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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미국
식탁 위 모든 정보, 블록체인에 물어봐!

건강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우리가 매일 먹는 먹거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시중의 식품들은 믿을 만한가? 포장이나 광고 내용을 그대로 믿을 수 있을까? 원산지는 정확할까? 식품의 유통과정을 알 수 없는 소비자들은 그 진위를 가릴 방법이 없다. 그러나 블록체인이 확산되면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식품의 원산지로부터 마트의 진열대까지 전 세계를 아우르는 식품 공급망 전체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효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블록체인은 식품의 안전성을 보장하고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며 소비자에게는 식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전반적인 식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블록체인으로 식품 정보를 한눈에
블록체인은 본래 가상화폐의 플랫폼으로 선보인 분산형 장부관리 시스템이다. 중앙 시스템 없이 암호화된 거래 기록이 네트워크 내의 수많은 컴퓨터 노드에서 중복적으로 검증되어 저장되는 구조이다. 새로운 데이터가 입력되면 블록의 형태로 해시 정보와 함께 이전의 블록과 맞물려 저장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미 기록된 데이터를 임의로 조작하는 것이 불가능해 매우 안전한 시스템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장점에 기반해 최근 블록체인은 가상화폐를 넘어서 전 세계를 아우르는 식품 유통 시스템에 적용되고 있다. 식품의 생산자, 가공생산자, 위생인증 기업, 유통회사, 도소매 기업 등 유통 과정 전체에 걸친 모든 참가자들이 협력체제를 구축해 각 단계의 데이터를 공동 플랫폼에 입력함으로써 식품의 전체 이동 경로를 정확하게 기록하고 전반적인 신뢰도를 높인다는 것이다.
이러한 유통과정의 투명성을 통해 식품의 안전위생과 품질, 신선도를 보장하고 불필요한 식품의 폐기를 대폭 줄일 수 있다는 혜택 덕분에 식품업계에서는 블록체인 도입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이에 따라 IBM의 ‘푸드트러스트(Food Trust)’가 식품업계의 블록체인 플랫폼의 선두주자로 나섰다. 푸드트러스트에는 현재 월마트, 샘즈클럽(Sam’s Club), 크로거(Kroger), 앨버슨(Albertson) 등 미국의 주요 대형 마트들과 프랑스의 대형 유통기업인 까르푸, 스위스의 네슬레, 영국의 유니레버 등 170개 이상의 식품 관련 기업들이 가입되어 있다. IBM과 함께 2018년 플랫폼 설계 과정에서부터 참여했던 월마트는 현재 망고, 육류, 유아식 등 25종 이상의 제품을 추적하고 있고, 앞으로 그 대상을 시금치, 상추 등을 포함한 더 많은 식품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최근 푸드트러스트에 가입한 앨버슨의 경우도 상추와 같은 고위험군 식품을 시작으로 블록체인을 통해 식품의 전 유통 경로를 파악하는 데 나섰다.
미국 내 마트들은 아직 이러한 블록체인 정보를 내부적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까르푸는 이 정보의 확산에 더욱 적극적이다. 프랑스, 중국, 이탈리아 등에서 운영 중인 까르푸 매장에서는 고객이 스마트폰에서 제품의 QR코드를 스캔하면 식품의 원산지와 유통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현재 닭고기, 계란, 우유, 오렌지, 돼지고기, 치즈 등 20종류가 넘는 정보가 제공되는데, 올해 말까지 유아식과 유기농 제품 등 100종이 더 추가될 계획이다.

확대보기IBM의 푸드트러스트IBM의 푸드트러스트. 스마트폰으로 식품의 QR코드를 스캔하면 유통과정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있다.(사진 : IBM)

유통이력 추적해 식품 안전도 제고
블록체인은 식품의 안전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건강기구(WHO)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매년 6억 명이 식중독으로 고생하고 42만 명이 사망한다고 한다. 미국에서도 심심치 않게 식품에 의한 이콜라이균 감염 사태가 발생한다. 작년 봄에는 로메인 상추로 인해 35개 주에서 수백 명이 이콜라이균에 감염되어 사망자까지 생겼고, 올봄에는 간 고기 때문에 10개 주에서 209명이 감염되는 사태가 일어났다. 조사 결과, 첫 번째 사례는 애리조나주 유마 지역으로 그 원산지를 추측할 수 있었지만, 두 번째 사례는 그 출처를 정확히 특정하지 못했다. 실상, 미국 전역과 심지어 해외까지도 아우르는 복잡한 식품 유통 과정에서 오염된 식품과 장소를 꼭 집어 밝혀내기는 쉽지 않다. 보통 그 추적 조사기간은 수일에서 수주까지 걸리고, 식품의 리콜까지 이어진다. 감염의 원인을 정확히 특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보다 광범위한 리콜 사태로 대량의 식품이 폐기되고, 한동안 그 식품 자체에 대한 수요가 떨어지는 악영향까지 끼치게 된다.
그러나 블록체인 환경에서는 실시간으로 유통 경로의 모든 데이터가 저장되어 있어 위생 문제의 근원을 거의 수초 만에 특정할 수 있다. 월마트의 테스트에 따르면, 특정 식품의 원산지를 찾기 위해 기존 시스템에서 6일 이상 걸리던 과정이 블록체인 도입 이후 2.2초 만에 확인되었다고 한다. 덕분에 농장과 마트, 음식점 등 모든 당사자에게 문제가 되는 제품을 바로 알리고 즉시 폐기해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게 된다.

