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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콕경제
수출 발목 잡는 해상운임

늘어난 신규 발주량은 현재 운용 중인 선박의 10% 내외에 불과하다. 이 배들이 새로 투입되려면 약 2년이 걸리므로 선박 공급 부족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확대보기컨테이너를 싣고 있는 항구의 선박

해상운임 최고치 경신 또 경신

최근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이 증가하고 팬데믹 영향이 줄어들면서 수출도 크게 증가했다. 4월 수출은 전년 동월에 비해 41.2%, 5월 수출은 45.6%나 증가했다. 두 달 연속 40%대 증가를 기록한 것은 우리 수출 집계 이후 처음 있는 일일 정도로 최근 회복세가 매우 강하다.
하지만 강한 수출 회복세 속에서도 웃지 못하는 기업들이 있다. 상품을 실어 나를 때 치르는 해상운임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해상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며 올라 6월 4일 현재 3,600포인트를 웃돌고 있다. 2009년 10월에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고치인 데다 전년과 비교할 때 4배나 높은 수준이다.
국제무역에서는 해상운송 비중이 크다. 우리 수출에서는 3분의 2에 해당한다. 반도체나 무선통신기기, 의약품, 컴퓨터와 같은 고부가 제품은 항공운송을 이용하지만 그 외의 제품들은 대부분 해상운송을 이용한다. 때문에 해상운임이 오르면 고부가 제품을 생산하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들의 부담이 더 크다.
무역량이 늘면 해상운임도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최근의 해상운임 상승은 경기회복 효과에 덧붙여 몇 가지 이유들이 혼합된 측면이 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해운업의 구조를 살펴봐야 한다. 해운업은 여러 산업 가운데에서도 경기순환적 성향이 매우 강한 산업이다. 경기에 따라 무역량 부침이 크기 때문이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무역거래 증가율은 세계 경제성장률의 두 배에 이를 정도로 변동성이 컸다. 한 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5%라면 무역량은 약 10% 증가하고, 경제성장률이 2% 떨어지면 무역량은 4%쯤 떨어지곤 했다. 하지만 운송 수요 증감이 나타나도 이에 대응해 선박 공급량을 빠르게 조절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보통 컨테이너선 하나를 새로 발주해 건조되는 데에는 약 2년이 소요된다. 따라서 2년 뒤 수요를 예측해 발주를 해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 예측을 잘못해 발주하면 경기와 엇나가는 경우도 생긴다. 사용자 입장에서도 일단 운송 계약을 체결한 뒤에는 운임에 상관없이 계약을 이행해야 한다. 가격에 의한 수요량 증감도, 수요에 대응하는 공급 변화도 매우 비탄력적인 구조인 셈이다.

확대보기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항구 전경

무역량 폭증하는데 배가 없다

이런 구조 때문에 호황기에 선박 발주를 늘렸다가 갑작스런 경제 충격 등으로 물류 감소가 나타나면 무더기 폐업을 하는 경우가 있곤 했다. 예를 들어 2000년대 초반에는 중국의 WTO 가입으로 무역량이 급증해 선사들의 선박 발주가 크게 늘어났다. 그런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무역량이 급감하자 선박 공급 과잉으로 이어졌고, 해운 시장은 극심한 침체를 겪어야 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4~5월경 글로벌 물동량이 크게 줄었다. 이후 중국이 코로나19에서 회복되면서 무역 활동은 재개되었고, 5월 이후에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마스크, 생필품 수요가 늘어나면서 무역량도 크게 늘기 시작했다. 상반기에 진행하지 못했던 주문이 늘어나고, 미국의 연말 쇼핑 시즌에 대응하기 위한 재고 비축이 증가하면서 세계 무역 활동은 빠르게 회복되었다. 그 결과 하반기 미주 항로 화물 물동량은 역사적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직전 침체기를 겪었던 글로벌 해운 업계는 팬데믹 이후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웠던 터라 신속하게 선박 발주를 늘리지 못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영향으로 미국, 유럽 등에서의 내륙운송 등이 지체되면서 항만 하역이 원활하지 못한 측면도 더해졌다. 2020년 하반기 미국 서부 항만에서는 근로자들 사이에 확진자가 크게 발생했는데, 이 때문에 하역이 더 지체되고 생산성도 크게 떨어졌다.
이 과정에서 컨테이너 부족 현상도 나타났다. 미국으로 건너간 컨테이너는 하역 뒤 회수되어야 다시 수출품을 실어 나를 수 있다. 그런데 지난 하반기부터 늘어난 물동량을 싣고 미국으로 건너간 컨테이너들이 하역 지체로 미국 항만에 묶이는 일이 늘어났다. 2월에는 텍사스를 비롯한 미국 남부에 한파까지 몰아쳐 하역이 더 지체됐다. 미주 항로의 병목현상으로 발생한 컨테이너 부족이 전반적인 해상운임을 모두 올린 셈이다.
올해 무역량은 하반기까지 꾸준히 증가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전망이다. 다행히 최근 컨테이너선 발주 물량도 증가했다. 하지만 늘어난 신규 발주량은 현재 운용 중인 선박의 10% 내외에 불과하다. 이 배들이 새로 투입되려면 약 2년이 걸리므로 선박 공급 부족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선사들이 과거에 공급과잉을 경험한 탓에 새 선박 발주를 공격적으로 늘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금과 같은 해상운임 수준이 내년 1분기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운 환경이므로 수출 기업들이 이에 대응할 대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확대보기다량의 컨테이너와 자동차들이 있는 항구 전경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김윤지 연구위원은 《한겨레신문》이 발행하는 경제주간지에서 산업부·경제부 기자를 지냈고,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한국 중소기업의 대기업 종속성과 관련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서 거시경제, 중소기업 정책, 문화콘텐츠 산업 등을 담당하고 있다.
yzkim@koreaexim.go.kr

조회수 : 256기사작성일 : 2021-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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