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2009.21
글로벌 시장 진출 이끌 벨라루스 출신 박사
㈜뉴로컨트롤즈 올레그 메찰리차

 

짧게 깎은 흰머리와 윤곽이 뚜렷한 이목구비가 한눈에 봐도 뭔가 특별한 능력을 지닌 엔지니어일 것 같다는 느낌을 주는 올레그 메찰리차. 아니나 다를까, 그는 벨라루스에서 온 물리학박사다. 요즘 ㈜뉴로컨트롤즈 개발실에서 그는 컴퓨터를 켜놓고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열심히 다양한 음성을 모으고 있는 중이다.

벨라루스에서 온 엔지니어
“요즘 일주일에 나흘은 오버타임으로 일하죠. 정말 바쁘게 일해요. 하지만 기분은 좋아요.”
올해 58세의 벨라루스 출신 엔지니어 올레그 메찰리차(Oleg Metelitsa). 그는 지난해 1월부터 ㈜뉴로컨트롤즈(대표 반영균)에서 근무 중이다. 이 회사는 몸집은 작지만 기술력은 막강한 R&D 중심의 회사로, 인공신경망 응용기술 애플리케이션 개발과 내시경카메라 개발 성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올레그는 이곳에서 인공지능을 이용한 사운드 인식 데이터 축적과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
오랫동안 지속해온 한국에서의 직장생활 중에서도 올레그는 지금이 가장 즐겁게 일하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분명한 목적의식과 가치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회사에서 던져주는 일을 하는게 아니라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글로벌 시장 진출에 도전하는 일을 진행 중이다.
올레그의 한국 내 직장생활은 어언 17년째. 뉴로컨트롤즈에 입사하기 전, 그는 두 곳의 국내 기업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다. 한국 생활 초기에는 ‘빨리빨리’에 길들여져 있는 기업문화와 수직형 커뮤니케이션으로 일관된 조직문화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세월이 흘러 한국 문화에 익숙해지다 보니 시간을 재촉하는 한국 직장인들의 업무 성향도 이해하게 됐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어느새 자신도 오버타임을 밥 먹듯이 하는 직장인이 돼 있다는 것. 단, 이전 직장에서는 다소 수동적인 분위기에서 일했다면, 지금은 능동적인 스타일로 바뀌었다. 러시아 기업에 수출 예정인 회사 프로젝트에 자신이 가교 역할을 하면서 회사의 비전을 보았고, 회사의 핵심 엔지니어 중 한 사람인 자신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한 것이다.
사실 뉴로컨트롤즈에는 올레그 외에도 벨라루스 출신의 외국인 인력이 한 명 더 있다. 인공신경망 관련 프로그램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일리아다. 하지만 일리아는 함께 근무하다가 지금은 벨라루스 현지로 가서 재택근무 형태로 일을 한다.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올레그와는 매일 화상통신을 통해 업무에 관련된 의견을 주고받는다.
올레그와 사내 개발실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은 바로 반영균 대표다. 반 대표 역시 연구원 출신의 영상신호처리 전문가로서 개발업무를 함께 진행 중이다. 회사의 대표인 데다, 나이 차이도 있고 국적도 다른 만큼 올레그로서는 부담스러운 환경일 수도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단다. 반 대표와의 인연이 꽤 오래되었기에 남다른 정이 있으며, 서로가 편안한 사이면서도 서로를 배려하는 에티켓 또한 배어 있다. 반 대표는 올레그를 타인에게 조금도 폐를 안 끼치는 ‘매너 좋은 사람’이라고 칭찬하고, 올레그는 반 대표를 불편한 이야기도 상대 입장을 생각해서 듣는 이가 거북스럽지 않게 말을 잘하는 ‘스마트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2주 있으려다 18년째 머물게 된 한국 생활
동작구 사당동의 아파트에서 아내와 함께 살고 있는 올레그. 그는 이제 한국이 타향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생활의 편리함이 다양하게 갖춰져 있고 사람들이 하나같이 정겹게 대해주는데다, 오랜 시간이 흐른 만큼 한국의 감자탕, 김치찌개, 갈비찜 같은 음식문화에도 흠뻑 젖어 있단다. 하지만 여느 외국인들이 그렇듯이 그도 처음부터 한국에 푹 빠져든 한류 마니아는 아니었다.
“1999년이었죠. 한국의 한 기업에 기술 컨설팅을 하러 왔어요. 그때는 딱 2주만 있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어느새 18년이 흘렀어요. 참 놀라운 일이죠.”
벨라루스 국립대학교에서 연구원이자 교수로 재직 중이던 그는 당시 기업의 스카웃 제의로 E3(연구원) 비자를 취득하고 한국에 눌러앉게 됐다. 한국 생활이 불편했다면 아무리 만족스러운 연봉을 받아도 벌써 본국으로 돌아갔을 일이다. 그를 붙잡은 것은 한국인들의 친절함과 따뜻한 정(情)이었다. 올레그는 한국 생활 초창기에 있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털어놓았다.
“처음에 취업한 회사가 안성에 있어서 그곳에서 10년 정도 살았어요. 그런데 택시를 타고 말 한마디 안 해도 기사들이 집에 데려다줬어요. 왜 그랬을까요? 2000년대 초만 해도 안성에 외국인은 저 한 사람이었다네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도와 주었어요.”
올레그는 예나 지금이나 한국말은 거의 구사하지 못하는 편. 이 때문에 난감한 상황에 처한 적도 있었다. 2003년 추석을 앞두고 캐나다에 있던 아내가 한국을 방문한다고 해서 인천공항으로 마중을 나가기로 했단다. 문제는 하필이면 안성터미널에서 공항으로 가는 버스 티켓이 매진된 것이다. 티켓창구에서 소통이 안 되다 보니 5분 간격으로 찾아가 판매원에게 사정을 했고, 결국 티켓을 구해주더란다. 문제는 교통 혼잡으로 3시간 동안 버스가 도착하지 않아 그 티켓이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것. 그런데 놀랍게도, 그때 한 젊은이가 도와줘서 공항에 갈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한국인들은 최선을 다해 상대를 위해주고 잘 대해주려는 마음을 지녔다고 말한다. 한국인의 이미지에 대한 그의 평점은 차고 넘칠 정도로 높은 편이다. 여기에는 또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2009년 즈음 이직으로 인해 그는 안양으로 이사를 했다. 그 곳에서는 정말 많은 지역 사람들과 친구처럼 소통하며 지냈단다. 오죽하면 언젠가 반 대표와 함께 안양에 간 적이 있었는데, 길을 오가면서 셀 수 없이 많은 현지인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것을 보고 반 대표는 신기할 따름이었다고 한다. 비록 한국어는 짧지만 누구에게나 편안하게 대해주는 그만의 점잖은 인성과 매너가 사람들과의 소통에서 한몫한다는 게 동료 직원들의 평가다.

