-04-01]조회수 : 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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