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글로벌 독일
자동차 종주국에 입성하는 테슬라

지난해 11월 테슬라는 독일 자동차 업계는 물론이고 베를린 시민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소식을 발표했다. 유럽 최초의 전기자동차 공장을 독일에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테슬라는 왜 세계 최고의 자동차 기술국의 심장에 생산공장 건립이라는 과감한 승부수를 던진 것일까?

전기자동차 시대에 적응하고 있는 독일 자동차 업계
내연기관 중심, 전통 자동차의 강자인 독일은 상대적으로 전기자동차 부문에서 뒤처져 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이러한 인식은 혜성처럼 등장한 테슬라로 더욱 고착화되는 듯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독일 완성차 기업들의 대응은 빨랐다. 폭스바겐, 다임러, BMW는 2020년에 100만대 이상의 전기자동차를 생산할 예정이며, 이 추세가 계속될 경우에는 아주 가까운 미래에 독일이 전기자동차 부문에서 세계 1위를 탈환할 것이라는 장밋빛 예견도 나타났다.
최근 맥킨지가 발표한 자료(〈Electric Vehicle Index 2020〉)는 이러한 기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2018년에 전 세계에 판매된 전기자동차는 약 200만 대이며, 이 중 절반은 중국에서 판매되었다고 한다. 같은 기간에 독일의 완성차 기업은 순수 전기자동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50만 대 생산했는데, 2021년까지 생산할 수 있는 전기자동차를 170만 대까지 끌어올려 생산량 면에서 중국을 크게 제칠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향상된 생산력과 함께 내수시장도 변화하고 있다. 독일에서 지난해에 판매된 전기자동차는 11만1,000대로, 전년대비 55% 증가한 수치이다. 유럽에서 전기자동차 비중이 가장 큰 국가는 노르웨이로, 지난해 생산된 신차 중 45%가 전기자동차이다. 이는 정부의 과감한 보조금정책이 가장 큰 이유인데, 시장점유율이 유럽 평균을 근소하게 밑도는(2.8%) 독일도 뒤늦게 보조금정책을 늘리고 있어서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시판된 전 세계 자동차의 거의 모든 모델을 자국 시장에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선 선택의 폭이 넓다. 특히 지난해에 가장 많이 팔린 전기자동차 상위 3개 모델 중 테슬라의 ‘Model 3’가 근소한 차이로 3위를 차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산 차량에 대해 냉담할 것만 같던 현지 소비자들의 심리가 실제로는 실용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한편 미국의 지난해 전기자동차 시장은 오히려 12% 감소했고, 장기적으로는 미국과 중국으로 양분되었던 시장이 다변화됨에 따라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려는 테슬라의 시도는 어쩌면 지극히 상식적이다. 독일을 유럽 시장의 전진기지로 삼되, 단순히 세제적인 유리함만이 아니라 연구개발, 판매 및 생산을 현지화하려는 시도는 시기적절한 선택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판매량 기준 상위 10개 기업의 전 세계 전기자동차 판매 현황
확대보기판매량 기준 상위 10개 기업의 전 세계 전기자동차 판매 현황
(출처 : EV Sales)

