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2009.21
이사 등극 1순위가 되다
㈜매직코스 윤종현 부장

 

경기도 부천시에 소재한 ㈜매직코스는 발명기업인이자 수출시장 개척에 앞장서는 여성기업인으로 잘 알려진 송정은 대표가 이끄는 회사다. 화장품 용기와 수소수 필터 일체형 완제품 ‘수소수플러스’로 수출시장 확대 중인 이 회사에는 제품만큼이나 미래가 밝은 마흔한 살의 생산관리 책임자가 있다.

속(?)을 알 수 없는 그 남자의 장점은 창의성
“남들이 하는 똑같은 방식으로 하면 그게 그거지유. 생산성 높이려면 뭔가 새로운 방식을 접목시키는게 최고 아녀유.”
고향이 충남 광천으로 사투리를 벗어버리지 못하는 윤종현 부장. 그는 생산관리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접목시켜 송정은 대표를 감동시키는 일이 적지 않다. 최근에도 또 하나의 생산성 향상 아이디어를 찾아냈다.
화장품 샘플 병에 고무 패킹을 접합시키는 일은 단순작업이지만, 하나씩 일일이 작업해야 하므로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해보고자 PVC 등의 접합용도로 사용하는 초음파융착기를 이용해 한번에 여러 개의 패킹작업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한번에 무려 15개의 패킹작업이 가능해졌다.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지금까지 해온 전통적인 생산방식을 업그레이드시켰다. 게다가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장비를 또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것이니 생산비용 절감과 생산효율성을 극대화시킨 셈이다.
㈜매직코스는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송 대표에게는 윤 부장이 언제나 든든한 오른팔이다. 화장품 용기와 수소수 필터 일체형 완제품을 생산하는 매직코스는 최근 들어 ‘수소수플러스’ 제품의 해외수출 호조에 힘입어 화장품을 담는 기업에서 물을 담는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강소기업이다. 전기분해를 통해 수소를 발생시키고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아이디어 제품은 손에 들고 다닐 수 있는 물병 제품이다. 국내에서는 백화점을 비롯해 프리미엄급 고객들이 선호하지만, 수질이 안 좋은 해외 각국에서는 대중적인 관심사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 일본, 미국 등으로의 수출이 활발해지고 거래처들의 품질 업그레이드 주문이 이어지면서 최근 5년간 신제품 개발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생산관리를 맡은 윤 부장으로서도 쉴 틈 없이 달려올 수밖에 없었던 시간들이다.
‘생산관리부장답다’는 말이 저절로 나올 만큼 회사의 생산기술과 생산성 향상에 앞장서는 윤 부장은 공고 출신으로, 20대 초반부터 생산현장에서 두루두루 경력과 노하우를 쌓았다. 그는 생산현장에서의 창의력을 강조한다. 생산현장은 그 특성상 수십 년의 경력을 지닌 숙련공들의 노하우를 필요로 할 때가 많다. 신생 중소기업의 인력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이럴 때마다 윤 부장은 그 분야의 ‘장인’이라고 불리는 선배들을 찾아가 직접 눈으로 배우고 익혀서 회사의 생산라인에 접목하곤 한다. 단, 이 과정에서 그는 반드시 집중하는 것이 있다.
“오랜 세월 동안 한 분야의 기술을 연마해온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에게 익숙해진 작업과정이 있어유. 하지만 그것을 그대로 따라갈 필요는 없쥬. 우리 회사의 시스템에 맞게 또는 내가 좀 더 빠르고 쉽게 할 수 있는 방식을 접목시키는 거쥬. 한마디로 아이디어를 적용시키는 거라고유.”
맞는 얘기다. 벤치마킹을 하더라도 창의력을 얹으면 청출어람(靑出於藍)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의 구수한 말투는 귀를 즐겁게도 하지만, 가끔은 사투리의 애매한 뉘앙스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긍정과 부정을 혼란스럽게 할 때도 있다. 송 대표는 그에 대한 재미있는 일화를 폭로한다.
그가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이었다. 윤 부장과 신제품 개발과 관련된 미팅을 했다. 송 대표는 기대에 차서 신나게 말하는데, 생산부분에 대한 경험이 많은 그가 말하기를 “그게 잘 되것시유”라고 하더란다. 적잖게 실망스러운 일인데다 상대에 대한 신뢰감마저 흔들었다고 한다. 적어도 “일단 해보겠습니다”라든가 “안 돼도 되도록 노력해봐야죠”라는 정도의 답변을 원했건만, 애매한 충청도 사투리가 부정적인 의미로 느껴졌던 것이다. 하지만 윤 부장의 속마음은 그게 아니었다. 놀랍게도 이튿날 아침에 출근해보니 신제품 개발제안서를 들고 이리저리 뛰더란다. 이 때문에 송 대표는 종종 우스갯소리로 “우리 윤 부장은 속(?)을 알 수 없는 남자”라고 말하곤 한단다.

