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2009.24
후손에게 물려줄 사업으로 키울 겁니다
‘빠스뗄 브라질’ 데이비드 소롤다니

 

재래시장이 밀집된 다리 위에서 푸드트레일러를 운영하는 30대 초반의 브라질 남자가 있다. 행인들에게 손짓을 하면서 ‘빠스뗄’을 판매하는 그를 보면, 외국인이라는 느낌보다는 밝고 붙임성 좋으며 도전적인 젊은이라는 호감이 앞선다. 한국인 아내를 만나 수원 처가에서 신혼살림을 차린 브라질 사위 데이비드 소롤다니. 그의 꿈은 한국 땅에 브라질 음식을 알리면서 차근차근 사업을 키워나가는 것이란다.

나는 글로벌 음식문화 홍보대사
“브라질 만두입니다. 빠스뗄이에요”, “이거 진짜 맛있어요.”
수원 팔달문로의 영동시장과 지동시장을 잇는 지동교 위에서는 오후 5시가 넘으면 13개가 넘는 푸드트레일러들이 오가는 행인들을 손짓한다. 길거리표 다양한 먹거리들을 파는 이곳에서 한국인들에게는 다소 낮선 이름의 ‘빠스뗄 브라질’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간식을 파는 청년이 있다. 나이에 비해 앳된 서른다섯 살의 서양인 데이비드 소롤다니(Dayvid Soroldani). 브라질 사람인 그는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다리 위를 오가는 사람들에게 소리친다. 브라질 음식 빠스뗄이 정말 맛있으니 일단 한번 먹어보라고. 외국 청년이 짧은 한국어로 호객행위(?)를 하는 모습은 사뭇 이색적이면서도 그 말투가 천연덕스럽게 느껴지지만, 그의 웃는 얼굴에는 정감이 넘쳐난다.
빠스뗄은 브라질의 대표적인 서민 간식거리 중 하나. 우리 식으로 표현하자면 튀긴 만두다. 얇게 밀어낸 반죽 속에 다양한 재료를 넣어 기름에 튀긴 것으로, 속재료는 고기, 치즈, 새우, 초콜릿을 비롯해 다양한 것들이 사용된다. 취향과 입맛에 따라 무궁무진하게 즐길 수 있는 음식으로, 데이비드가 판매하는 빠스뗄은 다섯 가지다. 닭고기, 불고기, 새우, 페페로니, 누텔라를 각각 속재료로 사용한다. 바삭하면서도 부드러우며 속재료에 따라 또 다른 감칠맛을 낸다. 어떤 이들은 걱정 반 기대 반 속에 호기심으로 한번 사 먹고, 또 어떤 이들은 이미 마니아가 되어 자신이 좋아하는 빠스텔을 테이크아웃하면서 데이비드와 반가운 인사까지 주고받는다.
푸드트레일러 ‘빠스뗄 브라질’엔 브라질 국기가 휘날린다. 빠스뗄을 맛볼 수 있는 곳은 서울에서도 한두 곳뿐이고, 지방에서는 이곳이 유일한 만큼 데이비드는 자국 음식의 글로벌 홍보대사라는 자부심을 느낀다. 더욱이 자신에게는 특별한 나라인 한국에서 빠스뗄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지금 이 시간이 매우 만족스럽다. 초보 장사꾼인 데다 내 나라 땅도 아니니 손님이 뜸해지면 인상이 굳어지거나 발을 동동 구르면서 초조해질 법도 한데, 그의 얼굴은 변함없이 스마일이다. 그리고 쉼 없이 소리친다.
“안녕하세요. 이거 브라질 만두예요”, “한번 드셔보세요. 빠스뗄 정말 맛있다니까요.”

