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2009.21
회색 빌딩 숲에서 찾은 잠깐의 여유 _ 여의도

여의도로 산책을 하자고 마음 먹고는 걱정이 앞섰다. 고층 빌딩이 빼곡한 여의도에서 산책을? 그것도 아직 봄이 오지 않은 계절에 말이다. 4월이면 벚꽃도 피고, 5월이나 6월이면 가까운 한강으로 피크닉을 온 사람들로 붐빌 텐데. 그런데 사실 지금은 어딜 가나 춥고 삭막하다. 그렇다면 아예 차가운 곳으로 가는 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춥게만 느껴지는 회색 빌딩 사이에도 따스한 햇살이 비추니, 그 햇살을 따라 잠깐이라도 걸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길을 걷다
일상의 루틴을 살짝 비트는 건 어떨까
많은 사람들에게 여의도의 겨울에 대해 묻는다면, 대부분이 여의도 빌딩 숲 사이로 부는 ‘여의도 칼바람’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그만큼 여의도 바람은 매섭다. 거기다 여의도가 초행길인 사람은 빼곡하게 세워진 빌딩 사이로 길을 걷다가 비슷비슷해 보이는 골목에서 길을 잃기 일쑤다. 계획도시답게 바둑판으로 반듯하게 놓인 길은 마치 미로를 연상시킨다. 그러니 이곳 빌딩 중 한 곳에서 일을 하는 직장인이나 인근 아파트 주민이 아니고서는 여의도 산책은 별로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일 것이다. 아니, 굳이 걸을 이유를 찾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길보다는 빌딩을 찾는 게 더 빠른 곳이 여의도이기 때문이다.
오전 11시 30분, 점심시간을 앞당겨 여의도 직장인들이 한꺼번에 빌딩 밖으로 쏟아져나오는 시간이다. 모두 잰 걸음으로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이 빌딩에서 저 빌딩으로 움직인다. 동선은 최대한 짧게. 매서운 여의도 칼바람을 맞서 싸울 용기가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어느 식당에 들러 점심을 먹고 근처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사람들. 여의도에 직장을 둔 이들이 맞는 가장 여유로운 시간이다. 그리고 그들이 일상의 루틴을 깨고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때이기도 하다.
그런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가벼운 산책이다. 사실 여의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녹지가 많은 곳이다. 중심에 있는 여의도공원에서 가장자리 한강공원, KBS방송국 인근에 있는 앙카라공원에 이르기까지 10~2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 그러다 보니 봄이면 벚꽃을 구경하고, 여름에는 푸른 녹음과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가을에는 낙엽 길을 걷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인근의 IFC몰을 찾는 사람들이 더 많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호기롭게 빌딩 숲의 칼바람을 헤치고 여의도 빌딩을 가로질러 산책을 해보기로 했다. KBS방송국을 뒤로한 채 여의도우체국 방향으로 그 유명한 IFC몰을 지나, 사방이 뚫린 여의도 승차장을 지나 여의도공원까지. 높은 빌딩의 마천루 하며 좁은 길을 오가는 자동차와 사람들. 그야말로 ‘여기가 여의도’라고 말하는 익숙한 모습을 이방인의 시선으로 살짝 비틀어보자. 회사를 오가며 늘 지나는 길에 출근길, 퇴근길 외에도 ‘산책길’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찾아주는 것도 좋지 않을까?

1_ 여의도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높게 솟은 마천루가 아찔하다.
2_ 해질 녁, 빌딩 뒤로 낙조가 아름다운 여의도 풍경
3_ 빌딩 숲과 여의도공원을 이어주는 여의대로
4_ 해 떨어지는 여의도공원의 하늘이 핑크빛으로 물든다.

 그곳에 가면
도시의 소음을 뚫고 마주한 고요
많은 사람들이 여의도의 랜드마크로 63빌딩을 떠올리지만, 산책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63빌딩보다 여의도공원이 먼저다. 물론 한강공원도 있고 샛강공원도 있지만, 뭐니 뭐니 해도 여의도의 터줏대감은 여의도공원이다.
마치 여의도의 또 다른 섬처럼 느껴지는 여의도공원이 한때는 공항이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1929년부터 1958년까지 공항이었던 여의도공원은 김포공항이 생기면서 군사용 비행장으로 사용되다가 1971년 폐쇄됐다. 그러고 보니 긴 직사각형 모양이 공항의 이착륙장과 비슷한 것도 같다.
이후 도심 속 공원으로 자리하게 된 여의도공원은 자연 생태의 숲과 잔디마당, 한국 전통의 숲, 문화의 마당으로 이루어지며 사계절 내내 사람들의 발길을 잡았다. 물론 겨울에는 이곳을 찾는 사람이 뜸하긴 하지만. 그래서 그런지 겨울의 여의도공원은 쓸쓸해 보인다. 추운 날씨 탓에 오가는 행인도 많지는 않다.
그러나 이 때문에 겨울 여의도공원의 매력이 나타난다. 바로 고요함이다. 도심의 소음으로 지친 우리에게 조용히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이 얼마나 될까? 오밀조밀하게 꾸며진 공원은 볼거리도 많다. 생태의 숲에는 생태연못이(참, 겨울에는 물이 없는 텅 빈 연못이다), 한국 전통의 숲에는 세종대왕 동상과 사모정, 지당, 팔각정 등이 있다.
이곳을 가로지르면 건너편 국회의사당까지 이어진다. 요즘은 겨울 한파로 야외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없지만, 곧 봄이 되면 자전거나 인라인스케이트, 농구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바쁜 일상에 몸과 마음이 지쳤다면 지체하지 말고 여의도공원으로 가자. 들어서자마자 ‘어, 뭐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조용하다.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처럼 말이다. 해가 지기 시작하는 오후 5시 이후 정도가 산책하기에 가장 좋다. 여의도 승강장의 대로를 가로지르는 횡단보도에서 바라보는 낙조가 특히 아름다운데, 그 시간이 되면 빌딩에서 공원으로 떨어지는 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여의도공원을 한 바퀴 걸어보자.

