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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미국
언젠가 날 수 있겠지?

지난 2월의 마지막 주말, 캘리포니아주 NASA의 모펫 비행장에서는 고플라이 대회의 최종 비행심사가 열렸다. 고플라이 대회는 1인승 개인용 소형 비행장비의 개발을 목표로 한 기술경진대회로, 최종 비행심사는 그간의 성과를 입증하기 위한 자리였다. 가장 우수한 비행장비에는 100만 달러의 상금이 걸려 있었고, 가장 크기가 작은 비행장비와 가장 소음이 적은 비행장비에는 각각 25만 달러의 상금이 수여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날 행사는 다른 수상은 없이 일본의 테트라 팀이 상금 1만 달러의 파격상(Disruptor Award)을 수상하는 것으로 종료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주최 측은 다시 한 번 비행심사를 열어서 남은 상금을 수여할 계획이다.

1인승 소형 비행장비 가능성 시험하는 고플라이 대회
사람도 하늘을 자유롭게 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고플라이 대회의 창립자인 그웬 라이터(Gwen Lighter)는 그러한 상상을 현실화해보자는 계획을 세웠다. 그 목표는 개인이 언제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는 1인승 소형 비행장비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보잉과 프랫 엔 위트니, 델 테크놀로지 등 20여 개의 국제 항공 관련 스폰서가 참여하는 기술경진대회가 발족됐다. 스폰서들은 참가 팀에게 기술개발에 필요한 상금을 포함해 다양한 기술적, 법적, 규제 자문을 제공하기로 했다. 물론 소형 비행장비 개발에 있어 극복해야 할 문제는 만만치 않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상용화될 것이라는 소식이 10년 전부터 들렸지만 아직도 실현되지 못했고, 수년 전에 선을 보인 적 있는 제트팩 같은 개인 비행장비도 실용성을 끌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발전되어온 스마트폰의 센서 기술, 드론 제어기술, 전기 배터리 기술, 3D프린팅 기술과 초경량 재료 등의 광범위한 기술을 융합해 미래의 개인 비행장비를 개발하는 데 함께 아이디어를 모아보자는 취지로 지난 2017년 고플라이 대회(GoFly, www.goflyprize.com)는 그 서막을 올렸다.

