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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미국
새로운 원격근무 환경의 모색

코로나19로 대다수 미국인의 근무 환경에도 뚜렷한 변화가 생겼다. 예기치 않게 장기간의 재택근무를 경험하게 된 것이다. 미국 전역에서 대대적으로 장기적인 실험을 거치면서 그동안 재택근무에 소극적이었던 기업들의 반응이 달라지고 있다. 미래의 근무 환경은 직원의 선호도와 안전, 생산성과 효율, 기업의 비용 등을 감안해 집과 다수의 사무실 그리고 협업공간을 넘나드는 하이브리드 원격근무 형태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재택근무자 10명 중 8명이 만족

지난 3월, 미국의 주정부와 연방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이동제한령을 내리면서 미국 직장인들은 갑작스러운 재택근무에 들어가야 했다. 병원, 마켓 등 꼭 필요한 현장 종사자들을 제외한 직장인들은 랩탑에 책상 위 모니터까지 몽땅 싸들고 집에 돌아와 집 안의 한모퉁이를 차지하게 되었다. 시장조사 기관인 맥킨지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미국 직장인의 62%가 재택근무에 돌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후 이동제한령이 느슨해지고 정부가 경제 회복을 서두르면서 일부는 사무실로 복귀하기 시작했지만, 재택근무의 추세는 여전히 지속됐다. 스탠퍼드대학교 경제학과의 니콜라스 블룸 교수는 지난 6월 기준으로 26%의 미국인이 사무실을 포함해 현장에서 일하는 데 반해 42%는 풀타임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는 통계를 밝혔다. 그는 이들 재택근무자가 4월과 5월 미국 GDP 생산활동의 3분의 2를 담당한 것으로 추산했다.
갑작스러운 변화였지만 재택근무에 대한 직장인들의 만족도와 생산성에 대한 통계도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맥킨지의 4월 조사를 보면 80%의 응답자가 만족을 표했다. 생산성에 대해서도 41%는 사무실 근무보다 더 향상되었다고 답했고, 28%는 비슷하다고 밝혔다. 복잡한 출퇴근에 소요되는 긴 시간과 스트레스를 줄이고, 대신 업무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는 요인이 컸다. 융통성 있는 시간 관리와 산만한 사무실보다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재택근무가 장기화되면서 재택근무의 단점도 확연해졌다. 우선은 과다근무의 추세가 지적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0월 30일의 기사에서 미국의 직장인들이 재택근무로 인해 매일 2,200만 시간을 더 일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일과 사생활이 분리되지 않는 환경에서 기존의 근무시간을 훌쩍 넘겨 일하기 쉽다는 것이다.
정신건강에 대한 우려도 크다. 동료들과의 사회적 대면 소통이 줄고 각자 고립되어 일하는 환경에서 스트레스와 우울감이 커지는 것이다. 집에 자녀가 있는 경우는 가족과 공유하는 공간에 근무하면서 재택근무와 함께 육아, 교육, 가사를 병행해야 하는 부담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미국인들은 앞으로도 재택근무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기관 갤럽의 통계에 따르면, 9월 기준으로 미국 직장인의 33%가 풀타임으로, 25%는 부분적으로 재택근무를 하고 있으며, 응답자의 3분의 2는 앞으로도 재택근무를 원한다고 밝혔다.
기업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코로나19가 안정되더라도 재택근무를 공식적으로 채택하겠다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일시적으로는 구글, 아마존, 인디드 등이 최소 2021년까지 재택근무를 연장할 계획을 밝혔고,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트위터, 슬랙, 질로우 등은 재택근무를 영구적인 정책으로 공식 도입하기로 했다. 직원의 선호에 따라 앞으로도 언제나 재택근무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확대보기화상회의ⓒ shutterstock

융통성 있는 하이브리드 방식 확산

그러나 재택근무를 본격적인 정책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계획과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블룸 교수는 재택근무의 장단점을 감안한 최적의 방법으로 하이브리드 방식을 권장한다. 집중을 요하는 업무와 대면 협업이 필요한 업무를 융통성 있게 안배해서 한 주당 2~3일은 재택근무, 나머지는 사무실 근무 등으로 일정을 정해 일의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이와 더불어 기존의 사무실도 새로운 개념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대면 협업에 초점을 맞춰 기존의 개인 공간을 대폭 줄이고, 다수의 회의실 중심으로 구성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미국 대도시의 값비싼 대형 사무실 대신 도시 외곽의 여러 장소에 소형 사무실을 분산 배치해서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직원들의 협업 공간으로 제공하는 방법이 제안된다. 현재로서는 코로나19 때문에 이용이 쉽지 않겠지만, 앞으로 필요에 따라 시간당 가격에 임대할 수 있는 협업공간 서비스도 본격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를 통해 부동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원격근무 도입의 큰 동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하버드경영대학원의 라지 차우드리 교수는 비용 절감보다는 경쟁력 있는 우수한 직원들을 어느 지역에서나 채용할 수 있다는 점에 중점을 두어야 원격근무 정책을 성공적으로 실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일반 직원뿐 아니라 임원진과 간부급들도 원격근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서로 소통하는 문화를 조성해야 경력 관리에 대한 직원들의 불안을 덜고 안정적인 근무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페이스북은 지난 9월 원격근무에 대한 장기적 전략을 세우고 효율적인 원격근무의 운영을 담당할 간부급 부서장 채용에 나섰다. 이에 대한 다른 기업들의 관심도 크다. 코로나19로 인해 의도치 않게 시작된 재택근무에서 앞으로 원격근무의 확산이라는 또 다른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확대보기재택근무ⓒ Pixabay

고병희 미국 현지 객원기자

조회수 : 1,577기사작성일 : 2021-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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