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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꽃은 힘이 세다
꽃미남이 아니라면 꽃 좀아는 남자라도 되자

 

개인적으로 이해인 수녀의 「꽃을 보고 오렴」이라는 시를 참 좋아한다. 한 구절 소개하면 이렇다. ‘네가 나를 만나러 오기 전 / 꽃부터 만나고 오렴 / 그럼 우리는 절대로 / 싸우지 않을 거다 / 누구의 험담도 하지 않고 / 내내 고운 이야기만 할 거다’ 어느덧 봄은 왔고, 꽃들이 그 사실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다.

꽃으로 하는 말
어렸을 적 읽은 추리문제집에서 특히 인상적인 문제가 하나 있었다. 어떤 남자가 자신의 집에서 잔인하게 살해당했는데, 입에 붉은 달리아(dahlia) 꽃이 한 송이 물려져 있었던 것. 용의자는 세 명으로, 하나는 피해자로부터 크게 배신을 당한 친구이고 다른 하나는 층간소음 문제로 다투던 이웃주민, 마지막은 피해자에게 사기를 당해 재산을 빼앗긴 노부인이었다. 만약 당신이 탐정이라면 이 중 누구를 범인으로 지목했을까? 정답은 배신당한 친구였다(층간소음 때문이 아니라니!). 입에 달리아를 물려놓은 것이 단서인 셈인데, 달리아의 꽃말이 ‘배신’이라나. 어찌 보면 시시한 문제일 수 있지만, 덕분에 달리아의 꽃말을 알게 되었고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으니 이만하면 썩 괜찮은 문제가 아니었나 싶다.
우리는 바빠서 미처 신경 쓰지 못하지만 꽃들에게도 자기만의 삶이 있고 이름이 있으며 존재 이유가 있다. 그 대표적인 상징이 꽃말이다. 앞서 소개한 달리아의 꽃말은 배신도 있지만 ‘화려한 아름다움’과 ‘불안정’도 있다. 이는 나폴레옹의 아내 조세핀이 달리아를 지독히 편애하던 데서 유래했다. 조세핀은 자신의 정원에 달리아를 가득 피워두고 단 한 뿌리도 남에게 나눠주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누군가가 달리아를 훔쳐 곳곳에 퍼뜨리자 금세 애정이 식어버렸고, 여기에 빗대어 달리아의 꽃말도 더해졌다.
해마다 봄이면 만나게 되는 벚꽃의 꽃말이 ‘좋은 가르침’ 혹은 ‘정직’이라는 사실을 아는지?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이 유년기에 아버지가 아끼는 나무를 실수로 잘라버렸지만, 이를 솔직하게 고백해서 칭찬을 들었다는 일화는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이때 베어버린 나무가 벚나무였고, 덕분에 벚꽃의 꽃말이 정해졌음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요즘 들어 선물용으로 인기가 높은 수국의 꽃말은 ‘변덕’ 또는 ‘차가운 사람’으로, 이 역시도 모르는 이가 많다. 따라서 누군가에게 선물을 한다면 예쁘지만 의미가 나쁜 수국보다 옥수수 한 자루를 내미는 쪽이 한결 낫다. 옥수수의 꽃말은 ‘부’와 ‘세련된 아름다움’이고, 삶아서 맛있게 먹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봄에 아는 체하면 좋을 꽃 이야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봄꽃은 산수유, 매화, 벚꽃, 유채꽃, 진달래 등이다. 이들 꽃은 축제로 즐길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꽃축제 좀 다녔다 하는 사람이라면 태안이나 신안에서 4월에 개최하는 튤립 축제를 권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압도적으로 아름답기 때문이다. 흔히 튤립이라고 하면 네덜란드의 상징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 원산지는 터키다. 튤립이 유럽에 전해진 것은 16세기이고 네덜란드에서 튤립 재배가 유행한 것은 1630년 즈음이라고 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에 튤립이 들어온 것은 1920년 전후이므로 상당히 늦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미국, 캐나다, 일본, 인도와 함께 세계 5대 튤립 축제 명소로 꼽힌다. 이는 세계튤립대표자회의가 태안꽃축제위원회 강항식 대표에게 튤립 하훼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튤립 훈장’을 수여하면서 얻은 영예다. 강 대표는 세계 최초로 ‘2단 식재법이라는 독창적인 튤립 재배기술을 개발했는데, 마치 시루떡을 앉히듯 튤립 구근을 2단으로 심어 시차를 두고 꽃을 피워내는 방식으로 종전에 2주였던 튤립 축제를 3주로 연장했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상까지 받았다. 재미있는 것은, 이 독특한 재배법의 아이디어를 콩나물에서 얻었다는 점. 콩나물을 오랫동안 먹기 위해서 밑에 마른 콩을 한 번 더 까는 우리나라 전통 재배방식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후문이다.
서먹한 자리에서 화제가 궁할 때는 특이한 꽃 이름 이야기를 슬쩍 꺼내봐도 좋다. 이때는 ‘며느리밑씻개’ ‘꽃댕강나무’(진짜 있다!)나 ‘도둑놈의갈고리’ ‘뚱딴지’ 같은 꽃이 제격이다. 며느리밑씻개는 시어머니가 미운 며느리에게 볼일을 볼 때마다 뒤가 따가운 풀을 사용하게 했다는 데서 유래한 이름으로, 잔가시가 촘촘히 돋은 생김새만 봐도 어쩐지 뒤가 쓰라린 느낌이 든다. 꽃이 잘 떨어지고 새 가지의 밑부분이 댕강댕강 잘 부러진다 해서 이름이 붙은 꽃댕강나무는 라일락처럼 은은한 향기가 나는 하얗고 귀여운 꽃을 피운다. 도저히 꽃 이름일 것 같지 않은 도둑놈의갈고리는 껍질에 가시가 있어 아무데나 잘 들러붙는 갈고리 모양의 열매를 맺는다. 사전에 ‘행동이나 사고방식 따위가 엉뚱한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 내려져 있는 뚱딴지는 돼지감자의 꽃을 이르는 말로, 돼지감자의 생김처럼 우둔하고 무뚝뚝한 사람을 뜻하기도 한다.

