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1912.10
2019년 한눈에 보는 중소기업 지원사업 안내도
무역은 두 나라 모두를 이롭게 한다

컨테이너 적재 대형 선박

‘강점’에 집중하는 분업이 자유무역의 핵심
로빈슨 크루소는 시간당 코코넛 10개를 채집하거나 생선 한 마리를 잡을 수 있다. 그의 친구 프라이데이는 시간당 코코넛 30개를 채집하거나 생선 두 마리를 잡을 수 있다. 이런 경우 프라이데이가 코코넛과 생선에서 모두 절대우위에 있다고 표현한다. 뭘 해도 프라이데이가 로빈슨 크루소보다 싸게 재화를 생산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아담 스미스는 이렇게 절대우위를 가진 나라들이 해당 재화를 특화해 교역을 해야 무역 이익을 얻는다고 주장했다. 자국보다 싸게 만드는 나라의 재화를 사오는 것이 직접 만드는 것보다 더 이득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경우, 프라이데이가 모든 것을 특화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절대우위 재화가 없는 로빈슨 크루소는 특화할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리카도는 비교우위론을 내세웠다. 로빈슨 크루소는 생선 한 마리를 잡을 수 있는 시간에 코코넛 10개를 채집할 수 있지만, 프라이데이는 생선 한 마리를 잡을 수 있는 시간에 코코넛 15개를 채집할 수 있다. 이 경우 생선잡이에서 비교우위를 갖는 것은 로빈슨 크루소다. 생선 한 마리를 잡기 위해 포기해야 할 코코넛이 프라이데이보다 적기 때문이다. 같은 방법으로 프라이데이는 코코넛에 비교우위가 있다.
리카도는 이와 같이 각기 비교우위에 있는 재화를 특화해 교역을 하면 양국의 후생 수준이 모두 높아진다는 것을 보여주며 비교우위론을 설파했다. 어느 한 가지도 더 잘하는 게 없던 나라에서 특화와 교역을 통해 삶의 수준이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은 마법처럼 보였다. 경제학 개론을 처음 읽는 사람들도 모두 무릎을 치는 이 ‘비교우위론’을 통해 자유무역이 발전해올 수 있었다. 무역의 과실이 불균등하게 재편된다는 문제는 있었지만, 교역과 분업을 통해 세계는 조금씩 평평하게 성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 국기가 그려진 컨테이너

국제 분업 질서에 균열 내는 日의 선전포고
하지만 최근 이러한 자유무역의 이점을 부정하며 오랜 기간 신뢰 속에 수립된 교역 질서가 무너지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자유무역이라는 미명 아래 선진국의 후진국 착취, 생산성 격차 증대 등 많은 문제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의 차원이 아니라, 자유무역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얻어온 선진국들이 일방적인 보호무역 혹은 보복 무역제한을 주장하면서 국제 분업 질서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교역도 대부분 국제 분업 구조에 따라 서로의 강점을 가진 재화의 특화에 의한 결과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일본 수출액은 305억 달러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5%를 차지한다. 국가 순으로는 중국(27%), 미국(12%), 베트남(8%), 홍콩(8%)에 이어 일본이 다섯 번째 정도다. 과거 일본은 미국, 중국과 함께 우리와 교역을 가장 많이 하는 3대 교역 국가였다. 그런데 최근 베트남에 우리나라 생산 현지법인들이 늘어나면서 관련 부품 수출이 늘어나 일본은 다섯 번째로 내려앉았다.
일본의 우리나라 수출액은 약 545억 달러로, 전체 일본 수출의 7%를 차지한다. 우리나라는 중국(19.5%), 미국(19%)에 이은 세 번째 수출 대상국이다. 전체 수출 규모로 보면 2018년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은 6,049억 달러, 일본의 수출액은 약 7,700억 달러다. 인구 비율로 보면 우리나라의 수출 비중이 더 큰데, 일본은 내수시장이 더 커서 수출의존도가 우리보다 낮기 때문이다.
두 나라의 교역 품목을 살펴보면 양국의 산업이 긴밀하게 얽혀 있다는 것이 잘 드러난다.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수출하는 대표 품목은 석유제품, 철강판, 반도체, 정밀화학 원료, 자동차부품 등 주로 공업 생산을 위한 부품과 원료들이다. 자본재와 중간재가 각각 31억 달러(10%), 233억 달러(76%)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소비재로 분류되는 품목은 기호식품, 화장품 등을 모두 합해 35억 달러(1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태극기가 그려진 컨테이너와 일본 국기가 그려진 컨테이너

양국 모두에게 이로울 게 없는 무역제재와 보복
일본에서 우리나라에 수출하는 품목 구성도 비슷하다. 자본재 수출액이 138억 달러(25%), 이번에 화이트 리스트 배제로 문제가 된 소재들이 포함된 중간재 수출액이 350억 달러(64%)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우리 국민들이 불매운동을 펼치고 있는 소비재 품목들의 경우 우리나라에 수입하는 금액은 약 35억 달러로, 약 6%에 불과하다. 즉, 두 나라의 교역은 생산 과정에서 서로 특화한 품목들을 주고받으며 양국의 성장을 보완해온 장치였음을 알 수 있다. 양국의 교역이 각 국가에서 만드는 제품들의 단가를 낮추고 수출 경쟁력을 높임으로써 후생 수준을 높이는 데 이바지해왔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 품목들 안에는 국산화를 통해 대체하는 것이 더 좋은 재화들도 있다. 하지만 특정 재화의 개발이 선택되거나 배제될 때에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예컨대 소재의 경우 작은 국내 시장만 바라보고 생산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또 세계 시장에 이미 높은 수준의 제품이 자리 잡고 있다면 굳이 제품 개발에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한 제품들에 대해 앞으로 조달 불확실성만을 내걸며 무조건 국산화에 나서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서로 특화를 하고 시장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도 일본 상품 불매를 통해 일본의 이번 처사에 경각심을 주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위 수치에도 밝혔듯이, 양국의 소비재 교역 비중은 높지 않아 불매운동의 경제 타격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우리 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차원에서 불매운동이 필요할 수 있다. 양국 정부가 협상을 할 때 이러한 국민 정서가 지렛대 역할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역을 통해 서로에게 뭔가를 보복하는 상황이 계속 유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경제학 개론에도 나오듯, 무역은 양국의 후생 수준을 모두 높이는 아주 좋은 발명품이기 때문이다.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2019-08-30]조회수 :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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