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2009.24
기술 전수하며 인생2막 즐기는 액티브 시니어
㈜금성열처리 시노자키 에이지 기술고문

 

중소기업의 외국인근로자라고 하면 흔히 제조현장에서 일하는 피부색이 다른 젊은 인력들을 떠올린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 전문분야에서 오래도록 쌓은 특별한 기술 노하우를 우리 중소기업 발전에 쏟아놓는 시니어들도 있다. 금속 열처리와 표면처리의 신기술 개발과 도입에 앞장서면서 뿌리산업의 한 축을 지켜가는 ㈜금성열처리의 기술고문 시노자키 에이지도 그중 한 사람이다.

영원한 현역이고 싶은 열처리 전문가
지난 달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인터몰드코리아 2017’ 행사장의 ㈜금성열처리(대표 오수성) 부스에는 깔끔한 감색 정장 차림으로 서서 방문객들의 질문에 꼼꼼하게 답변해주는 한 시니어가 있었다. 올해 61세의 일본인 시노자키 에이지였다. 일본 히타치금속 출신으로 40여 년 경력을 가진 금형 열처리 전문가인 그는 지난 2014년 8월부터 금성열처리 기술연구소에서 기술고문으로 근무 중이다. 특히 그는 이번 전시회에서 부스를 방문한 금속 관련분야 대기업 관계자들의 열처리 품질향상 기술에 대한 궁금증을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매끄럽게 설명해주면서 이 분야의 뛰어난 전문가임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금성열처리는 올해로 32년째 금속 열처리 기술 향상에 주력하면서 국내 산업계의 금형 수명을 연장시키는 데 한몫해온 금속 열처리 전문업체. 이 회사에서 시노자키 고문은 젊은 엔지니어들 못지않게 활동적인 면모를 보이면서 기술고문의 몫을 100% 이상 발휘하고 있는 중이다. 평택시 청북면에 본사와 제1공장을 둔 회사는 지난 2014년 경남 양산 어곡공단로에 15bar 질소가압 진공열처리 설비를 갖춘 제2공장을 마련했다. 이 때문에 시노자키 고문은 평택과 양산을 수시로 오르내리면서 여느 현장 근무자들과 다름없이 하루 8시간을 바쁘게 움직인다. 은퇴 후 휴식을 취하거나 새로운 분야의 일자리를 찾아 고민하는 국내 대기업 출신의 시니어들과는 사뭇 비교가 되는 모습이다. 60대의 나이에 타국에까지 와서 일의 연장선을 그려가는 그의 입장은 어떨까?
“힘든 것은 없어요. 제가 잘 아는 분야의 기술과 지식을 적극 활용하는 일이니까 즐겁죠. 더욱이 금성열처리와는 인연이 오래됐거든요. 회사의 열처리 기술력이 향상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보람을 느낍니다.”
1남 1녀의 자녀들이 성장해 출가했으니 시노자키도 이젠 할아버지 소리를 듣는다. 멀리 떨어져 있는 만큼 어린 손자, 손녀들의 재롱이 그리워서 수시로 핸드폰에 있는 사진을 들여다보며 함께 일하는 직원들에게도 자랑을 아끼지 않는 그 역시 어쩔 수 없는 ‘이쿠지이(손주바보)’다. 하지만 그에게는 한국에서 시작된 인생2막의 직장생활도 그 어느 것 못지않게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이란다. 특히 금성열처리가 오래된 친구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에 더 그렇단다.

 

