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2009.21
“일도 공부도 놓치지 않을 거예요”
㈜성진테크 이기훈 대리

 

회사에 취업해서 석박사학위를, 그것도 정부와 회사 지원으로 다닌다면 믿을 수 있을까? 중소기업 계약학과에 도전하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굴삭기 캐빈을 생산하는 경남 진영에 위치한 ㈜성진테크 연구소 개발실에 근무하는 이기훈 대리는 석사과정을 마치고 지난 9월 박사과정에 들어갔다. 개인의 성장은 물론이고 회사의 인재확보 및 R&D 파워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아주 특별하고 희망찬 일이다.

업그레이드로 취업 관문 뚫다
“내가 가고 싶은 회사도 좋지만, 그보다는 나를 필요로 하는 회사에 취업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 아닐까요?”
취업 관문 앞에서 고민하는 우리 시대 청년들에게 전하는 이기훈(35세) 대리의 뼈 있는 메시지다. 그가 이런 말을 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7년 전 취업준비생이었던 그 또한 반복된 입사지원서 작성과 불합격의 아픔을 겪었고, 결국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나섰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졸업시기 전후로 무려 6개월 동안 구직활동에 올인했습니다. 그런데 번번이 불합격인 겁니다. 나름대로 학교생활에 충실했고 스펙도 잘 쌓았다고 자부했는데, 뜻대로 안 되니까 시간이 흐를수록 비관적인 생각으로 빠져들게 되더군요. 그때 제 생각을 바꿨죠.”
2008년 초, 취업 앞에서 어깨가 축 처져 있던 이 대리가 찾은 돌파구는 바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사람, 즉 현장에서 원하는 실무능력을 갖춘 사람이 되겠다는 것이었다. 전기공학을 전공했지만 기계설계에 관심이 많아서 학창시절 오토캐드(Auto CAD)를 배워두었던 그는 기계설계분야 직원을 채용하는 기업들이 요구하는 보다 전문화된 교육을 받은 후 재도전을 하기로 했다. 마침 노동청이 교육비를 지원하는 ‘CATIA(3차원 컴퓨터 지원 설계)’ 교육을 접할 수 있었다. 고등학생들처럼 하루 8시간씩 6개월간 그야말로 빡세게 교육을 받았다. 힘들어도 즐거운 마음으로 빠져들 수 있었던 것은 강사들의 역량 때문이었다. 설계업체에 다년간 재직 중인 실무자들이 직접 교육을 담당하고 있었기에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생생하고 알찬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교육을 마치자마자 당시 교육을 담당했던 강사의 추천으로 해외 유명기업에 굴삭기 캐빈(운전실)을 생산, 납품하는 ㈜성진테크의 기술연구소 개발실에 취업하기에 이르렀다. 자동차부품 제조 분야에서 47년의 역사를 지닌 이 회사는 버스외판을 생산해오다가 20여 년 전부터는 볼보의 캐빈을 생산하면서 안정적인 성장을 일궈온 케이스.
이 대리가 일하는 개발실의 업무는 협력사로부터 신제품 설계도를 받으면 어느 공법을 적용할 것인지를 검토한 후 원가를 고려한 부품단가와 양산을 결정한다. 양산 이전까지의 전반적인 업무를 책임지고 외주업체 관리까지 하게 되므로 연구소 업무치고는 매우 활동적인 편이다. 매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 그로서는 자신의 성격에 잘 맞는 일인 데다, 회사가 고향이자 자택이 있는 김해와 불과 20여 분밖에 안되는 진영읍에 위치해 있으니 노동청 교육을 받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회사 분위기도 좋았다. 외국계 기업과의 오랜 협력관계를 유지해온 회사이기에 유난히 자율적인 분위기가 돋보였다. 자신이 할 일만 잘 하면 퇴근 시에 상사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으니 한마디로 최고의 직장이었던 것이다.

