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2009.21
인기 상품 뒤의 숨은 주인공
중소기업人 열전 ㈜리큅 상품기획 담당 윤혜성 과장



회사를 즐겁게 다닐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회사 일을 내 일처럼 하는 것’이다. 말이 쉽지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조직에서 자신의 역할이 작아지는 것을 항상 경계한다는 ㈜리큅의 윤혜성 과장이라면 아마도 이 불변의 진리를 진즉 알아챘을지 모른다. 10년 가까이 중소기업에서 해외영업과 상품기획을 담당해온 그녀는 무슨 일이든 본인이 주도해야 직성이 풀리는 뜨거운 사람이다. 제품 기획에서부터 출시까지 전 과정에 참여하고 간섭해야 하는 상품기획은 그녀에게 딱 맞는 옷이다. 딱 맞는 옷을 입은 그녀는 일도 참 맵시나게 한다.

임숙경 전문기자 사진 손철희 객원사진기자

신제품 출시를 채 한 달도 남겨놓지 않은 윤혜성 과장은 설렘과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 그동안 숱하게 많은 제품을 출시했지만, 이번 제품은 윤 과장 본인에게는 의미가 남다르다. 자신이 기획한 첫 가전제품이 드디어 세상에 나오는 것이다. 10년 가까이 모바일 관련 상품을 기획해온 윤 과장에게 주방가전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반 년 넘게 공들인 첫 작품 ‘멀티 쿠커’를 시작으로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 출시 예정인 신제품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재밌고 신나는 상품기획의 세계
공식적으로 해외영업팀에 소속되어 있는 윤 과장은 주방가전 회사인 ㈜리큅에서 해외영업과 상품기획을 맡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수출 업무를 담당하는 한편, 홈쇼핑에 사용될 사은품과 신상품 기획을 맡고 있다.
두 가지 업무를 병행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중소기업에서 해외영업과 상품기획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회사를 대표해 바이어를 만나야 하는 해외영업 담당자는 바이어들의 요구를 발 빠르게 파악해 새로운 제품을 계속해서 제안해야 한다. 모바일 액세서리 회사에서 해외영업 담당자로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디뎠던 윤 과장은 빠르게 움직이는 IT시장에서 매분기 신제품을 계속해서 만들어내야 했다.
“제조업에서만 10년 가까이 근무했습니다. 중국 업체들이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제품만 제조해서는 경쟁에서 이길수가 없습니다. 새로운 디자인, 아이디어, 신기술을 계속해서 바이어에게 제안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더 비싼 돈을 주고 한국 제품을 사려고 하지 않습니다. 바이어를 상대로 영업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상품기획까지 하게 된 것이죠.”
첫 직장이었던 모바일 액세서리 제조회사에서 이어폰 영업과 상품기획 업무를 오래 하다보니 윤 과장은 이어폰에 대해서만큼은 엔지니어 못지않은 지식을 갖게 됐다. 자신의 지식을 쉽게 알려주지 않으려는 개발자들에게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 밥을 사주며 부탁하기도 했고, 공장에서 밤샘작업이라도 있으면 옆에서 포장을 거들어주면서 곁눈질로 보고 배웠다. 덕분에 타사에서 신제품이 나오면 담당 엔지니어가 제품을 들고 와서 평가를 해달라고 부탁할 정도의 전문가가 됐다.

브랜드를 갖고 싶다는 열망
어렵게 공부하고 각 부서 담당자들과 치열하게 싸우며 협상하는 과정을 거치다보니 상품기획자가 자신의 제품에 갖는 애착은 당연히 클 수밖에 없다. 이번에 출시될 신제품은 자신의 첫 가전제품이라는 사실 외에도 윤 과장에게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자신이 기획한 제품이 리큅의 로고를 달고 출시된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중소기업 상품기획자로 이런 뿌듯한 느낌은 쉽게 가질 수 없었던 경험이다. OEM, ODM 기업에 다니면서 윤 과장이 늘 목말라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OEM을 하면서 전문성은 높아졌지만 상품기획자로서 성취감은 없었어요. 열심히 기획해 내놓은 자식 같은 제품들이 다른 회사의 로고를 달고 나와 있는 것을 보면 참 허탈했죠.”
이직을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전 회사에서 혁신적인 디자인과 콘셉트의 제품 시리즈를 직접 제안해 제품을 제작하고 광고 촬영까지 진행했다가 결국 해외 유명업체와 ODM 계약을 맺는 바람에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던 일은 지금도 뼈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리큅에 입사하기 전에 1년간 다녔던 스마트폰 케이스 업체에서의 경험은 소중한 자산이 됐다. 자신의 브랜드로 영업하는 맛도 알게 됐고, 상품성을 보는 안목, 개인적인 취향과 대중의 취향이 만나는 절충점을 찾는 일 등 상품기획의 전 과정을 경험할 수 있었다. 회사가 특허 소송 문제로 어려워져 퇴사를 해야 했지만, 자체 브랜드를 가진다는 것이 얼마나 신바람 나는 일인지를 알게 해준 소중한 경험이었다.

