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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독일
섬세함이 가미된 마이크로 모빌리티

‘마이크로 모빌리티’라고 하면 대개 작은 크기의 탈것이나 대체교통수단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단순히 탈것으로 그 범위를 한정하지 않으면, 다양한 응용분야와 새로운 사업영역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 마이크로 모빌리티의 개념을 일상생활에 적용해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는 스마트 캐리어와 첨단 전동유모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내 발꿈치를 졸졸 따라다니는 캐리어
산뜻한 마음으로 도착한 공항이지만 많은 짐을 들고 다니다가 물건을 잃어버리거나, 여권을 어디 두었는지 깜빡 잊어버려 다급하게 다시 짐을 뒤적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전화라도 오거나 면세점에서 산 물건까지 정신없이 챙기다 보면 여행을 떠나는 기분을 망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이러한 불편함도 사라질 것 같다.
지난 10월에 공개된 독일 자를란트대학교 시스템공학과 학생들이 개발한 스마트 캐리어 프로토타입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장치는 사용자를 인식하고 일정 거리를 두고 발걸음을 따라 움직일 수 있으며, 움직이는 동안 장애물도 피할 수 있다. 지금까지 상용화된 스마트 케이스가 대개 특수용도로 제작되었다면, 이 프로토타입은 보통의 여행가방과 차이가 없도록 만들 수 있고 저렴한 가격에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별하다.
이 프로젝트가 단순한 일상의 사소한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시작된 것은 아니다. 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장애인들이 힘을 들이거나 손을 쓰지 않고도 자신의 여행 짐이나 장바구니를 손쉽게 운반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자유롭고 편리하게 여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 이 프로토타입을 착안했다고 한다.
‘스마트케이스(Smartcase)’라고 명명된 이 지능형 여행가방은 다수의 카메라와 센서 그리고 개별적으로 프로그래밍된 정밀 제어기술에 의해 움직이는 소형 바퀴 주행 모듈로 구성되어 있다. 소형 카메라는 소유자(사용자)의 형태와 움직임을 정밀하게 인식할 수 있다. 내장된 3개의 초음파 센서는 사용자와의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더 나아가 그 사이 공간에 있는 장애물을 인식하여 그 크기에 따라 회피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물론 장애물 크기가 무시할 만큼 충분히 작으면 예정 경로대로 움직인다. 사람이 많은 환경이라면 그 사이를 가로질러 지나가는 사람이 있을 때 잠시 멈췄다가 따라갈 수도 있다.
연구팀은 센서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속적인 경로 수정이 가능하도록 모델을 최적화하고 있으며, 머신러닝 기반 알고리즘이 적용됐기 때문에 더 복잡한 상황에서도 적용할 수 있도록 많은 학습용 데이터를 통해 그 성능을 강화하고 있다. 따라서 아직 번잡한 광장이나 환승역, 대도시 중앙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또한 도난방지용 알람 기능도 아직은 추가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다음 번 버전에서는 이런 요구사항을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 프로토타입이 복잡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그 성능이 우수하기 때문에 바로 상용화하여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자신하고 있으며, 산업용 운송이나 창고관리 같은 물류 영역에서는 더 많이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확대보기독일 자를란트대학교 시스템공학과 학생들독일 자를란트대학교 시스템공학과 학생들은 자율주행 캐리어 프로토타입을 개발하는 데 성공해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출처 : www.pointer.de)

보쉬가 만든 전동 유모차
할리우드 코미디 영화에서는 부모가 잠시 다른 곳을 보는 사이 유모차가 언덕이나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가는 것이 클리셰처럼 많이 등장한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 이런 상황은 그야말로 아찔하고 위험한 순간일 뿐이다. 보쉬가 개발한 전동 유모차용 시스템은 스마트케이스 사례에서처럼 마이크로 모빌리티의 개념을 보다 일생생활에 깊숙이 접근시킨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e스트롤러(e-Stroller)’라는 이름을 가진 이 시스템은 프로토타입 형태로 전 세계 고급 유모차 기업들에 기술 라이선스 형태로 판매하고, 각 기업의 특성에 맞는 디자인으로 양산될 예정이라고 한다.
실제로 보쉬는 자녀 계획이 있는 부모부터 4세 미만 영아가 있는 부모를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적이 있는데, 이에 따르면 유모차를 구입할 계획이 있는 응답자 중 90%가 편안함과 안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쉬의 모빌리티 솔루션 부서장인 슈테판 하르퉁(Stefan Hartung)은 이 모델을 통해 자사의 노하우를 담아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기가 타고 있는 유모차를 사용하기 위해서 힘을 많이 써야 하거나 조작이 부드럽지 않으면 많은 부모들은 불편하다고 생각한다. e스트롤러에는 2개의 전기모터가 장착되어 있어서 힘을 많이 들이지 않아도 된다. 또한 블루투스 모듈과 지능형 센서를 내장하고 있어서 유모차의 속도와 가속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유모차의 자체 속도를 모니터링할 수도 있지만, 유모차가 내리막길을 움직일 때 특히 유용해서 이를 자동으로 위험 상황으로 인식하여 감속 및 정지시킨다. 즉, 언덕을 오를 때는 추가 동력을 제공하고 내리막길일 때는 그 정도에 따라서 제동이나 감속을 자동으로 실행한다는 점에서 전기자전거와 동일하다. 그러나 특정 가속도 이상으로 내리막길을 움직이는 상황이라면 이를 위험 이벤트로 인식해 감속 및 주차 브레이크가 자동으로 작동되어 유모차를 멈추게 한다는 점에서 안전 기능이 더 강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시중에 있는 고급 유모차가 그러하듯 한 손으로도 부드러운 방향전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힘을 들인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는 점도 특별하다. 그러니까 한 손으로는 걸어다닐 수 있는 큰아이의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은 유모차를 운전할 수 있기 때문에 대단히 편리하다.

