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글로벌 독일
물보다 맥주라는데, 독일 맥주가 궁금하다

 

독일어에는 다른 언어와 달리 3종류의 관사(남성, 여성, 중성)가 있다. 재미있게도 와인, 위스키, 보드카 등의 주류는 남성관사 der를 붙이지만, 맥주는 예외적으로 중성관사인 das를 붙인다. 때문에 독일 사람들은 농담처럼 “맥주는 술이 아니다”라고 심심치 않게 이야기한다. 이처럼 맥주는 독일 사람들의 생활과 떼어놓을 수 없는 친숙한 음료이면서 독일인의 이미지를 규정하는 하나의 상징이 되어왔다. 이번 기사에서는 다양한 통계자료를 토대로 독일 맥주시장 및 소비행태를 간단히 살펴보고, 어떤 특징이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몇 년 전부터 독일 전통 맥주들이 다양한 경로로 국내에 알려지고 있기 때문에 독일 맥주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에게 매우 흥미로운 기사가 되리라 기대해본다.

맥주순수령, 다양성을 낳은 엄격함
이제는 우리나라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독일 맥주를 볼 수 있다. 독일 맥주에 빠지기 시작했다면 독일 맥주가 왜 그렇게 맛있는지 의문을 가져볼 만하다. 전문가들은 독일 맥주 맛의 출발을 1487년 바이에른 공작 알브레히트 4세가 공표한 ‘맥주순수령’에서 찾고 있다. 올해 500년을 맞는 이 법령은 맥주 제조에 필요한 재료를 ‘물, 맥아, 홉’으로 제한하는 단순한 규칙이지만, 맥주 제조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정하고 이를 토대로 다양한 맥주의 맛을 개발하도록 유도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당시 장기 보존을 위해 사용되던 각종 방부제, 향신료, 과일, 약초 등을 넣어서 만드는 행위는 강력히 금지되었고, 이후 맥주순수령은 북독일에서 프로이센을 중심으로 한 독일의 통일 과정에서도 논의되어 1871년 이후에는 그 범위가 독일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동서독 통일 직후인 1993년에 ‘임시맥주법’ 발효와 함께 맥주순수령은 엄밀히 말해서 법적인 효력을 발휘하고 있지는 않지만, 제한된 원료만으로 1,300개 이상의 양조장에서 5,000종 이상의 각기 다른 맛을 가진 맥주를 선보이고 있는 독일의 맥주산업과 맥주를 동시에 연상하는 것은 당연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실제로 역사가 깊은 다수의 양조장에서는 지금도 오랜 맥주 전통의 상징인 맥주순수령을 지키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물보다 싼데도 소비량은 감소 추세
유럽에서 가장 많은 맥주를 소비하는 국가는 독일로, 2014년 기준 86,512헥토리터(1헥토리터=100ℓ)를 소비했다. 2위인 영국이 43,752헥토리터인 점을 감안하면 독보적으로 맥주 소비가 높은 국가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인구 1인당 맥주소비량을 기준으로 하면 독일은 1년에 107ℓ로, 1인당 평균 144ℓ를 마시는 체코에 이어 2위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전체 맥주 소비량이 1994년에는 10만 헥토리터 이상이었으나 지속적으로 조금씩 소비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값은 지난 15년 사이 최저치라는 점은 맞지만, 그렇게 어두운 전망이라고 단정짓기에는 무리가 있다. 또한 8,000만 명이 넘는 독일 인구 중에서 하이네켄이나 버드와이저 같은 수입맥주를 한 번이라도 마신 사람 수는 2015년 기준 570만 명 이하로, 자국의 맥주시장이 상대적으로 견고함을 엿볼 수 있다.
그렇다면 독일인이 맥주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기간은 언제일까? 단연 여름에 집중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가장 많이 맥주가 소비되는 7월이 8,000헥토리터, 가장 적게 마시는 2월이 5,000헥토리터인 점을 감안하면 월별 맥주소비 편차는 그렇게 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독일에서 맥주는 물보다 싸다’는 말은 사실일까? 정답부터 말하면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0.5ℓ 맥주 20개들이 박스 중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가격대는 10유로 미만으로, 마트에서 흔히 팔리는 생수(Volvic 또는 Evian) 1ℓ가 1.30유로 정도인 점을 생각하면 물이 비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 마트에서 파는 PB상품이나 저가형 물과 비교하면 다를 수 있다.
독일 국민들은 얼마나 자주 맥주를 마시고 있을까? 2015년 설문결과에 따르면, 매일 맥주를 마시는 비중은 260만 명, 주 2회 이상이 약 900만 명, 월 1회가 약 500만 명으로, 맥주 소비는 대단히 일반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응답자의 약 절반(48%)이 가격(30%)보다는 상표를 보고 맥주를 구매한다고 한다. 취향이 다양하기도 하거니와, 아직도 많은 지역에 퍼져있는 양조장이 각기 다른 맛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라이트비어, 무알코올 맥주 소비 증가세
몇 년 전부터 독일은 맥주에 다른 첨가물을 첨가한 음료도 맥주로 분류하고 있으며, 이는 알코올 함량 1.5% 미만의 라이트비어, 0.5% 미만의 무알코올 맥주도 여기에 포함된다. 2015년 기준으로 라이트비어를 최소 1주에 1회 이상 소비하는 인구는 약 63만 명으로, 독일 전체 맥주산업에서 비중이 그렇게 크지는 않다. 그러나 2010년의 경우 약 56만 명에서 매년 꾸준히 증가한 추세에 있기 때문에 업계 입장에서는 꾸준히 그 추이를 모니터링할 이유가 충분하다. 전체 라이트비어 판매량 중 63%는 레몬류와 맥주를 섞은 맛이 가장 사랑받고 있으며, 콜라와 맥주를 섞은 다소 특이한 맛은 나머지인 37%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무알코올 맥주는 어떨까? 2주에 최소 1회 이상 무알코올 맥주를 마셨거나 구매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2012년 약 600만 명에서 2015년에는 930만 명까지 증가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무시 못할 시장으로 커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밖에 흑맥주 스타일의 짙은 맛을 자랑하는 뒤셀도르프 지역맥주 알트비어(Altbier)를 2주에 1회 이상 소비하는 인원이 약 200만 명, 경쟁구도에 있는 쾰른 지방의 청량감 있는 맥주 쾰쉬(Koelsch)도 비슷한 수준의 빈도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밀맥주의 경우, 2주에 1회 이상 소비한 적이 있는 인원수는 1,000만 명을 웃돌고 있어서 독일 맥주의 주류인 필스너 스타일의 맥주에 이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레몬맛 맥주 또는 콜라맛 맥주의 경우 베를린을 포함한 구 동독 지역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반면, 전통에 대한 높은 자부심과 보수적 성향이 짙은 남부 2개 주(바이에른, 바덴-뷔르템베르크)에서는 상대적으로 인기가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위 맥주들은 맥주순수령에서 정한 규칙이 적용되지 않은 맥주들이지만, 꾸준히 각 지역 특산 맥주로 강력하게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에 독일의 지역문화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내용들이기도 하다.