분사보다는 직원의 길 택해
매직코스에 온지 어느새 5년이 흘렀다는 윤 부장. 그가 2010년 12월 지인의 소개로 입사할 당시에는 목표가 따로 있었다.
“회사 시스템을 익힌 후 생산라인 일부를 소사장제 형태로 맡아서 할 생각이었시유. 물론 대표님과 사전 합의가 된 사항이었쥬. 그런데 그때의 목표가 슬그머니 사라졌구먼유. 그 이유는 저도 모르쥬. 그냥 일만 하다보니 그렇게 됐시유.”
30대 중반의 나이로 10여 년간 생산현장에서 경력을 쌓아 온 그였다. 자기 사업을 꿈꾸는 것은 무리가 아니었다. 그의 성실성을 인정한 송 대표는 분사보다는 영원히 함께 가는 쪽으로 유도했다. 처음엔 화성공장에 가서 현장업무도 익히고 한동안 영업관리를 맡았다. 하지만 가구공장과 우유공장의 생산현장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았고, 제조장비 도색까지 했을 만큼 경력이 화려한 그였기에 송 대표는 생산의 전반적인 업무를 책임지고 움직일 수 있는 생산관리 책임 업무를 부여했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회사의 대내외적인 환경 변화가 있었다. 매직코스는 2009년에 정수기 필터를 소비자가 설치할 수 있는 ‘탈착 가능한 카트리지형 필터’로 개발해 수출시장까지 개척하면서 최근 5년간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이 과정에서 국무총리표창수상을 비롯한 각종 상을 휩쓰는 한편, 부천수출중소기업협의회와 인천글로벌퓨처스클럽 등에서활동하면서 송 대표는 부천의 대표적인 여성기업인으로 불리게 됐다. 회사 일은 물론이고 대외활동까지 폭이 넓어졌으니 생산에 대해 확실하게 책임져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고, 윤부장을 그 적임자로 붙잡은 것이다.
아무리 큰 책임과 권한이 주어져도 당사자가 싫으면 이직을 하는 게 직장인의 심리다. 그러나 윤 부장이 당초 원했던 분사를 하지 않고도 생산관리 책임자로 남게 된 이유는 회사의 변화와 성장 때문이었다.
“일하면서 대표님의 열정과 능력이 대단하다는 걸 알았쥬. 우리 대표님은 1인 3역을 하쥬. 그래서인지 회사가 날마다 커가는 것 같았시유. 해외 업체들의 화장품용기 주문생산은 물론이고 ‘수소수플러스’가 해외로 수출되는 걸 보니까 대표님과 함께 회사를 더 키워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는 거쥬. 중소기업에서는 회사가 잘되면 직원도 빠르게 크잖어유.”
회사와 자신이 동반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 그가 생산관리부장이면서도 틈만 나면 장갑을 끼고 제품 하나라도 더 조립하고, 이 일 저 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나서서 일하는 이유다. ‘왜 장기 근속하느냐’고 물었을 때 막연하게 회사가 좋아서, 사람이 좋아서 일한다고 말하는 여느 직장인들에 비해, 그는 열심히 일하는 이유가 이처럼 솔직담백하다.

