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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미국
폐지로 수소자동차 달린다

지난 5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북부에 위치한 랭카스터시는 에너지 기업 SGH2와 함께 이 지역공단에 세계 최대의 그린 수소 생산공장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프로젝트가 특히 관심을 끈 것은 SGH2가 개발한 친환경 공정을 통해 주민들이 배출하는 쓰레기로부터 그린 수소를 생산하게 된다는 점이었다. 더구나 이 공장에서는 외부 전력 없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으면서도 기존의 수소 생산공정에 맞먹는 경제적인 비용으로 그린 수소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세계 어디에서나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쓰레기 처리 문제를 해결하면서 친환경 수소 경제에도 공헌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로, 이 프로젝트의 성공에 거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플라즈마 토치 이용한 초고압로에서 수소 추출
SGH2(SGH2 Energy)의 그린(green) 수소 생산공정은 이 회사의 모기업인 솔레나(Solena)의 SPEG(Solena Plasma Enhanced Gasification) 기술에 기반한 것이다. 이 기술은 현 CEO인 로버트 도(Robert Do) 박사와 함께 회사 창립에 기여했던 나사(NASA)의 전 과학자 살바도르 카마초(Salvador Camacho)가 개발한 플라즈마 토치를 이용한 것이 특징이다. 나사에서는 로켓이 지구 대기로 진입할 때의 마찰열을 견뎌낼 수 있는 열차폐 시험을 위해 아주 높은 온도의 열을 낼 수 있는 방법으로 플라즈마 기술을 채택한 바 있는데, 이를 SPEG 기술에 도입한 것이다. 덕분에 SPEG 기술은 다른 어떤 소각로나 가스화 공정보다도 높은 온도로 폐기물을 바로 가스화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종이, 폐타이어, 옷감, 플라스틱, 의료폐기물까지 광범위한 폐기물의 처리가 가능하며, 그 과정에서 폐기물에 함유된 모든 탄화수소를 추출할 수 있다고 한다.
이후 합성가스를 처리하고 수소를 얻기까지의 모든 공정은 폐루프(closed-loop system) 시스템으로 진행된다. 덕분에 중금속이나 다이옥신 같은 독성물질, 온실가스 배출을 염려할 필요 없이 순도 99.999%의 그린 수소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연료전지 수소자동차에 직접 공급할 수 있는 고품질의 수소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SPEG 기술의 핵심은 열촉매가 바닥에 깔린 초고압로에서 시작된다. 이 초고압로에는 4개의 플라즈마 토치가 연결되어 챔버 내에 강한 화염을 발생시키게 된다. 여기에 산소가 풍부한 공기까지 주입해서 챔버 내의 온도를 3,500~4,000℃까지 끌어올린다. 이때 고체 폐기물을 상부에서 투입하면 열촉매층으로 떨어지면서 순식간에 가스로 전환된다. 매우 뜨거운 열로 인해 검댕이나 숯, 재와 같은 부산물을 전혀 남기지 않으면서도 폐기물을 분자 수준까지 완전히 해체할 수 있다.
이렇게 고체 폐기물의 가스화로 만들어진 합성가스는 초고압로에서 배출되어 냉각로를 거치며 온도가 떨어지고, 이후 산성가스 제거 공정, 원심압축 공정 등 일련의 공정을 거쳐 불순물을 제거하게 된다. 그 결과 수소,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의 혼합물만 남게 되는데, 수성가스 전화반응장치(water-gas shift reactor)를 통해 수증기를 주입해서 이산화탄소와 수소 가스로 전환하고, 그중 이산화탄소를 따로 포획함으로써 순수한 수소를 얻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합성가스는 플라즈마 토치의 연료를 포함, 전력발전용으로도 재사용된다.

확대보기SPEG 기술SPEG 기술은 플라즈마 토치를 이용해 초고압로 내의 온도를 3,500~4,000℃로 올리고 투입되는 폐기물을 분자 수준으로 분해해서 생기는 합성가스로부터 수소를 분리해낸다.(출처 : SGH2)

확대보기무탄소 배출 수소 연료전지 버스무탄소 배출 수소 연료전지 버스를 도입한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셔틀버스가 한 수소충전소에서 수소를 충전하고 있다.(출처 : Dennis Schroeder/NREL)

