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2009.21
“생각을 달리하니 인생의 터닝포인트 나타났다”
존스미디어㈜ 해외영업 신환 대리

 

금속공학을 전공한 참신한 청년이 있었다. 7년 전 졸업 후 고향인 군산에서 취업을 했다. 전공을 살려 품질관리 담당자로 일하면서 경력을 쌓는 직장생활을 원했지만 그 소박한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사세가 기울어지면서 어쩔 수 없이 새로운 직장을 찾아 나서야만 했다. 이어서 그가 찾은 일터는 의외의 생산현장이었다.

토익 850점 공학도의 생산직 입사지원, 결과는?
무너진 전 직장의 아픔이 컸던 것일까? 청년은 대학졸업장이나 전공에 큰 의미를 두고 싶지 않았다. 그에겐 무엇보다도 안정적인 일터가 간절했다. 신생 중소기업이지만 탄탄하고 비전 있는 업체라는 얘기만 듣고 3년 전 생산부서 직원 모집에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봤다. 그 회사가 바로 군산시 군산산업단지에 자리한 존스미디어㈜(대표 송종률)다. 이 회사의 생산직 입사지원에 도전한 청년은 신환(33세) 대리였다. 2010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광고실사용 디지털프린팅 미디어 소재 및 인테리어 건축용 내외장재와 DECO 필름을 제조하는 업체. 최근 3∼4년 사이에 고성장을 거두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중이다. 지난해 매출 113억 원을 올린 데 이어 올해는 170억 원을 내다보며 수출강소기업으로서 글로벌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다. 물론 신 대리는 입사 당시에 회사가 이 정도로 잘나갈 줄은 몰랐다고 한다.
“솔직히 젊은 층에게는 ‘중소기업’ 하면 모든 면에서 역시 대기업 수준에 못 미친다는 편견이 있습니다. 그런데 달랐어요. 회사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중소기업 냄새(?)가 아니었어요. 회사 구석구석이 깔끔하고 직원들 인상이 밝았습니다. 고민할 필요가 없었어요. 면접 때 반드시 합격하려고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습니다.”
존스미디어의 주력 아이템은 디지털프린팅 필름 코팅으로,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한다. 신 대리가 취업을 결심한 생산현장에서는 필름 원지에 이 회사만의 차별화된 기술과 노하우를 접목시킨 코팅작업이 주로 이루어진다. 이미 환경경영시스템과 녹색기술을 인정받은 클린사업장으로 3D 업종의 이미지는 벗어난 생산라인이지만, 나름대로 지방에서는 이름 있는 학교 출신의 공학도로 토익점수도 850점이 되는 그가 생산직에서 일하겠다고 하니 송 대표의 입에서는 채용하기에 부담스럽다는 말이 먼저 나왔단다. CEO 입장에서는 요즘 젊은 층의 취업선호도를 감안할 때, 설령 채용한다고 해도 몇 달만 버티고 말 것이라는 계산이 나올 수밖에 없었을 터였다. 실제로 고학력자와 중소기업의 섣부른 만남은 자칫하면 서로에게 시간낭비가 될 수도 있다. 회사로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의 입사 의지는 강했고,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CEO는 미래를 내다보고 그를 채용했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CEO 의도 읽어낸 청년, 해외영업팀으로 점프
“맡겨진 일에 충실하겠다는 생각밖엔 없었어요. 화학약품을 사용하는 생산현장인데도 냄새가 나질 않아요. 일하기 좋은 녹색사업장인 데다 팀별 회식도 자주 하면서 소통이 잘 되더군요. 사장님이 종종 야근 현장에 찾아와서 치킨값도 주고 갈 정도로 인간미가 넘쳐나는 분위기였어요. 정말 즐겁게 일했습니다.”
송 대표는 입사 면접 당시의 각오만큼이나 묵묵히 생산현장 근무를 잘 해내는 신 대리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공학도 이기에 적응능력도 빠르고 기술에 대한 이해 또한 남달랐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술영업 인재로 키워도 좋겠다는 믿음이 생겼고, 신 대리가 입사한 지 1년이 다 되어갈 무렵부터 서서히 메시지를 보냈다. 지나가는 말처럼 “토익 850점이면 영어 좀 잘하겠는걸” 하는가 하면 “무역 관련 서류에 대해 좀 알아?”라고.
신 대리로서는 스펙을 쌓기 위해 준비한 영어였기에 토익점수에 비해 약한 실전 회화실력이 들통나는 것 같아 가슴이 뜨끔하기도 했지만, 큰 의미 없이 받아들였단다. 하지만 같은 질문이 반복되면서 그는 회사가 자신에게 좋은 기회를 주려고 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때부터 미흡한 영어공부는 물론이고 무역에 대한 실무지식을 익히고자 스스로 독학에 들어갔다.
사실 전공이 아닌 분야에 그가 욕심을 내게 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CEO에 대한 신뢰였다. 직원들의 실수로 문제가 터지면 보통의 CEO들은 화를 내면서 큰소리치기 마련이지만 송 대표는 달랐다. 일단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문제의 원인을 찾아내고 개선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리더십에 반했다. 게다가 시작하면 끝을 보는 강한 추진력도 존경스러웠다. 송 대표는 40대 초반의 젊은 사장들에게서 보기 드문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소유자’라는 것이 부하직원인 그가 내린 평가였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주어진 새로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결심이 선 것이다.
“사실 입사 당시에는 안정된 직장을 찾았다는 안도감 외에 다른 목표의식이 없었어요. 그런데 회사가 저에게 관심을 보여주고 새로운 동기부여를 해주는데 이런 기회를 놓치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라는 생각과 함께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공대 출신이라서 수출마케팅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어 부담도 됐지만, 젊다는 이유만으로 도전의식이 생긴 것 같아요.”
입사한 지 1년 반이 지난 지난해 가을, 결국 신 대리는 해외영업팀으로 보직이 바뀌었다. 그야말로 행운을 잡은 일이었기에 스스로도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어준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는 ‘행운아’(?)였다. 업계에서 손꼽히는 전문가인 송 대표와 마케팅 경력이 풍부한 양영모 상무 아래서 수출마케팅에 대한 노하우를 직접 전수받게 됐으니 말이다.
“우리 사장님 대단한 분이죠. 한 분야에만 20여 년간 몸담았으니 디지털프린팅 필름 분야에 관한 한 모르는 게 없죠. 실무경험과 지식도 풍부하지만 마케팅 능력은 정말 남다르다는 것을 느낍니다. 사장님의 제품 설명을 듣는 바이어들 십중팔구는 도중에 입 벌리고 감탄할 정도니까요. 상대를 잡아끄는 독특한 매력이 있습니다.”