경력과 노하우로 ‘고수의 한 수’를 펼치다
윤 부장은 생산관리는 물론이고 영업관리까지 겸하는 베테랑이다. 업무는 주로 공장이 아닌 본사에서 이루어지며 업무폭이 넓은 편이다. 고객사들이 제작주문을 해오면 먼저 샘플을 들고 가서 담당자와 미팅을 한 후, 공장에 생산지시를 내린다. 생산이 완료되면 조립전담 팀에 물량을 분배해주고 품질검사를 거쳐 업체에 납품하기까지 모두 책임진다. 화장품 용기의 경우 수량 30만 개 이상이 안 되면 금형을 제작할 수가 없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고객의 주문을 거부하진 않는다. 최대한 같은 크기와 유형의 샘플을 찾아내고 대안을 제시하여 주문을 받아낸다. 따라서 그는 공장 직원이나 조립부 직원들과 만나는 일 못지않게 고객과의 만남 또한 잦은 편이다. 그만큼 안팎으로 바쁘게 움직여야 하며, 스트레스를 받거나 난감한 상황에 처하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납기가 가장 중요하쥬. 우리 공장에서 생산할 때는 문제가 없지만, 우리 설비로 불가능한 제품을 외주 생산으로 돌리면 납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어유. 그쪽도 우리에겐 고객이나 다름없는데, 급하다고 성질내면 일이 안 되쥬. 제가 쓰는 방법은 딱 한 가지유.”
그가 밝히는 납기지연 사태를 사전에 방지하는 방법은 한마디로 무대포식이다. 생산현장에 찾아가서 제품이 나올 때까지 앉아 있는 거란다. 빨리 해달라고 닦달하거나 화를 내는 일은 절대 없다. 말도 최대한 아끼는 ‘침묵의 버티기’ 작전이다. 그러면 현장 책임자가 무슨 의미인지 알아차리고 서둘러 생산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가급적이면 거래처 사람이나 생산담당자들과 부딪히지 않고 말을 아끼면서 원만하게 일을 풀어가는 게 그의 테크닉이기도 하다.
물론 이런 윤 부장도 단호하게 결정을 내릴 때가 종종 있다. 그가 업무실행 과정에서 가장 힘들 때는 생산된 제품을 납기에 맞춰 납품한 후 고객이 불만을 제기할 때다. 차라리 품질에 하자가 있으면 반품을 받아 다시 생산해주면 되지만, 그야말로 이도 저도 아닌 경우다. 품질에는 문제가 없는데 컬러가 조금 흐릿하다거나, 패키지의 로고와 이름의 선이 조금 빗나갔다는 식으로 사소한 꼬투리를 찾아내 트집을 잡는 경우다. 십중팔구는 단가를 낮추려는 속셈이 숨어 있기 마련이다. 최근 온라인을 통해 정보공유가 빨라지면서 제조단가 또한 공개된 터라서 반제품 제조업체들의 마진율도 낮은 편이다. 윤 부장은 처음엔 낮은 자세로 이해를 구하지만, 상대가 끝까지 자기 입장만 강조하면 그때는 큰소리를 친다.
“긴 말 할 필요 없쥬. 물건 다 가져갈 테니 다른 데 가서 원하는 대로 하라고 해유. 그러면 상대도 꼬리를 살짝 내려유. 자기들도 물량공급 일정이 촉박하니까 별 수 있겄시유.”
고객은 왕인 게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허구한 날 고객에게 끌려다니면 안 된다는 것이 그의 고객관리 지론이다. 역시 경력 많은 고수의 한 수인 셈이다.
그가 입사하던 무렵부터 매직코스는 매년 성장을 거듭해왔다. 지난해에는 부천시 소사구 경인로에 자체 사옥도 마련했고, 올해도 전년대비 25%의 성장이 예상된다. 메르스의 여파가 있긴 했지만 수소수플러스의 해외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개발을 완료하여 시제품이 완성된, 휴대가 간편한 신제품도 출시돼 향후 전망은 맑음 그 자체다. 따라서 송 대표는 회사 규모가 확대되는 추이를 지켜보면서 윤 부장에게 더 큰 중책을 맡길 생각을 하고 있다. 언젠가는 이사 직함을 달아주고 그가 역량을 더 펼치도록 기회를 주면서 변함없이 함께 가겠다는 입장이다.
‘뜻이 있는 곳엔 길이 있다’는 말이 맞는 걸까. 윤 부장은 중소기업이야말로 회사가 크면 직원도 빨리 클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믿는 사람이다. 송 대표의 미래 구상 속엔 이런 윤 부장의 속마음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창수 전문기자 사진 김윤해 객원사진기자​

[2015-08-26]조회수 : 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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