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1912.10
2019년 한눈에 보는 중소기업 지원사업 안내도
체감물가 올랐는데 통계는 왜?

쇼핑카트

물가지수와 장바구니 물가의 괴리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개월째 0%대에 머물면서 물가 수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소비자물가지수는 보통 전년동기와 비교해 상승률을 발표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소비자물자기수는 104.87로 지난해 4월보다 0.6% 상승했지만, 지난 1월 이후 4개월째 1% 미만의 상승률을 기록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4개월 연속 1% 미만의 물가상승률을 보인 것은 2016년 8월 이후 처음이고, 1~4월의 전년대비 누계 상승률이 0.5%밖에 되지 않는다. 1965년 통계 집계 이래 최저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저물가가 준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금리인하를 고려해야 하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실제로 느끼는 소비자물가는 물가지수와는 달리 그다지 낮지 않아 통계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많다. 이와 같은 괴리감이 나타나는 까닭은, 소비자물가지수를 산정하는 방식 때문이다.
소비자물가지수는 도시 가구가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구입하는 상품 가격과 서비스 요금의 변동을 종합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작성하는 지수이다. 실제 가구가 소비를 위해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는 매우 다양하고, 또 가구별로도 차이가 많다. 어떤 가구는 식비에 돈을 많이 쓰기도 하고, 어떤 가구는 식비보다 레저 활동에 더 많은 돈을 쓰기 때문이다.
때문에 소비자물가지수는 가구들의 월평균 소비지출액 비중과 가격 대표성 등을 따져 460개의 대표 품목을 선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지수를 집계한다. 지출 목적별로 식료품·음료, 주류·담배, 의류·신발, 주택·수도·전기·연료, 가정용품·가사서비스, 보건, 교통, 통신, 오락·문화, 교육, 음식·숙박 등 12개 분류로 나눠진 품목들이 대상이 된다. 가구에서 지출하는 항목이라 하더라도 소비성 지출이 아니면 물가지수 산정 품목에 포함되지 않는다. 예컨대 집세는 소비성 지출이어서 물가지수 산정 품목에 포함되지만, 주택구입비는 자산을 획득하는 것이므로 포함되지 않는다.

다양한 금액이 적힌 종이

가중치 품목 등락 따라 체감 차이 불가피
이러한 품목들로 지수를 집계할 때, 지출 규모에 따라 가중치도 반영된다. 예를 들어 쌀에 대한 가구 지출 비중이 달걀보다 세 배 더 많다고 가정해보자. 이런 경우 쌀 가격과 달걀 가격이 동일하게 10% 상승하더라도 쌀 가격 상승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달걀 가격 상승보다 세 배 많다. 따라서 소비자물가지수에서는 각각의 대표 품목이 전체 가구의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가중치를 다르게 부여한다.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와 물가지수가 다르게 여겨지는 것은 이 가중치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물가지수를 산정하는 460개 품목의 가중치의 합은 1,000이다. 이 안에서 품목별로 가중치가 다른데, 주택·수도·전기·연료가 165.9, 식료품·음료가 137.6, 음식·숙박 131.8, 교통이 112.6 등으로 비교적 높은 가중치를 가지고 있다. 반면에 주류·담배는 15.8, 오락문화 61.2, 의류·신발 61.1 등은 가중치가 낮은 편이다.
가중치가 높은 품목의 물가가 덜 오르고 가중치가 낮은 품목의 물가가 더 오를 경우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는 낮게 집계된다. 최근의 낮은 소비자물가지수는 유류세 등으로 전년에 비해 석유류 가격이 낮아지면서 이에 영향을 받는 공업제품들의 가격이 떨어진 것이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가중치가 높은 항목에서 물가 인하 요인이 컸지만, 특정 가구에서는 이 품목에 대한 구매 빈도가 높지 않아 체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유가, 곡물가격 등은 일시적, 단기적인 충격 요인에 크게 좌우되곤 한다. 가뭄이나 장마 등 계절적 변수로 농산물 가격이 크게 움직이기도 하고, 지정학적 요인으로 인해 국제 유가가 요동치기도 한다. 물가지수는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의 기초를 삼기 위해 작성하는 것인데, 중앙은행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 변수에 의한 변동이 클 수도 있는 것이다.

세계지도와 물가지수 표

세계적인 저물가 추세
이러한 일시적 충격에 의한 변동분을 제거한 뒤의 물가를 확인하기 위해 근원인플레이션율을 따로 집계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등 선진국에서 통화정책을 수행할 때에는 근원인플레이션율을 기준으로 삼는다. 지난 3월과 4월의 근원인플레이션율은 각각 0.9%로, 모두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보다 0.3~0.5%p 높았다.
이밖에도 소비자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물가를 확인하기 위해 생활물가지수라는 보조지표를 활용하기도 한다. 생활물가지수는 소비자들이 구입 빈도 등을 고려해 일상생활에서 자주 구입하는 품목 141개로만 집계한다. 지난 3월과 4월의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0.0%, 0.4%로,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보다 낮았다.
최근 저물가는 세계적인 추세다. 미국의 경우 안정적인 경기 상황을 보이고 있음에도 물가 목표치 2%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고, 주요 선진국들도 모두 저물가를 겪고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경우 무상급식, 무상교육 확대에 한시적인 유류세 인하 등으로 가구에서 실제로 부담하는 물가는 더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세계적인 저성장의 기조 속에 복지정책이 확대되면서 저물가가 더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물가가 떨어져도 내 월급이 오르지 않거나 가계부채 부담 등으로 소비 여력이 낮아지면 살림은 계속 팍팍하게 여겨질 수 있다. 또 인구 고령화로 소비 성향이 줄어들고 산업구조 변화로 높은 임금의 일자리가 줄어들었다면 저물가를 충분히 체감하기 어렵다. 단기간의 물가 움직임보다 더 긴 안목으로 경제를 바라보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2019-06-04]조회수 :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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