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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콕경제
떠나려는 영국, 잡으려는 EU

 

그렉시트 이어 브렉시트까지
지난해 그리스의 ‘그렉시트(Grexit)’에 이어 올해는 영국의 ‘브렉시트(Brexit)’로 유럽이 긴장하고 있다. ‘브렉시트’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일컫는 말로, 지난해 그리스의 유로 탈퇴 논란 때 나왔던 그렉시트에서 변형된 말이다. 영국은 EU 내에서 경제적 위상이 매우 높기 때문에 영국의 이탈은 그리스의 탈퇴보다 훨씬 파급력이 클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세계는 그렉시트 논란 때보다 훨씬 더 걱정스런 마음으로 영국민들의 선택을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영국은 유럽 대륙과는 동떨어진 섬나라였기에 역사적으로도 유럽과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왔고, 유럽통합에 대해서도 미지근한 태도를 보여온 바 있다. 때문에 유럽공동체(EC)에도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는 비교적 늦은 1973년에 가입했고, 유럽 통합이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영국 국민들은 탈퇴를 요구하는 등 EU 안에서 독자적인 행보를 보여주곤 했다. 종종 ‘하나의 유럽’이라는 틀보다는 미국과 ‘혈맹’ 관계에서 얻는 이득을 저울질하며 복잡한 선택을 해온 것이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브렉시트 역시 갑자기 튀어나온 이슈는 아니다. 2008년 경제위기로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들에 EU와 유럽중앙은행이 거액의 구제금융을 지원해 EU 회원국의 재정분담금이 늘자, EU 탈퇴론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후 2012년 EU가 재정위기를 겪자 영국 내 탈퇴 여론이 힘을 받기 시작했고, 2014년 현 캐머런 총리가 브렉시트를 국민투표에 붙이는 것을 총선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되면서 공론화되었다. 원래 브렉시트는 극우 영국독립당 등이 주로 주장해왔고, 노동당이나 현 캐머런 총리의 집권 보수당 주류는 브렉시트에 반대했다. 하지만 국민 여론이 높아지면서 결국 국민투표 실시까지 밀려오게 된 것이다.

분담금·난민 못마땅, 떠나자니 경제 걱정
브렉시트 이슈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가장 큰 원인은 EU 분담금 때문이다. EU에 소속되어 있지만 EU와 관련된 대부분의 중요한 결정은 독일이나 프랑스에 의해 이뤄지고, 정작 영국은 매년 113억 파운드(19.7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분담금을 내는 것이 불만스럽다는 것이다. 특히 이 정도의 분담금이면 영국 내 모든 학교의 예산을 충당할 수 있다는 주장 등이 제기되면서 반대 여론이 크게 힘을 얻고 있다.
여기에 난민 문제도 브렉시트에 힘을 더하고 있다. 동구권으로부터 난민들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영국의 수준 높은 복지 혜택이 난민에게 돌아간다는 불만이 영국 국민들 사이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1990년대 중반까지 영국 내의 순이민자는 수만 명에 불과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폴란드 등 동유럽 8개국이 EU에 가입한 2004년부터 이민자들이 20만 명까지 늘기 시작해 2014년엔 30만 명을 돌파하는 등 난민과 이민자들이 늘어나자, 영국에서도 이 문제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특히 2015년 영국 내 취업자 증가분 가운데 절반가량이 외국인에 의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영국민들 사이에 브렉시트 여론은 더 높아지게 되었다.
하지만 반대 논리도 만만치 않다. 현재 EU는 영국 수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중요한 시장이고, 금융업 중심지인 영국은 EU 역내 서비스산업 자유화에 따른 이득도 많이 얻어왔다. 그런데 브렉시트가 일어날 경우, 영국은 EU 27개 회원국뿐 아니라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또 다른 67개국과 다시 협정을 맺어야 하는 등 무역분야의 비용 증대 및 무역량 감소가 예상될 수 있다.
영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경제기업연구센터는 영국이 EU를 탈퇴할 경우 약 4,660억 파운드(787조 원)의 무역 규모 감소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HSBC,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금융기관들도 브렉시트가 일어날 경우 런던의 업무를 유럽 대륙으로 옮기겠다고 밝히고 있어, 급격한 금융업 위축도 예상되고 있다.
그 때문에 경제 전문가들은 브렉시트가 영국 내 일자리 감소, 세수 감소 등을 불러일으켜 영국의 성장률이 1년 안에 1%포인트 하락할 것이란 예측을 하고 있다. 올해 영국의 성장률 전망치가 2% 전후이므로, 성장률이 반토막이 되는 것이니 영국 경제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또 다른 경제적 여파로 ‘파운드화 가치 하락’도 빼놓을 수 없다. 브렉시트 논란이 가속화되면서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지기 시작해 2월 말 경에는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런 탓에 신용평가사들은 브렉시트가 일어날 경우 영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한 단계 강등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연합 분열하나?
브렉시트 여부는 다가오는 6월 23일 영국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이 날 예정이다. 캐머런 총리는 EU에 남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최근에는 집권 보수당 일각에서도 브렉시트 찬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영국 내 여론은 이제까지 EU 잔류쪽이 많았으나, 최근에 난민 문제가 부각되면서 탈퇴론이 힘을 얻고 있다. 3월 초에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는 EU 잔류와 탈퇴 의견이 41:41로 비슷하게 나올 정도로 팽팽한 접전을 보이고 있다.
세대 간에도 찬반 의견이 갈리는데, 특히 나이가 많을수록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층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 경제적인 안정을 경험했던 세대들일수록 최근의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원인을 EU 쪽으로 돌리고 싶은 경향이 강한 탓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유로존 탈퇴 움직임이 덴마크, 프랑스 등으로 확산될 것이라는게 더 큰 우려로 제기되고 있다. 현재 영국 내 EU 탈퇴론자들이 지적하는 과도한 EU 분담금, 이민자 유입에 따른 고용시장 교란, 입법 자유 침해 등은 대부분의 서유럽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곳간에서 인심 나고,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이야기처럼, 경제적 불황이 지속되자 호황 때에는 별 문제 없었던 EU 울타리 곳곳에 균열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조회수 : 1,053기사작성일 : 2016-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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