18년 전 기술지도로 만난 인연
“처음 금성열처리 현장을 찾아왔던 게 1999년이었어요. 그때는 회사 규모도 지금보다 작았고, 위치도 시화공단이었어요. 열처리사업 분야에서 아이템 전문화보다는 다양화를 추구하는 종합 열처리를 추구하고 있었지요.”
1990년대 후반에 금성열처리는 히타치금속과 기술제휴를 맺었다. 이에 따라 당시 히타치금속 직원으로 재직 중이던 시노자키 고문은 1999년 8월부터 1년에 걸쳐 매월 한 차례씩 금성열처리를 방문하여 기술지도를 실시했다.
18년 전의 일이니 인연이 꽤 오래된 셈이다. 무엇보다도 이 시기에 열처리분야 고급 인력이었던 그가 찾아와 뿌려놓은 기술 노하우는 회사의 성장에 큰 영향력을 미쳤다. 그 후로 금성열처리는 진공, 질화, 고주파 분야로 열처리기술 개발에 주력하면서 이 분야를 전문화시켜 나갔고, 이로 인해 2007년부터는 현대기아자동차의 자동차부품 금형 열처리 전문업체로 거듭났다.
시노자키 고문은 금성열처리를 처음 방문했을 때 회사 직원으로서 맡겨진 임무였기에 자신의 책임 외에는 별다른 감정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파견지도가 끝난 후 자신이 조언한 부분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회사는 잘 성장하고 있는지 궁금증이 쌓이면서 확인해보고 싶었단다. 그 때문에 2000년대 들어 다른 업무로 한국에 방문했을 때, 두세 차례 금성열처리에 들러서 현장을 보고 가기도 했다.
하지만 시노자키 고문과 금성열처리의 만남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서로에게 특별한 인연이었던 걸까? 정년퇴직과 동시에 히타치금속에서는 그를 금성열처리의 기술고문으로 추천한 것이다.
금성열처리의 한아름 상무는 “시노자키 고문이 회사의 기술고문으로 온 것은 자사의 기술력을 한층 더 강화하여 거래처들의 열처리 서비스를 향상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 “이번에 다시 찾아와 함께 일하게 된 것은 그야말로 행운”이라고 말한다. 그는 또 “시노자키 고문은 금형소재 제작부터 금형 성형 주조에 이르는 최종 공정까지 전반적인 기술을 갖고 있는 전문가”라며, “금형 수명이 과거 6만 숏트(shot)에서 지금은 8만∼10만 단위로 향상된 것도 이런 전문가들의 기술지도 덕분”이라고 전한다. 지난해에는 시노자키 고문의 추천과 안내를 받아 회사 임원들이 일본의 자동차부품 열처리 전문 중소기업을 견학할 수 있는 좋은 기회도 가졌다.
시노자키가 기술고문으로 일하면서 회사에 득이 되는 일은 이뿐만이 아니다. 금성열처리는 최근 들어 열처리 기술만으로는 다 해결할 수 없는 금형의 품질과 수명 연장 기술력 확보를 위해 표면처리 기술력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는 중인데, 이 또한 그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중이다.

일도 하고 이국문화도 체험하니 즐거울 뿐
중소기업이 다양한 분야에서 해외의 고급기술 인력을 활용할 때 얻는 장점은 크다. 다만 장기간 고용하는 데는 어려움도 뒤따른다. 적잖은 연봉과 국내 체류에 따른 거주 지원까지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 8월이면 시노자키 고문을 영입한 지 만 3년이 되는 금성열처리의 입장은 어떨까?
회사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의 해외 고급과학자초빙사업인 ‘브레인 풀(Brain Pool)’ 제도를 활용하고 있어 한결 부담이 덜 된다는 쪽이다. 정부가 기술 인력에 대한 비용을 지원해주기 때문이다. 시노자키 고문의 경우 첫해는 금성열처리가 직접 초청했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는 브레인 풀 지원을 받고 있다. 물론 외국 인력인 만큼 회사에서는 비용을 떠나 국내 체류생활 면에서 세심하게 신경 써줘야 할 부분도 있다. 이 점에 대해 시노자키 고문은 회사 임직원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주변에 일본인 친구들이 없어서 저녁시간이나 주말이 좀 지루할 때가 있어요. 한 상무님이 일주일에 두세 번은 함께 저녁식사를 하면서 친구가 되어주기도 하고, 가끔씩 휴일엔 여기저기 구경도 시켜줍니다. 정년퇴직 후에 한국에 와서 일도 하고 다양한 문화도 접할 수 있으니, 참 좋습니다.”
시노자키의 한국 생활에서 가장 뿌듯한 일은 금성열처리의 기술력 향상이란다. 애정을 갖고 자신이 일일이 지도한 자동차 조향장치 부품의 고주파 열처리, 엔진과 변속기 케이스 금형의 진공 열처리, 엔진부품 질화 열처리 기술력이 향상되어 이제는 매우 높은 수준이란다.
한편, 일을 떠나 시노자키 고문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그가 뛰어난 실력을 갖춘 열처리 전문가가 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이제 인생2막에 접어든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고 그것을 즐기는 스타일이다. 젊은 시절이나 지금이나 우주와 수학에 관심이 많아서 요즘도 시간이 날때면 고차원 수학 문제를 푸는 일에 매달리기도 하고, 누군가 우주에 관한 대화상대가 되어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이끌어갈 정도다. 꼭 해보고 싶은 유일한 버킷 리스트 중 하나가 로켓을 타고 우주에서 지구를 둘러보는 것인데, 아직까지는 불가능한 일이어서 아쉽다고 말한다.
사실 우리의 뿌리산업도 노동력이 아닌 기술력 중심으로 변화해가고 있는 만큼, 수십 년간 그가 쌓아온 기술 노하우가 국내 중소기업에서 다시 꽃을 피운다는 것은 한 기업의 발전만이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본과 한국을 오가면서 지난 20여 년간 금성열처리와 끈끈한 정을 이어오고 있는 시노자키 에이지. 열처리 전문가로서 나이를 잊은 채 일과 보람을 추구하는 그의 자세는 국적을 떠나 한 사람으로서, 전문가로서, 젊은 세대가 존경할 만한 멋진 인생이 아닐까 싶다.

박창수 전문기자 사진 김성헌 객원사진기자​

[2017-03-30]조회수 : 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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