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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독일
남은 에너지를 물속에 저장한다고?

지난 몇 년간 독일은 ‘탈원전 선언’과 동시에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적극 육성하여 현재는 전체 에너지 생산량의 30%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이러한 획기적인 변화의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풍력에너지로, 지난 몇 년간 가파른 성장을 보였다. 그러나 풍력은 태양광과 마찬가지로 생산된 에너지를 나중에 사용하기 위해 따로 저장하거나 운반이 용이한 형태로 변환하기가 어렵다는 한계를 갖는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풍력에너지를 별다른 화학적인 변환이나 복잡한 기술을 거치지 않고도 손쉽게 필요할 때 재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에너지 저장용 인공섬 프로젝트
벨기에는 2013년부터 북해 연안에 있는 드 한(De Haan)과 웬두이니(Wenduine)에서 5㎞ 떨어진 해안가에 에너지 저장을 위한 인공섬 건설 프로젝트 ‘iLand’를 발표한 적이 있다. 말굽모양을 닮은 이 섬은 해발고도 10m, 1.2×2.5㎞ 규모의 인공구조물로, 인근 풍력단지에서 과잉 생산된 전기를 모아 필요할 때 다시 꺼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제안되었다. 에너지 소모가 적은 심야시간에는 바닷물이 인공섬 내부 30m 깊이까지 유입되도록 하고, 이후 전기 수요가 상대적으로 높은 낮시간대에는 자동적으로 이 바닷물이 인공섬 외부로 나가도록 설계할 예정이다.
이때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를 발전기를 거쳐 전기로 변환하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간단히 보면 수력발전소와 그 원리가 같다고도 볼 수 있다.
이 인공섬은 4시간 동안 500MW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벨기에 정부에 따르면 원자력발전소 1개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전력을 담당할 수 있기 때문에 친환경에너지 생산과 활용 면에서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점에도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인공섬의 규모와 아이디어의 참신성 덕분에 이 프로젝트는 해외 언론과 산업계의 많은 관심을 모은 바 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완수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벨기에 국내 전력수요 중 풍력발전이 담당하는 비중이 높지 않을뿐더러, 지난 몇 년간 풍력발전기에서 생산된 에너지가 곧바로 전력 그리드로 송전되어 소모되었을 뿐, 잉여 전력의 형태로 방출된 적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 프로젝트는 2021년쯤에 가서야 실용 단계로 진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더구나 이 사업에 투입될 총 예산이 10억 유로(1.2조 원)를 훌쩍 넘길 예정이고, 완공 이후에도 매년 유지보수 비용에 800만 유로를 쏟아부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인근 해양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거라는 우려로 환경단체와 시민들의 거센 반발에 봉착해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많은 유럽 국가들이 원전을 점차적으로 줄임과 동시에 신재생에너지의 의존도를 높이는 중이기 때문에 이러한 시도가 갖는 의의는 결코 무시하기 어렵다.