국내에서 발행되는 잡지 중 약 90%를 볼 수 있는 한국잡지박물관 서고

 마주치다 #1
아이디어가 필요한 당신, 여기는 어때요? 한국잡지박물관
일을 하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그럴 때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가 서점에 가거나 또는 도서관을 찾는 것이다. 특히 잡지는 매달 새로운 트렌드를 소개하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된다. 아직도 자신만의 아지트를 찾지 않았다면 ‘한국잡지박물관’을 권해본다.
KBS방송국 인근에 자리하고 있는 한국잡지박물관은 ㈔한국잡지협회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2001년 종로에서 이곳 여의도로 이전했다. 잡지박물관은 잡지를 보존하고 연구할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이후 창간호를 중심으로 매월 3,000종에서 3,500여 종의 잡지가 이곳으로 온다. 국내에서 발행되는 잡지의 90% 이상이 매월 초나 말에 입고된다고 한다.
그 외에도 약 500여 종의 고잡지를 전시하고 있는 이곳은 국내 최초의 잡지부터 현재 발행되는 잡지 대부분을 볼 수 있다. 수장고에 보관된 책까지 더하면 약 1만 2,000여 종의 잡지를 보관하고 있다. 또한 고잡지를 비롯한 잡지 대부분을 DB화하는 작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물론 오래된 고잡지를 제외하고는 저작권 문제로 서비스를 하고 있지 않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는 작업이다. 이외에도 옛 잡지에 많은 한자나 일본어를 번역하는 고잡지 번역 작업도 하고 있다.
내부 공간은 국내 잡지 100년사를 볼 수 있는 전시공간과 현재 국내에서 발행되고 있는 잡지를 열람할 수 있는 열람공간으로 나눠져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주변 직장인들이 그리 많이 찾지는 않는다고 한다. 주로 논문 쓰는 학생이나 자료 조사를 하는 연구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고 한다. 한국잡지박물관의 정자영 학예사는 “주변의 카페 대신 이곳 잡지박물관을 찾아 잠시 쉬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앞으로 좋은 콘텐츠를 바탕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주소 :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대방로 67길 11, 잡지회관 지하 1층
운영시간 : 10시~19시(월~토)
문의 : 02-360-0041

 마주치다 #2
빌딩 숲에서 찾은 문화 오아시스 ‘KSD갤러리’
여의도에서 문화공간을 찾기란 그야말로 사막에서 바늘 찾기만큼이나 어렵다. 그러다 찾은 곳이 바로 한국예탁결제원에서 운영하는 ‘KSD갤러리’다.
KSD갤러리는 한국예탁결제원 1층 로비에 있는 곳으로, 지난 2009년 로비 갤러리로 문을 열었다. 2015년 리모델링 후에는 단순한 로비의 빈 공간을 채워주는 곳이 아니라 정식 갤러리로서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2017년부터는 체계적인 공모전 준비를 통해 신진작가는 물론이고 기성 작가들까지 참여하며 미술계에서 그 입지를 다지고 있다. 기성 작가가 참여할 수 있는 초대 작가 공모전은 개인전 개최에 필요한 모든 지원을 하고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미술계의 허리라고 할 수 있는 중견 작가들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1%의 불씨가 되고 있다.
한 해에 10회의 전시를 진행하고 있는 KSD갤러리는 올해도 3회의 기획전과 7회의 공모전으로 11월까지 전시할 예정이다. 1월 4일부터 2월 13일까지 전시한 이재명 작가의 ‘가장자리’전에 이어 주형준 작가가 이곳에서 첫 개인전을 연다. 지난 2월 22일부터 시작한 주형준 작가의 ‘Shelter’전은 3월 21일까지 전시되며, 이후에도 6회의 공모전과 2회의 기획전을 연달아 오픈할 예정이다.
이곳을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KSD갤러리의 양영은 큐레이터는 “사무실에서 일만 하기보다는 가끔 다른 곳에 시선을 두면 좋을 텐데, 그러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좋은 전시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못해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직장인들은 바쁘게 생활하면서도 마음 한편에선 시간을 내 좋은 전시도 보고, 공연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KSD갤러리는 바쁜 직장인들이 10~20분이라도 잠깐 들러서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곳이다. 여의도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전시를 보기 위해 찾아올 수 있는 갤러리로 거듭나기 위해 KSD갤러리는 올해부터 일반인 대상의 강연이나 미술작가, 예비작가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주소 :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4길 23
문의 : 02-3774-3314

KSD갤러리는 빌딩 속의 작은 갤러리로 다이내믹한 공간 구성을 보여준다.

하정희 객원기자 사진 김성헌 객원사진기자

[2018-03-05]조회수 : 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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