까다로운 심사기준 통과한 5팀 결선 진출
고플라이 대회가 제시한 1인승 소형 비행장비의 요구조건은 실용성에 기반한 매우 까다로운 조건이다. 디자인은 자유자재로 정할 수 있지만, 그 크기는 사방 2.5m 이하여야 한다. 수송이 쉽고 차고에 주차가 용이한 크기를 목표로 한 것이다. 또한 이 비행장비는 VTOL(Vertical Take-Off and Landing) 기능을 갖춰서 수직으로, 또는 9.1×3.7m의 공간 내에서 이착륙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연료는 전기 배터리, 휘발유, 항공연료 등을 선택할 수 있지만, 한 번 뜨면 최소 90㎏의 파일럿이나 장비를 싣고 32㎞를 20분간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착륙 후에도 10분은 더 날 수 있을 만한 연료가 남아 있어야 하고, 소음은 최고 87dB을 넘으면 안 된다. 도시 내의 교통소음 정도로 소음이 적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만만찮은 요구조건에도 불구하고, 고플라이 대회에 대한 반응은 꽤 뜨거워서 2017년 말 개최 이후 세계 103개국에서 854팀이 참가했다. 전형은 1차 서류 심사와 2차 프로토타입 심사를 거쳐 최종 비행심사로 우승자를 가리는 방식이었는데, 각 단계 심사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다음 심사의 참가가 가능하도록 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나는 자동차, 나는 모터사이클, 호버보드, 제트팩, 유인 드론, 비행 원반, 덕트 터빈 등 가지각색의 다양한 디자인이 제시되었다고 한다. 그중 2018년 6월의 1차 심사에서 10개 팀이 선택되어 각각 2만 달러의 상금을 수상했고, 2019년 3월의 2차 심사에서는 5개 팀이 각각 5만 달러를 수상하고 최종 비행심사 자격을 따냈다.
이들 5개 팀은 러시아의 에어록소(Aeroxo), 네덜란드 델프트 공과대학교의 실버윙(Silverwing), 텍사스 A&M대학교의 하모니(Harmony), 캘리포니아주의 트렉 에어로스페이스(Trek Aerospace), 플로리다주의 드래곤에어(DragonAir Aviation) 팀이다. 에어록소의 ERA 아비아바이크(Aviabike)는 파일럿이 모터사이클처럼 타고 비행할 수 있는 장비로, 틸트 로터를 채택해서 헬리콥터처럼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고 일반 비행기처럼 빠른 속도로 장거리를 날 수 있는 디자인이라고 한다. 실버윙의 S1은 탄소섬유 재료에 2대의 전기모터와 덕트팬, 밀폐 좌석, 착륙 기어를 탑재했으며, 날개에 통합된 리튬 배터리의 전력으로 동작하게 되어 있다. 하모니 팀의 아리아(Aria)는 두 겹의 동축회전 날개를 하단에 탑재한 강연대의 외형을 갖고 있으며, 효율이 높고 소음이 매우 낮은 디자인을 지향한다. 트렉 에어로스페이스는 중앙의 좌석을 10대의 덕트 프로펠러가 둘러싼 고카트 형태의 플라이카트2(FlyKart 2)로, 제한된 공간에서 최대의 추진력을 얻고 소음을 반으로 줄이는 디자인을 선보였다. 한편, 드래곤에어의 에어보드(Airboard 2.0)는 원형 드론 형태로 그 위에 사람이 서서 비행할 수 있는 장비이다. 양 손에 좌우 지지대를 잡고 마치 세그웨이처럼 몸을 한쪽으로 기울여 방향을 바꿀 수 있는데, 체중으로 모터의 동력을 보조하는 셈이라서 사람이 탔을 때 오히려 더 효율적으로 더 오래 비행할 수 있다고 한다. 탑재된 컴퓨터가 자이로스코프, 가속도계를 통해 자동으로 계속 균형을 맞춰주므로 안정적인 비행이 가능하다고 한다.

확대보기네덜란드 실버윙 팀의 1인승 소형 비행장비 S1네덜란드 실버윙 팀의 S1은 수직으로 이착륙하고 상공에서는 수평으로 비행하게 되어 있는 1인승 소형 비행장비로, 최근 수직 이착륙 시험에 성공했다.(출처 : Silverwing Aero-nautics B.V./James Murdza)

확대보기트렉의 플라이카트 2트렉의 플라이카트 2는 중앙의 좌석을 10대의 덕트 프로펠러가 둘러싼 고카트 같은 형태로, 높은 추진력과 저소음에 중점을 둔 디자인이다.(출처 : Trek Aerospace)