 

나는 지금 행복한 사람
이태원 같은 외국인타운도 아닌, 재래시장이 밀집된 한국의 지방도시에서 자국 음식을 파는 이 남자의 정체는 대체 뭘까? 게다가 길거리 장사를 하면서도 늘 즐거운 표정을 잃지 않으니 이건 또 뭐지? 남문시장 쇼핑에 나온 시민들이라면 하나같이 궁금해하는 브라질 청년 데이비드. 그가 한국에 온 사연 속엔 역시 사람의 힘이 숨어 있었다.
“저의 반쪽은 한국인입니다. 똑똑하고 강하고, 아주 다정한 사람이죠. 한국에 온 지 아직 1년밖에 안 됐어요. 그런데 제가 생각해도 참 놀라워요. 낯설지 않고, 브라질만큼이나 편하고 좋거든요. 사람들도 좋고, 산과 강과 바다가 있어서 좋고, 무엇보다도 안전해서 더 좋아요. 한국이 정말정말 좋아요.”
데이비드와 그의 아내 전소라 씨는 4년 전 미국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NGO 단체의 개발도상국 인도주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만남이 시작됐다. 1년 반 동안 미국과 제3국을 오가며 활동을 해야 했기에, 두 사람이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한 시간은 불과 6개월이다. 그때 데이비드는 한마디로 소라씨에게 꽂혔다. 사실 전소라 씨는 사랑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했고, 국제결혼을 하겠다는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데이비드는 서로 떨어져 있는 시간에도 이메일과 문자로 소라 씨에게 큐피드의 화살을 지속적으로 쏘아댔다. 성실하고 매사에 긍정적이며, 무엇보다도 순수한 마인드의 소유자이었기에 결국 국경을 넘는 사랑을 시작했단다. 그리고 지난해 4월, 두 사람은 결혼을 한 후 한국으로 왔다.
“한국에 와서 일자리를 찾았는데, 한국어 실력이 부족해서 잘 안 되었어요. 소라가 좋은 아이디어를 제안했죠. 제가 요리를 좋아해서 집에서 소라에게 음식을 자주 만들어주었거든요. 브라질 전통음식 장사를 해보자고 했어요.”
NGO 활동을 한 두 사람에게 모아놓은 자금이 있을 리 만무했다. 처가에 얹혀사는 입장이다 보니 창업자금이 문제였다. 행운이란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말하는 걸까? 지난해 가을, 이들 부부에게 마침 좋은 기회가 다가왔다. 수원시가 청년창업 지원을 위해 공모한 푸드트레일러 운영자에 선정된 것.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품평회도 열어 당당하게 합격함으로써 푸드트레일러 무상 임대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부부는 지난 3월 초부터 장사를 시작했다. 주말엔 손님이 몰리면서 하루 100개도 팔았다. 5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문제는 평일 장사가 시원찮았다. 브라질 음식이기에 아직은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이 단점이어서 평일에는 20∼30개 판매하는 날도 있고, 많이 팔아야 50개 수준이다. 부부가 함께 일해서 이 정도 수입이라면 뭔가 대안이 필요했다. 어쩔 수 없이 소라 씨는 해외컨설팅 회사에 직원으로 취업했고, 푸드트레일러는 순전히 데이비드의 몫이 됐다.
놀라운 것은 데이비드의 자립심과 적응력이었다. 한국어에 능통하지 않은데도 그는 혼자서 장사를 잘 이끌고 있다. 아내인 소라 씨는 사실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 많았고, 이 때문에 퇴근하기가 무섭게 트레일러로 달려와 일을 돕곤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데이비드는 음식준비부터 점포운영까지 스스로 해냈다. 장사를 하는 시간은 길지 않지만, 식재료를 직접 준비해야 하기에 매일같이 주방에서 부지런을 떨어야 했다. 그러면서 데이비드는 어느새 프로가 되어갔던 것.
한국생활을 묻는 사람들에게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그는 자랑한다. 대박이 난 것도 아니고 한국 청년들마저도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푸드트레일러를 운영하는데도 말이다.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로 들리기 십상이지만, 그로서는 나름 진심이 담긴 솔직한 표현이다. 소라 씨는 데이비드를 가리켜 ‘무한 긍정주의자’라고 말한다. 장사가 안 돼도 “내일은 잘될 거야”라고 말하고, 힘이 들 법도 한데 “괜찮아, 내가 원하는 일이잖아”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이런 데이비드의 매력적인 사고는 소라 씨에게 부부로서 함께 희망을 꿈꿀 수 있는 힘이 된단다.

