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2009.21
자연과 예술 안에 모든 것이 있다
뮤지엄 SAN

 

공기마저 차분하고 고요하다. 뮤지엄 SAN, 이곳은 사방의 것이 자연이고 예술이다. 그래서 계절이 여물어가듯 느리게 느리게 곱씹고만 싶어진다. 처음이어도 혹은 여러 번 다시 찾아도 새로운 감탄이 터져나오게 되는, 완벽에 가까운 공간으로 간다.

 

예술과 자연 그리고 공간의 환상적 조화
잘 가꿔진 도로를 따라 산길을 오른다. 숲이 깊어진다 싶더니 어느덧 정상 즈음, 해발 275m 그곳에 뮤지엄 SAN이 있다. 이름처럼 산속 대자연의 품이다. 실은 ‘Space, Art, Nature’를 줄여 표현한 이름이지만 흔히 아는 산, ‘Mountain’을 떠올려도 이상할 게 전혀 없다. 그야말로 사방이 산이고 하늘이니까.
덕분에 뮤지엄 SAN은 어느 계절이라도 첫인상이 훌륭하다. 푸르면 푸른 대로, 눈이 쌓이면 쌓인 대로 자연의 아름다움이 와락 다가온다. 뮤지엄 공간 전체에서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지는 미학을 추구하는 까닭이다.
출발점인 웰컴센터를 통과하면 본격적인 관람의 시작이다. 주변 경관을 그대로 살린 오솔길을 따라 건물까지 이어지게 한 구조인데,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곳이 플라워가든이다. 80만 주의 붉은 패랭이꽃과 푸른 잔디가 동화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이곳에는 조각가 마크 디 수베르의 강철 작품 「For Gerald Manley Hopkins(제라드 먼리 홉킨스를 위하여)」가 압도적으로 자리한다. 이 작품은 작가가 시인 제라드 먼리 홉킨스의 「The Windhover(황조롱이새)」라는 시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것으로, 바람결에 따라 360°로 회전하는 것이 특징이다. 15m 높이의 거대한 강철빔이라는 산업 재료에 시적 감성과 자연에 의한 움직임이 더해진 것이다.
이어지는 자작나무 숲길을 통과하면 본관에 가까워진 듯 긴 콘크리트 벽과 돌담 너머로 건물이 슬쩍 보이기 시작한다. 이처럼 시야를 가린 것은 건축가의 치밀한 계산에 의한 것으로, 한번에 모두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극적인 효과를 최대로 끌어올린다.
뮤지엄 SAN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가 바로 이 건축가, 노출 콘크리트의 미니멀한 건축물로 유명한 안도 타다오에 관한 것이다. 그는 아름다운 산과 자연으로 둘러싸인 이곳의 아늑함을 살려 지금의 개성 강한 건축물을 설계했는데, 대지와 하늘을 사람으로 연결하고자 하는 철학을 담아 사각·삼각·원형의 ‘無의 공간’이 4개 동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구조로 본관을 완성시켰다. 콘크리트와 함께 세 종류의 자연석을 사용한 것도 이색적이다. 안도 타다오 건축의 특징 중 하나인 워터가든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오직 그의 건축 작품을 보기 위해 뮤지엄 SAN을 방문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다.

 

종이의 역사부터 종이조형 작가들의 작품까지
돌담을 돌아 마주하는 전경은 예술 그 자체다. 워터가든과 본관이 한눈에 담기는데, 워터가든 바닥에 깔린 검은색 서산 해미석이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해 건물이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효과를 준다.
워터가든 가운데로 뻗은 길 중앙에는 알렉산더 리버만의 강철 작품 「Archway(아치형 입구)」가 대문처럼 서 있다. 작가의 트레이드 마크인 붉은색으로 칠해진 이 작품은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예리하게 잘린 파이프형 금속 조각들이 리드미컬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작품 아래를 지나 닿게 되는 본관은 파주에서 가져온 파주석으로 외벽을 마감했다. 건물 내·외부에 사용된 파주석만 1,180t. 노출 콘크리트의 단조로움에 파격적인 자유로움과 성벽 같은 웅장함을 제대로 더했다.
본관은 국내 최초의 종이박물관인 한솔종이박물관을 뿌리로 하는 페이퍼갤러리, 그리고 기획전시가 주로 이루어지는 청조갤러리로 나눠져 있다. 페이퍼갤러리는 이름 그대로 ‘종이’를 주제로 한다. 종이의 개념과 역사를 설명하는 것부터 시작해 종이와 관련된 다양한 국보급 문화재와 공예품 등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페이퍼갤러리 입구 중정 공간의 파피루스 온실을 눈여겨볼 만한데, 파피루스는 ‘paper’라는 영단어의 어원이자 고대 이집트 기록 매체의 원재료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또한 이 공간은 안도 타다오가 의도적으로 설계한 사각형 공간이기도 하다.
페이퍼갤러리를 나와 카페테라스를 지나면 안도의 건축 세계와 드로잉, 뮤지엄 SAN의 건설 과정 등을 전시하는 안도 코너다. 이곳은 뮤지엄 SAN의 명물 중 하나인 삼각코트와 맞닿아 있다. 삼각코트란 잿빛 콘크리트 건물 사이의 작은 삼각형 공간으로, 이곳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도록 뚫려 있다. 그리고는 바로 청조갤러리다.
현재 청조갤러리에서는 ‘종이조형-종이가 형태가 될 때’전이 진행되는 중이다. 내년 3월 4일까지 이어지는 전시에는 26명의 국내 종이조형 작가들이 참여해 부조작업부터 설치작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선보이며, 공간·소통·사유와 물성이라는 3가지 소주제로 나누어 종이의 고유한 정서와 조형으로서의 가능성, 친숙한 소통 매체로서의 의미를 이야기한다.