경제 논리냐 환경이냐
이러한 배경에서 테슬라가 엔지니어링과 디자인센터를 결합한 형태의 유럽 생산기지 ‘기가팩토리(Gigafactory)4’ 건립을 위해 선정한 곳은 베를린 서쪽 경계에 인접한 그륀하이데(Grünheide)이다. 이곳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탄약고가 있던 곳이지만, 현재는 일부 스포츠나 휴양 목적을 제외하면 개발되지 않은 삼림지역이 95% 이상인 곳이다.
지난해 말에 테슬라의 결정을 놓고 독일 정치권과 시민들의 반응은 대단히 긍정적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이러한 변화가 통일 이후에 많은 발전을 이뤘지만 여전히 격차가 존재하는 신연방(구 동독)주에 경제적으로 큰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테슬라의 투자가 가져올 현지 고용 효과는 최대 1만2,000명으로 보고 있으며, 실제로 그륀하이데의 관할 주인 브란덴부르크주는 자체 긴급예산 2억8,000만 유로를 편성해 공장 건립을 지원하고 있다. 독일 정부도 경제구조가 취약한 지역에서 일자리 창출 효과가 대단히 크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염두에 두고 있다.
시민들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한 현지 언론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주민의 82%가 공장 설립을 지지하고 있으며, 62%는 브란덴부르크주에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장기적으로는 이 결정이 오랫동안 활력을 잃어버린 브란덴부르크주를 BMW와 다임러를 둔 남부 2개 주(바이에른, 바덴-뷔르템베르크)에 이어 세 번째로 자동차산업으로 강력한 지자체로 변신할 수 있는 촉발제가 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전체 가동까지는 순탄하지 않을 것 같다. 현지 환경규제와 노동시장을 설득해나가는 것도 테슬라에 남겨진 숙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월에 독일 법원의 명령으로 기가팩토리 건설 준비작업을 잠정적으로 중단시킨 적이 있었다. 92ha에 달하는 공장부지의 벌목작업이 인근의 야생동물과 주민 식수 공급에 영향을 미친다는 환경단체의 문제제기와 주민의 저항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수백 명의 시위대는 공장 건설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며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테슬라가 풀어내야 할 숙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기가팩토리가 설립되는 곳은 베를린 중심지 기준으로 약 40㎞ 거리에 있는 곳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직원들이 베를린에서 출퇴근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로 인해 차량 운행이 증가하게 될 것이고, 그 때문에 친환경성 저해가 문제되고 있다. 또한 직원의 많은 비중을 인접국인 폴란드에서 수혈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저임금 체계의 지속 및 자국민 고용 효과도 언론에 홍보한 것처럼 그렇게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여기에 IG Metall과 같은 국가단위 산별 노조가 아닌 유럽주식회사(SE : Societas Europaea)로 설립했기 때문에 사내 운영위원회를 설립하지 못하게 하고 사측에 유리한 형태로 회사를 운영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테슬라도 이러한 논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더 큰 규모 그리고 동일한 수종으로 구성된 인공림을 인근에 조성하고, 박쥐, 개미, 도마뱀을 포함한 희귀종이 서식할 수 있도록 환경부와 환경단체가 정한 권고안을 100% 이행할 계획을 발표하는 등 현지 규정을 최대한 수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확대보기테슬라 홈페이지테슬라는 이미 홈페이지를 통해 1만2,000명의 현지 고용 효과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긍정적인 분위기를 유도하고 있다.(출처 : 테슬라 홈페이지)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적 선택
그렇지만 산업계와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시민단체의 저항이나 까다로운 규정, 이를 근거로 한 분쟁의 소지는 거시적으로 부정적으로 작용할 우려를 넘어 테슬라의 기가팩토리 유치가 백지화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비슷한 예로 구글이 2018년에 수많은 IT 기업과 스타트업이 위치해 있는 베를린 크로이츠베르크(Kreuzberg)에 창업 인큐베이팅 센터를 설립할 예정이었으나, 현지 기업들과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모든 계획을 철회했던 사례는 첨단기술을
지닌 기업 유치를 통해 지자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시도가 또다시 수포로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 어린 시각도 돌고 있다.
그러나 테슬라 입장에서도 브란덴부르크의 기가팩토리4는 유럽에 처음 세우는 완성차 공장으로, 주력 모델인 ‘모델3’, ‘모델Y’는 물론이고 파워트레인과 배터리를 직접 생산할 수 있는 유럽 시장 공장의 전진기지 역할을 담당하려는 시도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 각종 규제가 까다로운 유럽 시장에서 내년부터 연간 50만 대를 생산하려는 전략 또한 충분히 야심차 보인다. 기존의 독일 완성차 업체들이 테슬라와 경쟁할 수 있는 모델을 발 빠르게 준비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테슬라가 유럽의 현지 수요를 준비하는 움직임, 즉 신속한 유럽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시도라는 점이 명확해 보인다.
올해를 전기자동차의 해로 선포한 폭스바겐이 야심차게 준비한 ‘ID.3’는 소프트웨어 문제로 출시가 지연되고 있고, 다른 독일 완성차 업체들도 향상된 성능의 후속모델 발표를 미루고 있는 현 시점에서 전통적인 자동차 기술 종주국의 한가운데로 진출하려는 테슬라의 결정은 향후 전기자동차 시장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중요한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 분명하다.

확대보기기가팩토리4 건설에 반발하는 시민들식수 공급원 오염과 야생동물 서식지 위협 등을 근거로 기가팩토리4 건설에 반발하는 시민들의 모습(출처 : 위키피디아)

안현섭 독일 현지 리포터

조회수 : 1,327기사작성일 : 2020-04-03
기사 만족도 평가
별 개수를 클릭하여 기사에 대한 만족도를 평가해 주세요.
이 기사의 별점
평균 5점 / 2
  • 매우 불만족
  • 불만족
  • 보통
  • 만족
  • 매우 만족
별 5개 / 매우 만족

의견글 작성
  • (삭제 시 필요)
* 불건전한 내용이나 기사와 관련 없는 의견은 관리자 임의로 삭제될 수 있습니다.
메뉴 열기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