워킹맘에게 운명처럼 다가온 리큅
10년 가까이 IT 관련 일을 해온 윤 과장의 리큅 입사는 그녀 스스로도 ‘운명’이라고 생각할 만큼 우연하게 이루어졌다. 윤과장은 지금도 리큅에 지원했던 날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둘째아이를 출산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컴퓨터를 켜고 유튜브를 보고 있는데 리큅의 배너가 계속 떴다. 꺼도 꺼도 계속 뜨길래 ‘대체 어떤 회사길래’ 하는 마음으로 홈페이지를 들어가본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뻔한 홈페이지가 아니었다. 첫 화면부터 만화 형식으로 회사가 소개되어 있어 술술 읽혔다. 뭔가 느낌이 온다 싶었는데, 마침 해외영업 인력충원 공고가 나 있었다.
“홈페이지만 봐도 어떤 회사인지 알겠더군요. 이 회사는 자신만의 철학이 있고, 가고자 하는 방향이 명확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둘째까지 출산한 워킹맘이다 보니 심적으로 크게 위축되어 있었는데, 가전 분야라면 충분히 핸디캡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하외구 대표와 면접을 본 이후 결심은 더욱 굳어졌다. 영업과 기획 업무의 중요성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하 대표는 그동안 회사 내에 부서를 두지 않고 본인이 챙겼던 상품기획업무를 윤 과장에게 맡기겠다고 했다. 이직을 앞두고 회사내에서 자신의 역할과 업무 범위가 좁아지면 어쩌나 내심 걱정했던 윤 과장에게는 너무도 반가운 제안이었다.
입사 이후 윤 과장은 회사에 적응할 새도 없이 바쁘게 보냈다. 입사하자마자 처음 받은 미션인 중국 총판 계약을 진행하는 와중에도 홈쇼핑 방송에 쓰일 보온병, 프라이팬 등의 사은품 아웃소싱 업무를 진행했다. ‘사은품 하나를 주더라도 제대로 된 제품을 주자’는 리큅의 제품 철학도 윤 과장의 마음에 쏙 들었다. 우리나라에 아직 소개되지 않은 해외의 우수한 제품을 발굴해 좋은 재료를 써서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받을 수 있는 아웃소싱 업체를 찾는 것이 가전업체 상품기획자로서 윤 과장이 하는 일이다.

부업이라는 생각을 떨치게 해준 상품기획의 참맛
해외영업과 상품기획을 병행하면서도 윤 과장은 그동안 자신의 본업은 해외영업이라고 생각해왔다. 회사를 대표해 바이어를 만나고, 그들을 끝까지 설득해 계약을 따내는 순간의 쾌감은 해외영업 담당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요즘 조금씩 바뀌고 있다.
“좋은 제품을 발굴해 시장에 출시하는 것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사장님께서 늘 남들을 쫓아가지 말고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라고 강조하시는데, 그 덕분에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는 기쁨이 무엇인지 알아가고 있습니다.”
상품기획 업무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윤 과장은 올 하반기에 더 바빠졌다. 6월에 중국 총판 계약이 체결되어 제품 론칭 준비에 한창인 가운데, 내년에 출시할 신제품 기획 업무에 대한 집중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신제품에 대해서는 ‘극비’라며 말을 아끼면서도 현재 리큅의 대표제품인 식품건조기 이상의 흥미로운 제품이 될 거라고 귀띔한다. 그동안 가정에서 쉽게 만들 수 없었던 음식을 가정에서 좋은 재료로 쉽게 요리할 수 있게 해주는 신개념 조리기를 합리적인 가격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최대한 빨리 출시해 소비자에게 보여주고 싶어 안달이 날 정도로 윤 과장은 자신감에 가득차 있다.
가전 분야로 옮긴 것에 대해 윤 과장은 꽤 만족한다. 처음에는 IT보다 신제품 출시 속도가 느려 답답한 면도 있었지만, 시장 잠재력 면에서는 오히려 IT보다 가전이 높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류를 기반으로 한국산 주방가전이 유럽, 러시아 등에서 인정을 받고 있어 해외시장 개척 면에서도 엄청난 잠재력을 발견했다.
본인의 업무도 만족스럽지만 한 달이 멀다 하고 해외 출장을 다니는 부인을 외조해온 남편이 좋아해주니 힘이 더 난다. 제품 테스트를 위해서 매일 새로운 조리기구를 이용해 음식을 만들어주니 남편도 가전회사에 다니는 것을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아직 주방가전에 첫발을 내디뎠을 뿐이지만 윤 과장은 욕심을 내본다. 예전에 일했던 업계에서 제품을 분해해보지 않아도 훤히 꿸 수 있을 정도의 전문가가 되었던 것처럼, 주방가전 분야에서도 빨리 그런 경지에 오르기 위해 연구소와 디자인실을 부지런히 뛰어다닌다. 좋은 제품을 앞으로 계속 제안해 흡사 전쟁터와 같은 가전시장에서 영업과 마케팅 직원들이 들고 나갈 총알을 더 많이 준비해주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윤혜성 과장이 말하는 상품기획자의 자질은

제품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
내가 써보지 않은 제품을 만드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제품에 대해 계속 관심을 가지고 써봐야 한다. 써봐야 불편함을 느끼고 거기에서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주방가전이라고 해서 여자만 유리한 것은 아니다. 남자라도 요리에 관심이 있다면 충분히 할 수 있다.
과감한 추진력고민만 하다보면 출시를 못하거나 이미 다른 회사에 선수를 빼앗길 수 있다. 제품에 대한 소신이 있다면 일단 시장에 내보내야 한다.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품질과 가격 조건에 맞춰 소비자에게 보여주고 평가를 받아야 시장에서 살아남는다.
확인 또 확인상품기획자는 많은 것을 챙겨야 하고 꼼꼼해야 한다. 하다못해 라벨, 표시사항 등의 문구까지 검토해야 한다. 세밀하게 관찰하지 않으면 실수가 발생하고, 그것이 큰 손해를 부른다.

[2014-11-04]조회수 : 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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