한국 청년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세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때 행복한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제가 원해서, 또 좋아해서 하는 일이거든요. 내가 하는 일인데, 왜 가족들이나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봐야 하죠?”
데이비드는 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NGO 활동 전에는 브라질 중소기업연합단체에서 일하기도 했다. 그는 다른 나라의 문화에 대한 관심도 많고, 사회 공공의 가치를 창출하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에 대한 열정도 강하다. 경영학 출신이기에 기업에 들어가서 일해야 한다는 고정관념과는 거리가 멀다. 사고가 자유롭고 도전에 강한 젊은이다. 이런 데이비드에게 비춰진 한국의 청년실업 문제는 조금 이해가 안 되는 면모이기도 하단다.
“대학을 졸업했다고 해서 꼭 대기업에 들어가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취업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한국 친구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돼요. 작은 회사들도 많고, 혼자서 일할 수 있는 직업도 많아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어떤 곳에서 무슨 일을 하든지 내가 행복해야 한다는 거죠. 한국은 도전할 수 있는 분야가 다양합니다. 그렇지 않나요?”
밤 11시까지 혼자서 푸드트레일러를 운영하는 데이비드. 요리를 취미로 즐기고 부엌일도 잘 도와주는 부드러운 신세대 남편이긴 하지만, 집안일과 돈 버는 일은 다르기에 가족들은 아직도 적잖게 염려를 하는 눈치다. 하지만 그건 불필요한 걱정. 데이비드의 입장은 그 반대다. 지금의 일이 아니었다면 한국 땅에서 심심찮게 브라질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새로운 한국인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기회를 얻기란 쉽지 않았을 거란다. 또 지금은 길거리의 작은 이동식 점포이고 매출도 많지 않지만, 앞으로 사업을 잘 키워서 어엿한 점포도 열고 자신의 자식들에게까지 이어갈 수 있게 하고 싶단다. 때문에 지금은 브라질로 돌아갈 생각보다는 교육환경이 앞서 있는 한국 땅에서 자녀도 낳아 키우면서 사업도 번창시키겠다는 것이 그의 꿈이다. 공기가 안 좋은 게 한 가지 흠이긴 하지만, 자율적이고 역동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보금자리로서 한국만 한 나라도 흔치 않다는 게 그의 솔직한 평가다.
한편 자영업을 하다보니 그는 집에 있는 시간이 많고 아내보다도 장모님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많다고 한다. 그는 장모님 성격이 시원시원해서 아직 한국어가 능숙하지 않은 자신과도 소통이 잘되는 편이라면서, “어머님 좋아요”라고 남다른 애정을 과시한다.
비가 오는 날이면 문을 열지 않는 게 이곳 푸드트레일러 운영 원칙이다. 일주일에 하루를 쉬긴 하지만, 비가 오면 하루쯤 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보너스가 생긴다. 요즘은 이른 더위에 가뭄이 지속되니 문을 열 수밖에 없다는 데이비드. 가뭄으로 농민들이 힘들다고 하는데, 제발 비가 와서 자신도 하루 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속 깊은 말을 전한다. 어느새 수더분한 한국청년이 다 된 듯한 그의 모습에서 도전하는 젊은이의 얼굴이 빠스뗄은 브라질 전통음식으로, 브라질에서는 재래시장이나 길거리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튀김만두 같은 먹거리다. 얼마나 멋지고 건강한지를 느끼게 된다.

박창수 전문기자 사진 김성헌 객원사진기자

[2017-06-28]조회수 : 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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