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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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스마트 공장
IT의 힘, 뿌리를 살찌우다
㈜한국나노텍

 

뿌리기업들의 스마트 공장 도입에 대해 ‘자동화도 멀었는데 무슨 스마트 공장이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자동화가 힘들기 때문에 오히려 스마트화로 단계를 뛰어넘을 수밖에 없는 사정도 있다. 도장 전문기업 ㈜한국나노텍의 변화도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됐다. 스마트화를 통해 오랜 고민이었던 인력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회사의 뿌리가 되어줄 인력 기반을 탄탄히 다지고 있는 한국나노텍의 사례는 단순히 불량률 개선이나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만 스마트 공장이 필요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point 1
작업 스케줄 자동 생성
자재가 입고되어 해당 품목의 기본 정보가 MES에 입력되면 품목, 공정 방법, 도장 컬러, 건조 온도 등의 데이터를 토대로 작업순서가 자동으로 조정된다. 작업관리자가 일일이 수작업으로 스케줄을 짜는 과정에서 걸리는 시간을 대폭 단축했고, 정확도도 더 높아졌다.

point 2
로딩 공정에 RFID 도입
전처리 공정을 마친 자재가 도장 라인으로 이동하기 위해 거치는 로딩 공정에 RFID를 도입했다. 각 지그에 태그를 걸기만 하면 지그 번호와 함께 해당 품목의 기본 코드와 개수 등을 태그가 자동으로 인식해 MES에 전송한다.

point 3
도장두께 검사 결과 자동 전송
도막 두께 검사 장치에 블루투스 기기를 장착해, 검사 내용이 무선으로 MES 시스템으로 전송된다. 작업자는 일일이 검사 결과를 수기로 적을 필요가 없어졌다.

인력 고민, 스마트 공장으로 훌훌
역설적이게도 뿌리산업에는 ‘뿌리 깊은’ 고민이 있다. 국가산업의 근간을 뒷받침하는 산업인데도 이 분야에 인력이 모이질 않는다. 더욱이 고급 인력을 뽑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 뿌리산업에 달라붙어 있는 ‘3D 업종’이라는 수식어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회사 성장에 가장 필요한 요소가 핵심 인력인데도, 뿌리기업들은 정작 회사의 뿌리를 튼튼히 하지 못해 애를 태운다.
3년 전 스마트 공장을 구축하겠다고 나설 때 ㈜한국나노텍의 이병기 대표는 직원들에게 도장 업계 종사자로서의 자긍심을 키워주자는 목표를 세웠다. 힘든 시행착오 과정을 거쳐 스마트 시스템이 도입된 현재, 이 대표의 목표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업력 29년의 도장 전문회사답게 자신의 힘으로 도장 명장(名匠)을 키워내겠다는 것. 스마트 공장과 도장 명장 사이의 연관성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도장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이 대표는 도장을 여자의 ‘화장’에 비유했다. 도장은 제품의 가장 마지막 공정을 담당한다. 다양한 공정을 거친 제품은 도장을 통해 비로소 고객들이 원하는 색상과 질감을 가진 하나의 제품으로 완성된다. 이 대표는 “이렇게 중요한 과정인데도, 지금까지 도장 업종은 그 중요성에 비해 상당히 폄하되어 왔다”며 아쉬움을 드러낸다.
도장 생산현장은 예나 지금이나 사람 손에 의존하는 부분이 많다. 한국나노텍의 공장에서 하루에 생산되는 품목은 30∼50가지에 이른다. 각 품목별로 도장 방법이 제각각이고, 색상도 다양하다. 도장 색상을 갑자기 흐린 색에서 진한 색으로 바꾸면 공기 중에 남아 있는 미세한 분진이 불량의 원인이 되고, 건조로의 온도를 올리고 내리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다보니 작업조건에 맞게 순서를 결정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또한 도장 두께 등, 아직도 사람의 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작업요소가 많아 자동화가 힘든 분야로 꼽힌다. 오랜 세월 지속된 문제인데도 영세한 기업이 많다보니 대부분의 도장 업체들은 이 과정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운영되면 당연히 품질은 떨어지고, 현장 작업조건은 열악해 인력들이 도장 공장에 오기를 꺼리는 것이다. 3년 전 이 대표가 스마트 공장을 구축해야겠다고 결심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단순반복 작업으로부터의 해방
2014년 한국나노텍의 생산현장에는 도장 업계로는 처음으로 생산관리시스템(MES : 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이 도입됐다. 업계 최초라는 명예로운 말 뒤에는 ‘고생’이라는 단어가 숨겨져 있기 마련. 이 대표는 “말도 못하게 어려웠다”는 말로 그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구입해서 쓸 수 있는 기존 MES 프로그램이 없다보니 도장 공정에 맞는 프로그램을 처음부터 개발해야 했습니다. 프로그램 개발 업체의 힘을 빌려 MES를 도입해봤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습니다. 현장 상황에 맞는 MES를 개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죠. 한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이듬해에 제대로 해보자는 마음으로 다시 도전했습니다.”
고생한 만큼 효과는 컸다. 한국나노텍의 생산현장에는 자재 입고에서부터 준비, 도장, 검사, 포장, 출하에 이르는 전 과정을 물 흐르듯 체계적으로 관리해주는 MES가 구축됐다. 원자재가 입고되면 자재관리 직원이 검사를 하게 되는데, 예전에는 일일이 수기로 작성해야 했던 검사 내용과 제품 수량, 납기일 등의 정보를 현장에 설치된 단말기를 통해 MES 프로그램에 입력하기만 하면 된다. 이 데이터는 검사실로 그대로 전달되고, 이를 기반으로 준비작업과 본격적인 도장 공정, 검사가 차례로 이루어진다.
현장관리자들이 반복적이고 번거로운 작업에서 벗어난 것은 당초 예상보다 더 많은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예전에는 자재가 입고되면 현장관리자가 도장 조건에 맞춰 작업 스케줄을 일일이 짜야 했다. 컬러와 도장 방법, 건조 온도 등을 단서로 퍼즐 맞추듯 짜야 하는 이 번거로운 작업에서 해방된 관리자들은 사전점검 작업 등 품질을 더 높일 수 있는 작업에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다.
도장 공정에 들어가기 전, 지그(jig)에 도장해야 할 제품을 거는 로딩 작업에는 최첨단 장비인 RFID가 도입됐다. 각 지그별로 태그를 걸어주기만 하면 해당 고리에 어떤 품목의 제품이 몇 개 걸렸는지 자동으로 인식되어 MES로 전달된다. 별도의 센서가 달려 있어 해당 번호의 고리가 어떤 위치에서 어떤 공정을 거치고 있는지도 현장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도장과 건조 공정까지 마친 제품은 최종 전수검사를 거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도 검사기에 탑재된 블루투스에 의해 검사 결과가 자동으로 MES로 전송된다. 완성된 제품의 출하정보도 당연히 데이터로 남는다.