매출 1,000억 원대 글로벌 강자로 만들겠다
신환 대리는 요즘 하루하루를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처럼 보낸다. 일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를 만큼 바쁘다. 수출팀으로 온 후 그간 미국, 독일, 중국 등의 해외전시회에 참가해 바이어 미팅을 경험했다. 기존 바이어들과 만나 관계유지를 위한 미팅 시간을 갖고 신규 바이어들과 상담을 나누다보면 보통 4박5일 일정으로 다녀오는 해외출장 업무가 녹록찮은 일이다. 전시회 참여 전에는 이메일과 전화로 일일이 바이어들에게 연락을 취하여 미팅 시간을 잡고 상담에 필요한 자료를 준비해야 하기에 정신이 없다. 하지만 전시회 참가는 곧 수출성과로 이어지는 만큼, 신 대리로서는 몸이 힘들어도 마음은 즐겁다는 쪽이다. 토요일에도 회사에 나와 밀렸던 일들을 처리하는 게 다반사이다 보니 아직 미혼인데도 연애할 시간이 없을 정도다. 그래도 일에 대한 만족도가 커서 결혼 생각은 미루고 있단다.
“자리를 옮긴 후 수출이 크게 늘고 있어요. 신나는 일이죠. 지난해만 해도 18% 수준이었던 수출 비중이 올해 30%로 늘어났고, 향후 70%까지 만드는 것이 우리 회사의 단기목표입니다. 아직까지는 저의 활약이 미비하지만, 수출시장 확대로 회사가 크게 성장하니까 해외마케팅 담당직원인 저로서는 가슴 벅찬 그런 시기입니다.”
종종 바이어들과 이메일 또는 전화 상담을 통해 수출실적을 낼 때면 해외영업 직원으로서의 자부심이 커져만 간단다. 특히 올 상반기에 다녀온 독일 출장에서는 글로벌 시장 1위 업체인 이게파(IGEPA)와의 상담이 성공적으로 이어져 최근 2억 7,000만 원 가량의 테스트 상품을 선적시키는 쾌거를 낳았다. 물론 베테랑 마케터인 송 대표와 양 상무의 막강한 노하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처럼 지금 신 대리가 날개를 달고 나는 기분으로 일하는 존스미디어는 업력이 불과 5년으로 짧지만, 대외적으로는 강소기업으로서의 확실한 평가를 받고 있다. 디지털미디어 소재기술, 디지털글라스 소재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등 정밀코팅 분야 개발능력이 우수하고, 고분자 및 첨가제의 물리화학적 기초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본사는 물론이고 대전화학연구소에도 연구소가 있을 만큼 R&D에도 강한 회사다. 올 들어서는 전라북도 선도기업으로 선정되는가 하면, 중진공이 직접 투자한 성장공유형 자금 지원업체인 ‘패밀리기업’으로 지정됐다.
회사는 올 하반기 중 해외영업팀에 2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할 예정이다. 신 대리에게도 부하직원이 생기는 일이다. 게다가 오는 11월에는 또다시 미국 출장길에 나선다. 아직은 수출상담에서 마케팅 기술이나 회화 실력이 능통한 수준은 아니지만, 퇴근 후 하루 한 시간씩 영어공부를 할 만큼 해외마케팅 전문가로 거듭나려는 그의 열정과 노력은 뜨겁기만 하다.
“매출 1,000억 원이 넘는 글로벌 리더 업체로 키우고 싶어요. 저 또한 업계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전문가가 되는 게 꿈입니다. 우리 회사 아이템의 비전이 밝고 수출시장 개척 영역 또한 광범위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실현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내로라하는 유명 글로벌 기업들도 시작 당시엔 작았으니까요.”
향후 다양한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서 고성장이 기대되는 회사로 귀추가 주목되는 존스미디어와 청년 수출마케터 신 대리. 청년실업이 화두가 되고 있는 요즘, 중소기업과 청년 인재의 성공적인 만남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보여주는 본보기가 아닐까 싶다.

박창수 전문기자 사진 김윤해 객원사진기자​

[2015-10-30]조회수 : 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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