확대보기로메인 상추로메인 상추를 비롯한 푸른 채소는 미국에서 매년 일어나는 이콜라이균 감염 사태의 주요 원인이 되는 식품군으로, 자주 리콜 대상이 된다. 블록체인을 도입하면 유통과정에서 문제가 되는 분량만을 빠른 시간에 정확히 확인하여 폐기함으로써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사진 : Walmart)

블록체인으로 원산지 위조 가려낸다
블록체인 도입의 또 다른 장점은 식품의 진위를 가려 식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해산물이 명시된 내용과 다를 때가 많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여러 가공 과정을 거치면서 원산지가 다르게 둔갑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더 저렴한 다른 생선을 속여 팔기도 한다는 것이다. 올봄에 환경보호 단체인 오세아나(Oceana)가 미국 내의 대소형 마트와 음식점에서 판매 중인 해산물을 대상으로 실시한 DNA 조사 결과에 따르면, 표기된 정보에 오류가 있는 경우가 20%에 달했다고 한다. 미국 식품제조업협회는 이러한 해산물의 내용 조작 때문에 소비자들이 매년 50억 달러의 손해를 보고 있다고 추산했다.
그러나 해산물 유통에 블록체인을 도입하면 해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를 높이고 소비를 촉진할 수 있게 된다. 해산물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 10월, 가리비 관자를 주로 유통하는 미국 동부의 로시푸드(Raw Seafoods)는 해산물 유통회사로는 처음으로 IBM 푸드트러스트에 가입했다고 발표했다. 덕분에 이들이 동부 바다에서 공급하는 가리비 관자는 음식점과 마트에서까지 신선도와 품질을 보장할 수 있게 되었다.
로시푸드에 따르면, 블록체인을 통한 데이터의 입력도 매우 간단하고 편리하다고 한다. 그 첫 입력은 관자를 포획하는 해상의 어선에서부터 시작된다. 근무를 시작하는 선원이 이름을 입력한 후, 포획한 관자를 망에 넣어 라벨을 붙이고 스마트 저울에 올리면 선상의 컴퓨터가 자동으로 날짜와 시간, 어선의 경도와 위도, 무게를 입력하게 된다. 이러한 데이터는 위성통신을 통해 IBM 푸드트러스트 블록체인에 입력되고, 이후 어선의 입항시간, 가공회사 도착시간, 캔 포장시간, 냉동고 입고시간 등 전체 유통과정을 거쳐 목적지까지 이르는 동안의 모든 데이터가 계속 업로드된다. 이러한 정보는 최종 소비자에게까지 제공된다.

확대보기마스터카드의 식품업 관련 블록체인 서비스최근 마스터카드는 식품업 관련 블록체인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해산물의 원산지 추적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사진 : Mastercard)

현재 이들은 캘리포니아주의 TAPS라는 음식점 체인에서 관자의 유통 정보를 제공하는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관자 메뉴에 표기된 특수 바코드를 스캔하면 그 산지와 포획일 등의 정보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어선에서 해당 관자를 포획하는 장면을 담은 비디오와 선장의 사진까지 제공되기도 한다.
이 시스템이 유통과정 각 단계의 참가자들에게 주는 혜택도 다양하다. 관자를 포획한 어선의 선장은 그 품질에 대한 피드백을 통해 자부심을 높이고 품질 향상 대책을 세울 수 있다. 유통 과정에서 위생에 문제가 생길 경우에는 블록체인 기록에 따라 미국 전역에서 그 위치를 바로 파악하고 해당 분량만을 폐기할 수 있게 된다. 음식점의 요리사도 원산지 정보를 믿고 고객에게 가장 신선한 요리를 제공할 수 있는 데다가, 입고 시에 품질에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바로 그 원인을 확인해서 정확한 책임 주체에게 대책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한 예로, TAPS의 테스트 중 입고된 관자에 모래가 섞인 것을 발견한 요리사가 그 관자를 잡은 어선의 선장에게 직접 그 문제를 지적했고, 그 덕분에 선장은 선상의 세척기 문제를 확인하여 수리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냥 지나쳤다면 향후에 제기될 수 있는 품질 문제를 미리 방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편, 소비자 입장에서는 관자의 정확한 산지와 이동경로를 확인할 수 있는 브랜드와 음식점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미국 식품마케팅연구소(FMI : Food Marketing Institute)가 2018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의 75%가 식품 포장재에 표기된 정보보다 더 자세한 식품 정보를 제공하는 브랜드로 옮길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2년 전의 다른 통계에 잡힌 39%보다 훨씬 더 높아진 것이다. 이러한 추세를 보면, 식품 업계에 도입된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앞으로 규모가 더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IBM 푸드트러스트뿐만 아니라 독일의 SAP, 마스터카드, 마이크로소프트 등도 블록체인 기술 플랫폼을 통해 참치 생산기업인 범블비, 미국의 식료 유통회사인 TOPCO, 스타벅스 등과 식품 추적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더 믿을 만한 식품을 찾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응답하고, 효율적이고 투명한 유통과정에서 식품의 안전을 도모하며 결과적으로 식품의 낭비를 줄이고 환경보호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으로, 식품유통 업계에서 블록체인 플랫폼의 역할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고병희 미국 현지 객원기자

조회수 : 2,489기사작성일 : 2019-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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