 

계약학과 석사과정 공부로 터닝포인트 찾다
“개발실 업무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게 아주 매력적입니다. 기계가공에는 다양한 공법들이 적용되는데, 부품 생산 시 어떤 공법을 적용해야만 효과적인지 찾아내야 하죠. 이 때문에 생산현장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함께 생각하고 논의하면서 관련분야 현장실무를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3년 동안 회사와 집만 오가며 생활했을 만큼 일에 몰두했다. 2011년 대리로 승진도 했으니 어엿한 직장인의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셈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직장인들이 그렇듯이, 입사 후 몇 년 지나 신입 티(?)를 벗고 경력이 조금 쌓이다보면 언제부터인가 매너리즘에 빠져들고 있는 자신을 스스로 발견하게 된다.
이 대리도 그랬다. 뭔가 새로운 변화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 이직만큼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짧은 경력으로 더 큰 직장을 찾겠다는 욕심을 내기보다는 스스로를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했다.
“연구소 개발실 직원은 실무 못지않게 이론적인 지식도 갖추는 게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래서 대학원에 진학해 기계가공에 대한 전문적인 공부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던 거죠. 그 무렵 좋은 기회가 나타났어요.”
중소기업 계약학과가 바로 그것이었다. 중소기업기본법과 근로기준법 규정에 따라 상시근로자 5인 이상인 기업의 인재육성을 위해 생겨난 정책으로, 등록금의 70%를 정부가 지원하고 나머지 30%는 참여기업과 근로자인 참여 학생이 15%씩 부담하는 교육이다. 그는 2012년 인근 진주시에 있는 경상대학교에 중소기업 계약학과 석사과정이 개설된다는 정보를 입수했고, 곧장 기계시스템공학 전공에 지원했다. 등록금의 일부만 자신이 부담하면 되니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공부를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 대리는 행운을 잡았다고 생각했다. 사실 계약학과를 알기 전에는 퇴근 후 밤 시간을 이용해서라도 공부를 해볼 참이었다. 그런데 계약학과 석사과정은 매주 토요일에 강의를 듣게 되므로 주5일 근무 회사라면 전혀 문제될 게 없었다. 물론 남들은 늦잠 자며 쉬는 휴일의 이른 아침부터 한 시간 넘게 소요되는 진주까지 가서 오후 4∼5시까지 수업을 들어야 하는 것이 만만찮은 스케줄이었지만, 공부하는 2년 내내 그는 행복했다.
“한 가지에 몰두해서 배우는 걸 좋아하는 편입니다. 젊으니까 연애도 하고 싶고 여행도 하고 싶긴 하죠. 하지만 기회가 늘 주어지는 것은 아니잖아요. 석사과정 공부가 저에게 매우 유익했던 것은, 무엇보다도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는 겁니다. 실무와 이론에 대한 경력을 동시에 쌓는다는 자부심과 이에 대한 열정이 제 삶을 신선한 즐거움으로 이어줬다는 겁니다.”
2014년 3월에 이 대리는 「SM490A 강재의 맞대기 용접 이음부의 특성에 미치는 모재각도의 영향」이란 논문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자사의 부품 제조 시 애매한 점이 많았던 용접작업에 있어서 용접의 각도에 따라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 점들을 조사, 분석한 내용이었다. 그는 이런 연구활동이 당장 회사의 매출을 끌어올리는 것은 아니지만, 업무 진행과정에서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논리적으로 해결해나가는 데 도움이 되므로 업무개선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한다.

