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2012.04
넷플릭스 잡으려고 한 건데…

NET NEUTRALITY

해외 기업도 망 사용료 내라

‘넷플릭스법’이라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시행령이 지난 9월에 입법 예고됐다. 이에 따라 넷플릭스, 구글 등과 같은 해외 콘텐츠 제공 사업자들도 국내 통신망 품질 유지 의무를 갖게 됐다. 이 법이 ‘넷플릭스법’ 또는 ‘넷플릭스 무임승차 방지법’이라 불리는 이유는 넷플릭스와 같은 해외 콘텐츠 사업자들의 무임승차 논란 속에서 이 법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해외 콘텐츠 사업자들은 사업 확장으로 국내에서 막대한 인터넷 트래픽을 발생시키고도 국내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역차별 논란이 이어져왔다.
특히 코로나19 등으로 집콕 생활이 증가하면서 넷플릭스 사용자가 크게 늘어나자 망 사업자인 통신사들과의 갈등은 더 심화됐다. SK브로드밴드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으로 인터넷망 트래픽은 지난해 12월 말과 비교해 2.3배나 늘었다. 통신사업자들은 인터넷 트래픽이 늘어나면 망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한다. 따라서 통신사들은 과다한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넷플릭스와 같은 기업들이 통신망 서비스 품질을 위한 ‘망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현재 네이버, 카카오, 아프리카TV 등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은 모두 망 접속료를 지불하고 있다는 것이 근거였다.

무임승차 방지 vs 이중 과세

하지만 넷플릭스의 입장은 단호했다. 한국 인터넷 사용자들이 통신망을 사용하는 대가로 통신사들에게 이미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데, 트래픽 증가를 이유로 특정기업에게 망 사용료 지불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넷플릭스의 이와 같은 주장은 ‘망 중립성’ 원칙에 기반한 것이다. 망 중립성 원칙에 따르면 통신망 품질을 유지하는 것은 통신사의 책임이며, 통신사업자는 콘텐츠 사업자들을 선별해 책임을 지울 수 없다. 넷플릭스는 이와 같은 논리로 지난 4월 한국 법원에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넷플릭스의 주장을 살피기 위해선 망 중립성 원칙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망 중립성이란 인터넷 통신망을 가진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가 특정 콘텐츠 사업자나 기업을 차별하거나 차단하는 것을 금지하는 정책이다.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는 전송하는 데이터 트래픽의 내용, 유형, 제공 사업자, 부착 단말기 등과 관계없이 모든 콘텐츠 사업자들을 동등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망 중립성 원칙은 원래 시장을 독점하려는 통신회사들 때문에 생겨났다. 과거에는 통신사들이 경쟁자로 보이는 콘텐츠 사업자의 전송을 방해하거나 중단하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 통신망 사업자들은 주로 민간기업인데, 이들이 통신망 사용에 대해 차별적 대우를 할 경우 이용자의 기본권이 침해받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2015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는 망 중립성 원칙을 도입했고, 세계적으로도 적용되었다.
그렇다면 국내 콘텐츠 기업들이 통신사에 망 접속료를 내는 것은 어떤 근거에서일까? 인터넷망은 각 국가마다 국내에 연결된 망이 있고, 각 국가별로 연결해주는 국가 간의 망이 있다. 우리나라 콘텐츠가 해외로 연결되려면 국내 망에서 반드시 커다란 국가 간의 망을 거쳐야 한다. 각 국가의 망 사업자들은 해당 국가 안에 서버를 둔 콘텐츠 업체들로부터 망 접속료를 받는다. 미국에 서버가 있으면 미국 사업자에게, 한국에 서버가 있으면 한국 사업자에게 망 접속료를 내는 것이다. 네이버가 연 700억 원, 다음이 300억 원의 망 접속료를 한국 통신사업자들에게 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버가 있는 국가 망 사업자에게 접속료를 내는 것이 원칙이라 서비스가 최종으로 제공되는 지역에서 다시 과금할 근거가 없다는 게 넷플릭스의 주장이다. 이 때문에 넷플릭스는 대안으로 한국에 캐시 서버를 두는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캐시 서버는 국내에서 많이 이용하는 콘텐츠들을 미리 한국 서버에 모아놓는 개념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국내 망 사업자들에게 캐시 서버만큼의 망 접속료만 내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망 품질을 위해 단순한 망 접속료가 아닌 망 사용료를 받아야 한다는 통신사업자들은 이를 거부했다. 통신사업자들의 이러한 의사들을 반영해 넷플릭스법이 탄생하게 된 셈이다.

국내 기업 역차별 논란까지 일파만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시행령에 따르면, 전년도 말 3개월 일평균 이용자 수가 100만 명 이상이면서 국내 트래픽 양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부가통신사업자는 이번 법의 적용 대상이 된다. 이 기준에 따르면 구글(유튜브), 페이스북, 넷플릭스, 네이버, 카카오 등 8개 사업자가 대상이다. 이들은 향후 서비스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자(ISP)에게 기술적 조치, 사전협의 등을 제공해야 한다. 법을 위반할 경우에는 2,0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똑 부러지게 망 사용료를 과금하는 조항은 없다.
콘텐츠 사업자들은 ‘트래픽의 과도한 집중’, ‘연결의 원활성’ 등과 같은 불확실한 표현에 의무가 지워짐에 따라 부당한 점들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해외 기업을 겨냥했지만 오히려 국내 기업들의 부담만 늘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일평균 100만 명 이용자, 트래픽의 1%를 누가 측정할지도 정해지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넷플릭스법은 인터넷 트래픽이 크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망 서비스 품질의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가라는 문제로부터 탄생했다. 망 사업자들은 트래픽을 많이 발생하는 기업들도 책임을 나눠야 한다고 말한다. 콘텐츠 사업자들은 개인 사용자들이 이미 통신비용을 치렀는데, 콘텐츠 제공 기업에게도 부담을 지우는 것은 이중 과세라 주장한다. 해외에서도 이 문제의 해법은 간단하지 않다. 공짜 점심은 없고, 다음 점심값을 누가 내야 하는지를 두고 공방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김윤지 연구위원은 《한겨레신문》에서 발행하는 경제주간지에서 산업부·경제부 기자를 지냈고,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한국 중소기업의 대기업 종속성과 관련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서 거시경제, 중소기업 정책, 문화콘텐츠 산업 등을 담당하고 있다.
yzkim@koreaexim.go.kr

[2020-10-07]조회수 :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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