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2009.24
특급호텔 총지배인! 저의 꿈입니다
서울드래곤시티 컨시어즈 토미다 마사히로 주임

 

아이는 작게 낳아서 크게 키우라고 했다. 직장생활은 어떨까? 마찬가지다. 작은 일터일지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한 사람은 반드시 좋은 기회를 만난다. 국내 소형 부티크 호텔에서 밑바탕을 쌓고 능력을 인정받아 최근 특급호텔의 컨시어즈가 된 일본인 토미다 마사히로. 그는 오는 10월 1일 국내 최다 객실수를 자랑하며 오픈하는 용산트래곤시티 그랜드머큐어의 컨시어즈 주임이다.

특급호텔로 스카웃된 일본인
“특급호텔이라서 부담도 되지만, 더 많은 고객들을 만날 수 있는 글로벌 일터이다 보니 설레임과 기대감이 더 큽니다. 물론 책임감도 생기고요.”
일본인 토미다 마사히로 주임은 ‘호텔 컨시어즈(Hotel Concierge)’다. 호텔 경력 4년 만에 스카웃되어 지난 7월부터 일하게 된 그의 직장은 서울드래곤시티. 1995년 코스닥에 등록한 부동산개발 전문회사 ㈜서부T&D가 개발하고 글로벌 호텔 체인 아코르가 위탁 경영하는 국내 최다 객실 보유의 호텔이다. 럭셔리부터 미드 스케일까지 4개 타입의 호텔이 한 곳에 있는 이곳에서 그는 호텔 그랜드머큐어 소속으로 일하고 있다. 그랜드머큐어는 202개의 객실을 갖추고 장기투숙자를 주요 고객으로 맞이하는 레지던스형 호텔로, 같은 직급의 동료 한 명을 비롯해 사원 3명과 함께 컨시어즈로 일한다.
일반에게는 다소 낮선 직업인 ‘컨시어즈’는 객실부 소속의 서비스 전문 직종으로, 호텔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보통 한쪽에 큰 책상을 두고 근무한다. 옛날 프랑스의 고성에서 수많은 촛불을 관리하던 사람을 지칭하는 ‘촛대지기’에서 유래된 이 직업은 럭셔리 호텔이나 고급 휴양지 호텔에서 고객이 필요로 하는 정보나 각종 서비스를 제때에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항공편 예약, 극장이나 운동경기 입장권 구입, 유명 식당 소개 및 예약, 관광지 안내 및 예약, 우편물 접수 및 발송 등 고객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켜준다.
“요즘 전 직원 대상의 사내 교육을 받고 업무 준비도 하느라 바쁜 편입니다. 한국 관광과 비즈니스 그리고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고객들이 요구할 때마다 즉각 서비스해야 합니다. 서울을 비롯해 한국의 다양한 정보를 꿰차고 있어야 하죠. 고객이 즐거워하고 만족할 수 있도록 해야 하니까요.”
마사히로 주임의 영어와 한국어 실력은 수준급이며, 중국어도 가볍게 듣고 말할 정도여서 4개 국어를 구사하는 글로벌 인재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요즘 그는 잔뜩 긴장해 있다. 호텔이 본격적으로 오픈되면 전 세계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랜드머큐어는 레지던스형 특급호텔이다 보니 고객층의 수준도 높은 편일 것으로 예상되어, 한층 더 차원 높은 영어 구사 능력과 정보력을 갖추는 게 필수라고.
“사실 전 직장에서는 고객 중 중국인과 일본인이 70% 이상이어서 중국어와 일본어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고급 영어를 활용할 기회가 적었죠. 이제는 영어가 조금 부담이 됩니다. 그래서 혼자 공부도 하지만, 회사 내에서는 동료인 정주상 주임하고 영어로 대화를 많이 나누는 편입니다.”
또박또박 구사하는 한국어 한마디 한마디와 정중한 태도, 그리고 겸손함이 몸에 배인 그를 보면 역시 컨시어즈라는 직업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든다.

 