확대보기보쉬 전동 유모차보쉬의 개발팀은 실험 환경에서 터빈으로 덮개가 강제로 열릴 정도의 강력한 시속 60㎞/h의 풍동에도 단단히 제동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을 홍보하고 있다.(출처 : 보쉬)

모터로 이동하고, 스마트폰으로 관리
e스트롤러에는 이런 기능을 활성화하거나 조작하기 위한 스위치가 있지 않다. 오직 블루투스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연동되는 앱으로 조작이 가능하다. 인터페이스도 상당히 간단하게 설계되어 있다. 유모차를 밀거나 끄는 데 들어가는 보조동력의 수준을 3단계로 조정할 수 있으며. 유모차의 모든 기능을 비활성화하여 일반 유모차처럼 사용할 수도 있다. 이는 차량에 싣는 등의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자체에는 스피커가 내장되어 있어서 소리로 위치를 확인할 수도 있으며, 스마트폰과 연동해 유모차의 물리적 위치 등의 정보를 문자 형태로 받아볼 수도 있다. 권한이 없는 사람이 유모차를 움직이려고 하면 스마트폰에 경고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다. 또한 고정용 브레이크를 작동시킬 수도 있다. 배터리 상태는 스마트폰 앱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으며, 배터리를 다 소진하면 일반 유모차와 동일한 사용이 가능하다. 스마트폰 앱이 없어도 내리막길 감속 및 고정 브레이크 기능은 기본적으로 작동한다. 이는 안전 기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제조사의 섬세한 배려이기도 하다.
앱을 통해 배터리 충전 상태도 확인 가능하다. 보쉬의 공식 자료에 따르면 18V 리튬이온 배터리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며, 가정용 콘센트에 꽂으면 완충전까지 2시간 30분이 소요되고, 15㎞까지 이동할 수 있다고 한다. 배터리는 잠금장치로 고정되어 있으며, 수명이 다할 경우 교체가 가능하다. 사용자는 내장된 USB 인터페이스로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도 있도록 편의성을 더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보쉬에선 부모에게 더 많은 편의를 제공하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홍보하며, 추가 모델을 통해 더 많은 안전기능을 소비자에게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스웨덴 유모차 제조업체인 엠마융가(Emmaljunga)에서 내년 초에 최초로 기존 유모차 모델 ‘NXT90’의 기능을 강화한 상용 버전인 ‘NXT90e’라는 이름으로 양산에 착수, 판매할 예정이다. 기존 모델을 가진 사용자들은 추가 금액을 지불할 경우, 그 기능을 지닌 업그레이드 모듈을 장착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할 예정이라고 한다. NXT90e는 최대 44㎏ 하중까지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소비자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태이다.
이 기술이 단지 보쉬의 전기 모빌리티 기술의 일부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제품도 실제로는 6년 반 전에 COSIMA(Competition of Students in Microsystems Applications)로 불리는 전국 마이크로시스템 애플리케이션 학생 경진대회에서 다름슈타트 공과대학 학생들로 구성된 팀이 제안한 아이디어에서부터 시작된 기술로 알려져 있다. 이 사례는 스마트 캐리어와 마찬가지로 실생활에서 필요한 다양한 기술과 아이디어 구현을 끊임없이 장려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독일 정부와 산학연 차원의 노력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확대보기휠 LED와 스마트폰 앱1_ 각 휠에 부착된 LED는 바퀴의 주행상태를 보여준다.(출처 : 보쉬)
2_ e스트롤러의 스마트폰 앱 인터페이스는 단순하지만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출처 : 보쉬)

안현섭 독일 현지 리포터

조회수 : 1,899기사작성일 : 2019-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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