인공신경망 기술로 회사 키우고파
올레그의 나라 벨라루스는 1991년 8월 25일 구소련으로부터의 정치적·경제적 독립을 선언한 유럽 동부 내륙에 있는 나라로, 독립국가연합(CIS) 중 하나다. 벨라루스의 현대사 얘기가 나오면 올레그가 꼭 하는 말이 있다.
“제가 구소련에서 마지막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일 겁니다. 벨라루스국립대학교에서 핵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때가 1991년 6월이었거든요. 곧바로 독립했으니 그 해는 정말 잊을 수 없는 특별한 해였죠.”
사실 올레그는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마치고 벨라루스대학교에 재직한 시간보다도 오히려 한국에 와서 직장생활을 한 시간이 더 많다. 40대, 50대 중장년시절을 한국 땅에서 보냈으니 말이다. 부창부수(夫唱婦隨)라고 했던가. 그의 아내 인나 드로브세비치(Inna Drobouchevitch)도 고려대학교 경영학과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교수다. 두 사람 모두 고급 인재들로 젊은 시절 다년간 쌓은 학문의 보따리를 한국 땅에 풀어놓고 있는 셈이다. 어쩌면 그가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인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의 인생에서 실제로 자신의 능력을 펼쳐 보이고 있는 곳이 한국이고, 이곳이 제2의 고향처럼 정이 들 수밖에 없는 땅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뉴로컨트롤즈는 뉴로모픽(Neuromorphic) 기술 기반의 응용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자동차, 감시용, 의료용 비전 응용 분야에 활용될 스마트센서 및 이미지센서 결합형 스마트센서를 개발 중이다. 인공지능 메모리와 센서 기술의 솔루션, 애플리케이션은 다양한 분야에 접목될 수 있는 기술이다. 음성의 특징을 분류하는 것으로 감정인식까지 가능한 인공신경망 분야는 물리학박사인 올레그의 열정을 부추겨주기에 충분한 분야다. 특히 요즘 그는 일에서의 보람이 한층 높아지고 있어 연일 싱글벙글이다.
“우리 회사가 개발한 내시경카메라 샘플 제품이 곧 러시아로 수출됩니다. 그리고 제가 지금 작업하고 있는 인공신경망 관련 프로젝트도 시제품 제작을 위한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죠. 앞으로 회사에 좋은 일이 많아질 것 같아요.”
한 달 후 올레그는 벨라루스로 출장을 떠난다. 현지에서 개발업무를 담당하는 일리아를 만나 프로젝트 마무리작업을 하고 돌아올 예정이다. 일도 일이지만, 현지의 방사능 측정장비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딸을 만날 수 있어 마냥 설레는 기분이란다.
한국에서 생활한 시간이 오래된 만큼 올레그는 한국에 처음 왔을 때와 지금은 참 많이 변했다고 말한다. 젊은이들이 예전에 비해 많이 독립적이고 자율적이며 창의적인 데다, 여러 면에서 글로벌화돼 있는 것을 느낀다고. 또 한국 중소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 러시도 눈에 띄는 현상 중 하나라고 말한다. 자신 역시 중소기업의 일원으로 근무 중이기에 자신의 지식과 기술로 회사는 물론이고 한국 정부에 정말 도움이 되는 결과를 만들고 싶다는 올레그 메찰리차. 향후 뉴로컨트롤즈가 글로벌 시장에서 강소기업의 진면모를 발휘하는 데 그의 역량이 크게 한몫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긴다.

박창수 전문기자 사진 김성헌 객원사진기자

[2017-07-31]조회수 : 949
  • 목록으로
  • 프린트

유용한 정보가 되었습니까? [평균0점/0명 ]

500자 제한 의견달기
이름 비밀번호
내용
인증
* 불건전한 내용이나 기사와 관련없는 의견은 관리자 임의로 삭제 될수 있습니다.
우)52851 경상남도 진주시 동진로430 (충무공동) | 잡지구독문의 T.055-751-9128 F.055-751-9129
Copyright ⓒ KOSM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