 

제임스터렐관에서 신비한 빛으로의 여정을
뮤지엄 가장 안쪽은 빛과 공간의 예술가 제임스터렐관이다. 본관을 나와 스톤가든을 지나야 하므로 약간 비밀스러운 기분이 들기도 한다.
스톤가든은 안도 타다오가 신라시대 고분을 모티브로 하여 원주시 귀래면에서 가져온 귀래석을 사용해 만든 것으로, 한반도 8도와 제주도를 상징하는 아홉 개의 스톤마인드를 볼 수 있다.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어 매우 따뜻하고 안정적인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며, 주변의 산 능선과 이질감 없이 어우러진다.
이제 드디어 지하로 갈 시간. 이곳은 제임스 터렐의 대표 작품인 「스카이 스페이스」, 「디비젼」, 「호라이즌룸」, 「간츠펠트」, 「웨지워크」를 경험할 수 있는 특별전시관이다. 제임스 터렐은 시각예술에서 사물을 인식하기 위한 도구이자 조연이었던 ‘빛’이라는 매체를 작업의 주연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다른 작가들과는 분명히 다른 예술적 특징을 갖고 있다. 소재는 오직 빛과 공간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시의 임팩트는 직접 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설명이 불가능할 만큼 강렬하다.
그의 작품은 감상이라는 표현보다 ‘경험’한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는데, 직접 작품 안에 들어가 관람하면서 2차원과 3차원을 넘나드는 공간감과 빛의 착시, 그리고 환영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도슨트의 안내에 따라 어두운 통로를 지나 마주하게 되는 「웨지워크」는 작가의 「Shallow space construction」 시리즈 중에서도 특히 공간의 조작으로 완성된 작품이다.
‘완전한 영역’을 의미하는 「간츠펠트」는 관람객이 작품 안에서 직접 경계가 없는 공간을 경험할 수 있으며, 동그랗게 뚫린 천장을 통해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의 모습과 색깔을 볼 수 있는 「스카이스페이스」도 이색적이다. 참고로 제임스터렐관은 시간별로 관람인원 제한이 있으므로 발권 시 미리 예약을 해야한다.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보다 깊이 있게 감상하고 체험하고 싶다면,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일몰 시간에 별도의 해설과 안내로 진행되는 ‘Colorful Night’에 참여하는 것도 방법이다. 빛과 공간의 조화 속에서 독특한 감각 경험을 할 수 있는 Colorful Night는 뮤지엄 SAN 홈페이지에서 선착순 예약 후 이용 가능하다. 하루 28명으로 관람인원이 제한되며, 입장권 외에 5만 원의 참가비가 있다. 단, 뮤지엄 SAN 유료회원의 경우 연 1회 무료 관람이 가능하며, 2회부터는 3만 원의 참가비가 부과된다.

 

관람 시간
(뮤지엄) 10:30~18:00
(제임스터렐관) 11:00~17:30
관람 요금
(뮤지엄권) 성인 28,000원, 소인 18,000원 ※ 박물관+미술관+야외가든+제임스터렐관
(갤러리권) 성인 15,000원, 소인 10,000원 ※ 박물관+미술관+야외가든
전시 설명 박물관, 미술관, 어린이, 큐레이터, 건축투어로 구분되며, 각 도슨트의 요일별 시간표는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
휴관일 매주 월요일(월요일이 공휴일일 경우 정상 개관)
주소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오크밸리2길 260
문의 (일반) 033-730-9000 (단체) 033-730-9025
※ 20인 이상 방문 시 사전예약(20% 할인, 주말 및 공휴일 제외)

관람객이 참여하는 예술놀이 판화공방

종이박물관과 미술관이 공존하는 뮤지엄 SAN의 특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판화 작가의 판화 제작 과정을 보며 판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으며, 다양한 작품들도 감상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공방과 바로 옆 ‘산뜰리에’에선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며 오감으로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과 상설 체험, 전문가 강연, 문화행사도 다채롭게 열린다. 현재 진행 중인 체험 프로그램과 문화행사 등은 뮤지엄 SAN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정은주 객원기자 사진 김성헌 객원사진기자 자료협조 뮤지엄 SAN

[2017-10-31]조회수 :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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