저렴한 비용으로 그린 수소 생산한다
SGH2는 이번 랭카스터 프로젝트를 통해 기존 공정과는 다른 새로운 기술의 가능성을 입증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즉, 온실가스 배출 없는 깨끗한 친환경 공정으로 폐기물로부터 그린 수소를 생산한다는 것이다. 수소를 생산하는 기존 방법은 주로 천연가스나 석탄 같은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것으로, 세계적으로 생산되는 7,000만t의 수소 중 76%가 천연가스를 이용한다. 그 결과물을 ‘그레이(grey)’ 수소라고 한다. 천연가스 내의 메탄과 고온의 수증기를 반응시켜 생기는 합성가스로부터 수소를 분리해내는 것으로, 현재 가장 효율적이면서 비용도 적게 드는 방법이다. 나머지 24%는 석탄을 가스화해서 생산하는 ‘브라운(brown)’ 수소가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방법은 대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해서 환경에 미치는 피해가 매우 크다. 《리처지 매거진》에 따르면, 이들은 1t의 수소를 생산할 때마다 9~12t의 이산화탄소를 대기로 배출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따로 포획하는 공정을 추가해서 ‘블루(blue)’ 수소를 생산할 수도 있지만, 생산비용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방법은 물을 전기분해해서 수소와 산소를 분리하는 방법이다. 태양광이나 풍력에너지로부터 만들어진 전력에 기반한 전기분해 방법을 이용하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진정한 의미의 ‘그린’ 수소의 생산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 그린 수소의 생산량은 프로젝트 수준으로 아주 미미한 양에 머물러 있다. 그 생산량을 늘리려면 재생에너지 발전도 대폭 늘려야 한다. 생산비용에서도 그린 수소는 그레이나 브라운 수소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 에너지 관련 연구기관인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그레이 수소의 생산비용은 현재 1㎏당 1.4~2.4달러, 그린 수소의 경우는 2.5~6.8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SGH2는 자체 기술을 통해 이러한 기존의 공정보다 저렴하게 그린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1㎏당 2달러 수준의 비용으로, 수소 생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그레이 수소와도 경쟁성이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기존의 그린 수소보다 더 친환경적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이번 랭카스터 프로젝트의 사전조사를 수행한 버클리 랩(Lawrence Berkley National Librar)의 〈탄소분석 보고서(Lifecycle Carbon Analysis)〉에 따르면, SGH2의 생산공정에서는 수소 1t을 생산할 때마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23~31t까지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한다. 이는 폐기물을 수소 생산에 투입하는 대신 소각할 경우 생기는 배출량까지 감안한 것으로, 다른 그린 수소 생산공정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3~19t 더 적은 것으로 추산된다.
수소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량도 다른 전기분해 공정에서 수소 1㎏당 62㎾의 에너지가 필요한 반면, SGH2의 공정에서는 오히려 1.8㎾를 만들어내는 셈이어서 비용 절감 효과가 더 커진다고 분석했다. SGH2는 이 공정이 수소의 생산 규모를 쉽게 증산할 수 있고, 풍력이나 태양광 등의 재생에너지를 이용하는 전기분해 공정과는 다르게 날씨에 상관없이 1년 내내 24시간 동안 가동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내세웠다.

확대보기인터마운틴 전력발전소미국 최대의 전력공급 기관인 LADWP는 유타주에 위치한 인터마운틴 전력발전소를 현재의 석탄발전에서 2025년부터 천연가스와 수소의 혼합발전을 거쳐 2045년까지 100% 수소 발전소로 전환할 계획을 밝혔다.(출처 : Doc Searls/Flickr)

세계 최대 그린 수소 생산공장 건립
이에 따라 랭카스터시의 중공업공단 5ac(에이커)의 부지에 세워질 SGH2의 수소 생산공장은 매년 42,000t의 폐기물을 처리해서 매일 최고 11,000㎏, 매년 380만㎏의 청정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한다. 현재 세계의 그 어떤 그린 수소 생산시설보다 거의 3배는 더 많은 생산량이다.
이 공정에는 재활용 종이폐기물이 사용된다. 시 당국은 이 공장의 일부 지분을 가지면서 주민들이 방출하는 종이 폐기물들을 수집해 공장에 공급하기로 했다. 시 당국으로서는 중국이 쓰레기 수입을 중단한 2018년 이후, 재활용 폐기물들을 쓰레기 매립장에 매립하는 비용은 물론이고 쓰레기에서 이산화탄소보다 25배는 더 강력한 메탄 가스가 추가 발생되는 부담까지 안아야 했다. 하지만 이제 이 문제들을 해결할 효과적인 방법이 생긴 셈이다. 매립장 대신 공장에 폐기물을 공급함으로써 시 당국은 1t당 57~70달러, 매년 210만~300만 달러의 쓰레기 처리 비용을 절감하고 메탄 가스 배출까지 줄일 수 있게 된다. 한편, SGH2는 시 당국이 공급하는 폐기물을 처리해서 연간 총 수소 생산량을 보장하기로 했다.
현재 이 프로젝트는 다국적 엔지니어링 및 공사 업체인 플루어(Fluor)와 함께 설계 단계에 들어서 있다. 공장의 착공은 2021년 상반기, 그리고 18개월간의 공사를 거쳐 2023년 초부터 실제 가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공사 과정에서 600개의 일자리, 실제 운영에는 풀타임으로 35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단, 전체 공사에 필요한 5,500만 달러의 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아직 이들의 과제로 남아 있다.
SGH2는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그린 수소를 연료전지 수소차를 위한 연료로 판매할 계획이다. 이미 캘리포니아주 40여 곳의 대형 충전소와 그 가능성을 협의하고 있으며, 앞으로 100여 곳, 더 나아가서는 전국의 충전소로 판매망을 확장할 계획을 갖고 있다. 또 세계의 다른 지역에도 같은 규모의 수소 생산공장 건설을 타진하는 중이다.
캘리포니아주 정부는 2045년까지 전력발전을 100% 무탄소 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무탄소 정책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미국 내 최대 전력공급기관인 LADWP(Los Angeles Department of Water and Power)도 현재의 석탄발전소를 2045년까지 수소 100% 발전소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처럼 수소에 대한 관심과 수요는 앞으로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그린 수소 공정으로는 그 수요를 다 충족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므로 SGH2의 새 기술이 입증될 랭카스터 공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고병희 미국 현지 객원기자

조회수 : 1,459기사작성일 : 2020-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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