파손, 부상, 강풍에 모두 포기
그렇다면 이들 장비들의 실제 비행 능력은 어느 정도일까? 2차 심사 후 거의 1년 만에 실행된 최종 비행심사는 이들의 비행 능력을 심사하기 위한 자리였다.
우선 하모니 팀의 아리아는 수직 이착륙은 물론 어느 정도 비행을 할 수 있었지만, 장비 자체가 3분의 1 축소 모델에 지나지 않아 비행심사의 필요조건을 준수하지 못했다. 4대의 대형 덕트팬 위에 좌석을 배치한 EJA(Electric Jet Aircraft) 팀의 버티사이클(VertiCycle)은 어느 정도 떠 있다가 힘겹게 떨어지고 말았다. 소형 날개와 4개의 팬을 한 쌍씩 다른 각도로 탑재한 호버바이크 형태로, 손쉽게 수직 또는 수평 모드로 변경할 수 있다는 테트라 팀의 테트라 3 또한 지상에서 떠오르긴 했으나 배터리 힘이 부족해서 5분 후에 비틀거리며 착륙해야 했다. 실버윙의 S1은 최종심사 며칠 전에 자체적으로 수직 이착륙 테스트에 성공하는 쾌거를 올렸다. 다만, 실제 비행심사에서는 시속 28㎞의 강풍 때문에 비행 자체가 취소되었다. 이는 드래곤에어 팀도 마찬가지였다. 이 팀은 하이드로제트 스포츠로 경험을 쌓았던 이 회사의 창립자 마리아 케인이 파일럿으로 직접 탑승할 계획이었고, 대회와 상관없이 이미 수차례에 걸쳐 시험비행에 성공한 전력이 있던 터라 이번의 최종 비행심사에서 가장 기대가 컸던 팀이다. 그러나 이 팀 또한 심사 전날의 자체 시험비행 중 착륙 시의 오작동이 드러나 주최 측에서 안전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다행히 바로 수리해서 비행은 가능하게 되었지만, 이들 또한 강풍 때문에 비행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고플라이 대회는 주요 수상자 없이 예정된 최종 비행심사를 마치게 되었다. 다만, 일본 테트라 팀이 독창적인 디자인과 기술에 수여하는 프랫 앤 위트니의 파격상을 수상해서 박수를 받았다.
이러한 결과에 따라 주최 측은 앞으로 한 번 더 비행심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직 날짜가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어떤 팀이라도 대회의 비행조건을 만족하는 소형 비행장비의 성능을 증명할 수 있다면 아직 남아 있는 상금을 수상할 수 있다.

확대보기드래곤에어 팀의 원반형 드론 에어보드 2.0드래곤에어 팀의 에어보드 2.0은 세그웨이처럼 파일럿의 체중을 이용해 방향을 전환할 수 있는 원반형 드론이다. 이미 수차례 시험비행에 성공한 이유로 고플라이 최종 비행심사에서 큰 기대를 모았다.(출처 : GoFly)

상금 주인 찾을 때까지 무기 연기
그러나 개인용 소형 비행장비의 개발에 당면한 문제는 만만치 않아 보인다. 로터의 크기가 더 작을수록 효율이 낮아지고 소음이 더 커진다는 기술적 문제, 아직도 파워가 부족한 전기 배터리 기술은 물론이고 비행의 안정성과 도심 인프라, 비행 규제와 법령 등이 발목을 잡는다. 일부 팀은 불충분한 개발 비용을 문제 삼기도 한다. 예를 들어, 하모니 팀은 실제 크기의 장비를 만들기 위해선 50만 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고플라이 대회는 미래의 개인 비행장비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비슷한 예로, 미 국방부 산하 국방고등연구소(DARPA)가 2000년대에 그랜드 챌린지 프로그램을 주최해서 자율주행자동차의 개발을 촉진시킨 바 있다. 그렇게 신기술의 개발을 장려한 덕에 14년이 지난 후 자율주행택시가 선보이게 된 것이다. 구글의 루나 엑스프라이즈 기술경진대회 역시 소규모 신생기업들이 달 탐사선을 개발하는 노력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많은 팀들도 여전히 소형 비행장비 개발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일단 드래곤에어 팀은 에어보드 디자인을 좀 더 수정해서 앞으로 10대의 에어보드를 제조할 계획이다. 실버윙 팀은 전력으로 구동하는 이런 장비가 미래의 친환경 교통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피력하면서 자연재해로 인해 접근이 어려운 재난지역에 응급구조대원을 싣고 착륙할 수 있는 소형 비행장비를 전망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선보인 다양한 디자인에 따라 화물배송이나 응급구조, 단거리 출퇴근, 미래의 스포츠 등 다양한 미래 사업의 가능성을 예측하는 이들도 있었다. ‘우리 모두, 사람들이 날 수 있게!(Together, we will make people fly)’라는 모토를 걸고 개최된 고플라이 대회에 대한 뜨거운 반응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고병희 미국 현지 객원기자

조회수 : 3,256기사작성일 : 2020-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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