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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미국
로봇 진화의 방향, 동물에 묻다

생물학과 연계하여 동물을 모방하는 로봇의 연구가 활발하다. 이러한 연구의 대부분이 동물의 탁월한 기능을 재현하는 것이었다면, 최근에는 생물의 몸체까지 모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즉, 기존의 딱딱한 전자부품 대신에 부드러운 재료만 이용해서 로봇을 만들거나, 더 나아가 살아 있는 동물의 세포를 통합한 로봇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가 앞으로 로봇을 어떻게 진화시킬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원숭이보다 더 잘 뛰는 로봇
아프리카 대륙에 사는 갈라고(Galago)원숭이는 점프왕이다. 부시베이비라고도 불리는 이 야행성 동물은 몸체보다 훨씬 높이 뛸 수 있을 뿐 아니라 힘들이지 않고 나무들 사이를 옮겨다닌다. 자연에 존재하는 동물이나 곤충은 로봇의 개발에 중요한 소재가 된다. 심지어 바퀴벌레도 감탄의 대상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매우 빠르게, 몸체보다 훨씬 좁은 틈 사이로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월, 미국 버클리대학의 박사과정 학생인 던컨 홀데인(Dancan Haldane)은 갈라고원숭이의 점프 능력을 모방해 재난 현장에서 생존자를 수색하고 구조작업을 도울 수 있는 소형 로봇을 개발했다. ‘살토(Salto)’라고 명명된 이 로봇은 크기가 26㎝, 무게는 100g에 지나지 않지만 1m 높이까지 뛰어오를 수 있다.
기존에 나온 로봇 중에서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EPFL)에서 개발한 점퍼(Jumper)처럼 살토보다 더 높이 점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로봇이 있긴 하다. 그러나 홀데인은 살토가 가장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는 로봇이라고 주장한다. 높이 점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바로 다시 점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로봇의 민첩성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점프 높이와 점프 빈도를 고려한 ‘수직 점프 민첩도(vertical jumping agiligy)’라는 새로운 기준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살토는 갈라고원숭이의 78%에 달하는 민첩도를 자랑한다. 1.7m 높이를 0.78초마다 뛸 수 있는 갈라고원숭이는 민첩도가 2.24m/s인데, 살토의 경우는 1m 높이를 0.58초마다 뛸 수 있어서 민첩도가 1.7m/s에 달한다는 것이다. 참고로, 점퍼는 1.3m를 뛸 수 있지만 다시 점프하려면 4초간 에너지를 축적해야 하므로, 이 수치가 0.34m/s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살토의 이러한 민첩성은 갈라고원숭이의 다리를 모방했기에 가능하다. 갈라고원숭이는 몸을 아주 작게 움츠려서 다리 근육뿐 아니라 힘줄에까지도 에너지를 저장한 후 뛰어오름으로써 15배 더 많은 에너지로 뛸 수 있다고 한다.
살토의 경우에는 힘줄 대신 라텍스 스프링을 모터에 연결하여 스프링에 에너지를 저장하는 디자인을 채택하였다. 아주 낮게 움츠리는 과정에서 모터가 스프링을 감았다가, 8분절로 구성된 다리를 펼칠 때 스프링에 저장된 에너지를 한번에 방출하여 뛰어오르게 하는 원리이다. 지체 없이 재점프를 할 수 있는 덕분에 살토는 더 높이 점프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벽으로 점프했다가 다른 방향으로 재점프하는 등 주변 환경을 이용해서 계속 점프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덕분에 작고 가벼운 살토는 재난 현장에서 돌더미 사이를 민첩하게 옮겨 다닐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로봇이 딱딱하다고? 이렇게 유연한데
버클리 연구진이 기존의 방식으로 가장 민첩하게 점프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어냈다면, 하버드대학 와이스연구소(wyss.harvard.edu)의 로버트 우드(Robert Wood) 교수와 제니퍼 루이스(Jennifer Lewis) 교수 팀은 동물의 기능 대신 부드러운 몸체를 모방한 소프트 로봇의 개발을 시도한 바 있다. ‘옥토봇(Octobot)’이라고 불리는 낙지 형태의 이 로봇은 내부 부품까지도 배터리나 회로판 대신 소프트 재료를 사용하는 새로운 차원의 완전한 소프트 로봇이다. 외부의 전력공급 없이 화학작용을 통해 자동으로 움직이고, 3D 인쇄기술로 제작할 수 있다는 점도 동물의 특정 기능을 딱딱한 몸체로 재현하는 기존의 로봇과는 차별화된다.
옥토봇의 동작 원리는 유체를 아주 가느다란 관을 통해 이리저리 이동시키고 제어할 수 있는 초소형 유체역학에 기반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초소형 유체역학 칩을 개발했다. 이 칩은 로직 회로의 역할을 하며, 옥토봇의 연료가 되는 과산화수소의 화학작용을 제어한다. 옥토봇 내부의 연료통에 과산화수소를 주입하면 내부의 미세관을 통해 이동하다가 플라티늄 촉매와 만나 가스를 발생시키게 되는데, 이 가스가 유체역학 칩을 통과하면서 이쪽저쪽의 다리로 이동하고 팽창되어 다리가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다.
제작방법도 간단하다. 우선, 몸체 자체는 주형 틀을 이용해 실리콘으로 제작된다. 내부에 초소형 유체역학 칩을 넣고, 실리콘을 부은 후 3D프린터를 이용해 가스가 이동할 관을 새겨넣는 과정을 거친다. 현재 옥토봇은 마치 춤추는 것처럼 다리를 교대로 움직이는 동작을 할 수 있는데, 연구진은 앞으로 옥토봇이 기어다니고 헤엄치고 주변의 환경에 반응하는 방법 등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한다. 옥토봇은 1㎖의 연료로 약 8분동안 움직일 수 있다고 한다.