호수 바닥에 놓인 콘크리트 볼
같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지만 이웃나라 벨기에가 밟은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듯이 독일은 같은 목적, 같은 원리를 조금 다른 방식으로 구현하고 있다. 독일의 건축 엔지니어링 기업인 호흐티프(Hochtief)의 연구 팀은 지난해에 스위스와 맞닿아 있는 표면적 536㎞의 거대한 호수인 보덴제(Bodensee) 바닥에 해상풍력단지에서 생산된 잉여전력을 저장할 수 있는 다수의 대형 콘크리트 볼을 병렬로 배치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이는 벨기에와 마찬가지로 일별, 계절별로 전기 생산량의 변동 폭이 큰 풍력에너지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한다.
실제로 풍력은 독일 국내 전기 수요의 18%를 담당하고 있을 정도로 높지만, 계절별 그리고 남부와 북부 간에 풍력에너지 생산 편차가 심해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는 중이다.
지금까지 모든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보덴제를 끼고 있는 독일 남부의 휴양도시 콘스탄츠(Konstanz) 소재 대형 선박은 지면에서 200m가량 이동한 후 호수 바닥 깊은 곳에 천천히 직경 3m의 콘크리트 볼을 배치하였다. 연구진은 이 콘크리트 볼을 대상으로 4주에 걸쳐 에너지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재생될 수 있는지, 다양한 실험조건에 따라 그 경제성과 실용성을 면밀히 알아보고 있다.
이 실험은 남부독일 지역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풍력발전기가 많이 배치된 콘스탄츠 인근 지역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최대 200개의 콘크리트 볼에 저장한 후 수요가 급증할 때 다시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콘크리트 볼을 전력 그리드 시스템에 연결한 후 버튼 한 번만으로도 저장된 에너지를 전력으로 변환하여 쓸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작동 원리는 발전소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수력발전용 터빈과 동일하다. 가령 풍력단지에서 바람이 터빈을 돌리면 여기에 연결된 발전기가 전기를 생산하여, 동시간대의 수요를 위해 사용된다.
생산된 전기가 남을 경우 콘크리트 볼에 저장된 물을 외부로 밀어내는 힘으로 사용된다. 즉, 콘크리트 볼 내부가 텅 빈 상태일 때가 가장 높은 에너지 잠재력을 가진 상태인 것이다. 이후 다시 전기가 필요하면 물리적으로 콘크리트 볼을 개방하여 외부에 있는 담수가 유입되는 위치에 설치된 터빈을 돌리면서 다시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풍력에너지 변환효율 80% 육박
독일 프랑크푸르트대학교 호르스트 슈미트 뵈클링(Horst Schmidt-B cking) 교수와 자르브뤼켄대학교의 게르하르트 루터(Gerhard Luther) 교수 연구진이 고안한 이 아이디어는 프라운호퍼 에너지시스템 연구소와 호흐티프사가 구체화시킨 것으로, ‘Stensea(Stored Energy in the Sea)’ 프로젝트라고 불린다. 이 사업은 독일 경제기술부에서도 그 우수성을 높이 평가하여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후 유럽 내 다수의 테스트 사이트를 선정하여 가용성 점검을 위한 실험을 계속 실시할 예정이며, 콘크리트 볼의 최대 직경도 30m까지 늘릴 것이라고 한다. 또한 높은 경제성을 유지하기 위한 최적의 수심인 600∼800m까지 콘크리트 볼을 배치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콘크리트 볼의 저장 용량은 콘크리트 볼 내부 용적과 수심에 비례하지만, 현재까지는 직경 30m가 가장 이상적인 크기로, 최대 20MWh까지 저장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콘크리트 볼을 기반으로 하는 에너지 저장시스템의 에너지변환 효율은 80∼85%로 매우 높은 편이다.
또한 시스템 도입을 위한 경제성 보장을 위해서는 최소 80개 이상의 콘크리트 볼을 집적시키는 형태가 가장 효율적인 형태라고 한다.
프라운호퍼 에너지시스템 연구소는 이 콘셉트가 해양 환경에 적합한 방법임을 감안해 해양 환경 활용이 용이한 노르웨이나 스페인, 더 나아가 미국이나 일본이 높은 잠재성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하고, 다양한 조건을 가진 많은 나라에서 실증테스트 실시를 희망하고 있다.
이 아이디어가 가진 장점은 단지 잉여전력의 유연한 활용에만 그치지 않는다. 연구팀은 전기 저장용 콘크리트 볼 소재의 대부분은 콘크리트와 철이기 때문에 구조물 제작 과정에서 소재 자체나 공정이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운용 과정에서도 전기가 채워지면 물이 배출되는 방식이지만 그 물에 어떠한 화학적인 변화가 가해지지 않음은 물론이고, 물 유입과 유출에 따른 발전기와 펌프의 움직임이 세지 않기 때문에 해양 생태계에 위해를 거의 끼치지 않는다는 점을 또 다른 장점으로 홍보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지역주민들이나 환경단체의 저항도 거의 없을뿐더러, 기술이 갖는 안정성과 혁신성 덕분에 시민들과 산업계의 긍정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안현섭 독일 현지 리포터​

조회수 : 1,586기사작성일 : 2017-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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