가끔은 부토니에로 멋도 좀 부리자
흔히 ‘라펠(lapel)’이라고 부르는 양복 상의 옷깃에 별 필요도 없는 단춧구멍이 하나 있는데(궁금하면 지금 확인해봐도 좋다), 이 구멍의 용도를 아는가? 여기는 원래 꽃을 꽂는 자리이며, 그 꽃의 이름이 ‘부토니에(boutonniere)’다. 부토니에는 프랑스어로 단춧구멍을 의미하지만, 오늘날에는 정장이나 블레이저, 턱시도 등의 좌측 상단에 꽂는 액세서리를 총칭해서 쓰인다. 남성이 꽃을 들고 여성에게 청혼했을 때 여성이 승낙의 의미로 꽃 한 송이를 남성의 가슴에 꽂아준 것이 그 시작이다.
서양에서는 멋쟁이들이 카네이션이나 장미 같은 꽃을 양복 깃에 꽂아 멋을 내는 모습이 일상적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어색한 문화이기는 하다. 다만 부토니에의 탄생 이유 덕분인지 결혼식장에서 신랑이나 신랑의 아버지가 꽃을 다는 경우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문제는 꽃의 위치다. 양복 주머니에 꽃 뭉치를 무턱대고 꽂으면 안 된다. 가슴 주머니에는 포켓스퀘어(사각모양의 천)를 꽂는 것이 옳고, 꽃은 라펠의 단춧구멍에 한송이 정도 꽂는 것이 관례다.
꽃을 든 남자가 거리를 활보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번쯤 쳐다본다. 아직까지도 ‘남자 + 꽃’의 조합은 어딘지 어색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듯이, 꽃을 가까이 하는 남자는 호감도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 인터뷰를 다녀보면 아랫사람과 사이가 좋은 CEO들일수록 난초나 화분, 꽃을 늘 곁에 두고 세심하게 가꾸는 사람이 많다. 꽃을 사랑하는 것처럼 아랫사람도 사랑해서 그런 듯하다. 손을 대면 톡 터져버리는 약하디 약한 꽃이지만, 그 안에는 무한한 생명력과 강인한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 그러므로 올 봄에는 꽃을 더 가까이하고 사랑하며 즐겨보자. 꽃은 생각보다 힘이 세고 강력한 힐링을 선사한다.

확인고사
아래는 당신의 꽃 상식을 체크해보는 문제들이다.
틀리는 것은 괜찮지만 부디 낭만은 잊지 말고 살기를 바란다.

1. 다음의 꽃과 꽃말을 바르게 이어보시오.
① 노란 국화 ① 당신과 같은 생각입니다.
② 유채꽃 ② 실망이야!
③ 에델바이스 ③ 소중한 추억
④ 데이지 ④ 정열
⑤ 난초 ⑤ 활기가 넘칩니다!

2. 다음 중 튤립이 국화인 나라가 아닌 것은?
① 네덜란드 ② 터키 ③ 헝가리 ④ 모나코

3. 콜럼버스가 유럽에 전파한 꽃으로 ‘태양의 꽃’이라는 별칭으로 더 유명하다. 과거 아메리칸 에스키모들에게는 식품으로 여겨졌으며, 오늘날에도 그 씨앗을 먹고 기름을 짜서 활용하는 이 꽃의 이름은 무엇일까?

결과 (아래의 빈 공간을 마우스로 드래그하여 확인해 보세요)
1. ① - ②, ② - ⑤, ③ - ③, ④ - ①, ⑤ - ④ (선물할 때 참고하면 좋다.)
2. ④ (모나코의 국화는 카네이션)
3. 해바라기(해바라기의 꽃말은 ‘당신만 바라보고 있어요’다)

박성연 객원기자
참고도서 『꽃이 남긴 짧은 이야기』(예술시대)​

조회수 : 1,458기사작성일 : 2016-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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