회사 키우는 진짜 박사가 될 터이다
성진테크는 굴삭기 캐빈 제조에서는 자타가 인정하는 손꼽히는 중소기업. 해외 건설경기의 침체 여파로 최근엔 월 900여 대를 생산하고 있지만, 경기가 좋았던 2000년대 중반엔 월 2,000여 대까지 생산했을 만큼 이 분야에서는 뛰어난 기술과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예전에 비해 생산량이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중장비 메이커 외국기업들과의 협력관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만큼 모든 면에서 탄탄하다. 특히 이 회사는 문어발식 사업다각화보다는 한 분야에서 ‘글로벌 넘버원’이 되겠다는 목표가 뚜렷하다. 이 때문에 현재 2세 경영자로 회사를 이끌고 있는 박정욱 대표는 최근 들어 연구소의 역량 강화를 통한 기술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일류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R&D 인력 확충 및 개발 능력 강화에 주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직원과 회사의 궁합은 무엇보다도 목표의식이 하나여야 한다. 회사의 이런 성장 프로젝트에 부응하고자 했던 것일까? 이 대리는 또다시 비상을 위한 도움닫기에 들어갔다. 지난 9월, 중소기업 계약학과 박사과정에 입문한 것. 34세 중소기업 대리의 도전으로선 가히 놀라운 일이며 박수를 쳐줄만한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석사과정을 하면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수업을 듣는 것이 전부는 아니잖아요. 특히 논문 쓸 때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참 묘합니다. 석사논문 마칠 때 공부는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나니 또다시 배움에 대한 열정이 생기더군요. 앞으로 몇 년간 저에게 토요일은 없습니다. 게다가 박사과정은 토요일 외에 수요일 야간에도 수업이 있어서 더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할 것 같아요.”
사실 박사과정은 지도교수가 먼저 제안을 했는데, 이 대리는 박사과정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놓고 한동안 머리가 아팠다고 한다. 다행히 주변 지인들로부터 ‘공부는 다 때가 있으니 할 수 있을 때 하라’는 조언을 듣고 용기를 냈다. 직원교육에 남다른 열정을 지닌 MBA 출신의 박 대표를 비롯해 간부들도 하나같이 ‘포기하지 말고 계속하라’는 격려를 해주었다.
김상국 상무는 “연구소 직원일지라도 현장을 모르면 안 됩니다. 이 대리는 입사 초기부터 현장실무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기계가공 분야에 많은 경험을 쌓은 인재입니다. 공부를 하겠다는데, 회사가 도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도와줘야죠. 직원 복지는 돈으로 하는 것만은 아니잖아요. 직원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의 날개를 펼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도 복지라고 생각합니다”라며, 이 대리의 박사과정 진학을 적극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 대리는 무엇보다도 자율적인 분위기에서 직원 간의 소통이 잘되고 있고, 책임감을 갖고 일할 수 있는 것이 성진테크의 자랑거리라고 말한다. 그는 박사과정의 공부가 회사에 일익을 기할 수 있는 새로운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다.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이 대리의 가슴은 다시 설레기 시작했다. 곧 회사에서 직원들의 진급을 발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는 과장 진급 대상자다. 그간 사내업무에 충실하면서도 석사과정 공부를 마치고 박사과정까지 입문한 열정을 볼 때, 2016년 1월 1일이 되면 그의 명함에 ‘과장’이라는 새로운 직함이 붙어 있지 않을까 싶다.

박창수 전문기자 사진 김윤해 객원사진기자​

[2015-11-30]조회수 : 1,058
  • 목록으로
  • 프린트

유용한 정보가 되었습니까? [평균5점/2명 ]

7 Hera [작성일 2015-12-07]
직장생활하면 석사까지 하시고 대단하십니다!!!
6 Lmh [작성일 2015-12-04]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최고가 되서,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비상하길 바랍니다. 열심히 하는 모습 보기 좋습니다.
5 송종일 [작성일 2015-12-04]
열심히해서 박사 따라^^
4 dhrtjdtka [작성일 2015-12-04]
이대리님 대단하십니다. 직장생활 하시면서 이정도까지 한다는건 보고 배워야죠..
3 정우찬 [작성일 2015-12-04]
직장근무를 하면서 석ㆍ박사 공부를 한다는 것은 대단한 열정이 있어야되겠지요. 그 열정과 노력에 찬사를 보냅니다. 회사에서도 이런 인재를 잘 키워 회사와 국가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배려가 필묘하겠지요? 부디 승진시켜 회사의 인재로 육성하시길 빕니다. 꼭 박사 학위를 받아 훌륭한 직장인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500자 제한 의견달기
이름 비밀번호
내용
인증
* 불건전한 내용이나 기사와 관련없는 의견은 관리자 임의로 삭제 될수 있습니다.
우)52851 경상남도 진주시 동진로430 (충무공동) | 잡지구독문의 T.055-751-9128 F.055-751-9129
Copyright ⓒ KOSM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