소문난 컨시어즈,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마사히로 주임은 일본 도쿄 인근의 사이타마 현 출신으로,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후 호주에 가서 워킹홀리데이를 하면서 공부를 했다. 20대 중반이었던 그는 자신의 미래를 바꿔놓을 한 여인을 만나게 된다. 아내가 된 유지영 씨다. 사실 호주에 가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그에게 별 관심이 없는 이웃 나라였다. 사랑하는 이를 만나면서 한국에 오게 됐고, 7년 전 결혼과 함께 한국에 아예 정착하게 됐다.
언뜻 보면 국제결혼을 한 여느 젊은 외국인들과 그 스토리가 유사하지만, 그에겐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 아내의 나라에서 성실성을 바탕으로 밑바닥부터 경력을 쌓고 인정을 받은 결과 자신이 갈망하던 직장과 전문직 자리를 얻게 됐다는 점이다.
그의 전 직장은 명동에 자리한 부티크 호텔 ‘신신호텔’로, 온라인 호텔 평가에서 트립어드바이저(TripAdvisor) 1위를 받은 곳이다. 이 호텔에서는 프런트 체크인과 체크아웃을 비롯해 벨데스크와 컨시어즈, 그리고 예약 등 전반적인 서비스 업무를 담당했다. 그만큼 할 일이 많았던 곳이지만 그에게는 큰 꿈을 꾸게 한 직장이었다.
“처음 한국에 와서 마땅히 일자리가 없었죠. 3년 동안 일본인 관광객 인바운드 여행사에서 호텔 담당으로 일했습니다. 본래 제가 사람들과 만나서 대화 나누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대학시절엔 다양한 외국인들을 만나려고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어요. 그래서인지 사람들과 대화하고 서비스하는 일이 재미있었어요. 자연스럽게 신신호텔이 오픈할 때 입사를 하게 됐죠. 물론 대학에서 호텔 관련 공부를 한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저하고 참 잘 맞는 일이었던 것 같아요.”
그는 단지 열심히 했을 뿐이라고 말하지만, 특급호텔에서 컨시어즈로 스카웃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미 업계에서는 고객서비스 친절도와 업무 성실도에서 마사히로 주임의 소문이 자자했다. 머큐어리 홍보팀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마사히로 주임은 전 직장에서 고객들의 평이 매우 좋았다고 한다. 한번 다녀간 고객이 다시 찾아오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에 다른 호텔에 투숙하던 지인들도 끌고 올 정도였단다. 프런트데스크 직원의 친절 서비스는 업무의 기본이다. 그렇다면 그는 무엇이 달랐던 걸까?
“그곳의 프런트데스크는 지하에 있었죠. 1층으로 들어오는 고객들의 경우, 데스크가 안 보이니 적잖게 당황해하곤 했어요. 그럴 때마다 CCTV를 통해 고객이 들어오는 모습을 발견하면 곧장 계단을 뛰어올라가 안내를 해드렸어요. 저로서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데도 고객들은 많이 감동을 했던 것 같아요.”
매사에 신중을 기하는 조신한 스타일이지만 고객응대에서 만큼은 민첩했던 것이다. 게다가 지난 4년 동안 자신이 좋아하는 자전거 하이킹도 즐기지 못했을 만큼 직장생활에 올인하면서 고객을 늘려놓는 공을 세웠던 것. 스카웃할 만큼 능력이 남달랐다는 얘기다.

한일 관계 좁히는 다리 되고파
마사히로 주임의 한국생활은 어느새 10년째로 접어든다. 음식도 문화도 편안한 옷을 입은 듯이 익숙해져 있고, 유난히 정이 많고 세심하게 신경을 써주는 아내에게 늘 고맙단다. 비행기만 타면 두 시간도 안 걸리는 거리에 고향이 있는데도 일본 땅을 자주 밟진 않는다. 한국에서의 일도 가정도 행복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일본에 계신 어머니가 한국을 자주 방문한다. 아들 걱정 때문이냐고 묻자 고개를 흔든다.
“어머니가 저보다도 아내와 더 친하게 지내요. 그래서 자주 오시는 것 같아요. 한국에 오면 저를 빼놓고 둘이서 외출하고 쇼핑하고, 맛있는 것 먹고 다닙니다. 사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저로서는 다행스럽고 즐거운 일입니다. 한국인들끼리 결혼을 해도 고부 간의 갈등이라는 게 있잖아요. 저는 국제결혼을 했는데도 그런 문제가 없어서 좋습니다.”
국적을 불문하고 모성애는 똑같은 모양이다. 마사히로 주임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갖는 관심은 아주 각별하다. 아들이 호주에서 유학하던 시절엔 영어를 배우더니, 아들이 한국에 온 후로는 한국어를 배워 소통이 가능할 정도란다. 이 때문에 일본어를 잘하지 못했던 그의 아내도 시어머니와의 소통을 위해 일본어에 관심을 갖게 됐고, 결국 고부 간의 소통은 각별한 정으로 이어졌다.
올해 서른일곱 살의 호텔 컨시어즈 마사히로 주임에겐 꿈과 소망이 있다. 용산드래곤시티는 국내 최다 객실을 보유한 호텔로서 1,740명을 동시에 수용 가능한 2개의 그랜드볼룸과 다양한 콘셉트로 꾸며진 레스토랑 및 파티룸을 갖추었다. 경력 4년 만에 이곳의 컨시어즈 주임이 된 것만도 그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행운이지만, 그가 추구하는 꿈은 따로 있다.
“한국의 특급호텔들을 보면 미국, 프랑스 등에서 온 외국인 총지배인들이 많은 편입니다. 그런데 일본인 총지배인은 없어요. 호텔은 이제 저의 평생직장이 된 만큼 직원으로서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가고 싶습니다. 한국 내 최초의 일본인 총지배인이 되는 것입니다.”
젊은 만큼 이런 그의 야망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게다가 호텔업계에 발을 내딛은 후 단기간 내에 특급호텔 컨시어즈가 되었으니, 이 꿈 또한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앞선다.
그의 또 다른 한 가지 소망은, 가깝고도 먼 이웃처럼 관계에 잡음이 많은 한일 양국의 관계 개선에 힘쓰고 싶다는 것이다. 한국인 아내와 결혼해 서로 사랑하고 가장 큰 힘이 되어주면서 동반자의 길을 걷고 있는 것처럼 한일 양국 관계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간절하단다.
“대외적으로 어떤 일을 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호텔업계의 한 사람으로서 많은 사람들과의 접점에서 일하고 있는 만큼 일본인으로서 한국인들에게 좋은 모습도 보여주고, 양국의 장점과 좋은 점들을 양 국민들에게 같이 소개하고 싶어요. 그게 바로 한일 관계를 좁힐 수 있는 가교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집 안에서 아내와 스포츠 경기를 시청할 때 두 나라를 똑같이 응원하는 것처럼 마사히로 주임은 두 나라를 동시에 사랑한다. 지금 직장생활 성공기를 열심히 써나가는 그의 모습은 처음부터 대기업이나 안정된 직장만 선호하는 젊은이들에게 경각심을 깨워주는 인재의 롤모델이 되기에 충분하다.

박창수 전문기자 사진 김성헌 객원사진기자

[2017-08-28]조회수 : 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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