쥐의 심장으로 만든 가오리 로봇
살아 있는 근육세포를 로봇의 몸체에 통합하는 바이오봇(Biobot)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하버드대학에서 심장생리학을 연구하는 키트 파커(Kit Parker) 교수 팀은 빛에 따라 헤엄을 칠 수 있는 아주 작은 소형 가오리 로봇을 개발해냈다. 투명한 이 가오리 로봇은 동전 정도의 크기로, 길이 16㎜에 무게가 10g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신기하게도 그 재료는 쥐의 심장세포와 가슴 성형물로 쓰이는 투명한 신축성 폴리머, 금조각으로 구성된다.
연구진은 20만 개의 쥐의 심장세포를 파란 빛에 따라 움직이도록 유전자 조작을 하고, 가오리가 헤엄치는 원리를 모방하기 위해 이를 폴리머 위에 꾸불꾸불한 지느러미 선 형태로 배치했다. 외부 반응에 따라 한쪽으로만 심장근육이 휘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금조각으로 뼈대를 만들고 그 위에 다시 폴리머 층을 부어 가오리 로봇을 완성했다. 이 로봇을 세포의 영양분이 될 설탕이 들어간 염수에 넣고 파란 빛을 비추면 심장근육이 지느러미 선을 따라 수축하면서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비추는 빛의 주파수를 달리하면 방향을 바꾸게 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쥐의 생체조직은 외부 온도나 영양상태 등에 따라 수명에 한계가 있다. 이를 감안하여 일부 과학자들은 아예 더 강하고 튼튼한 세포를 이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케이스웨스턴대학(Case Western Reserve University) 바이오로보틱 연구소 박사과정의 빅토리아 웹스터(Victoria Webster)는 ‘군소’라고도 불리는 바다민달팽이에 주목했다. 군소는 주변온도와 염도에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 생명력이 강한 생물이라고 한다. 웹스터는 바다거북이가 기어다니는 것을 모방하기 위해 군소의 Y형 근육을 떼어내어 3D프린터로 인쇄된 플라스틱에 부착했다. 이 근육이 전기장에 노출되면 수축하면서 앞으로 조금씩 전진하게 되는 것이다. 웹스터는 이러한 로봇이 해저의 독성가스를 탐지하거나 분실된 블랙박스를 수색하는 상황에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에서 볼 수 있듯이, 동물을 모방하는 로봇의 연구는 앞으로도 생물학과 조직공학 등 다른 학문과 깊이 연계되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파커 교수 팀의 경우는 가오리 로봇 프로젝트가 자신의 궁극적인 목표인 인공심장을 만들기 위해 심장세포를 어떤 구조로, 어떻게 제어할지 알아보는 토대가 됐다고 한다. 웹스터는 이러한 시도가 앞으로 의료분야에서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인간세포를 통합한 바이오봇이 체내에서 약품을 전달하거나 혈전을 제거하는 임무 등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로봇들은 인간에게는 더욱 안전하고 주변 환경에 해를 덜 끼칠 뿐 아니라, 영양분이나 연료를 공급하는 한 배터리 없이도 동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로봇과는 다르다. 바야흐로 동물의 기능을 모방하는 로봇에서 동물 자체를 통합하는 로봇으로의 진화도 시작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병희 미국 현지 객원기자​

조회수 : 1,267기사작성일 : 2017-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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