명장 탄생을 목표로 변화는 계속된다
일단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불량률 감소다. 도장 공정은 불량률이 높기로 유명한 분야다. 예전에는 불량률이 20∼30%에 이르기도 했다. 한국나노텍은 그동안에도 불량률을 조금이라도 더 낮추기 위해 자체적인 노력을 해왔다. 덕분에 분체 도장 업계로는 처음으로 현대기아자동차로부터 SQ(공급자 품질인증제도) 인증을 받은 바 있다. 이번에 MES 도입 이후 불량률은 더 낮아져 줄곧 소수점 이하를 기록 중이다. 이정도면 업계에서는 최고 수준이다. 품질은 곧 매출로 연결된다. 경기 침체로 도장 업계 모두 감산 경영을 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나노텍은 별도로 영업부서를 두고 있지 않은데도 오히려 매출이 늘고 있다.
이 대표는 스마트 공장 구축을 통해 얻은 이익을 도장 인력양성에 모두 쏟고 있다.
“공장에 스마트 시스템이 도입되고 나서 직원들이 자긍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특성화고 학생들을 회사로 불러들여 자체 교육을 시키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도장 분야에 도전해보겠다며 진로를 바꾼 학생도 있을 정도입니다.”
이 대표는 요즘 학생들의 교육에 남다른 열정을 보이고 있다. 매일 하루도 빼놓지 않고 도장기술의 기본기를 위한 트레이닝을 실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오전에는 시간을 정해놓고 인성교육도 시킨다. 이 학생들에게 도장이 얼마나 중요한 공정이고,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를 알려주기 위해서다. 장차 이들 중에서 명장을 배출해내겠다는 것이 이 대표의 야심찬 목표다.
스마트 공장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통해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이 대표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변화를 멈추지 않을 계획이다. MES 구축이 완료되자 마자 지난해에는 48m였던 건조로를 128m로 연장했다. 두꺼운 소재의 제품에 대한 고객사의 공정 요청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얼마 전부터는 컨베이어 속도를 높이기 위한 작전에 돌입했다. 컨베이어 속도는 결국 생산 능력과 연결된다. 시작할때만 해도 1분에 2.3m였던 것을 현재 3.7m까지 늘렸다. 최종 목표는 6m. 제한된 공간에서 이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낙후된 설비를 교체하고 신규 설비를 추가해야 하는 등 투자도 뒤따라야 한다.
3D산업이라는 오명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지난 3년간 기울인 노력은 이 대표에게 새로운 단계를 꿈꿀 수 있는 여유를 선물했다. 도장 업종의 이미지 개선에 의미 있는 한 발을 내디딘 이 대표는 도장 업계 관계자들에게 그동안 해오던 방식만 고집하지 말고 새로운 변화를 시작해보라고 권한다. 그러면서도 영세한 도장 업계를 위해 정부가 더 실질적인 지원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스마트 공장을 구축하기 위해 2억 5,000만 원 이상의 자금을 들였습니다. 영세 기업에서는 쉽게 결정할 수 없는 큰 금액입니다. 지금처럼 각개전투식으로 MES를 구축할 것이 아니라 도장 업체들이 좀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범용 프로그램을 만들어 배포한다면, 더 많은 기업들이 스마트 공장을 구축할 수 있지 않을까요? 뿌리기업을 위한 보다 실효성 있는 정책을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달라졌어요!  당병영 이사
퇴근시간이 빨라졌어요
예전에는 생산 스케줄을 짜는 일이 제 일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어요. 생산직 직원이 퇴근을 해도 한두 시간 정도 더 일해야 했죠. 수작업으로 다음날 생산 스케줄을 직접 작성하다보니 일일이 순서를 정하느라 머리가 아팠어요. 지금은 원자재 입고검사 시에 입력된 정보를 토대로 MES가 스스로 작업순서를 찾아줘서 그전에 1시간 이상 걸리던 작업이 이제 10분이면 끝납니다. 덕분에 제 퇴근시간이 빨라졌어요. 물론 처음에는 시행착오도 있었죠. RFID 태그를 잘못 걸기도 하고, 데이터 입력 오류도 많았지만, 교육을 계속 진행하다보니 지금은 실수 없이 물 흐르듯 진행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작업현장이 정비되면서 직원들의 이직률이 많이 줄어 관리자로서 보람을 느낍니다. 직원들 스스로도 자신이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자긍심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임숙경 전문기자 사진 김윤해 객원사진기자​

조회수 : 1,783기사작성일 : 2016-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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