 

양극화되는 맥주 제조업계
다양성과 절대 소비량이 높은 맥주 내수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은 어쩔 수 없어 보인다. 그중에서 판매량 및 시장점유율 기준으로 가장 우수한 업체는 예버(jever), DAB, 베를리너 필스너(Berliner Pilsner), 슈테른부르크(Sternburg) 등을 제조하고 있는 라데베르거 그룹이 13%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위부터 5위까지는 벡스(Becks)를 주력 상품으로 삼고 있는 안호이저 부쉬(Anheuser-Busch inBev), 비트부르거 그룹, 크롬바허 그룹, 그리고 저가보급형 맥주로 지난 몇 년간 급성장한 외팅어(Oettinger) 그룹이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 단일 상표별로 다시 나누어보면 내수 판매량 기준으로 외팅어와 크롬바허가 근소한 차이로 각각 1, 2위를 차지하며, 비트부르거(Bitburger), 펠틴스(Veltins), 벡스(Becks)가 3~5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청량감 있는 필스너 맥주 외에 묵직하고 구수한 맛을 자랑하는 밀맥주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는 독일 뮌헨을 중심으로 한 남부지역에서 보편적으로 소비되고 있는 맥주로, 선호도를 기준으로 하면 1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그리고 일반 식료품점에서 판매되는 모든 형태의 맥주 중 8% 전후를 오가는 수준이기 때문에 독일의 대표 맥주라고 정의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러나 남부 바이에른 주 사람들의 밀맥주 사랑은 대단히 높아서, 주말 오전 시간대 TV 토크쇼에서도 출연자들이 기다란 맥주잔에 둥근 거품의 바이스비어와 전통 빵인 브레첼(Bretzel)을 자연스럽게 즐기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단일 상표별 소비량 순위에서는 파울라너(Paulaner)가 9위, 에르딩거(Erdinger)가 11위, 프란치스카너(Franziskaner)가 12위로, 독일에서도 견고한 소비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브랜드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2015년 기준 전체 맥주 제조량의 60%는 100만 헥토리터급 대형 양조업체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1만 헥토리터의 초소형 지역 양조업체의 비중은 1.65%를 밑돌고 있다. 그러나 2005년 이래 그 숫자는 꾸준히 증가해 2015년 현재 공식적으로 등록된 양조장은 1,058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보다 조금 큰 규모의 5만 헥토리터급 소형 양조업체가 담당하는 독일 맥주 생산 비중은 6% 내외이며, 2015년 현재 1,224개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즉, 대량생산 체계를 갖춘 15개 이내의 초대형 양조업체가 전체 맥주 생산의 70%를 생산하고 있으며, 다수의 초소형·소형 양조업체는 지역 전통을 유지하면서 나름대로의 특색 있는 맛을 개발함으로써 틈새시장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현섭 독일 현지 리포터​

 

조회수 : 1,653기사작성일 : 2016-04-01
기사 만족도 평가
별 개수를 클릭하여 기사에 대한 만족도를 평가해 주세요.
이 기사의 별점
평균 5점 / 2
  • 매우 불만족
  • 불만족
  • 보통
  • 만족
  • 매우 만족
별 5개 / 매우 만족

의견글 작성
  • (삭제 시 필요)
* 불건전한 내용이나 기사와 관련 없는 의견은 관리자 임의로 삭제될 수 있습니다.
메뉴 열기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